◈ 158화. 기사단 없애기 (4)
“최상의 시나리오..?”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던 로즈를 바라보며 아셀은 그저 피식 웃어 보일 뿐이었다.
‘로즈.’
녀석의 허리에서 뽑아져 나오는 골드 드래곤의 신체의 일부로 만들어졌던 드라콘.
7용사 가문의 신기와도 비견이 되는 저 명검의 까다로움을 아셀은 잘 알고 있었다.
“시나리오라... 이해하지 못할 말이구나.”
무언가 인지를 하기도 전에 아셀은 황급히 아르테스를 들어 올리며 정확히 자신의 눈으로 쏘아진 황금빛 기운을 막아냈다.
“호오...?”
“매너가 없네.”
말을 하는 척 시선을 분산하고 그 틈에 기습을 가한 것.
로즈 저 잡것의 성격을 생각하면 정형적인 녀석의 공격 방법이었다.
“그걸 막아내다니. 놀랍구나.”
기습을 했던 것 치고는 태연한 표정으로 로즈는 자신의 드라콘과 아셀을 번갈아 보았다.
“대단해. 역시 너는.”
그와 함께. 이번에도 수십개의 황금빛 광선들이 아셀을 향해 쏘아지는 상황.
말을 함과 동시에 쏘아지는 인지를 뛰어넘는 공격들이었지만, 아셀이 보기에는 모두가 그저 잔재주일 뿐이었다.
‘카이나보다 느리다.’
카이나의 인지를 벗어나고 짐승과도 같은 움직임에 비하면 저것은 별게 아니었다.
“이름을 기억할만한 녀석이었다. 아셀 필드.”
“.....”
뚜벅뚜벅. 로즈가 점점 권자에서 내려오며 유형화된 거대한 기운이 그녀의 몸 주위에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드래곤,’
의도했는지 아니면 원래 로즈가 배워온 모든 것들이 저런 식으로 유형화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녀의 유형화된 기운은 용의 모습을 하고 있는 상황.
대전의 밖 부서진 문틈 사이로 이 신비로운 모습을 발견한 황금 기사단들의 기사들은 전의를 다시 한번 불태울만한 모습들이었다.
“대륙의 최강이 누구라 생각하지?”
“일단 너는 아닌 거 같은데?”
서로의 검격이 닿는 거리.
말릭의 그림자를 불러들이고 있는 아셀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로즈는 드라콘의 검병을 매만졌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쾅! 이번에는 진심으로 쏘아내기로 결정했는지. 드라콘에서 쏘아지는 황금빛 기운은 공간을 깨부수며 아셀을 향해 일직선으로 쏘아졌다.
그에 맞춰 신성력의 거대한 검강을 빠르게 소환해 내려치는 아셀.
그는 로즈의 황금빛 기운에 숨겨져 있던 드라콘이 수백 개의 잔영을 남기며 자신을 향해 찔러들어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는 안 되는데 말이지. 안 그런가?”
“네가 약한 것을 남 탓하지는 말지 그래?”
콰가가가강! 막을 수 없는 그런 공격들은 신성의 갑옷으로 막아내고 나머지 모든 공격들을 아르테스로 빠르게 쳐낸 아셀이 놀랍게도 그 거대한 검풍들을 향해 반격을 틈틈이 보이기 시작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야. 300년.. 그 자랑스러운 기사단의 역사 속에서!”
광기에도 가까운 최강이라는 것에 대한 집착.
아셀은 점점 더 거칠게 몰아치는 로즈의 검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검에서부터 로즈의 감정이라는 것이 계속해서 새어 나왔다.
300년.
대륙의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던 황금 기사단의 단장으로서 처음으로 대륙의 최강 칭호를 빼앗긴 것.
그것에 대한 열등감과 자괴감 그리고 최강에 대한 집착이 가득 담긴 검들.
아셀은 그 구역질 나는 검들을 받아내며 눈살을 찌푸렸지만, 조금은 놀라워할 수밖에 없었다.
‘열등감 가득한 주제에 잘도 저기까지 성장했군.’
말릭보다는 아래. 무인으로서는 완성보다 한참은 아래인 경지.
저 모든 것들이 열등감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아셀 필드. 너만 해도 그렇다. 최상의 시나리오? 그래 내게 있어 최상의 시나리오는...”
마치 투마리스의 샤인 에로우가 밤하늘에서 가득 쏘아지던 것처럼 로즈의 황금빛 기운들 또한 천장에서 아셀을 향해 수천 개씩 쏘아지기 시작했다.
‘미리 준비한 것인가?!’
갑작스럽게 허공에서 저런 거대한 기운이 쏘아질 리 없었다.
아마 아셀이 이곳까지 올 것을 예상하고 미리 준비했을 것이 분명한 상황.
앞에는 로즈 본인이 쏘아내는 기운들이 그리고 허공에는 미리 준비한 수천 개의 기운들.
자신을 벌집으로 만들 기운들을 바라보며 아셀은 황급히 사출의 주머니에서 새벽의 종을 꺼내 들었다.
“너를 내 손으로 죽이고 다음 세대에는 라무스.. 그 아이가 다시금 최강이라는 자리에 올라서는 거다.”
댕 댕 댕 거대한 종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지는 것과 함께.
로즈가 쏘아낸 모든 기운들을 단번에 막아서는 것이 눈에 보였다.
절대방어.
새벽의 종의 사기적인 능력.
그러나 이것 또한 미리 알고 있었는지 로즈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라무스가 최강이라.”
자욱한 연기들 속에서 아셀의 신성의 갑옷에 달려있던 날개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마치 말릭의 완전 무장 발키리와도 같은 모습.
자신의 오랜 열등감의 대상인 말릭의 모습과 아셀의 모습이 겹쳐 보이자 로즈의 눈가가 꿈틀거릴 수밖에 없었다.
“나를 죽여도 그건 불가능할 텐데?”
“그렇다면 라무스보다 강한 녀석들 모두를 죽이면 그만이다.”
“하... 미x년”
라무스보다 강한 존재들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당장에 7용사 가문의 후예 중에서도 하나, 마리우스 같은 존재들은 라무스가 가지지 못한 용사라는 칭호로 대륙의 모든 이들을 이끌었었으니까.
처음으로 자세를 잡은 로즈의 검이 아셀을 향해 미친 듯이 찔러오기 시작했다.
레이피어.
그 가늘고 얇은 검에서 저런 거대한 기운을 가득 담은 중압감이 느껴진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
그럼에도 아셀의 아르테스 또한 그 모든 공격들을 막아내거나 흘려내는 것도 잠시.
아셀의 갑옷에서 숨겨진 신성력의 무기들이 수백 개나 로즈를 향해 쏘아지기 시작했다.
“.... 미숙하다!”
순간 완정무장 발키리. 그것만으로 자신의 모든 검술을 깨부쉈던 말릭의 모습이 떠오른 로즈가 열등감을 털어내듯 고함을 내질렀다.
“알아.”
수백 개의 신성력으로 만들어진 무기들.
그것들이 로즈의 레이피어에 막히는 것을 바라보며 아셀이 카이나의 움직임처럼 그녀를 향해 다가서는 데 성공했다.
“?!”
로즈마저 카이나의 움직임을 단숨에 재현해낸 아셀의 모습에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육체마저 강해지는 것인가!’
말릭마저 지금 아셀처럼 짐승 같은 움직임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성기사들이 수련해온 그것으로는 저런 움직임은 절대로 불가능했으니까.
아니 그 어떤 기사들도 아셀처럼 저런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은 불가능할 게 분명했다.
‘빌어먹을 그림자들...’
한순간 거대한 신성력들이 사라지고 등 뒤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투기들에 로즈의 두 눈이 찡그려질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자신은 할 수 없는데 아셀이 기적과도 같은 모습을 보여준 데서 오는 열등감임을 눈치채는 것도 잠시.
아셀이 쏘아낸 400개 이상의 연환속사가 로즈의 온몸을 향해 쏘아지기 시작했다.
콰가가가강! 마계 군단장 퀴리의 몸을 한번 박살 낸 전적이 있던 연환속사. 아셀 또한 로즈의 온몸을 박살 내거나 아니면 최소 중상을 입혔을 거라 생각했다.
“하하... 진짜 가지가지 하네.”
로즈가 등에 메고 있던 황금빛 망토.
아셀은 그것에서 나타난 베리어가 자신의 연환속사를 모두 막아낸 것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지어낼 수밖에 없었다.
‘마도공학.’
마탑도 아닌 곳에서 심지어 대륙 제일의 기사단이라는 위명을 가지고 있는 곳에서 저런 마도 공학 기술을 가지고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셀이 게임을 플레이했을 적에도 저런 게 있다고 들어본 적도 없었으니까.
‘의도적으로 숨긴 거다?’
생각해보면 치열했던 대다수의 전쟁에서 황금 기사단이 정면에서 제대로 나선 적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되었기에.
아셀이 녀석들이 숨겨둔 기술력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단장님의 기술인가...?”
“마치 마법 같잖아?”
“유산... 드래곤께서 남기신 유산이 분명하다!”
“하하 드래곤께서 우리와 함께한다!”
밖에서 아셀과 로즈의 싸움을 보고 있던 기사들은 로즈의 망토에서 나온 베리어가 드래곤이 남긴 유산이라고 짐작할 뿐이었다.
오직 소수만이 로즈가 마도 공학 기술을 사용하게 만든 아셀의 무위에 놀라워 할 뿐이었다.
‘어떻게 단장이 베리어를 사용하게 만든 거지!?’
‘아셀 필드의 무위가 그렇게 높았다는 말인가?’
“등신 새끼들.”
어차피 이곳에서 모두 없애버릴 녀석들.
아셀은 더 이상 놈들에게 핀잔을 주지 않고 베리어가 사라지기 시작함과 동시에 바닥에 떨어지는 로즈의 망토를 바라보았다.
“그거 일회용이냐?”
“최소 백작령 하나의 10년 예산이 들어가는 물건이었거늘...”
백작령 10년 예산.
로즈의 말에 아셀은 그저 피식 웃어 보였다.
“돈 지랄은.”
아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로즈가 마치 빙판 위를 미끄러지는 것 같은 움직임으로 아셀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
놈이 신고 있는 신발에서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짐을 알아차린 아셀은 이번에도 로즈가 마도 공학과 관련된 기술을 사용함을 눈치챌 수 있었다.
캉! 캉! 드라콘과 아셀의 투기가 가득 담긴 주먹이 허공에서 부딪치기 시작했다.
황금빛 검강을 가득 담은 로즈의 검을 맨손으로 막아내는 것.
심지어 아셀의 주먹이 있던 자리에는 바빌리나 4세가 보여주는 것처럼 거대한 검은색 구가 공간을 박살 내며 로즈의 움직임을 제약하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점점 공방을 나눌수록 로즈는 자신이 뒤로 밀리고 있음을 발견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경지는 자신이 한 단계 위인데도 불구하고 밀리는 것.
그것이 아셀이 보여주고 있는 기술과 지니고 있는 재능에서 오고 있음을 눈치챈 그녀의 표정이 악귀처럼 일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네놈이 처음이다.”
“?!”
무언가 이상함을 눈치채기도 전에 아셀은 대전의 여러 곳에서 황금빛이 쏘아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들 모두가 로즈의 몸에 쏘아지는 것도 잠시.
그 거대한 빛들이 마치 수은과도 같은 모습으로 로즈의 온몸에 주르륵 흘러내리는 믿기지 않는 모습들에 그의 두 눈이 가늘게 떠질 수밖에 없었다.
‘닿으면 위험하다.’
한눈에 보아도 저 수은과도 같은 황금빛 액체 닿으면 위험할 것 같다는 본능적인 경고가 일어났기에.
뒤로 물러나며 아셀은 투마리스의 그림자를 불러들였다.
콰가가가가아! 황금활 기온에서 쏘아진 샤인 에로우. 그것이 황금빛 액체에 온몸이 파묻기 시작한 로즈를 향해 쏘아지기 시작했다.
“다.단장님!”
“저게 무슨!”
“위험합니다!”
거대한 대전을 가득 채우는 샤인 에로우 수백 발이 쉬지 않고 로즈를 향해 쏘아지는 것도 잠시.
지축을 흔들며 건물 사방을 흔드는 파공음에 아셀은 정확히 자신의 화살들이 로즈의 온몸을 강타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뭐냐 너.”
샤인 에로우가 로즈의 온몸을 강타한 자리에 남은 것.
수은과도 같은 황금빛 액체들은 사라진 그곳에 있는 로즈를 바라보며 아셀은 도저히 믿기지 않겠다는 듯 눈을 껌뻑일 수밖에 없었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거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로즈의 모습은 인간의 모습을 모두 벌인 것과도 같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