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3화. 퀴리와 그림자 (2)
[갈란의 무구 세트가 해방되었습니다.]
“?!”
본래의 신체인 지금 아셀이 퀸트라에게 상처를 입힌 상황보다 그는 눈 앞에 나타난 메시지에 두 눈을 더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무구의 해방이라고?’
갈란의 무구 세트.
아셀은 밤의 발걸음을 얻었을 때 이것에 대한 정보를 감정안을 확인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크아아아아아! 네놈!”
콰가가강! 무언가 쏘아지고 평상시라면 그것이 어떤 것인지 확인하고 피했었을 아셀은 꼴사납게 바닥을 구르며 피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런 그림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아셀이 본래의 재능으로 기적처럼 퀸트라의 공격을 피한 것이었다.
“안 나왔었는데.”
후드와 렌턴을 얻으며 아셀은 갈란의 무구 세트를 모두 찾아낸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분명 아무런 변화가 없었어.’
아무런 변화가 없던 무구들. 게다가 밤의 발걸음을 확인했을 때도 무구를 얻었다는 표시도 없었기에.
아셀은 갈란의 무구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조건부 해방인가.’
아이템을 발동해야만 그 아이템이 진정한 해방이 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갈란의 무구 또한 그런 류의 능력과 비슷한 게 분명했다.
“죽어라 아셀 필드!!”
“아셀!!”
순식간에 퀸트라가 수천 마리의 박쥐로 바뀌며 아셀을 향해 달려드는 것도 잠시.
빠르게 세트의 효과를 살펴본 아셀의 입가에 어느새 그 어느 때보다 만족스러워 하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역시.. 그림자들은.’
“?!”
수천 마리의 박쥐로 변해있던 퀸트라는 자신의 분신들이 순식간에 터져 나가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이건 투기?!”
콰가가강! 동시에 쏘아지기 시작한 아셀의 양손에서 나타나는 빠르고 거대한 투기들이 순식간에 퀸트라의 몸을 박살 내기 시작한 것.
옆에서 보고 있던 르안느마저 이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 않아 어디서부터 놀라야 할지 모른다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아셀 네가 어떻게 투기를...”
성기사가 투기를 사용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한 법.
자신의 상식을 깨고 나온 아셀의 모습과 그리고 분명 지쳐 힘을 쓰지 못할 아셀이 힘을 사용한 것이 그녀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그림자들은 정말 최고야.”
주위의 경악에도 불구하고 아셀은 그저 자신의 몸에 피어오른 기세들을 바라보며 씨익 웃어 보였다.
[갈란의 무구 세트.]
[그림자가 사용할 시 그림자들의 능력에 숙련도가 빠르게 증가합니다.]
[하루에 두 번 그림자와 관련된 스킬의 쿨타임을 무시하며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
스킬 쿨타임을 무시한다는 것.
아셀은 이것을 바라보며 갈란의 무구 세트가 자신이 알고 있는 사기적인 아이템들 세트와 비교해서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건.. 말도 안 돼! 네 녀석 어떻게 그림자를 다시 불러들일 수 있단 말이더냐!”
“무시하게 됐어.”
두 번 쿨타임을 무시하게 되는 것.
아셀이 단숨에 말릭과 케락스의 그림자 융합을 사용하며 카이나의 그림자를 불러드리는 데 성공한 원인이었다.
그랬기에 연환속사를 단번에 터트려 퀸트라의 몸을 수백 개 폭발시킨 상황.
아셀은 씨익 웃으며 주춤거리는 퀴리의 장남을 바라보았다.
“야 경험치.”
“뭐.뭐라?”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아셀의 모습에 퀸트라가 당황하는 것도 잠시.
그의 양손에서 거대한 구체가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했다.
“투.투기를 저렇게 구체화시킬 수 있다고!?”
“말도 안 돼.. 아셀.. 네가 어떻게 그런 기술을.. 아냐 아니지?”
르안느는 점점 하늘에 떠오르기 시작한 검은색 구체들을 바라보며 괴로운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저런 기술들은 그림자들이나 가능했었기 때문에.
“네가 생각하는 그게 맞아 르안느.”
아셀이 떠오르게 만든 구체가 순식간에 공간을 비틀며 빠르게 그의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바빌리나 4세의 기술들 그것을 아셀이 조금 변형시켜 자신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한 퀸트라의 온몸을 찢어발기기 시작했기 때문에.
“나는 그림자야.”
“말도 안 돼..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그리고 네 친구이기도 하지.”
“뭐?! 친구? 너는 우리를 모두 속였어!”
절규하듯 외치는 르안느의 목소리에 아셀은 그저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었다.
‘어차피 일어날 일이었다.’
지금 한스, 투마리스, 페레가 어떻게든 막아내기 급급한 퀴리를 상대하려면 아셀은 모든 그림자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
어차피 자신이 그림자라는 것을 들킬 거면 빠르게 모든 상황을 정리해야 했다.
“널 믿어준 스승님도 그리고 너를 총애하고 아껴주신 주교님과 교황님도 그리고 너를.. 너를.....”
입술을 깨물던 르안느를 보며 아셀은 그저 덤덤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한 달.”
“뭐?”
“그 정도만 기다려주면 모두 해결할게.”
무엇을 해결한다는 말인지 묻기도 전에 박쥐로 변했던 퀸트라가 괴성을 내지르며 거대한 기운들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이런 망할 동족 배신자들! 죽어라!!”
달려드는 퀸트라를 바라보지도 않고 아셀을 수백 개의 연환속사를 동시에 쏘아댔다.
“커..커헉..이건..이건 말도 안 되는...”
유형화된 투기가 온몸을 강타했기에.
특기인 모습을 바꿔가며 싸울 시간도 주지 않은 것.
퀴리의 장남이자 삼마 중 하나를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해치운 아셀은 살기위해 억지로 바닥을 기어가는 녀석의 머리에 다시 한번 연환속사를 날렸다.
“지금은 날 믿고 뱀파이어들을 상대해줘.”
“......”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라 아셀은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림자들.
그것들에게 안타까운 사정이 있다고는 하나 아직까지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
그런 상황 속에서 유년 시절을 함께한 아셀이 그림자였다는 사실이 르안느에게 얼마나 큰 배신감일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선 퀴리다.’
예정보다 빨라진 상황이었지만, 아셀은 사방에 거대한 기운을 뿌리며 동료들을 바닥에 구르게 만드는 퀴리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 다음은..”
쾅! 거대한 소음과 함께 한스에게 수백 개의 피의 대검을 쏘아내려고 하던 퀴리는 연환속사를 맞고 주르륵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허어.. 아셀 필드... 이건 도저히 믿기지 않는군. 내 예상이 빗나갔단 말인가?]
성벽 위에 아셀을 바라보며 퀴리는 진심으로 놀랐다는 듯 두 눈을 껌뻑일 수밖에 없었다.
아셀을 압박하던 자신의 장남이 죽어버린 것.
그것은 그리 놀랍지도 자신에게 큰 감흥도 주지 못했다. 애초에 퀴리의 관심사는 자신의 장남이 아니라 아셀 하나였으니까.
[분명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고 생각했건만, 어찌 그리도 빠르게 힘을 회복한 거지? 심지어 처음 봤던 그때보다 더 강해진 거 같구나!]
퀴리와 첫 대면을 했을 적에.
아셀은 오직 말릭과 케락스의 그림자만 융합한 상황이었다.
바빌리나 4세와 카이나의 그리자는 융합하지 않았던 것.
오직 기운만이 강해졌었기에 퀴리가 단시간에 강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조금..”
[?!]
콰가가강! 무려 300개의 달하는 연환속사가 퀴리를 향해 단숨에 쏘아졌다.
그것들 모두 하나하나가 9성급 완성에 달하는 무인의 투기들
황급히 피의 대검들로 자신을 방어하기 시작한 퀴리는 자신의 등 뒤에서 느껴지는 무언가에 온몸에 소름이 돋아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장난 좀 쳐봤어.”
무방비하게 비어있는 퀴리의 등 뒤.
밤의 발걸음을 사용한 것이 아니었다.
바빌리나 4세와 카이나의 그림자를 융합하고 얻은 사기적인 신체가 마계 군단장 같은 거물급 녀석들의 인지조차 벗어난 움직임을 가능하게 해준 것.
그것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모두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아셀의 주먹이 퀴리의 등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커..커헉! 이 동족살해자가!]
“미.미친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점점 아셀의 주먹에 바닥에 처박히기 시작한 퀴리를 바라보며 한스는 믿기지 않는 듯 중얼거렸다.
“마계 군단장을 맨손으로 때려잡고 있다고..?”
있을 수없는일 누구도 상상해보지 못한 일.
마계 군단장.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이름의 값어치를 생각하면 눈 앞에 벌어지는 일은 불가능 그 자체였다.
[크아아아아아! 무시하지 말아라!]
단 두 주먹만으로 녀석을 그저 소멸시킬 것 같은 상황도 잠시.
아셀은 자신의 머리 위로 쏘아지기 시작한 피로 만들어진 검의 비에 황급히 자리를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블러드 레인.
퀴리의 장기이자 기술.
저 기술에 죽어 나갔던 유저들이 얼마나 많은지 잘 알고 있던 아셀이었기에.
그는 하늘에서 내린 피의 검의 비가 투란 주변에 거대한 구멍을 내기 시작한 것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아셀 필드.. 확실히 네놈은 갈란. 그 저주받을 그림자와 동격을 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부웅 하고 무언가 쏘아지기 시작했다.
피의 비 속에서 어느새인가 블러드 퀴리를 들고 있던 퀴리가 그 저주받을 지팡이에서 붉은색 광선들을 쏘대기 시작했기 때문에.
‘역시....’
완성에 가까운 로즈보다 조금 강한 경지.
마계 군단장에 걸맞은 모습들.
아셀은 아무리 자신이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저 거대한 붉은색 광선을 맞는다면 시체도 없이 소멸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네가 알아서 찾아와준 게 얼마나 기쁜지 몰라.”
[찾아와 줘서 고맙다..?]
퀴리의 얼굴이 굴욕으로 일그러졌다.
하늘에서는 블러드 레인이 그리고 자신의 손에서는 블러드 퀴리에서 나오는 살기 가득한 광선.
그 어떤 사각도 없는 죽음만이 눈 앞에 있을 상황 속에서 여유로워 보이는 아셀의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만약에 네가 오지 찾아오지 않았다면..”
카이나의 사기적인 재능이 사각이 없을 것 같은 퀴리의 공격들 속에서 놈에게 다가갈 길을 만들었다.
아니 그녀의 사기적인 육체가 하늘에서 내리는 블러드 레인과 퀴리가 쏘아대는 마력 광선의 틈을 만들어 낼 만큼.
아셀의 몸을 빠르게 움직이게 만든 것이었다.
“옛날처럼 번거로웠을 거 아니냐.”
[이런.. 미친!]
자신에게 점점 다가오는 아셀을 바라보며 퀴리의 두 눈에 경악이 물들었다.
300년 전에도 자신의 마법을 저렇게 정면에서 돌파해온 인간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맞아 얼마나 귀찮았겠어.’
퀴리를 잡기 위한 사냥보다 놈을 찾으러 가는 일도 수많은 퀘스트를 해결해야만 가능했었다.
그 이계에 있는 블러드 필드에 들어가기 위해 유저들이 얼마나 고생을 했었는지 아셀은 잘 알고 있었으니까.
권격이 닿을 거리가 온 순간.
아셀의 몸 주변을 돌고 있던 바빌리나 4세의 흑구들이 공간을 찢어대며 퀴리의 마법들을 모두 박살 내기 시작했다.
[결국 네놈이 이걸 사용하게 만드는구나!]
퀴리의 손아귀에 피로 만들어진 곡도가 빠르게 완성되기 시작했다.
허공에서 쏟아지는 피의 비도 그동안 퀴리가 쏘아대던 피의 검 따위와는 전혀 비교가 불가능한 거대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것.
놈의 손에 들려있는 곡도를 바라보는 아셀의 눈빛이 일순간 탐욕으로 물들었다.
‘블러드 엠페러!’
블러드 퀴리와 더불어 놈의 무장중하나.
아셀은 저 전설급 무기가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 그리고 현실에서 무려 30억에 거래되었던 아이템이었다는 사실조차 잘 알고 있었다.
“원래 내가 득템하기를 원했던 아이템이었는데..”
[아까부터 무슨 소리를?!]
게임을 플레이했을 적에 퀴리를 잡고 저것을 얻은 유저를 얼마나 부러워했던가.
아셀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시는 것도 잠시.
놈의 검이 부르르 덜리기 시작하더니 거대한 피의 검기들을 아셀을 향해 쏘아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그것과 더불어 쏘아진 300개의 연환속사.
아셀은 투기와 함께 사라지기 시작한 피의 검기들을 바라보며 황급히 다음 그림자를 불러들였다.
“저건 내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