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8화. 오해
[이미 흡수한 그림자입니다.]
[변화된 그림자와의 동기화를 가질 수가 없습니다.]
“왜 그래 아셀 표정이 심각한데?”
투마리스는 아셀의 심각해 보이는 표정을 보고는 눈을 껌뻑였다.
모든 직업에 완벽한 건 없다.
사기라고 평가 받는 직업들은 많아도 완벽한 직업은 없는 법.
아셀은 자신의 그림자 재단사 능력이 얼마나 사기적인지만, 단점이 몇 없던 것을 떠올렸다.
‘아냐. 단순히 2차 전직을 마친 녀석들의 그림자를 못 가져오는 것이 아니야.’
쿠이가 말릭과 같은 거물급의 그림자들.
그것들은 분명 2차 전직을 모두 마친 그림자들이었기에.
아셀은 이것이 단순히 2차 전직을 했다고 해서 그림자를 가져오지 못하는 게 아님을 눈치챌 수 있었다.
“변화된 그림자..”
일반적인 그림자가 아니었다.
동기화를 이미 100%까지 올린 그림자.
그 대상이 만약 2차 전직을 후에 마친다면.
그림자 재단사는 그 능력을 가지고 오지 못하는 게 분명했다.
‘조금 아깝네.’
옆에서 걱정스러운 듯 자신을 바라보는 투마리스를 바라보며 아셀은 아쉬운 감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전에도 사기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던 투마리스였지만, 지금 그녀의 모습은 그때와는 전혀 비교가 가능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났기 때문에.
“조금 옷이 마음에 안 들어서. 아무튼.”
들고 있던 투마리스의 옷을 사출의 주머니에 넣으며 아셀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노렸했구나 투마리스.”
“응! 아셀 엄청 힘들었지만, 빨리 끝내고 아셀을 보기 위해 노력했는걸?”
너무나도 순진한 미소로 투마리스가 말했기에.
페레와 르안느는 둘의 모습을 바라보며 아무런 핀잔을 주지 못했다.
“것보다 빨리 사냥하자! 안에 몬스터가 엄청 많아!”
아셀의 옷깃을 잡아끄는 투마리스를 보며 그는 씨익 웃어 보였다.
“그래. 당분간은 사냥만 하자.”
***
2주라는 시간은 빠르게 흘러 지나갔다.
뱀파이어 로드 퀴리가 아셀을 찾아올 거라는 유예 시간.
그 시간 동안 아셀은 투란지역에 숨겨진 던전을 대부분 돌았던 상황.
평소와도 똑같은 날씨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투란 외부에 지원 왔던 성기사들과 워메이지 그리고 용병들마저 의구심을 품을 때였다.
“어.어라!?”
“잠깐 저게 뭐야!”
망을 보고 있던 몇몇 병사들은 갑자기 먹구름이 드리워지기 시작한 모습에 두 눈을 크게 떳다.
‘시작됐다.’
한스의 공방에서 한스의 작업을 조금 도와주고 있던 아셀마저 하늘에 가득해지는 먹구름과 갑자기 느껴지는 한기에 두 눈을 뻔쩍이는 것도 잠시.
페레는 자신이 쥐고 있던 지팡이 블러드 퀴리가 요란하게 떨리는 사실에 눈살을 찌푸렸다.
“본래 주인이 오는 거 같아.”
“맞아.”
페레에게 길들여진 블러드 퀴리가 저렇게 요란하게 울리는 경우는 단 하나!
빠르게 투란에 중축된 성벽으로 올라선 아셀은 성벽 밖의 공간이 마치 유리가 깨지듯 금이 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말로 마족들이 나타난다고..?”
“배.뱀파이어?!”
“뭐야! 저런 귀족급 뱀파이어들이 아직도 세상에 남아있었단 말이야!?”
공간이 깨지는 것도 잠시.
순식간에 그곳에서 수만 마리의 박쥐 떼들이 나타나며 진한 혈향을 사방에 뿌려대기 시작했다.
[인세의 공기는 언제나 우리들을 흥분시키는구나.]
‘퀴리!’
수만의 박쥐 떼들이 뱀파이어 본모습으로 돌아가며 미남자의 등 뒤에 도열하기 시작했다.
마계 군단장이자 뱀파이어 로드이며 블러드 필드의 영주.
수많은 수식어가 함께 있는 퀴리가 모습을 드러내자 경지가 낮은 용병 몇은 무기를 떨어트렸으며 성기사들은 자신도 모르게 기도문을 올리는 상황.
모든 이들의 경악하는 시선을 즐기며 퀴리는 마치 무언가를 찾듯 성벽 위를 올려다 보았다.
[아! 거기 있었구나 아셀 필드. 잘 지냈느냐?]
마치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는 듯 반갑게 인사하는 퀴리를 보며 아셀은 그저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렇게 빠르게 풀릴지는 몰랐는데.. 차라리 거기서 죽어주지 그랬어?”
[실제로도 죽을 뻔했다. 네놈이 걸어둔 그 봉인에서 이 몸 같은 존재가 손가락 하나 까딱 하지 못하고 갇혀있는 기분이 어떤지 알 리가 없겠지.]
“아셀님이 퀴리를 봉인했었다고!?”
“저 전설적인 뱀파이어를?!”
“또. 또 봉인할 수 있으시지 않을까?”
아셀이 퀴리를 봉인했었다는 말에 주변 사람들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게다가 다시 한번 봉인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기대감도 가지는 상황.
그러나 아셀은 그것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지금 녀석을 봉인한다고?’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애초에 그때 쿠이가와 만든 봉인식은 1회성 소비형.
더 이상 봉인식이 없던 상황이었기에 또 한 번 사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저건 그리고 봉인보다...”
말을 멈춘 후 아셀은 거대한 기운을 자연스럽게 풍기는 퀴리를 바라보며 방긋 웃어 보였다.
“지금 사냥해야 해.”
아직까지는 인세에 제약을 받고 있는 퀴리.
그것을 사냥하고 저 거대한 마나를 코어 안에 가지고 올 절호의 기회였기에.
아셀은 씨익 웃으며 아르테스를 뽑아 들었다.
“나중 가면 저건...”
순식간에 아르테스의 검신에 거대한 신성력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여명 수도원에서 파견된 성기사들과 르안느는 그 빠르고 거대한 검강에 자신들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는 것도 잠시.
아셀은 흥미로운 듯 자신을 바라보는 퀴리와 눈이 마주쳤다.
“귀찮아지니까.”
콰가가강! 아셀이 전조도 없이 휘두른 검강은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지며 크고 작은 십자가를 만들어내는 것도 잠시.
그것들이 순식간에 터져 나가며 공간을 뚫고 나오는 뱀파이어들을 폭사시키기 시작했다.
“이건 단장님의!?”
“아셀 이 아이가 여기까지 성장한 건가?!”
“맙소사 20살도 되지 않았는데 9성급이라니!”
이미 케락스와 말릭의 그림자를 융합한 아셀이었기에.
순간적으로 9성급의 기운을 방출 할 수 있는 것.
지축을 흔드는 거대한 소리가 증명하듯. 아셀은 자신의 코어 안으로 들어오는 거대한 마나들에 순식간에 백 마리 이상의 뱀파이어를 잡아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새끼가...’
거대한 마나가 들어왔지만, 아셀은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눈부신 신성력의 섬광이 사라지고 투란 근처의 공터에 포격이라도 맞은 듯 거대한 구멍들이 생겼지만, 퀴리가 서 있는 곳은 아무런 피해도 없는 상황.
아셀은 녀석이 일부러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지 않았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크하하하하! 내 자식이 조금 많기는 했지!]
자신에게 다가오는 기운을 제외하고 자식들에게 향하는 기운을 퀴리는 일부러 막지 않았다.
애초에 부성애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그의 기준으로는 저것조차 막아내지 못하는 뱀파이어는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많이 그것도 아주 많이 강해졌구나 아셀 필드여!]
진한 살기가 가득 묻어나오는 녀석의 말과 함께 공간은 계속해서 깨져나갔다.
천을 넘기던 뱀파이어들이 이윽고 만 단위까지 확인되자 투란 안에 있는 용병들의 표정은 사색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
공포가 가득 새겨지고 있는 성벽 위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퀴리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짓고 잇을 때였다.
[마법사 용을 만났는데.]
어디선가 아름다운 미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케락스!’
신기 쥬크에서 울려 퍼지는 기타소리 거기다 타고난 미성은 순식간에 요새에 울려 퍼지기 시작한 것.
아셀은 어디선가 [드래곤과 마탑의 마법사.]를 부르기 시작한 케락스가 진심으로 기특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케락스 그 아이의 목소리야?”
“떨림이.. 멈췄어?”
[위압적인 모습에 그만 지팡이를 놓아버렸네~]
드래곤과 마탑의 마법사.
드래곤과 사랑에 빠진다는 이 비현실적인 노래는 아셀이 기억하기로 마나의 최대량과 용기를 높여주는 버프가 있었다.
[바드? 저 안에 바드가 있단 말인가?]
순식간에 공포가 사라지고 결의에 찬 표정을 짓기 시작한 투란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퀴리는 인상을 찌푸렸다.
[어떻게 그림자들이 인간들과 같이 할 수 있는 거지!?]
“너 같은 모기 새끼가 인세에 있는 것도 웃긴일 아니냐?”
‘퀸트라.. 모랄레스, 스틴어. 새끼들 다 데리고 왔네.’
퀴리에 가장 가까이 있는 녀석의 유명한 자식들.
아셀은 저것들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잘 알고 있었기에.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송곳니를 세우고 있는 녀석들을 바라보았다.
[용사는 용사다 이건가? 그대는 겁을 먹은 흔적이 없구나.]
“용사는 개뿔. 얼음 안에 갇혀있던 정신이 나갔나?”
아셀의 말에 퀴리는 그저 씨익 웃어 보이며 손을 들어 올렸다.
그와 함께 뱀파이어 특유의 곡도나 역십자가 같은 무기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만찬의 시간이다 내 권속들이여!]
손이 내려가는 것과 동시에 일만에 달하는 뱀파이어들이 동시에 투란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새끼 화끈하네...”
처음부터 전군 돌격을 외칠 줄은 몰랐던 아셀이 피식 웃는 것과 동시에 투란의 성벽에서 워메이지들이 쏘아내는 마법들과 화살들이 쏘아지기 시작했다.
“드워프들이어 드디어 우리가 대협의 은혜에....”
콰가가가강! 토니의 연설은 한순간 성벽에서 쏘아지는 거대한 샤인 에로우들에 묻힐 수밖에 없었다.
마치 하늘에서 운석들이 쏘아지듯 수천 발의 샤인 에로우가 쏘아지기 시작한 것.
아셀은 그것을 바라보며 이전에 게임을 플레이했을 적에 타락한 마룡들을 지상으로 추락시키던 투마리의 모습이 떠올랐다.
‘벌써 저 정도까지 성장한 건가.’
지난 2주간 함께했던 시간에 투마리스가 전력을 내보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모습들.
씨익 웃어 보인 아셀은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한 수천 발의 샤인 에로우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리는 퀴리를 바라보았다.
[퀸트라... 저런 것이 있다는 이야기는 없지 않았더냐...]
놈이 손을 들어 올린 것과 동시에. 달려가던 뱀파이어들의 머리 위에 피로 만들어진 방어막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셀의 공격은 막지 않았건만 투마리스의 공격은 막아낸 것.
퀴리마저 투마리스의 샤인 에로우가 까다롭다는 것을 인정하는 대목이었다.
“로드.. 그것이...”
[흐음...]
퀴리가 순식간에 만들어낸 방어막들. 그것을 수천 발의 샤인 에로우가 두드리는 것도 잠시.
그는 자신의 방어막이 모든 것을 막아내지 못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으아아아아아!”
“몸이..몸이!”
“회복이 되지 않는다니!”
순식간에 백여 마리의 경지가 낮은 뱀파이어의 몸이 늑대에게 물린 것처럼 터져 나는 것도 잠시.
퀴리는 자신의 방어막 위에 내려치는 거대한 신성력의 검강에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이번 일이 끝이난다면...]
아무리 대륙의 제약으로 본래의 경지에 알맞은 기운을 내지 못한다고 하지만, 퀴리는 마계 군단장 중 하나.
그런 존재가 만들어내고 있던 방어막이 점점 박살이 나기 시작한 모습에 같은 편인 뱀파이어들마저 눈에 경악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마수왕 그 잡것의 피를 빨아야겠구나.]
콰가가가강! 투마리스가 만들어놓은 거대한 균열들에 아셀의 검강이 미친 듯이 내려쳐지기 시작한 것도 잠시.
퀴리의 방어막이 산산조각 나기 시작했다.
“로.로드의 방어막이!”
“인간에게 깨진 것인가!”
“멍청한 것들아 피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