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5화. 안배 속에서 (2)
두 가지.
아셀은 안배에서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이득을 두 가지 얻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이건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미라인 갈란의 시체에서 그가 입고 있던 후드를 들춰내는 순간.
그는 그곳에서 랜턴 하나와 들고 있는 갈란의 후드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밤의 후드.]
[전설급 등급.]
[그림자들의 수장 갈란의 물건입니다.]
[7성급 이하의 마법을 차단시켜 줍니다.]
[그림자 되돌리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림자 되돌리기 8성급 이하의 투사체 공격을 상대에게 되돌려 줍니다.]
[밤의 랜턴.]
[전설급 등급.]
[그림자들의 수장 갈란의 물건입니다.]
[모습을 숨긴 마족들과 마기에 반응하는 랜턴입니다.]
[그 어떤 암흑이라 규정된 곳에서도 빛을 낼 수 있습니다.]
갈란의 유품.
아셀은 지금 신고 있는 밤의 발걸음과 더불어 그의 아이템 두 가지를 추가적으로 얻은 것이었다.
‘전설 등급이라고 하기에 성능이 너무 좋은 것들이야.’
후드의 경우가 그랬다.
아셀이 기억하기로 이런 사기적인 방어 능력을 가진 후드는 본 적도 경험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랜턴은 앞으로 있을 마족들과의 싸움에서 도움이 된다.”
여러 가지 형태로 모습을 바꾸거나 수많은 분신을 만들어내는 마족들이 수도 없이 많은 상황.
그런 싸움의 형태에서 랜턴은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인간과의 싸움에서도..”
심지어 시야를 차단하는 마법이나 환술 속에서도 절대적인 빛을 내는 이 랜턴이 도움이 될 것은 당연한 법.
아셀은 씨익 웃으며 사출의 주머니 속에 랜턴을 넣어두었다.
‘영락없는 그림자들의 모습이네.’
갈란의 후드를 몇 군데 빠르게 수선하고 완벽하게 새것처럼 만들어놓은 아셀이 후드를 입어 보자 그림자들과 같은 분위기가 저절로 풍겨 나왔다.
이 모습에 씨익 웃어 보인 아셀이 후드의 이상 여부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도 잠시.
그는 사출의 주머니 속에 있는 옷들 몇 가지를 꺼내 보였다.
‘말릭, 쿠이가, 포르틴, 에프릴, 말콤.’
아직 동기화가 100% 달성되지 않은 존재들.
안배와 관련된 퀘스트의 결과로 이들 중 하나의 재능을 동기화를 100%까지 달성할 수 있었기 때문에.
“뭘 선택해도 최고의 결과들인데....”
모두가 사기적인 재능이었다.
특히나 말릭과 쿠이가는 옷만 만들어주면 달성할 수 있는 남은 동기화들을 단숨에 올릴 수 있는 것.
미묘한 차이었지만, 미친듯한 재능 앞에서는 얼마나 많은 격차가 있는지 아셀을 잘 알고 있었다.
잠시 자주 사용하는 말릭의 동기화를 올려볼까 고민했던 아셀이었지만,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릭과 쿠이가의 옷을 사출의 주머니 속에 넣어두었다.
“이 둘은 언젠가는 100% 달성한다.”
둘에게 올려둔 호감도.
그것의 기반으로 속삭임의 파랑스를 처단하는 순간.
아셀은 곧바로 그들과의 동기화를 100% 달성할 수 있을 게 분명했다.
게다가 그때는 말릭의 밑에서 수행하고 있는 포르틴의 동기화까지 빠르게 가져올 수 있기에.
포르틴의 후드까지 넣어둔 아셀은 무한의 정령사 에프릴과 말콤의 옷을 바라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에프릴.....”
수년 전 에프릴을 만나 빠르게 동기화를 올려두었지만, 방랑벽이 있는 그녀는 그 이후로 여명 수도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상황.
게임을 했을 적에도 에프릴과 마주쳤던 유저들은 그날 복권을 샀을 정도로 그녀는 드래곤만큼이나 만나기 어려운 존재였다.
‘에프릴과의 동기화를 올린다면.’
지금 사출의 주머니 깊숙한 곳에서 잠들어있는 [백룡들의 눈물.]
이것을 사용해서 눈의 정령왕과 단숨에 계약하게 될 수일을 게 분명했다.
“좋은 기회야. 정령왕은 여러모로 쓸만하니까.”
정령의 간편함과 편리함은 아셀이 직접 사용하고 있어서 잘 알고 있는 상황.
이런 상황 속에서 정령왕과의 계약은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흐음.. 하지만..”
에프릴이 만나기 어려운 존재인 것은 맞지만, 분명 마주칠 수 있는 법이었다.
심지어 마족들과의 전쟁이 본격화될 때는 그녀가 오랜 방랑 생활을 끝내고 전선에 합류하게 되는 상황.
그녀와의 동기화는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때가 되면 저절로 올릴 수 있게 될 게 분명했다.
“이건 도저히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없지.”
말콤의 토가.
영혼 상태의 이 전설적인 인어의 그림자는 지금 얻은 동기화 이상으로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살아있는 상태도 아니었기에, 동기화를 올리는데 제약이 있기 때문.
솔직히 아셀은 지금까지 올려둔 동기화도 기적에 가깝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말콤의 재능은 무조건 도움이 된다.’
그의 사기적인 재능은 말릭과 쿠이가에 비견되었으며 용왕신기는 포르틴이 접신하여 권능을 휘두를 때와 조금은 비슷했으니까.
결정은 마친 아셀이 말콤의 토가를 들고 결정하는 것도 잠시.
진흙같은 그림자가 꿈틀거리며 말콤의 토가를 뒤덮기 시작했다.
[말콤의 토가를 선택했습니다.]
[말콤과의 동기화가 100% 달성되었습니다.]
“음?”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나는 것도 잠시.
확인을 위해 토가를 입어본 아셀은 코어 안으로 빠르게 들어오는 마나들에 씨익 웃어 보였다.
“바다가 아닌데도 근처의 물들에서 마나를 뽑아온다라...”
말콤이 얼마나 사기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대목.
아셀이 이 상태로 용왕신기까지 사용하면 어떨지 시험해보려는 것도 잠시.
그의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에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퀴리의 봉인이 풀렸습니다.]
[뱀파이어들이 당신을 만월에 찾아갑니다.]
“벌써?”
아직 시간이 있을 거라 생각했던 아셀은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에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무려 뱀파이어 로드이자 마계 군단장을 봉인한 것이었기에.
봉인이 영원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풀릴지는 몰랐기 때문에.
‘뭔가 방법을 찾아낸 건가.’
봉인되었던 퀴리가 아니면 녀석의 권속이 어쩌면 봉인을 빨리 깨부술 방법을 찾아낸 게 분명했다.
무엇이든 일단 마계 군단장이 자신을 찾아올 게 기정사실화된 상황.
아셀은 머리를 긁적이며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만월이라...’
만월까지는 2주 정도가 남은 상황이었다.
그때까지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아무리 아셀이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힘들어질 게 분명한 상황.
게다가 뱀파이어 로드 퀴리는 다른 군단장들보다 권속들을 상대하는 것이 까다롭다는 것을 아셀은 잘 알고 있었다.
‘준비 좀 해야겠네.’
주어진 시간은 2주.
아셀은 뱀파이어 로드 퀴리를 사냥하기 위해 단 한 시간도 낭비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
[흐음... 그래 오랜만에 마셔본 달콤한 피는 언제나 나를 즐겁게 하는구나.]
거대한 대좌.
그곳에 미남의 남자가 앉아있었다.
뱀파이어 로드 퀴리.
아셀에게 정신만 봉인되어 가사상태에 빠졌던 마계의 군단장은 오랜만에 식사를 하고 있었다.
“으어..어.....”
[흐음.. 코코라를 이렇게 사용할 줄은 몰랐구나. 이건 원래 그 마녀를 위한 식량이었으니까.]
“하하하.. 그.그러게요. 아버지!”
코코라.
퀴리의 수많은 자식 중 하나는 지금 사실에 묶여 피를 뚝뚝 흘리고 있었다.
퀴리가 마시고 있던 피. 그의 몸을 빠르게 회복시키는 근원은 자기 자신의 피였다.
[다행인 줄 알아라 리쿠아. 다행히 내 기억에 문제가 없는 거 같으니까. 만약 기억에도 문제가 있었다면.]
퀴리는 잠시 말을 멈추며 주변에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수많은 자식들을 바라보았다.
[우선 너부터 섭취했을 테니까.]
“하하하. 그건 제게 최고의 영광이었을 텐데...”
[쓸모없는 것. 그나저나 내가 없는 사이에 일이란 일들은 모두 망쳐두었구나. 퀸트라.]
가장 앞에 지팡이에 기대고 있던 퀴리의 첫 번째 자식 퀸트라는 고개를 숙여 보였다.
“죄송합니다. 로드..”
[히어로즈 컵에 마수왕에게 까지 빚을 지었다라... 그 짐승새끼한테 우리가 이용당했다 생각하니 그냥 죽어버리고 싶구나.]
잠시 말을 멈추었지만, 그가 터트린 기세는 블러드 필드 전역을 부르르 떨리게 만들었다.
[그런데 마수왕한테 받은 빚은 어떻게 갚을꼬... 그가 뱀파이어 머리를 좋아할지 모르겠구나. 내 자식 중에는 쓸모가 없는 녀석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말이지.]
리쿠아가 가장 먼저 움츠리는 것도 잠시 주변의 뱀파이어들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퀴리의 성격이 어떤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흐음.. 하지만, 그럴 수야 없지. 나는 자상한 아버지니까.]
“은혜에 감사합니다.”
[그러니 내 자식들을 괴롭힌 인간 아이를 내버려 둘 수도 없는 일 아니겠느냐.]
“로드 하지만 지금은...”
아셀 필드를 지금 당장 잡으러 가겠다는 말에 퀸트라의 눈이 크게 떠진 것과 동시에.
그의 머리 위에 피로 만들어진 곡도 수백 개가 동시에 만들어졌다.
[으음? 아비가 자식의 복수를 대신해주겠다는데 퀸트라 너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나 보구나?]
“로드.. 저도 물론 아셀 필드를 찢어 죽이고 싶습니다. 하지만, 로드를 포함한 일족이 모두 인세에 나간다면 인간들의 시선이 집중됩니다!”
[그러니까 너는 그깟 인간들의 시선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하겠다 이 말이더냐? 아니면 내 자식 중에.]
푸푸푹 소리도 없이 퀸트라의 온몸에 피로 만들어진 검이 쏘아졌다.
하나하나 9성급 기운들. 아직 몸을 반도 회복하지 않은 퀴리임을 잘 알고 있기에.
모든 뱀파이어들은 다시 한번 퀴리의 위엄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겁쟁이가 숨어있었나?]
“인세에 나가면 로드의 위엄도 반감되지 않습니까.”
[아! 그 빌어먹을 조약! 내가 그래서 얼음 마녀를 이용하려고 한 건데 머저리 같은 자식들이 망쳐두었지.]
조약.
군단장급 마족들은 대륙에서 제힘을 내지 못한다.
옛 마왕을 쓰러트리며 세상에 거린 무언가의 제약 때문에.
수백 개의 피의 검을 맞았던 퀸트라의 몸이 작은 박쥐들로 변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다시금 원래의 노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러니 다시 한번 생각해주십시오. 로드. 세상에는 7용사까지는 아니지만, 그에 필적하는 인간들이...”
[흐음.. 퀸트라여.]
이번에는 하늘에 수천 개의 피의 검이 떠올랐다.
방금처럼 장난식으로 만들어낸 그런 검이 아닌 하나하나 진한 살기들이 가득한 검들.
저것에 적중한다면 아무리 퀴리의 첫 번째 자식이라고 할지라도 살아남지 못할 게 분명했다.
[진짜로 죽고 싶으냐?]
“..... 아닙니다.”
[그렇지 네가 죽고 싶을 리가 없지. 그러면 어찌해야겠느냐. 이 아비가 빼앗긴 지팡이도 네가 찾아줘야 마땅하지 않겠느냐?]
블러드 퀴리.
퀴리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무구 중 하나.
지난번 아셀에게 빼앗겨 페레의 손에 있는 그것을 은근히 거론하자 퀸트라는 결국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로드를 따르겠습니다.”
[그렇지. 하하하! 들어라, 내 자식들이여! 오랜만에 인세로 나간다!]
부르르 무언가 떨리는 소리와 함께 붉은빛이 가득했던 블러드 필드의 하늘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거 오랜만에 인세의 피를 마실 수 있다는 생각에 실로 흥이 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