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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재단사가 강해지는 법-143화 (143/201)

◈ 143화. 그림자가 된 이유 (2)

“음.. 이것도 아닌가?”

자신의 가슴을 향해 쇄도해오는 삼지창 포세이돈을 바라보며 아셀은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거친 파공음을 들리며 진짜로 창에 찔리는듯한 아찔한 고통이 일어나는 것도 잠시.

아셀은 자신을 공격했던 그림자가 흐물흐물 녹아내리며 자신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말콤의 능력에 한스의 능력으로 한번 카운터를 쳐보려고 했는데.....”

그림자가 들어오자 온몸에 가득했던 상처들이 빠르게 치료되는 것은 물론.

방전되었던 체력마저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놀라운 일이었지만, 벌써 30번 넘게 이 짓을 반복하니 더 이상 놀라지 않는 것.

아셀은 지난 며칠간 그림자를 상대로 수많은 전술을 사용해 계속해서 덤벼들고 있었다.

‘죽지 않고 기회가 무한하다면 언젠가는 클리어할 수 있다.’

점점 놈에게 아셀은 적응하고 있었다.

그림자로 만들어진 자신은 현재 아셀과 100% 동일한 상황.

녀석과 싸우면 싸울수록 아셀은 자신이 그동안 찾지 못했던 약점과 미처 생각지 못했던 허점들을 발견했으니까.

“그림자에서 그림자로 넘어가는 사이 공백이 생각보다 크다.”

그림자를 불러들이고 다음 그림자를 불러들일 때마다.

아셀이 생각하는 이상의 공백기가 있었다.

‘지금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말릭과 같은 아니 황금 기사단의 단장 로즈와 같은 무인과 싸울 경우 큰 허점으로 작용될 게 분명했다.

“공백을 줄이고 다른 그림자들에 적절한 그림자로 대처해야 해.”

바닥에 적어가며 아셀은 턱을 쓰다듬었다.

말릭의 그림자에는 쿠이가로 쿠이가의 그림자에는 투마리스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그림자들에 모두 카운터를 칠 수 있는 조합을 적어 내려가는 것도 잠시.

그는 씨익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 이론을 또 한 번 검증해볼까?”

그의 말을 듣고 있었는지, 어느새 아셀의 그림자가 다시금 출렁거리며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

그뒤로 40번.

아셀이 자신의 그림자로 만들어진 그것과 40번을 더 싸우고 이제는 한번 싸우면 하루가 넘어가기까지는 하던 때에.

그는 갑자기 자신과 공방을 나누고 있던 그림자가 부르르 떨리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

갑작스러운 변화.

그림자가 갑자기 밝은 빛을 내며 여기저기 갈라지기 시작한 모습을 바라보며 아셀은 머리를 긁적였다.

‘자폭기는 없는데...’

자신에게는 없는 기술들.

갑자기 부서지고 깨지려는 것은 분명 안배로 가는 어떤 조건을 충족했다는 것이 분명했다.

[.... 잘했다. 후인이여.]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셀은 자신의 모습이었던 그림자가 사라지고 그곳에 거대한 가위와 바늘이 나온 것을 바라보며 눈을 껌뻑였다.

[그림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근성인 법. 불가능함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한 네가 자랑스럽구나.]

‘근성?’

아셀은 잠시 자신의 그림자와의 싸움을 떠올려보았다.

70번 가까이 싸우면서 아셀은 단 한 번도 포기하려거나 좌절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클리어가 가능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계속해서 도전하는 게 안배로 가는 열쇠였나?”

[그렇다. 후인이여. 그 어떤 역경이 눈앞에 있더라도 그림자 속으로 도망치는 것이 아닌 그림자로써 싸우는 것. 나의 안배는 그것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대화가 된다라...’

일방적으로 노래를 들려주었던 아타락의 안배와는 전혀 달랐다.

거 거대한 가위와 바늘은 아셀의 말에 답을 해주었으니까.

[그러니 네가 안배에 들어갈 자격은 충분....]

“다시 불러내.”

[?!]

아셀의 말에 눈앞에 거대한 가위와 바늘은 흠칫거릴 수밖에 없었다.

분명 이제 안배로 가는 길이 열렸기에 기뻐하거나 그동안의 서러움에 눈물을 흘릴 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다시금 그림자를 불러내라고 했기 때문에.

[그건 무슨 소리인지..]

“걸어온 싸움 끝까지 해야지. 그리고 조금 있으면 말이야.”

휘두른 아르테스에서 거대한 용암이 샘솟았다.

그뿐만 아니었다. 다시금 휘두른 아르테스에서는 그 거대한 용암을 단숨에 얼려버리더니 산산조각 내는 모습까지 보여준 것.

강화된 아르테스의 능력들을 자랑하듯 보여주며 아셀이 씨익 웃어 보였다.

“그거 이길 수 있을 거 같거든.”

[크하하하하 이길 수 있다? 하하하 대단하다. 그대 같은 후인은 또 처음 보는군.]

아셀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거대한 가위와 바늘은 놀랍게도 광소를 터트리며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좋아. 진정한 그림자들이라면 그래야지. 네 자신감과 자부심이 나를 설득하게 만들었다.]

[퀘스트의 내용이 변경됩니다.]

녀석의 말과 함께 아셀은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네가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한 말....]

다시금 거대한 가위와 바늘이 녹아내리기 시작한 것도 잠시.

그것이 아셀의 모습으로 바뀌며 마찬가지로 아르테스를 겨누었다.

[한번 증명해 보거라. 그러면 안배로 가는 길을 열어줄 테니까.]

[퀘스트의 조건이 근성에서 처지로 바뀌었습니다.]

[난이도가 증가함에 따라 보상이 늘어납니다.]

눈앞에 메시지에 아셀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냈다.

말 몇 마디 했다고 퀘스트의 내용이 바뀐 것도 모자라 보상까지 늘어난 상황.

이런 경우는 게임을 플레이했을 적에도 몇 안 되는 경우였기에.

그때마다 생각 이상의 거대한 보상을 받았던 것을 잘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호탕해서 좋아.”

순간 달려든 아셀의 온몸에 신성의 갑옷이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신성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70번에 달하는 싸움 속에서 기운의 운용이 좀 더 능숙해졌기 때문에!

그뿐만이 아니었다.

몇 차례의 격돌 속에서 아셀은 놀랍게도 그림자를 검술로 압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허점과 약점. 그것에 대한 보안.’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안했고 미숙했던 기운의 운용을 다시금 다잡았기 때문에.

정체되어 있던 그림자와 다르게 아셀은 계속해서 기술적으로 강해진 것을 증명하듯.

이번 싸움부터는 그림자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었다.

‘놀랍군.. 그 짧은 시간 안에 성장한 건가!?’

아셀의 그림자안에 있는 자아는 이러한 아셀의 모습에 경악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평범한 그림자들 같으면 자신과의 싸움 속에서 좌절하거나 분개하기 마련.

자아는 그런 그림자들에게도 문을 열어주고 위로를 건네준다.

대신 안배 속에 있는 것은 작은 보상들뿐.

뛰어난 그림자들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는 근성을 보여준다.

수십 번 박살 나도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고 덤벼드는 것.

자아는 그러한 그림자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문을 열어주고 알맞은 필요한 보상과 능력을 포상을 내려준다.

그러나 자신과의 싸움을 이기려고 하는 아셀에게는 도대체 어떤 보상을 내려주어야 할지. 그리고 안배 속 어떤 것을 쥐여줘야 할지.

아셀의 그림자 속에 있는 자아는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정말로 이긴다면...’

압도하고 있지만, 이길 수는 없다고 자아는 아직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기술적으로 압도해도 근본적인 문제점들은 해결하지 못했으니까.

‘[그것]을 녀석에게 주어야 하는 건가....’

오랜 세월 그림자들의 안배 속에서도 그 어떤 그림자도 얻지 못했던 것.

옛 그림자들의 수장 갈란의 유산을 아셀에게 주어야 하는 것인지 자아는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

순식간에 두 개의 그림자를 아셀은 연달아 갈아치웠다.

속임수.

아셀이 눈앞에 녀석이 어떤 그림자를 사용할지 가늠하며 그림자를 불러들이는 것처럼.

그림자로 만들어진 녀석 또한 아셀이 어떤 그림자를 사용할지 경계하는 것.

그랬기에. 일부러 군림보나 미완성의 프로틴의 그림자를 사용하자 녀석은 아셀이 의도했던 것처럼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 보였다.

“지금!”

처음으로 생긴 공백을 놓칠 아셀이 아니었다.

안배의 안내자가 나타난 이후로도 쓰러트리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벌서 40번은 더 덤빈 상황.

100이 넘어가고 나서야 처음으로 얻은 기회였기에.

카이나의 그림자를 불러들여 아셀이 놈의 빈틈을 향해 수백 개의 연환속사를 동시에 사용했다.

콰가가가가강! 무언가 박살 나는 소리가 들려왔으며 지축을 부르르 떨리게 하는 것도 잠시.

아셀은 투마리스의 그림자까지 불러들이며 샤인 에로우를 미친 듯이 쏘아내기 시작했다.

[... 이게.. 가능한 일이라고!?]

연환속사에 생긴 움직임의 공백.

샤인 에로우 수백 발을 동시에 맞고 점점 형체를 잃어가는 안배의 안내자는 믿기지 못하겠다는 듯 아셀을 바라보았다.

아셀이 정말로 단시간에 이렇게 성장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애초에 이거 것은 해결하라고 주어진 과제가 아닌, 극복하라고 주어진 과제니까.

[대단하군..]

목소리가 갈리는 것을 증명하듯.

그림자로 만들어진 아셀의 온몸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셀이 호언한대로 정말로 자신의 그림자를 넘어선 것이었다.

“허억..허억...”

부서지는 그림자가 다시금 거대한 가위와 바늘로 바뀌는 모습을 바라보며 아셀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수백 번 시도한 끝에 얻은 작은틈.

만약 이것으로도 쓰러지지 않았다면, 아셀은 이전 그림자들처럼 어쩌면 포기했었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것이 그림자에 덧씌워지지 않은 본래의 모습인가?]

안내자는 겁에 질린 듯 손을 덜덜 떨고 있는 아셀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지쳤다고 해도 지금의 모습은 부자연 그 차제.

그렇다면 그림자의 능력으로 자신의 모습을 숨긴 것이 분명했으니까.

“그.그래... 잘못 만들었지.”

[잘못 만들었다?]

털썩 자리에 주저앉으며 아셀은 그저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많이.. 좋아진 거야.”

게임 속에 처음 들어왔을 때였다면, 그림자가 사라진 순간 겁에 질려 기절이라도 했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런가. 아무튼 대단하다 아셀 필드. 그대는 충분히 갈란이 남긴 안배를 확인할 자격이 된다.]

“갈란? 재단사가 아니라?”

그림자들의 단장 갈란.

아셀은 자신의 근원인 그림자 재단사가 아닌 갈란의 안배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갈란은 모든 그림자의 주인.]

순간 거대했던 가위와 바늘이 망치 모양으로 바뀌었다.

[하나의 직업으로는 갈란을 담을 수 없다.]

이번에는 백정들이 사용할 도축용 검이 되었던 것도 잠시.

미용 가위 종업원들이 사용하는 쟁반. 광대들이 다루는 공.

바드들이 다루는 수십 가지의 악기들로 변한 끝에 다시금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안내자가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그렇기에 모든 그림자의 주인. 그것이 갈란의 정체다.]

‘진짜 사기 캐릭터는 따로 있잖아?’

아셀은 안내자의 말을 들으며 어처구니없다는 듯 미소를 지어낼 수밖에 없었다.

세상의 모든 직업을 다룰 수 있다면 그것만큼 사기는 없었기 때문에.

[너 같은 그림자가 세상에 다시 나타날 줄 몰랐다. 아셀 필드.]

가위와 바늘이 일렁이기 시작하더니 무언가 문 같은 형태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윽고 안에서 보이는 무언가들.

그것들을 확인한 아셀의 두 눈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뭐야.. 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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