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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재단사가 강해지는 법-131화 (131/201)

◈ 131화. 너 내 남자가 되어라!

포근함이 느껴졌다.

아셀은 자신이 느끼고 있는 촉감이 포근함이라는 사실에 믿기지 않았다.

그가 기억하는 마지막 기억은 카이나의 일격에 기절한 자신이었으니까.

‘....으음?’

슬며시 눈을 뜨니 먼저 보이는 것은 자신을 내려다 보는 노드레게의 얼굴.

그리고 그림자 속에서 눈치를 살피는 누네스까지.

아셀은 멍한 머리를 털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아셀 일어났구나!”

일어나자 마자 아셀은 자신을 바라보며 활짝 웃어 보이는 노드레게를 바라보았다.

“구하러 온 거야?”

“아니 우리도 잡혀 온 거다.”

“.......”

당당히 말하는 노드레게의 말에 아셀은 잠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래.. 그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겠지.’

“누네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잡혀왔어.”

“그건 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 왜 내가 이런 화려한 방 안에 있는지 알려줄 수 있어?”

포로라면 최소한 쇠창살 같은 것은 있어야 마땅한 상황.

아셀은 자신의 눈에 보이는 값비싼 무구들과 경지가 높은 몬스터의 가죽들.

심지어 보석들까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심지어 구속도 하지 않았네.’

게다가 아셀은 자신이 구속 또한 되지 않았으며 누워있던 침대 옆에는 사출의 주머니까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괴물 같은 여자가 너를 직접 여기에 옮겨놨어.”

“그리고?”

“우리 보고 지켜보라고 했어.”

“너를 알아봤어?”

아셀의 그림자에 숨어있던 누네스까지 알아본 것.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셀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턱을 쓰다듬었다.

“아셀 그건 내가 설명해줄 수 있네.”

아르테스까지 정비된 상태로 놓여있는 모습에 아셀이 자신을 무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도 잠시.

이어지는 노드레게의 말에 아셀은 두눈을 껌뻑일 수밖에 없었다.

“자.자네는 그 괴물 여자의 신랑으로 납치되었네.”

“........”

“그러니까.. 하.. 이건 우리 부족에서도 100년 전에나 성행했던 전통인데. 혼인할 바바리안이 없으면 외지인을 납치해와서 혼인을 하는...”

“지랄..”

이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더 이상 노드레게의 말을 들었다가는 지금 이 천막을 모두 불태울 것 같았다.

“일어났나.”

천막이 젖히고 이곳을 진심으로 불태우고 나갈지 고민하던 아셀은 카이나의 사천왕 중 청룡이라고 불린 녀석이 들어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잠자리는 마음에 드는가?”

“......”

“흐음.. 표정을 보아하니 마음에 든 거 같군. 앞으로는 익숙해져야 할 걸세 주군의 처소는 이것보다 더 화려하고 거대하니까.”

히죽 웃어 보이는 놈의 얼굴에서 아셀은 그가 자신을 무시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노드레게 또한 청룡의 태도에 얼굴을 붉히며 항의하고 싶었으나 자신의 처지에 그저 분을 삭이고 있는 것이 아셀의 눈에 들어왔다.

“주군께서 너를 씻기고 데려오라고..”

“야.”

청룡의 말을 계속해서 할 수 없었다. 갑자기 자신의 정강이를 때린 아셀 때문에 말이 끊겼으니까.

“이게 무슨..”

“이게 무슨은. 너는 도대체 경우가 없는 새끼냐?”

“이놈! 감히 네놈 따위가 이 청룡님에게!”

“청룡이고 나발이고 너는 네 주군 남편 될 사람한테 따위나 붙이는 새끼야?”

너무나 당당히 말하는 아셀의 태도에 청룡은 잠시 멈칫거릴 수밖에 없었다.

아셀의 말들이 생각해보면 틀린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왜 이렇게 당당한 거지?’

맞는 말들이지만, 포로로 잡힌몸. 분명 지금 상황에 위축되고 낙담하고 있어야 할 게 분명하건만.

자신을 똑바로 노려보고 심지어 자신의 상황을 단숨에 이용하는 모습이 청룡으로 하여금 당황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름 말해.”

“이름이라니..”

“진짜 이름이 청룡 같은 별그지 같은 게 아닐 거 아니야.”

“처.청룡이 얼마나 멋진 이름이거늘 대대로 얼음 매 부족의 부족장이 직접 하사하는..”

“방금 멈칫거린 걸 보니까 너도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한 거 같은데.”

아니라고 자신할 수 없었다.

청룡 백호 주작 현무.

영광스러운 자리인 것은 맞지만, 평생 남들 앞에서 그렇게 불리는 것은 조금 수치스러움이 있었으니까.

‘내가 무슨 생각을!’

자신이 순간이나마 불경한 생각을 했다는사실에 청룡은 황급히 고개를 절레절레 털며 아셀을 노려보았다.

“네놈의 간악한 혓바닥에 넘어갈 뻔했구나! 다시는 듣지 않겠다!”

“별 이상한.. 너 방금 나한테 간악한 혓바닥이라고 했지? 내가 만약 이걸 카이나한테 말하면 네가 어떻게 될까? 네 혓바닥 내일까지 붙어있을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있어?”

“그.그건...”

잠시 생각을 해보니 만약 진짜로 아셀이 카이나의 남편이 되고 얼음 매 부족의 일원이 된다면 큰 무례를 저지른 것임을 청룡은 눈치챌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까... 내가 잘못 생각을.. 실례했다. 인간..”

“실수했다는 새끼가 계속 실수하네. 너 진짜 용대가리냐? 사람이 생각을 해야지 무슨 마물처럼 실수를 계속하시네?”

“아.아셀..!”

노드레게는 청룡을 갈구는 아셀의 모습에 사색이 될 수밖에 없었다.

청룡 또한 아셀의 모순 가득한 말에 잠시 얼굴을 붉힌 상황.

그는 긴 한숨을 내쉬며 붉어진 얼굴을 진정시키며 아셀을 바라보았다.

“죄송합니다. 예비 부군.”

“그래 좋은 태도야. 청룡인지 홍룡인지 금룡인지 뭔지 모를 애야.”

“....”

“아참 말할 게 깜빡했는데 카이나한테 결혼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전해 알았지?”

“이놈!!!”

자신을 놀렸다는 것을 깨달은 청룡이 결국 참지 못하고 허리춤의 검을 뽑아 들려는 순간.

다시 한번 천막이 활짝 열리며 카이나가 호탕한 미소를 띠며 들어왔다.

“으하하하! 아셀 자네 내 청혼을 거절한 것인가 나를 찬 남자는 네가 처음이다!”

“미친x....”

아셀의 말에 노드레게의 얼굴은 새하얗게 변했으며 청룡은 당장 죽일 듯 아셀을 노려보았다.

“이상황이 당황해서 그럴 수도 있지. 이해한다 하지만, 이 몸의 진실된 사랑은 그대의 얼음장 같은 마음을 녹일 수 있을 거라 자신한다 아셀이어!”

“진심으로 네가 생각해낸 말이냐. 아니면 길가에 돌아다니는 삼류소설 보고 외운 거냐?”

“...음.. 그게...”

아무래도 후자인지 조금 당황하는 카이나를 내버려 두고 아셀은 그녀가 두르고 있는 망토를 면밀히 살펴보았다.

“으응? 내 망토에 관심이 있는 건가?! 이런걸 좋아하는구나 그대 아셀!”

“부를 때 호칭은 하나만 정해라.”

“그대도 좋고 아셀이라는 이름도 좋은데 그냥 두 가지 다 부르겠다. 이건 승자의 권리이자 아내의 권리니까!”

“아직 너한테 지지 않았고 결혼도 하지 않은...”

아셀은 자신을 살기 어린 표정으로 갑자기 노려보는 카이나를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 생각해보니 이번 싸움 아니 대련은 내가 진 거 같고....”

“패배에 승복하는 자세에 다시 한번 호감이 느껴진다. 그대 아셀.”

“......”

더 이상 말을 하면 머리가 아파질 거 같아 아셀은 카이나가 두르고 있는 망토의 재질과 비슷한 새하얀 여우 가죽을 꺼내 들었다.

“그대 아셀 지금 뭐 하는 건가?”

“망토 만들어.”

“오오! 마치 내 망토 같군 그래.. 소설에서 본 적 있다 이게. 이게.. 그.그 커플룩이란 말인가!”

답지 않게 얼굴을 붉히는 카이나와 주군의 새로운 모습에 놀라워하는 청룡은 자신을 지긋이 바라보는 카이나의 말에 그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바로 눈치챘다.

“맞습니다. 주군. 이것이 인간들이 말하는 커플룩이로군요. 역시 그동안 독서를 하셔서 세상에 대한 이치를 깨달으신 거 같습니다.”

“그런가? 하하... 이거 조금 쑥쓰럽구만. 청룡이여.”

“사천왕은 아가리 잘 터는 기준으로 뽑는 거냐?”

완성된 카이나의 망토와 함께 아셀은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를 보며 헛웃음을 지어낼 수밖에 없었다.

‘이러니 이기지 못했지.’

[투신 카이나의 망토를 둘렀습니다.]

[그림자 재단사의 효과가 발동됩니다.]

[모든 무술의 재능. 신급 민첩성. 신급 동체시력. 멈출 수 없는 투지가 발현됩니다.]

[스탯이 재분배됩니다.]

[동기화 : 12%]

[원단의 재료가 동기화를 5%로 올려줍니다.]

하나같이 사기적인 재능들.

아셀이 망토를 두르자 자신과 똑같은 옷을 입은 아셀을 흡족하게 바라보던 카이나는 이내 눈빛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다.

“놀랍군. 아셀 방금 너는 내가 되었다.”

“하하 맞습니다. 주군. 커플룩을 했으니 두 분 모두 한 몸인 거 같군요.”

“머저리 같은 놈! 옷이 아니라 기운을 봐야지! 지금 아셀이 풍기는 기운은 마치 나와 같지 않더냐!”

“아..음..”

놀라워 하는 카이나를 무시하며 아셀은 이리저리 주먹을 내질러 보거나 카이나와의 싸움에서 그녀가 보여준 발차기를 몇 번 사용해보았다.

‘가볍다...’

우선 든 생각은 가벼움. 아셀은 자신의 몸이 이렇게 가벼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할 수밖에 없었으며 몸의 무게 중심을 본능적으로 찾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카이나의 사기적인 재능들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어떻게 한 것인가. 그대 아셀. 이런 종류의 능력이 있다고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그냥 잔재주지. 그런데 카이나.”

상념에서 깨어난 아셀이 카이나를 바라보자 그녀는 드디어 아셀이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었다는 사실에 기쁜듯한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말하거라 그대 아셀. 그대가 원한다면 이 설원의 모든 몬스터들의 머리라도 가져오마.”

“나랑 결혼한다고 했지.”

“결혼한다고가 아니라 우린 결혼한다. 그대 아셀이 나한테 넘어 온순간부터 정해진 사실이니까.”

“흐음.. 그건 아닌 거 같은데.”

“아니야?! 그게 무슨 소리인가 그대 아셀은 분명 나한테 잡혀.. 아니 패배해서 이곳에 오지 않았던가!”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한 카이나의 표정을 보며 아셀은 씨익 웃어 보였다.

“인간들 사이에서 결혼은 전쟁이라고 하더라.”

“결혼은 전쟁이다? 흐음.. 그렇게 쓰여있는 책을 본 적이 있던 거 같기도 하고..”

“그러니까 카이나 나는 아직 전투에서 졌지만, 전쟁에서 패배한 것이 아니라는 소리지.”

“그런가?”

“그래. 진심으로 나와 결혼하려면 진짜로 내 마음을 모두 항복시켜야 하지 않겠어?”

“일리 있는 말이다.”

아셀의 말이 마음에 드는지 카이나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그대를 항복시킬 수 있는 거지? 여기 있는 모든 보석을 주면 되는 건가?”

“보석은 별로 나도 많아서.”

한눈에 봐도 어린아이 주먹만 한 다이아몬드를 들고 있는 카이나를 바라보며 아셀은 두 주먹을 말아쥐었다.

“500번.”

“응?”

“500번 정도 싸우면 완벽하게 항복할 거 같아. 아 물론 500번 모두 네가 이겨야 가능하단 말이야. 단 한 번이라도 이기면 다시 내가.....”

쾅! 말을 이어가려던 아셀은 갑자기 내지른 카이나의 주먹에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볼을 스치며 지나갔는지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핏방울. 아셀은 자신을 바라보며 씨익 웃고 있는 카이나와 눈을 마주쳤다.

“방금 한번 진 거 같은데 499번 남은 건가 그대 아셀?”

“...... 방금 건 무효. 준비 시작! 해야 카운트가 세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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