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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재단사가 강해지는 법-122화 (122/201)

◈ 122화. 오릭스 (2)

“감사합니다 아셀님!”

아셀은 덜덜 떨리는 고개를 겨우 끄덕이며 눈앞의 존재의 감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만약 아셀님이 아니었다면. 저는 그 호숫가에서 익사했을 게 분명하지요. 아... 용사 가문의 후예가 물에 빠져 익사라니요. 그거야말로 실로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냥 놔둘 거 같았나?‘

평소였다면 입 좀 다물라고 말했겠지만, 지금 본래의 재능으로 돌아온 아셀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쟤 구하자... 그리고 쟤도.

오릭스가 비파의 거대한 공격에 시선이 팔린 사이.

아셀은 누네스의 도움으로 그림자 속에 숨는 것에 성공한 것이었다.

그리고 황급히 시간을 벌 만한 곳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기절한 빅터 마리우스와 물에서 허우적거리는 하나 술라를 발견한 것.

둘을 절대 죽게 내버려 둘 수 없는 존재들이었기에. 그림자 속에 숨겨두고 말릭과 케락스의 그림자를 융합한 그 순간.

하필이면 하나 술라가 먼저 정신을 차리고 만 것이었다.

“그런데 이건 아셀님의 고유 능력이신가요? 대단해요. 마치 세상과 다른 공간인 거 같습니다. 오! 그건 아셀님이 만든 옷인가요?”

하나 술라는 아셀의 손에 들려있는 오릭스의 가죽 갑옷을 바라보며 눈을 번쩍 떴다.

오릭스의 재능이 무엇인지 알고 싸우면 도움이 될 거 같기에 만들어 놓은 가죽 갑옷이었다.

’이것도 미친 재능이었지만...‘

만약 레드스컬과 관계가 틀어지지 않았다면 오릭스의 재능 또한 가져와야 할 재능중 하나일 정도였다.

[붉은 사자 오릭스의 가죽 갑옷을 만들었습니다.]

[원단의 효과로 동기화가 8% 증가합니다.]

[모든 무기에 대한 왕급 재능. 신급 감각. 균형 없는 정의. 붉은 기운을 담은 코어. 재능이 구현됩니다.]

“대단합니다. 아셀님! 이 완벽한 마감 처리! 저희 영지에서도 이런 솜씨의 재단사는 보지 못한 거 같군요.”

“.....”

아셀은 게임 속에서 기억하는 그녀에 대한 모습과 순진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지금 모습에 묘한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때는 분명...‘

고독.

가문이 멸족되고 하나 술라는 복수귀라는 이명에 걸맞게 그저 눈앞에 마족들을 베어 넘기며 살아갈 뿐이었다.

그 어떤 유저들도 그녀와 접점이 없었으며 그 어떤 npc들도 접점이 없던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죽인 마족의 수가 만 단위가 넘어가고 해치운 군단장의 숫자가 3명이 넘어갔을 때 세상은 그녀에게 용사라는 칭호를 내려주었던 것이었다.

“으음....”

“아! 빅터가 깨어나려고 하나 보군요. 이 친구가 깨어나면 이 난국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게 분명합니다!”

“......”

’왜 다들 깨어나고 지x이야.‘

짐심으로 아셀은 죽을 듯 기절했던 녀석들이 갑자기 깨어나려고 하는데 어처구니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냥 내버려 둬도 살아남지 않았을까?‘

이런 벌레 같은 회복력에 그냥 내버려 두어도 살아남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괜한 일을 한 게 아닌가 하는 후회가 몰려오는 것도 잠시.

빅터는 물에 맞은 것처럼 두 눈을 번쩍 떴다.

“여기는?! 전사들의 무덤인가?”

“아.......”

진심으로 아셀은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눈을 뜨자마자 외치는 빅터의 말에서 단숨에 머릿속에 머저리라는 단어가 떠올랐기 때문에.

“진정해 빅터. 여기는 아셀님이 펼치신 능력 안이고 우리는 아셀님의 도움으로 살아남은 거니까.”

“그런가.”

자리에서 일어나 갑자기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은 빅터를 바라보며 아셀은 눈을 껌뻑일 수밖에 없었다.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전사로써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법. 이걸 받아주시겠습니까?”

“어...?”

빅터가 내민 것은 작은 단창이었다.

그냥 단창도 아닌 마리우스가의 상징이자 아셀이 그토록 구하고 있던 7 무지개 무구 세트의 하나인 [마리우스의 단창]이었던 것이었다.

’생각 이상으로 맛이 간 놈인가!?‘

“야야 마리우스 그런 걸 그냥 드린다고 하면 어떻게?!”

’그래도 하나는 정상인 거 같아서 다행이군.‘

조금 수다스럽고 과장된 모습이 있어서 걱정했으나 이성적으로 말하는 하나 술라를 바라보며 아셀이 다행이다 싶은 미소를 짓는 것도 잠시.

하나 술라는 놀랍게도 한쪽 다리를 꿇으며 아셀에게 절을 올리고 있었다.

“목숨을 빚진 것. 남은 인생 앞으로 아셀님에게 충성하겠습니다!”

“.......”

“과연 하나! 목숨을 빚진 건 이런 물건 따위로 갚을 수 없는 법이지. 그 말뜻 잘 알아들었다!”

똑같이 절을 올리며 고개를 숙이는 빅터 마리우스를 바라보며 아셀은 놀랍게도 욕설을 내뱉었다.

그가 평상시의 겁쟁이 특성이 지속되고 있는 와중에!

“병x들....”

***

잠시 소란이 있어 생각지는 못했지만, 그림자 속에 숨은 것은 아셀로서도 도박에 가까운 수였다.

지난번 황금 기사단의 대장급 인물들이 그림자 속에 숨은 아셀을 찾지 못한 데에서 나온 도주 방법.

그러나 오릭스같이 전장에서 살아온 녀석들에게 통할지 미지수에 가까운 일이었다.

“거대한 기운이 느껴진다.. 전사의 혼을 울리는군.”

먼저 오릭스가 다가오는 것을 눈치챈 것은 빅터였다.

그는 아셀에게 자신이 어떤 전사인지 설명하던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위를 바라보았으니까.

’역시 알아차리는구나.‘

그래도 50분은 버틴 상황.

앞으로 10분만 있으면 그림자 재단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쑤욱. 무언가 반응을 하기도 전에 아셀은 숨어있던 그림자 속으로 들어오는 손아귀에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아셀경!”

“아셀님!!”

우악스러운 손아귀가 아셀을 잡고 지상으로 끌어올렸지만, 그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

애초에 오릭스 같은 무인을 상대로 본래의 재능으로는 신급 무기를 쥐어도 상대가 되지 않았으니까.

“허어.. 재미있는 능력을 사용했구나 아셀 필드...”

이 드넓은 숲에서 자신을 따돌린 것에 대한 분노가 일어난 오릭스가 단숨에 아셀의 목숨을 끊으려는 것도 잠시.

누네스의 단검 수십 개가 동시에 오릭스를 향해 날아들었다.

“아셀님을 내려놓아라!”

“전사답게 일대일로 싸우자!”

그와 함께 올라온 빅터와 하나를 바라보며 오릭스는 무슨 개소리지 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대들과는 상관없는 일이오.”

아무리 오릭스가 선을 넘는 일을 했다고 하지만, 마리우스가와 술라가의 후기지수들에게까지 손을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물러나...”

말을 하려다 말고 오릭스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빅터의 회색빛 검강을 바라보며 표정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손발 하나씩 정도는 괜찮겠지.”

펑! 펑! 가볍게 내지른 오릭스의 주먹.

그것에 막혀버린 빅터의 장창과 하나의 검.

둘은 믿기지 못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것도 잠시. 누네스는 계속해서 그림자 속에서 오릭스를 향해 단검을 쏘아냈다.

“괜찮은 부하들을 데리고 다니는군.”

“이게 무슨..”

“어..어라?”

순식간에 빅터와 하나를 제압하고 아셀에게 다가오는 것도 모자라 오릭스는 놀랍게도 그림자 속에 들어있던 누네스를 향해 바닥에 떨어진 단검을 던지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용병으로 살면 그 어떤 무기들에도 익숙해져야 하니까 말이오.”

오릭스의 옷을 만들어봐서 잘 알고 있었다.

녀석은 모든 무기에 거의 완벽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 너 잘났다.”

하나 술라와 빅터 마리우스가 오릭스와의 일합에 기절한 순간. 아셀은 기다리고 있던 1시간이 다 되었기에.

그는 말콤의 그림자를 불러들이며 피식 웃어 보였다.

’역시.. 10분은 버텨주네.‘

미래의 용사들.

그들의 재능은 갑자기 개화된 것이 아니라는 듯. 아셀의 예상과 다르게 10분이나 버텨 준 것이었다.

“... 뭐지?”

오릭스는 방금 전과는 비교도 하지 못할 정도로 강해진 기운 그리고 달라진 아셀의 분위기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눈을 껌뻑였다.

“하하하하... 아 아셀님이 그림자라는 사실을 말하는 걸 까먹었었네요.”

“그림자였다고? 망할 모기 새끼가 그런 중요한 걸 이제야 말하면..”

오릭스 같은 용병들이 그림자들을 만나보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그 또한 그림자들을 여럿 사냥해본 경험이 있는 것. 그때마다 그는 목숨을 걸 정도로 까다로운 상대들이었던 것이었다.

슈아아아아! 오릭스가 리쿠아에게 소리칠 새도 없이. 아셀의 삼지창 포세이돈에서 놀랍게도 물로 만들어진 소용돌이가 쏘아지기 시작했다.

“물 한 방울도 없는 대기 중에서 저 정도의 물을?!”

경악해하는 리쿠아와 다르게 오릭스는 차분한 눈으로 자신의 철검을 들어 올렸다.

상대가 그림자라는 걸 아는 이상 무엇이 나와도 놀랍지 않은 것이었다.

“흐읍!”

부풀어진 오릭스의 팔뚝이 아셀이 연달아 쏘아내는 소용돌이들을 가르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붉은 사자 같은 그의 머리카락은 쭈뼛쭈뼛 서 오르는 것.

아셀의 삼지창을 막기 위해 8성급 후반의 무인이 전력을 내고 있는 것이었다.

카가가가강! 말콤의 창술은 거친 파도 속에 숨겨진 창이 내질러지는 것에 정수가 있는 것.

그 까다로운 용왕의 창을 놀랍게도 오릭스는 모두 받아치고 있었다.

“이건...”

“어디 인어들과 어울리기도 했나 아셀 필드?”

점점 여유가 생기자 씨익 웃어 보인 오릭스는 자신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런 거대한 공격들은 마나를 상당히 갉아먹는 법.

단숨에 승리를 끝내려는 것은 올바른 판단이었지만, 상대는 이 세상 모든 전쟁을 경험했던 자신이었다.

“만약 다른 존재들이라면 애를 먹었을...?!”

말을 하다 말고 오릭스는 갑자기 바뀌기 시작한 아셀의 창에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같은 창법이나. 달라졌다.

마치 완성에 가까운 무인이 억지로 기운을 억누르며 사용하는 것처럼!

[으음... 바다가 아닌 곳에서 나온 것은 처음이구만.]

용왕 신기.

말콤의 경험을 불러들인 아셀의 두 눈은 어느새 진한 푸른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대체 정체가 무엇이냐 아셀 필드... 그 어떤 그림자들도 너처럼 이런..”

말을 할 새가 없었다.

계속해서 몰아치는 소용돌이와 그 안에 담긴 창들은 겨우 생긴 오릭스의 여유마저 사라지게 만들었으니까.

“이런 망할!”

까득거린 오릭스의 이빨 사이에서 붉은 피가 주르륵 흘러내려왔다.

굴욕.

한참을 어리고 한참 경지가 낮은 아셀을 상대로 전력을 내야 한다는 사실이 무인으로서 그의 자존심에 거대한 상처를 냈기 때문에.

“검.. 다음은 창인가?”

온갖 무기에 능통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더니. 아셀은 평범한 철검이었던 오릭스의 무기가 갑자기 창으로 변하여 자신을 향해 쇄도해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파파파팟! 오릭스의 창과 아셀의 창이 불꽃을 튀며 서로 부딪쳤다.

신기에 가까운 삼지창 포세이돈의 연격을 맞고도 멀쩡한 오릭스의 창.

아셀은 저것이 단순히 모습만을 바꾸는 것이 아닌 높은 등급의 무기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좋은 걸 가지고 다니네.”

“.......”

수치심에 눈을 부릅뜬 오릭스는 이빨을 까득이며 더욱더 자신의 코어에 거대한 마나들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그의 온몸에서 나오는 거대한 기운들은 지축을 떨리게 하는 상황.

놀랍게도.

용왕 신기를 사용하며 말콤의 경험을 불러들이고 있는 아셀이 오릭스와의 접전에서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으음... 강한 존재다.]

말콤 마저 오릭스의 강함을 인정했다.

차근차근 경지를 올려 강해진 무인들보다 오릭스 같이 몸을 깨달은 녀석들이 더욱 강하고 까다로웠기에.

만약 다른 8성급의 완성의 무인이었다면, 지금 아셀은 절대로 밀려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만 죽어라 여흥은 이제 끝이니까.”

창에서 박도로 바뀌는 순간. 오릭스가 붉은 사자의 모습을 한 거대한 검기들을 수백 개 쏘아내기 시작했다.

[이건 막지 못한다...]

말콤의 우려 속. 아셀은 씨익 웃으며 수백 개의 사자 모양의 검기를 바라보았다.

“그럴까?”

아셀의 중얼거림과 함께 그가 서 있던 자리의 흙들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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