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재단사가 강해지는 법-120화 (120/201)

◈ 120화. 히어로즈 컵 (4)

“길게 끌거 있나 바로 시작하지.”

바빌의 황제의 연설이 끝난 후 7용사 가문의 가중 마리우스는 졸린 눈빛을 하며 나긋하게 말했다.

“그럴까요?”

“마리우스가의 가주님이 그러시다면.”

그와 함께 그에게 동조하듯 말하는 몇몇 용사 가문의 가주들.

다른 용사 가문의 가주들보다 나이가 많은 이유도 있지만, 마리우스가의 가주 쿠훌 마리우스가 어떤 남자인지 알고 있는 자들은 그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살아있는 전설이라는데.. 나원참.’

그도 그럴 것이 그는 300년 전 마족들과의 싸움에서 마리우스가의 시조와 직접 같이 싸운 인물 중 하나였기 때문에.

‘잠깐만.. 쿠욘도 그렇고 설마 저 녀석도?’

잠시 쿠훌을 바라보고 있던 아셀이 문득 자신도 모르게 전 마탑주 쿠욘을 떠올리는 것도 잠시.

쿠훌과 눈이 마주친 아셀은 그가 문득 눈웃음을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확인하고 싶은 게 많으니 말일세.”

“그럼 마리우스 가주님이 선언해주시지요.”

바빌의 황제조차 살아있는 전설인 마리우스에게 이번 히어로즈 컵의 개최선언을 양보할 정도.

잠시 툴툴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마리우스는 짙은 회색 눈으로 참가는 젊은이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다들 파이팅해라. 그럼 시작.”

설마 저게 시작의 말인가 의구심이 들 정도.

몇몇 후기지수들이 멍하니 있는 사이 벌써부터 숲으로 달려가는 녀석들을 발견하고는 빠르게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뭐 저리 급하다고.”

남들 모두가 앞으로 숲으로 달려들고 심지어 라무스는 오러까지 일으키며 달린 끝에 숲속으로 벌써 사라진 상황.

아셀은 그 모습들에 헛웃음을 짓고 있는 사이 신성 기사단 쪽에서 놀라운 음성들이 터져 나왔다.

“아셀 파이팅!”

“빛의 기사 아셀 파이팅!”

“가라 아셀! 화산을 무너트린 것처럼 저 숲도 무너트려 버려!”

‘빨리 가야겠군!’

더 이상 이곳에 있다가는 안 될 것을 직감한 아셀이 순식간에 오러를 일으키는 것도 모자라 부분 가속까지 펼치며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저게 무슨..”

“저 아이 아직 20살도 되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나?”

“필드가의 가주 유론. 자네 장남은 도대체 어떤 수련을 한 것이오!”

순간 보여준 아셀의 경지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7용사 가문의 가주들이 놓칠 리가 없었다.

심지어 살아있는 전설 쿠훌 마리우스의 표정에 나른함은 사라진 상황.

유론이 무어라 말하려는 것도 잠시. 헤스티야 교의 교황 안티오크가 자부심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 말릭군이 잘 가르친게지요.”

“허어.. 말릭의 제자라고 하더니.”

“그 스승의 그 제자로구나!”

“후훗. 가주님들 제가 말씀은 드리지 않았지만, 사실 아셀 저 아이가 말릭군의 제자가 되었을 때 하늘에서 수만 마리의 황금색 비둘기가 내려오고..”

“....”

‘저 사이비들 또 시작한 거 같은데요?’

‘내버려 두게.’

‘그냥 흘려들어.’

7용사 가문의 가주들이 안티오크의 말에 표정을 굳히며 질색하는 것도 잠시.

아피엘가의 가주는 아셀이 떠나간 자리를 바라보며 묘한 미소를 지어냈다.

“노린 건.. 성공하겠구나.”

그가 손에 쥐고 있던 지팡이로 무언가 툭툭 건들자 바빌의 사냥터 전역에 펼쳐진 무언의 결계에 작은 흠집이 생겨났다.

***

“저쪽으로 간다!”

“저리 꺼져 이건 내 사냥감이야!”

“망할! 아라! 아라! 이쪽으로 와봐! 자이언트 오우거야!”

숲속으로 들어온 아셀은 사방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와 고함 소리 그리고 거대한 기운들을 단숨에 느낄 수 있었다.

‘20명이었나?’

현재 히어로즈 컵에 참가한 젊은 인재들은 모두 20명.

하늘을 바라보니 아셀은 거대한 전광판에 빠르게 올라가는 점수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라무스. 하나 술라, 빅터 마리우스, 지안 아피엘.’

다른 녀석들은 그저 그런 점수였으나 유독 저 4명의 점수가 빠르게 올라가는 것을 발견한 아셀은 씨익 웃어 보였다.

“원래 우승자 이름이 지안 아피엘이었구나.”

4명의 점수가 벌써 100을 넘어가고 있었지만, 아셀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떠오르지 않았던 원래 우승자의 이름이 떠오른 것이 만족할 뿐.

시익 시시시익!

생각에 잠겨 걷고 있던 아셀은 자신의 앞에 나타난 오크 10마리를 발견하며 아르테스를 빠르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쉬이이이이익! 쉬이이이익! 3성급 몬스터들 따위가 아셀의 검을 막을 수는 없는 법.

빠르게 녀석들을 잡아내고 전광판을 바라본 아셀은 30점으로 올라간 자신의 점수를 발견 할 수 있었다.

‘몇성급 몬스터를 잡냐에 따라 점수가 올라가는 건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던 아셀이 턱을 쓰다듬는 것도 잠시.

그는 이번에는 5성급 몬스터인 자이언트 트윈 오우거가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오는 것을 단숨에 검강을 일으켜 양단해 버렸다.

[아셀 필드 100.]

이번에는 무려 70점이 올라간 상황. 남들보다 늦게 사냥터에 도착해 단 두 번의 사냥으로 벌써 상위권에 진출한 아셀은 머리를 긁적이며 자신의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이해가 안 되네. 몇성인지에 따라 점수가 오르는 게 아니었나 봐?”

몬스터의 난이도에 따라 점수가 오르는 것이 아니라면 몇 가지 가설들이 아셀의 머릿속에 떠오를 뿐이었다.

“사냥 시간이나 방식인가....”

사냥에 걸린 시간과 어떻게 사냥했는지에 대한 방법.

그것들이 추가적으로 점수를 줄 수 있다고 짐작한 아셀은 피식 웃어 보이며 아르테스를 빙글빙글 돌려보았다.

“재미있네. 게임 같이 말이야.”

몬스터들의 피 냄새를 맡고 이번에는 놀랍게도 라이칸슬로프들이 수십 마리 나타나자 아셀은 씨익 웃으며 녀석들을 향해 달려갔다.

“너희들은 몇 점 주려나?”

6성급 몬스터. 과연 녀석들이 몇 점을 줄지 그리고 코어 안에 들어 올 마나들이 얼마나 많을지 아셀은 너무나도 기대가 되었다.

***

“필드가의 아르센 공자 탈락이오!”

“고생했다 아르센. 어서 쉬거라.”

“아버지.. 흐윽.. 흐으으윽.”

한 손이 완전히 망가져 버려 무인으로서의 삶을이 망가진 아르센이 대회에서 가장 먼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법.

그는 수치심과 열등감에 눈물을 흘렸지만, 유론은 그저 따뜻하게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줄 뿐이었다.

“아르센은 저렇지만... 아셀 저 아이는 대체 뭐란 말인가?”

“이거 이미 대회의 우승자는 정해져 있었구만.”

“허어... 라이칸슬로프 십여 마리를 그냥 도륙을 내?! 이보게 필드가의 가주 자네 아들은 나이를 속이고 히어로즈컵에 참가한 게요?”

“허어.. 가주님들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꿈에서 수만 마리의 황금 비둘기가 나타났다니까요?”

아셀의 말도 안 되는 모습들에 안티오크 교황은 이미 아셀이 성유물 하나를 박살 낸 것에 대한 일들은 사소한 일로 치부하고 있었다.

’하하. 용사 가문의 가주들 표정 보니 여신께서도 기뻐하시는 게 느껴지시는구만.‘

다른 용사 가문의 후기 지수들이 힘을 합쳐 겨우 사냥하는 몬스터를 대수롭지 않게 사냥하며 앞으로 나가는 아셀의 모습에 모든 가주들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역대 그 어떤 히어로즈 컵에서도 저렇게 규격 외의 존재가 나타난 적은 없었으니까.

“크하하하! 역시 우리 사위야! 내가 사람 하나는 잘 봤단 말이지?!”

오직 페루가의 가주 테일라스만이 자신의 장남의 모습보다 아셀의 활약에 웃음을 터트리고 있을 뿐이었다.

“사위?!”

“페루가에서 벌써 혼담을 넣은 건가?”

“끄응... 페루가와 필드가의 연합이라. 이거 우리도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다른 용사 가문의 가주들이 인상을 찌푸리며 앞으로의 일들에 고민을 잠기는 사이.

아셀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던 마리우스가의 살아있는 전설 쿠훌이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빅터의 아버지이자 가문을 대표하는 기사인 테린을 불렀다,

“테린.”

“예 대가주님.”

대가주.

나이가 들어 가주의 업무는 모든 가주의 일은 테린이 맡고 있는 상황. 그렇기에 마리우스가의 사람들은 쿠훌을 모두 대가주라 부르며 칭송했다.

“자네 딸이 올해로 나이가 어떻게 되더라?”

“올해로 16입니다.”

“16.. 그래 얼마 차이 안 나는 구만, 지금 당장 필드가에 혼담을 넣게.”

“?!”

쿠훌의 덤덤한 말에 모든 용사 가문의 가주들은 넘어 대륙의 두 황제마저 경악하며 두 눈을 크게 떴다.

“마리우스가에서 먼저 혼담을?”

“이런 경우는 처음 아닌가..?”

쿠훌의 존재감만으로 이미 대륙 모든 용사 가문의 위세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던 마리우스가였기에.

그들이 먼저 혼담을 제안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그게 무슨 소리시오! 이미 내가 점찍은 사위구만!”

“식장 들어가기 전에는 모르는 일이라도 페루가의 가주여.”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쿠훌은 눈을 껌뻑이고 있는 유론을 바라보았다.

“어떻소 필드가의 가주.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되는데?”

“아들의 미래는 아들 스스로가 정하게 하고 싶습니다.”

“좋은 마음가짐이오. 테린 자신 있나?”

짓궂은 미소로 무표정한 얼굴인 테린을 바라보자 그는 전쟁을 앞둔 기사가 비장한 각오를 말하는 것처럼 입을 열었다.

“제인은 마리우스가 아니 대륙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이입니다.”

“망할! 내 딸들은 페루가의 보석들이라고! 어디 숟가락을 들이밀어 이것들이!”

***

“하아.. 하아 좀 더... 아버님의 기대에 부응해야 해.”

지안 아피엘.

아피엘가의 수대에 걸처 나온 천재라고 불린 존재.

그는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며 자신의 지팡이에 가득한 몬스터의 피를 털어냈다.

“쉬고 있을 시간이 없어.”

이곳에 온 지 벌써 5시간.

지안은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눈앞에 보이는 몬스터를 사냥했다.

단순한 이유였다. 어려서부터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기에.

그리고 지안의 아버지가 히어로즈 컵에서 우승을 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아버지의.. 기대에 부합해야 해.”

입술을 깨물며 지안은 서둘러 다음 사냥감을 찾아 헤맸다.

전광판. 자신의 앞에 있는 아셀 필드라는 존재의 점수는 지금 이시간에도 계속 올라가고 있었으니까.

그것은 아셀 필드는 이 숲에 들어오고 단 한 번도 쉬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저런 게...‘

처음에는 경지가 낮은 몬스터만 사냥한다고 생각한 지안이었다.

그러나 자신과 점수가 두 배 차이가 나는 순간부터 경지가 높은 몬스터를 중심으로 아셀 필드가 잡고 있음을 알게 된 것.

그것에 경악할 새도 없이 지안은 지팡이를 몬스터에게 찔러넣을 수밖에 없었다.

“어라? 이상하네.. 분명 아쿠아색 머리라고 생각했는데?”

“누구냐!”

몸을 혹사했기에. 평소보다 날카로운 지안의 기감에 진한 마기가 걸려들었다.

’어떻게 마족이 이곳에!‘

대륙의 모든 강자들이 모인 자리에 마기가 느껴지는 것은 불가능한 법.

지안의 눈동자에 믿지 못하겠다는 듯한 놀라움이 생기는 것과 동시에 어둠 속에 감춰져 있던 존재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하하하. 초록색이랑 파란색은 헷갈리니까요. 지안님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는 음.. 그래 지안님 아버님의 동업자라고 해야 할까요?”

“뭐..?”

“멍청한 모기 새끼. 그런 걸 말하면 되나.”

“아.. 이런 건 말하면 안 되는 거였나? 흐흐흐 잊어주세요. 지안님.”

지안은 여자의 말보다 어둠 속에 섞인 남자의 목소리에 경악하듯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여기에 있으면 안 된다. 아니 저자가 어떻게 이곳에 있다는 말인가?!

“오.오릭스?”

“에이... 오릭스님 바로 들켜버렸네요. 제가 목소리부터 감추자고 했잖아요!”

“.....”

레드스컬 용병의 단장이자. 대륙의 전설적인 용병 사자왕 오릭스.

그가 사자 갈기 같은 머리를 흩날리며 지안의 앞으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흐음... 유명세는 역시 귀찮구만.”

“당신이 도대체 여기에 왜...”

“형제들의 복수를 위해서.”

“뭐요?”

지안은 뒷말을 삼키지 못했다.

어느새 바빌 황가의 사냥터 전역에 짙은 어둠이 드리워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하찮은 이유니. 아필엘가의 장남은 신경 쓰지 않는 게 좋을 거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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