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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재단사가 강해지는 법-117화 (117/201)

◈ 117화. 히어로즈 컵 (1)

-...그렇구나 네 뜻이 그러하다면 알겠다.

-아..형님.

필드가에서 나와 바빌로 향하는 아셀은 안타까워 하던 유론의 시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도련님이 신성기사단이랑 같이 바빌로 가신다는군.

-어쩔 수 있나... 예전에 우리가 아셀님의 재능을 알아보지 못한 게 잘못이지.

-그래도 우승하면 필드가 사람이라는 것은 달라지지 않지 않은가.

은근히 자신들과 함께 바빌로 가기를 원하는 필드가의 기사들은 아셀이 신성 기사단과 함께 움직인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표할 뿐 불만은 내비치지 못했다.

이들중 대다수가 아셀이 어떤 이유로 필드가를 떠났었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볼 때마다 나를 놀라게 하는구나 우리 빛의 기사!”

바빌 근처로 이동하던 신성 기사단의 야영지에 도착한 아셀은 두팔을 벌려 환영하는 말릭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아.. 스승님.”

“오랜만이야 빛의 비둘기!”

“평화의 성화가 왔구나!”

“하하하! 오랜만이다 징벌의 망치!”

“......”

스승 말릭을 따라 이곳에 온 신성 기사단은 모두 10명.

아셀은 그들이 활짝 웃으며 말해주는 이름들에 정신이 어질어질거릴 수밖에 없었다.

‘죽여버릴까...’

진심으로 아셀은 눈앞에 있는 이들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들은 진심으로 칭찬의 의미로 말하는 것이었기에.

그는 긴 한숨을 내쉬며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었다.

“흐음... 그런데 아셀 코어에서 소금기가 느껴지는데 바다에서 수련이라도 한 게냐?”

“에이.. 단장님 무슨 코어에서 소금기가..”

“맞습니다. 바닷속에서 수련했습니다.”

“진짜?”

스승 말릭의 놀라운 통찰력에 아셀은 조금 놀라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바닷속에서 수련을 어떻게 한 거지?”

“혹시 바다에서 검을 휘두른 건가?”

“필드가의 아이니 그럴 수도..”

“그렇단 말이지.”

주변 기사들의 놀라운 반응과 다르게 스승 말릭은 담담한 표정으로 아셀을 바라보았다.

“사실. 내가 이곳에서 너를 데리러 온 것은 교황 성하의 명령 때문이었다.”

“... 혹시 성유물 박살낸 거 때문에 그런가요?”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뭐 일단 역정은 내셨긴 했는데..”

아셀의 생각지도 못한 말에 말릭이 잠시 머뭇거리며 말해주다 이내 헛기침을 내뱉으며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잠깐이지만, 네게 가르침을 주라고 하셨기 때문이지.”

“아...”

‘너무 노골적이시네.’

헤스티야교의 교황 안티오크 4세.

그가 어떤 이유에서 말릭을 자신에게 보낸 것인지 아셀은 단숨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내가 그렇게 우승하기를 원하는 건가?’

잠깐이라도 가르침을 주어 이번 히어로즈 컵에서 우승하기를 바라는 것.

그렇게 된다면 이번 대에서도 신성 기사단은 대륙의 제일 기사단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화합을 논하는 자리에서 서로 이득만 챙기니 원...’

아셀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미래는 이번 히어로즈 컵에서 지금 대륙 곳곳에서 일어나는 재앙에 대비해 서로 화합하고 소통하는 자리가 되기를 원했다.

그렇게 된다면 미래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게 분명했으니까.

“허나. 내가 지금 딱히 네게 가르쳐줄 게 없는 거 같구나.”

눈앞의 제자의 성장은 말릭의 상식을 뛰어넘은 것.

그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니 바빌로 가는 길에 서로 검을 겨루어 보자꾸나.”

“검을요?”

스승 말릭의 제안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아셀은 이내 피식 웃으며 사출의 주머니에서 아르테스를 꺼내 들었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스승님.”

대륙 제일의 기사와의 대련.

그것은 분명 큰 깨달음으로 아셀에게 다가올 게 분명했기에.

“긴장하거라 빛의 기사 아셀..”

빛의 기사라는 이명에 아셀이 말릭에게 핀잔을 주기도 전에 그는 그의 몸을 점점 감싸기 시작한 신성의 갑옷들을 발견하며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대련은 예전처럼 흘러가지는 않을 테니까.”

신성의 갑옷으로 완전 무장한 말릭의 모습에 주변의 기사들은 침음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단장님이 수련 때 갑옷을 꺼내신 적이 있었나?”

“없었지.. 하지만 아셀 저 아이는.”

“특별하지 않은가.”

말릭과 마주 선 아셀 또한 신성의 갑옷을 순식간에 불러내자 몇몇 눈썰미가 좋은 기사들은 아셀의 갑옷이 이전과는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날개!”

“허참. 지난번에는 그렇게 작았던 날개가 이제는 커졌구만!”

“이제는 비둘기라고 부르지 못하겠어.”

“이런.. 그건 가르시아 주교님이 마음에 들어 하시던 아셀의 이명이었는데.”

‘...진심 죽여버리고 싶다.’

짜증을 가득 담아 아셀은 말릭을 향해 달려들었다.

쾅! 거대한 소리와 함께 두 개의 검강이 부딪치는 순간. 아셀은 모든 짜증이 잊혀질 만큼 입가에 진한 미소가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로즈도 그렇고 말릭도!’

일검을 나누게 된 것.

대륙의 제일의 기사의 검강을 지금 아셀이 막아내고 있다는 사실에 그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단숨에 알아차릴 수 있었으니까.

“... 훌륭하다 아셀.”

솔직히 일검을 나누려면 몇 차례 더 대련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고민하던 말릭은 진심으로 놀라워 하며 아셀을 바라보았다.

***

“차질은 없는 거겠지요.”

덜컹거리는 마차. 그러나 그것은 일반적인 마차가 아니었다.

우선 마차의 표면에 양각되어 있는 수많은 나뭇잎들은 그곳에 타고 있는 존재가 높은 신분임을 저절로 알 수 있게 해주었으며 마차 안쪽은 놀랍게도 일반 저택의 거실과도 같은 거대한 공간!

타고 다니는 마차에 이런 사치를 부릴 수 있는 존재들은 대륙에 몇 없었다.

“에이 그럼요 프레스코님! 설마 아피엘가는 우리를 믿지 못하는 건가요?”

“마족을 믿을 만한 용사 가문의 후예는 아무도 없소.”

“아하하하 그런가요? 하지만, 300년 전의 일들은 우리 묻어놓고 서로의 미래를 위해서만 생각하자구요!”

“..이득이라. 그런데 뱀파이어들이 어째서 필드가의 아이를 노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군.”

아피엘의 말에 뱀파이어 리쿠아는 헤실거리며 웃어 보였다.

“원한 때문이라면 이해해주시려나?”

리쿠아의 말에 남자는 자신의 옆에 놓여있는 지팡이를 툭툭 건드리며 눈앞의 마족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원한이라...”

‘으... 아무리 잘못을 했다고 하지만, 이건 기름을 짊어지고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꼴이라고요!’

리쿠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프레스코가 지팡이로 자신의 목을 꿰뚫는다고 해도 저항하지 못할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7대 용사 가문의 가주는 그만한 힘이 있는 것이 당연했기 때문에.

‘아무리 버리는 장기말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혈족인데!’

리쿠아는 내심 자신의 처지에 비관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아버지이자 뱀파이어들의 로드 퀴리가 아셀에 의해 정신체가 봉인된 상황.

그곳에서 빠져나온 리쿠아는 그것에 대한 착임을 뒤집어 쓰고 7대 용사 가문의 가주와 협상하는 위험한 일에 투입될 수밖에 없었다.

“마족들이 대륙을 돌아다니는 것은 잘 알고 있는 일들이었지.”

“하하.. 이제는 뭐 대외적인 비밀은 아니죠?”

“그 전부터 마족들과 관련 있는 인간들이 없던 것도 아니고.”

피식 웃어 보인 프레스코는 아피엘가 특유의 초록빛 머리를 쓸어넘기며 입을 열었다.

“역시 마족들은 욕망을 자극한다고 하던가.”

“그렇다는 건?”

“받아들이지. 그 아셀이라는 필드가의 아이는 아피엘가의 어린 나무들을 가리는 그림자가 될 거 같으니까 말이지.”

“아하하하 잘 생각하셨어요! 프레스코님! 자리만 만들어주신다면...”

쉬익! 리쿠아가 반응하지 못하는 사이 어느새 프레스코의 지팡이가 그녀의 얼굴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갔다.

‘미친 미친! 방금 조금만 옆으로 다가왔다면 저는 죽었을 거라고요!’

볼가에 흐르는 피. 그것을 신경 쓰기도 전에 리쿠아는 죽음이라는 공포가 온몸을 뒤엎었다.

“착각하지 말게 마족. 내가 그대들에게 제안을 받아들인 건. 그저 [문]을 열어주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관련되는 것이 없기 때문이야.”

“그.그렇죠?”

“고작 문을 여는 것으로 마족 같은 잡것이랑 협력한다고 생각하면 곤란해 나는.”

잠시 말을 멈춘후 프레스코는 입꼬리를 씨익 올려보았다.

“용사들의 후예이자. 지난 히어로즈 컵의 우승자니까 말이지. 아! 그리고 이번 연도 히어로즈 컵의 우승자의 아비가 될 테니까 말이야.”

‘이.. 이미친놈이 무슨 말을 하는 걸까요?’

리쿠아는 그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피엘가의 사람들이 태생부터 머리에 나사가 하나씩은 빠져있다고 들었지만, 지금 가주는 자신이 하는 말이 무엇인지 스스로가 이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기 때문에.

“그러니 정확히 알게 나는 그대들에게 협력하는 게 아니야. 그저 문을 열어주는 것뿐이라고.”

“그.그럼요. 아하하하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

“흐음.. 그런데 그건 도대체 무엇이었더냐?”

“어떤거 말씀이십니까?”

“삼지창을 다뤘을 때 말이다. 그건 마치 누군가에 씐 듯 싸우더구나.”

“아...”

말릭을 향해 포세이돈을 사용한 아셀은 용왕 신기까지 사용하며 덤벼들었지만, 결과는 처참 그 자체였다.

단 일격도 말릭에게 제대로 닿은 것이 없었으며 닿았다고 해도 그것들이 말릭의 신성의 갑옷을 뚫어내거나 흠집조차 내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 멀었네...’

누가 들었으면 경악을 했을 말.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아이가 말릭의 몸에 무기가 닿았다는 것은 모든 기사들로 하여금 경악하게 만드는 그런 것이었다.

실제로 신성 기사단의 기사들은 아셀을 보며 무언가 자극을 받은 모습들이었으니까.

“아셀 저 아이가 저렇게 고생해서 강해졌는데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지.”

“그런데 대단하지 않아? 어떻게 저런 나이에...”

“나는 아셀 저 아이를 바라보니 마치 하늘의 천사들이 악을 벌할 때 사용한 거대한 삼지창이 떠오르더군.”

“아! 자네도 마찬가지인가 그럼 징벌의 삼지창.. 이거 어떤가?!”

“좋은 이명인데?!”

이 모습에 또다시 이상한 이명이 붙은 거 같아 머리가 지끈거린 아셀이었지만, 그는 바빌의 수도 [로니아]에 도착하며 체념한 듯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그저 바다에서 얻은 깨달음일 뿐입니다. 스승님.”

“역시.. 아셀 너는 대단하구나. 바다에서조차 깨달음을 얻다니. 역시 여신님이 너를 나와 만나게 해준 것은..”

‘아.. 제발.’

또다시 사이비들 같은 말을 하려는 말릭에게 질렸다는 듯 아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이.

대륙의 두 거대한 제국 수도의 입구인 로니아를 바라보며 아셀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여전히 대단하군.’

거대한 사자 두 마리가 조각되어있는 거대한 개선문.

그곳을 통과하는 수만의 사람들 모두가 아셀과 신성 기사단은 물론 대륙 곳곳에서 몰려들고 있는 용사 가문의 무인들을 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저건.. 예전에 박살 났지만..’

바빌리나 4세가 그림자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대륙의 곳곳에서 징벌이 왔을 때 가장 먼저 부서진 건축물이 바로 저것이었다.

“흐음.. 그러고 보니 이건 기회인가?”

대륙 각지에서 모인 강자들과 미래에 두각을 나타내는 후기지수들.

이번 기회에 그들의 그림자를 흡수한다면 분명 앞으로 있을 모든 일들에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누구부터...’

잠시 고민에 잠겨있던 아셀은 갑자기 어디선가 들려오는 외침에 상념에서 깨어날 수밖에 없었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말릭이다!!!!!!”

‘뭐지. 광신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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