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4화. 용왕신기? (3)
하늘에서 계속해서 쏘아지는 황금빛 기운들에 마오치치는 속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이.이 망할 것이!’
기껏 키워놓은 자신의 수족들은 이미 옆에서 폭발하여 살점과 피가 튀어나오는 상황.
그 보다 더 심한 것은 어렵게 투드린의 몸안에 만들어놓은 자신의 훈련소가 순식간에 폐허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만해!!!]
마오치치의 고통스러워 하는 절규에 아셀은 그저 입꼬리를 씨익 올릴 뿐이었다.
“마나 달달하고.”
하급 마족 수백 명이 자신에게 반격다운 반격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쓰러지는 일에 기분 좋은 미소가 저절로 지어질 수밖에 없었다.
펑! 펑! 남은 유지 시간을 모두 투자해 쏘아낸 샤인 에로우가 마오치치를 제외하고 놈의 훈련소를 폐허로 만드는 것에 성공한 순간.
아셀은 투드린 녀석이 고통에 몸부림치다 결국 기절한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네놈! 네놈! 누구냐!]
드디어 끝난 샤인 에로우 폭격에 정신을 차린 마오치치가 눈빛에 흉흉한 살기를 띠며 외쳤다.
그것에 답을 해주기 전에 아셀은 누네스의 그림자를 불러들이며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뭐.뭐야 어디 갔어!?]
‘여기!’
순식간에 사방의 그림자를 타고 이동한 아셀이 단검 수십 개를 동시에 던지는 순간.
마오치치는 당황하여 손발이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또 무슨!]
사방에서 날아오는 단검들.
주변 그림자를 이동하며 마오치치 하나에게 던져대는 모습은 마치 수십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단검을 던지는 것만 같았다.
[커헉 이.. 이 자식 아픈 데를....]
심지어 아셀이 집중적으로 노린 곳은 놈의 몸에 가득한 아직 치료가 되지 않은 상처들.
그곳에 단검들이 박히자 마오치치는 고통에 침음을 삼켰으며 놈의 몸에서는 마족 특유의 검은색 피들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단검 40개를 맡고도 멀쩡히 서 있네?’
일순간 쏘아낸 단검이 박혀있는 마오치치는 잠시 휘청거릴 뿐 제자리에 서서 이제는 그림자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네놈 그림자들이냐! 파랑스님에게 속아 고통받은 불쌍한 족속들!]
“처음에 설명해 줬잖아.”
그림자 잡기.
대상의 뒤를 무조건 잡는 기술.
아셀은 그림자 속에서 그림자 잡기를 펼치자 자신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마오치치의 등 뒤로 이동했다.
“재단사 아셀이라고.”
힘껏 내찌른 단검이 놈의 등을 정확히 파고들어 갔다.
한눈에 보아도 치명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놈은 괴성을 내지르며 집게로 이루어진 오른팔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
생각 이상으로 높은 놈의 체력에 아셀은 일순간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죽여버리겠다! 네놈!]
후웅 하고 휘둘러지는 놈의 집게에서 놀랍게도 거품까지 쏘아지는 상황.
하나하나가 6성급 이상의 기운을 가지고 아셀의 눈앞에서 폭발하기 시작했다.
펑! 펑! 순간 주변의 공간들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으며 투드린은 고통 속에 피를 토한 것도 잠시.
황급히 그림자 속으로 이동해 놈의 공격을 피했던 아셀은 위에서 들려오는 거대한 폭발음에 침음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림자가 생길 만한 곳에 모두 흩뿌리는 건가?”
아셀의 중얼거림처럼 마오치치는 그림자가 생길만한 곳 모두에 자신의 거품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투드린의 몸 안의 거대한 상처들이 생겨나며 붉은 피가 거대한 공간에 쏟아져 흘러들어오기 시작한 것.
광소를 터트리며 사방에 거품을 뿌려대는 마오치치를 바라보며 아셀은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귀찮게 하네. 그냥 빨리 죽지.”
가끔 마족들 중에서도 유난리 재생력이 높거나 체력이 높은 녀석들이 존재했었다.
그때마다 몇날 며칠을 밤을 새워서 레이드했던 기억이 떠오른 아셀은 혀를 차며 말릭을 그림자를 불러들이는 순간.
그림자 속에 더 이상 있을 수 없게 된 아셀은 튀어오르듯 지상을 향해 솟구쳤다.
[나타났구나 네놈!]
‘이쪽!’
놈이 어디서 어디로 거품을 쏘아낼지 아셀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용왕신기 그것에 의해 모든 흐름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으니까.
[신성력까지?! 흐.. 네놈 필드가의 자식이라는 녀석이 그림자라는 게 얼마나 수치스러운 건지 모르더냐?]
“마족에게 수치라는 소리는 듣기 싫은데? 그러면 네놈은 대가리에 새우 대가리 달아놓고는 수치가 뭔지 모르는 건가?”
[이건 내 용맹의 상징이야!]
온몸을 감싸는 거대한 신성의 갑옷.
그와 함께 아르테스를 잡고 있는 손아귀에서 터져 나올 것 같은 힘을 방출하자 아르테스의 검강이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가루가 되어도 그렇게 서 있을 수 있을지 보자고.”
아셀의 아르테스와 놈의 집게가 서로 맞부딪치기 시작했다.
[커헉! 비겁하다.. 신성력이라니!]
“너도 비겁하네 마기를 사용하다니!”
히죽 웃으며 상극인 신성력의 검강을 미친 듯이 휘두르자 마오치치의 온몸에 심상치 않은 상처들이 가득 새겨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조금 있으면.’
사냥에 성공할 수 있었다.
경지에 맞지 않은 8성급 기운을 무리하게 사용했기에 코어는 불타는 듯 아파 오고 그림자 재단의 유지 시간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지만, 아셀은 녀석을 사냥할 수 있음을 확실했다.
놈의 온몸에서 쏟아내는 피들이 심상치 않았기에. 점점 뒤로 물러나거나 집게를 휘두르는 와중에도 크게 휘청거렸기 때문에.
[안 돼! 나는... 나는 여기서 죽을 수 없어!]
“어차피 미래에 죽으나 지금 죽으나 똑같아.”
아셀이 방긋 웃으며 아르테스를 미친 듯이 휘두르고 그안에 생겨난 크고 작은 십자가들을 터트리며 마무리하려는 순간.
그의 머릿속에 놀라운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나를 사용해라..]
“뭐야?!”
순간 너무나도 놀라워 아셀은 잡고 있던 아르테스를 놓칠뻔한 것을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 참아낼 수 있었다.
[나를 사용해라 아셀! 지금이 네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기회다!]
‘말콤?’
말콤의 목소리.
그것이 머릿속에 웅웅거리며 울려 퍼지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심지어 놈은 포세이돈을 사용해 마오치치를 사냥하기를 원하는 상황.
‘내가 원하는 것?’
단 한 번.
고통에 괴성을 지르는 놈의 몸에 있는 십자가를 터트리기만 해도 마오치치를 사냥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상황 속에서 100%의 동기화도 되지 않은 말콤의 그림자를 불러들이는 것은 위험한 도박인 상황.
게다가 말콤의 그림자를 불러들이면 가뜩이나 줄어든 유지 시간이 또다시 줄어들 것이 분명했다.
[아셀! 어서!]
머릿속에서 다급하게 외치는 말콤의 목소리에서 녀석은 진심으로 지금을 안타까워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동기화를 알아차린 건가?’
결국 긴 한숨을 내쉬며 아셀은 말콤의 그림자를 불러들이는 순간.
마오치치의 온몸을 괴롭히던 크고 작은 신성력의 십자가들을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뭐. 뭐지?!]
죽다 살아난 마오치치가 자신의 몸을 바라보며 눈을 껌뻑이는 것도 잠시.
아셀이 포세이돈을 휘둘러 녀석을 꿰뚫으려고 하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포세이돈.. 그래 하찮은 무기 자랑이.]
콰가가가가강! 몸을 방해하는 신성력이 사라지자 마오치치는 빠르게 집게를 휘두르며 자신에게 날아오는 소용돌이들 모두를 막아내기 시작했다.
[네놈의 명줄을 갉아먹었구나!]
놈이 휘두르는 집게들과 쏘아내는 거품들.
마기가 가득 담긴 그것들이 사방에서 터져 나가자 포세이돈을 휘두르는 아셀의 손이 급급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야... 말콤.”
점점. 아셀은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말콤과의 동기화는 그리 높지 않았으며 동기화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빠르게 끝내기 위해 무리하게 큰 공격들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망할 이 생선 새끼 말 듣는 게...’
[다 들린다.]
다 들린다는 말에 아셀의 눈이 번쩍 떠졌다.
[슬슬 반격하자.]
수세에 몰리기 직전인데 무슨 반격이냐고 아셀이 반문하기도 전에 포세이돈이 부르르 떨더니 말콤이 거품처럼 나타나기 시작했다.
[용왕신기의 묘리를 절대로 잊지 말아라. 저런 거대한 공격들 속에서도 바다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니까 말이야.]
말콤의 손이 아셀의 손위로 겹치기 시작했다.
마치 어디론가 인도해주는 스승의 그런 손길처럼!
[동기화가 올랐습니다.]
[스킬 용왕신기가 생성되었습니다.]
“?!”
동기화가 올라간 것은 물론 스킬 융왕 신기가 생성되었다는 메시지가 아셀의 눈앞에 나타났다.
아셀이 경악을 하기도 전에 그가 휘두르는 포세이돈은 더 이상 바다의 저항을 받지 않은 것만 같았다.
[용왕신기. 그것의 핵심은 바다가 되는 것.]
[동기화가 올랐습니다.]
[동기화가 올랐습니다.]
[동기화가 올랐습니다.]
미친 듯이 동기화가 올라가는 것을 확인할 새도 없었다.
아셀은 지금 자신이 벌이고 있는 무위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내가 창을 이렇게 휘두를 수 있다고?’
[네놈! 지금 뭐 하는 것이더냐!]
점점 폭발하는 자신의 거품들을 모두 쳐내며 마오치치 몸 곳곳에 포세이돈을 찔러내는 데 성공하자. 경악하는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마치...”
빙의. 접신.
포르틴이 그랬던 것처럼 아셀은 지금 자신에게 말콤이 빙의한 것 같은 착각을 주기 충분했다.
[바다가 되는 것은 용왕이 되는 것이다.]
덤덤한 말콤의 말에 아셀은 두 눈을 크게 떴다.
바다의 모든 생명을 사랑하니 마니 하는 그런 이상한 기술인 줄 알았건만. 마지막에는 용왕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말콤.
아셀은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빙의인가?”
[그거랑은 조금 다르다.]
휘둘러진 포세이돈에서 만들어진 수백 개의 소용돌이가 순식간의 마오치치의 몸 곳곳을 휘젓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 그만! 그만!]
고속으로 이동하는 수백 개의 소용돌이에 마오치치의 온몸이 난자당하는 것은 당연한 법.
녀석의 고통스러워 하는 괴성소리에도 아셀은 그저 무덤덤한 표정으로 포세이돈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저 네게 인도를 해줄 뿐. 완벽하게 네가 되는 것이 아니니 빙의나 접신은 아니지.]
“그런가.”
몸을 완전히 신에게 빼앗기는 포르틴의 경우와 달랐다.
아셀은 자신의 몸에 주도권을 가졌으며 가져오는 것은 그저 말콤의 능력뿐이었으니까.
‘사기적인 능력이야.’
입가에 진한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 아셀은 난자가 되어 쓰러진 마오치치의 가슴에 무심하게 포세이돈을 찔러넣었다.
[커헉... 모든 마족들이.. 너를... 주목할 거다.]
심해왕이라는 거창한 이명을 가지고 있으며 인어들의 수도 롱메티시를 폐허로 만든 존재라고는 믿기지 못할 정도의 허무한 최후.
그만큼 용왕신기로 말콤이 깃든 아셀의 무위가 압도적이라는 소리였다.
“아...”
싸움이 끝나자. 용왕신기가 풀린 아셀은 순간적으로 몰려오는 고통과 현기증에 정신을 잃을뻔한 것을 겨우 참아낼 수 있었다.
“반동이...”
심했다. 심지어 무리하게 8성급 기운을 사용하고 있었기에. 타들어 가는 코어는 전신을 칼로 찌르는 듯한 고통을 주었기 때문에.
“후우... 후우....”
그것과 더불어 본신의 몸으로 돌아온 아셀은 결국 자리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도 참 못할 짓이야...’
덜덜 떨리는 손. 그리고 겁마저 잊어버리게 할 정도의 거대한 고통이 순식간에 아셀의 몸 안으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