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3화. 용왕신기? (2)
애완동물이라는 말에 아셀이 경악을 마저 쏟아낼 틈도 없이 거대한 투드린이 아셀의 앞에 나타났다.
‘크다.’
확실히 컸다.
지난번 고성 아메라에서 봤던 크라켄 수십 마리를 합친 것과도 같은 거대한 크기.
그럼에도 고고하게 새하얀 녀석의 모습은 사람의 혼을 빼놓을 만한 모습들이었다.
[오오 투드린! 너의 아빠가 왔다 그런데 조금 커진 거 같구나!]
말콤이 무어라 소리쳤지만, 투드린에게는 들리지 않는 소리였다.
그저 거품이 부르르 떠오를 뿐.
애초에 녀석은 포세이돈 안에 있는 존재였기에. 아셀 또한 말콤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 퍼질 뿐이었다.
부오오오오오! 거대한 파공음만으로 주변을 부르르 떨게 만드는 투드린의 모습에 아셀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으엉? 쟤가 왜 저렇게 달라진 거 같지. 사춘기인가?]
“설마 지금 대사도 입력되어 있는 겁니까?”
자신의 정당한 물음에는 입력되지 않았다는 말로 얼버무리던 말콤이 얼빠진 소리로 투드린을 바라보는 모습에 아셀은 진심으로 어이가 없어질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이건 마기인데.]
순간이지만, 말콤의 눈빛에서 약간의 살기를 아셀은 읽어낼 수 있었다.
모든 순수의 상징인 인어들이 그렇듯 마족에 대한 증오는 지워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도대체 애한테 뭘 먹였길래 저렇게 커지는..”
[어이쿠. 시간이 다 되었네. 투드린에게 안부 잘 전해주게 아셀!]
“.....”
갑자기 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말콤을 바라보며 아셀은 또 한 번 삼지창 포세이돈을 부러트리고 싶은 마음이 솟아올랐다.
‘그냥 부술까? 좋은 무기는 어차피 많으니까?’
순간 치밀어 오른 분노였지만, 우선 눈앞에 있는 저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잠겨야 했다.
심해어 투드린은 거대한 입을 벙긋거리며 아셀을 집어삼킬 듯 달려오기 시작했으니까.
부어어어어! 작정하고 소리를 지르는지 놈이 내지르는 거대한 외침은 충격파로 아셀에게 달려들었다.
“?!”
갑작스러운 충격파에 꼴사납게 바닥을 구를 수밖에 없던 아셀은 이빨을 까득이며 투드린을 노려보았다.
“이 생선 새끼가!”
쿠이가의 그림자를 불러들인 아셀은 요정목 지팡이 미네르바를 놈에게 겨누자 수십 개의 마법들이 동시에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펑! 펑! 펑! 순간 심해 안에 있던 물들이 증발되거나 사라지게 만들기 충분한 마법들.
그것들이 투드린의 몸에 쏘아졌으나 놀랍게도 녀석의 피부는 매끄러운 새하얀 빛을 유지하고 있었다.
‘월석 혜나!’
모두가 월석 혜나의 영향을 받아 강체로 변한 녀석의 몸에서 나오는 사기적인 방어력들.
아셀은 바닷속에서 놈을 저지할만한 수십 가지 마법들을 계속 쏘아내는 것과 동시에 그림자 재단의 유지 시간 또한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부오오오오오! 몸에 흠집조차 내지 못해도 계속해서 쏘아지는 마법에 투드린의 신경이 날카로워졌기에.
녀석은 이전보다 더 큰 동작으로 아셀에게 달려들었다.
‘보인다!’
이전이라면 보이지 않았을 게 분명했다. 허나 말콤에게 용왕신기를 전수 받았기에. 투드린이 어디에서 어떻게 나올지 눈에 보이는 상황.
아셀은 말콤의 그림자를 불러들이지 않고 있는 지금 자신의 눈에 보이는 투드린의 몸짓에 즐거움을 눈빛을 반짝였다.
“한스.”
쿠이가와의 유지 시간은 거의 끝나갔기에. 아셀은 미련 없이 로브를 벗고 순식간에 한스의 그림자를 불러들였다.
“박살 난다.”
품 안에서 꺼낸 한스가 직접 만들어 준 망치들.
그것들에 한스 특유의 검은색 오러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흐읍!”
순식간에 놈의 등위로 올라탄 아셀이 녀석의 껍질이 박살 나는 심상을 굳게 마음속에 새겨넣는 것도 잠시.
그의 팔이 잔상을 남기며 빠르게 투드린의 등에 내려처지기 시작했다.
카가가강! 분명 심해 속이었건만 투드린의 강철에 부분 가속과 그림자 망치질이 함께 사용되고 있는 아셀의 망치가 내려처지자 거대한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이게 부서져?’
거대한 소음에도 생각 이상의 기운을 담아 내려쳤는데도 투드린의 껍질은 멀쩡했으며 오히려 한스가 직접 만든 망치만이 박살 나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 이상으로 충격을 먹었는지 몸을 부르르 떠는 투드린을 바라보며 아셀은 씨익 웃어 보였다.
“좋은 방어구가 될 거 같네.”
한 번에 부서지지 않는다면 여러 번으로!
아셀은 품 안에 있는 망치들을 계속해서 쉬지 않고 내려치기 시작했다.
부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녀석의 괴로운 비명소리.
분명 이쯤이면 부서져야 할 게 맞건만, 아셀은 너무나도 멀쩡한 투드린의 껍질을 바라보며 벌써 박살 난 10개째 망치를 미련 없이 던졌다.
“뭐 안 부서질 건 알고 있었어.”
부어어어! 투드린이 마치 그러면 계속해서 공격했냐는 듯한 억울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외치는 것만 같았다.
‘애초에 이걸 사냥한 방법도 애초에 정상은 아니었으니까.’
수만의 유저들과 npc들이 계속해서 공격해도 뚫리지 않던 단단한 껍질을 아셀 혼자서 박살 낼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녀석의 등위에 올라타 망치를 내려친 것은 그저 분풀이.
아셀은 자신을 떼어놓기 위해 벽면에 자신의 몸을 들이박을 모습을 보여주는 투드린을 바라보며 씨익 웃어 보였다.
“네가 겉은 단단해도.”
놈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처럼 아셀 또한 등위에 고래들과 똑같이 달려 있는 녀석의 숨구멍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몸속도 그렇게 단단할까?”
부어? 안 좋은 예감이 투드린의 몸 안을 가득 채우며 부르르 떠는 것도 잠시.
아셀은 미련 없이 투드린의 몸속으로 자신의 몸을 던졌다.
***
투드린의 몸 안으로 들어온 아셀은 마치 미로처럼 펼쳐진 공간에 놀라운 듯 눈을 껌뻑일 수밖에 없었다.
‘마치 하나의 세상 같군.’
움찔거리며 어떻게든 몸안에 있는 아셀을 토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 보였기에
피식 웃어 보인 아셀은 놈의 몸 안의 거대한 복도와 같은 길들을 바라보았다.
“인위적으로 만들었다.”
투드린을 레이드했을 적. 이곳에 들어온 수많은 유저들이 쏘아대는 스킬들에 놈의 내부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제대로 된 정보가 없었다.
그저 어떻게든 눈앞에 몬스터를 쓰러트리는 데 혈안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놈이 쓰러지고 나서 나온 것들에만 관심이 있었지.’
이런 거대한 몬스터를 잡고 나올 아이템이나 얻어낼 경험치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이었기 때문에.
아셀은 적당한 곳에 커다란 구멍을 뚫자 투드린의 몸이 고통에 부르르 떨리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동안 단단한 껍질에 의해 보호되고 있었기에. 내부에서 울리는 작은 고통에도 심하게 괴로워하는 것이 분명했다.
“여기가 좋겠다.”
만들어둔 공간에 몸을 숨기며 아셀은 말릭과 케락스의 그림자 재단 융합을 시전했다.
‘앞으로 상대할 녀석은.’
말릭의 버프들과 케락스의 버프들이 합쳐지기 시작하자. 쥐었다 폈다 하는 손아귀에서 넘칠 것 같은 힘이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한 단계 높은 경지에 올랐지만, 덜덜 떨고 있는 손.
아셀은 원래의 재능으로 돌아온 것이 혀를 차며 두 눈을 꼭 감으며 시간이 어서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마오치치.’
여기서 상대할 녀석들은 투드린뿐만이 아니었다.
이 내부 깊숙한 곳에서 자신의 군세를 불리고 있을 마오치치. 그 잡것을 상대해야 했으니까.
‘놈의 경지는 군단장보다 아래.’
수많은 마족들을 거닐고 갑자기 튀어나와 기습했던 것이 문제였지. 애초에 녀석의 경지는 지난번 상대했던 뱀파이어 로드 퀴리보다 낮은 위치에 있었다.
‘그렇다고 약한 건 아니지.’
흑마법사들이 계약을 원할 만큼 마오치치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마족이었다.
‘그래도 닿았었다.’
아셀이 녀석과 싸울 것을 확신한 것은 지난번 로렌시에서 황금 기사단 단장 로즈와 일검을 나누었다는 사실에서 오는 자신감이었다.
“시간이 되었다.”
어느덧 다시 그림자 재단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되자 아셀은 두 눈을 뜨며 투마리스의 그림자를 불러냈다.
끼리리릭. 끼리리릭. 아셀이 걸음을 옮기면 옮길수록 복도처럼 펼쳐진 투드린의 몸이 심하게 요동치는 것이 느껴졌다.
심지어 안쪽으로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올라오는 진한 마기들.
아셀은 그것에서 나오는 짜증을 풀 듯 벽면에 단검을 내려치며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부우우우우!!! 아셀이 단검을 내려칠수록 심해어 투드린은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몸을 부르르 떠는 상황.
놈의 비명을 들으며 천천히 앞으로 내려가던 아셀은 저 멀리서 무언가 스멀스멀 다가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인..인간?]
스멀스멀 다가온 것은 문어와도 같은 모양의 하급 마족.
놀라워 하는 녀석을 바라보며 아셀은 그저 무덤덤한 표정으로 황금활 기온을 쏘아낼 뿐이었다.
[으.으억?!]
순간적으로 8성급의 기운을 방출 할 수 있게 되었기에.
아셀이 쏘아낸 수백발의 화살들은 마치 동시에 쏘아진 것 같았으며 한 발 한 발이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하급 마족이 지금 아셀이 쏘아낸 화살들을 당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흐음....”
단번에 놈이 쓰러지고 들어온 마나들에 아셀이 흡족해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잠시.
그는 투드린의 몸 안에서 거대한 공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것이.. 이것이.]
무언가 쇠를 긁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으며 난파된 배에서 나오는 비명소리가 수백 개 합쳐진 듯한 괴성이 아셀의 귓가에 들어왔다.
[하하.. 이몸의... 이 심해왕의 군세에 적합한 재료들이다!]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진 녀석의 말.
아셀은 거대한 공동에서 무언가 나르고 있는 수백 마리의 하급마족들과 가운데에서 괴성을 내지르며 광소를 터트리고 있는 심해왕 마오치치를 발견했다.
“어쩌면.”
아직까지 놈들은 아셀을 발견하지 못한 상황. 그는 황금활 기온을 놈들이 있는 곳으로 겨누며 씨익 웃어 보였다.
“지금 놈들을 발견한 건 잘된 거일 수도 있다.”
미래에 수백 마리의 마족들을 거닐고 갑자기 유저들을 급습했던 것과 다르게 아직 수백 마리의 하급 마족만 거닐고 있는 것.
그리고 마오치치 녀석의 몸에 아직 완전히 치료되지 않은 상처들이 많은 것이.
인어들의 왕과의 싸움에서 얻은 부상들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다시.. 물위로.. 누구냐!]
마오치치의 광소는 아셀이 쏘아내는 샤인 에로우에 뚝하고 끊겼다.
[누가.. 감히 이곳에!]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던 마오치는 공중을 가득 채운 거대한 늑대 모양의 황금빛 기운들에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재단사 아셀.”
수백 발이 동시에 쏘아진 샤인 에로우.
일순간 무리하게 끌어올린 8성급 기운들에 잠시 코어가 타는 듯이 괴로웠지만, 눈앞에 괴성을 내지르는 마족들에서 성능이 확실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으..으악!]
[마오치치님!]
[사.살려주세요!]
거대한 공동이라고 하지만, 놈들이 한 공간 안에 몰려있었기에. 수백발의 거대한 기운들을 가진 샤인 에로우에 커다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
아셀은 자신의 몸 안으로 들어오는 마나들에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또 궁금한 거 있어?”
[이놈! 감히.. 감히 이 마오치치님의 훈련소에!]
훈련소라는 이상한 이름을 외치는 마오치치는 집게로 되어있는 오른팔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