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2화. 용왕신기? (1)
-모든 바다의 생명들을 사랑하는 마음가짐에서 용왕신기는 나타난다네.
-........
말콤은 그 말만을 남기고 거품이 되어 사라졌었다.
허망한 듯 말콤을 바라보고 있는 아셀만을 남기고!
“바다의 모든 생명을 사랑하라고?”
아셀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짓고 있는 사이 심해로 이어지는 거대한 구멍에서 갑자기 거대한 아귀 같은 몬스터가 튀어나왔다.
쉬아아아아! 괴성을 지르며 아셀을 발견하자마자 달려드는 그것.
최소 6성급의 몬스터!
‘저런 걸 사랑하라고!?’
진심으로 어처구니없던 아셀은 빠르게 뒤로 물러나며 짜증을 내듯 포세이돈을 거칠게 휘둘렀다.
순식간에 수십 개의 소용돌이가 만들어지더니 아셀이 창을 내지를 때마다 거대한 심해의 몬스터를 향해 쏘아지는 것도 잠시.
그는 수십 개의 거대한 구멍이 생기며 결국 쓰러지는 몬스터를 바라보며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그래... 생명 중 몬스터는 제외하고일 거야. 아니면 말이 안 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셀이 최악의 경우를 부정하는 것도 잠시.
그의 기대는 다음 날 불러낸 말콤의 말에 의해 산산조각 날 수밖에 없었다.
[바다가 품은 모든 존재들. 그것들에 몬스터도 있는 게 당연한 게 아니던가.]
“나를 잡아먹으려고 하는데요?”
[흐음.. 입력되지 않는 말이군.]
아셀의 당연한 물음에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도망가는 녀석의 모습에 순간 삼지창 포세이돈을 두 동강 내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올랐다.
‘그냥 박살 내?’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거 같으니 내가 시범을 보여주지.]
흉흉한 아셀의 기운을 느꼈는지 말콤은 황급히 근처 지나가고 있는 가재의 앞에 털썩 주저앉는 모습이 나타났다.
[잘 보게 이 가재의 아름다운 집게와 단단해 보이는 껍질들을!]
“......”
[자네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지만, 바다의 모든 생명을 사랑하는 나는 알 수 있네. 방금 이 가재가 밥을 먹었는지조차 말이야.]
“와...”
가재의 식사 여부가 전설적이라고 표현한 용왕신기를 익히는 데 과연 어떤 도움이 되는지 아셀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이거 설마. 익히지 못한 게 아니라 그동안 안 익힌 거 아니야?’
역대 용왕들이 익히지 못했다는 용왕신기.
그러나 아셀은 지금 말콤이 가재를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눈과 부담스러워 하는 가재의 모습에서 역대 용왕들이 일부러 익히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바다의 존재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면..]
부르르. 갑자기 포세이돈에 강한 진동이 일어나기 시작하더니 순간 말콤의 몸에서 피어나는 푸른 기운들이 더욱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
[바다의 위대함을 알 수 있다.]
일어난 특이한 기운과 더불어 아셀은 눈앞에 있던 가재가 갑자기 말콤에게 다가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뭐지.. 이건 뭔가?’
가재를 유혹하는 데 성공해서 놀란 것이 아니었다.
방금 말콤의 몸에서 일순간 터져 나온 기운을 아셀의 온몸에 소름을 돋게 만들기 충분했으니까.
[이것이 용왕신기의 기본.]
말을 멈춘 말콤은 일순간이지만, 완성된 무인들만이 풍기는 그런 위엄을 보여주었다.
[바다와 하나가 되는 것. 그것이 용왕신기다.]
[절설급 기술에 대한 단서를 찾았습니다.]
“맙소사...”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 그리고 말콤의 모습들.
아셀의 마음속에 쌓였던 모든 의구심들을 순식간에 사라지게 만들었다.
[한번 해 보거라.]
거절할 수 없는 위엄 어린 말에 아셀은 말콤처럼 가재의 앞에 앉아보았다.
‘사랑하는 법.. 망할.. 아니 이 작은 가재를 사랑하자.’
순간 들어온 부정을 억지로 지워내고 아셀이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하는 순간 그의 눈앞에 기분 좋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동기화가 올랐습니다.]
말콤과 외적인 동기화 50%가 되어 있는 상황.
지금 동기화가 올랐다는 것은 말콤과 내적으로 닮아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다르다.’
바다의 모든 것을 사랑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순간부터.
아셀은 자신의 코어에 들어오는 마나의 양이 미묘하지만 달라진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와 함께 아셀은 점점 자신에게 다가오는 가재의 미묘한 부분까지 자신도 모르게 알아차렸다.
‘껍질에 상처가 4개. 하나는 어딘가 물린 거 같고. 배 부분에 따개비가 3개.. 맙소사.’
자신도 모르게 가재의 전반적인 모습들까지 알아차리기 시작한 것.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말콤을 바라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아셀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다와 내가 동일시되면 모든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럼 몬스터들의 약점도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는 겁니까?”
[어.. 분명 사랑이라고 말했는데 왜 사냥부터 생각하는...]
“바다를 사랑하기 위해서 바닷속에 있는 쓰레기를 치우는 거지요. 말하자면 환경 보호의 일환이라고 할까요?”
아셀의 말에 말콤은 그저 눈을 껌뻑일 수밖에 없었다.
[... 그런가?]
심지어 아셀의 궤변이 포세이돈 속에 입력되어 있는 말이었는지 묘한 납득까지 하는 모습.
그 모습에 씨익 웃어 보인 아셀은 점점 자신의 손을 타고 올라오며 기분 좋은지 집게를 딱딱거리는 가재를 바라보았다.
‘그러면 여기서 광렙이 가능하다는 소리잖아?’
만족스러워 하는 아셀의 미소. 그와 함께 순간 바다의 모든 것들이 사랑스러워 보이자 그의 눈앞에 기분 좋은 메시지가 다시 한번 나타났다.
[동기화가 올랐습니다.]
***
심해에 들어가기 며칠간 아셀은 주변의 모든 존재들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었다.
[그렇지! 자네는 정말 천재로구만 나 이후로 돌고래의 등에 타고 다니는 인어.. 아니 인간이 나올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동기화 65%
지난 며칠간 아셀이 얼마나 많은 존재들을 관찰하고 사랑하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는지 보여주는 모습들이었다.
‘오묘하다.’
말콤의 놀라움처럼. 아셀 또한 돌고래의 등위에서 빠르게 바닷속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상황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동기화가 60%가 넘어가며 이런 희귀한 생물들이 저절로 아셀에게 다가왔었기 때문에.
“흐음...”
순간 아셀은 돌고래를 몰고 나아가던 방향에서 순간적으로 옆으로 피했다.
푸아아아! 그와 함께 아셀이 있던 자리로 솟아오르는 거대한 고압수들.
이전에는 미처 알지 못한 미묘한 부분들까지 아셀은 본능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동기화가 올랐습니다.]
[그래.. 아셀 자네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 그 느낌을 모두 잊지 말고 기억하게.]
아셀이 점점 말콤과 내면의 동기화가 될수록 바다의 모든 것들이 저절로 느껴졌다.
심지어 그의 창술 또한 내면의 동기화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위력이 강해지는 것은 당연한 법.
돌고래를 타고 지나가던 아셀의 앞에 수십 마리의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몬스터들이군.. 자네 이번에도?]
“바다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휘두른 포세이돈에 거대한 소용돌이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바다의 흐름을 이제는 저절로 알아차릴 수 있었기에. 가능한 모습들.
그 거대한 소용돌이에 몬스터들이 일순간 굳은 모습을 보여주자 아셀은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쓰레기들 청소를 조금 하겠습니다.”
[음.. 그러게.]
[동기화가 올랐습니다.]
말콤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오르는 동기화들.
아셀은 자신이 쏘아낸 거대한 소용돌이에 난자가 되어 사라지는 몬스터들을 바라보며 씨익 미소 지었다.
‘어디가 약점인지 저절로 알 수 있게 되다니.’
이게 바닷속에서만 이런 건지 물 위에서도 그런 건지 아셀은 빨리 확인을 해보고 싶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앞으로의 모든 싸움들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은 당연한 법이었다.
‘좋은 기술이 생겼네.’
포세이돈을 바라보는 아셀의 눈에는 더 이상 짜증스러움이 묻어 있지 않게 되었다.
***
동기화를 75%까지 올린 아셀은 드디어 심해로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히어로즈 컵에 출전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여기서 이렇게.”
깊은 바닷속 심해. 이곳은 사방이 어둠으로 감싸져 있었으며 몸을 짓누르는 거대한 압력은 일반인이라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셀은 마치 육지에서처럼 편안하게 내려가고 있는 상황.
인어 거품의 숨과 용왕신기로 변화된 코어의 상황이 가능하게 해주는 모습인 게 분명했다.
“흡!”
순간 절벽 사이를 뚫고 나온 거대한 지렁이와도 같은 몬스터가 달려들었지만, 이미 그것에 대한 기척을 느낀 아셀의 앞에서는 무용지물인 기습.
그가 포세이돈을 화려하게 휘두르자 눈앞에 있던 이름 모를 몬스터가 순식간에 양단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점점 기나긴 구멍을 모두 지나가는 순간.
아셀의 눈앞에 바다의 숨겨진 공간 심해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심해어 투드린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나.”
거대한 공간 속.
천장에 박혀 있는 거대한 광석들이 별처럼 반짝였으며 바닥에서 입을 뻐끔거리고 있는 거대한 조개들 속에 있는 사람 머리만 한 진주들.
이곳에 있는 모든 몬스터들은 거대했으며 주변을 둘러보아도 그저 무언가 반짝이고 무언가 거대한 것이 지나가는 것만이 보일 뿐이었다.
“심해어 투드린..”
하늘에서 떨어진 월석 혜나를 먹은 심해어.
아셀은 게임을 플레이했을 적 그것이 바다에서 튀어나와 수많은 선박들을 공격했던 사건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저 레이드 몬스터였는 줄 알았지.’
크라켄 따위들과는 비교도 되지 못할 정도로 거대한 투드린.
심지어 월석 혜나의 영향으로 변화된 녀석의 몸은 수많은 유저들과 npc를 바닷속으로 수장시키는 데 충분했다.
‘그것에서 설마 마족들이 쏟아져 나올 줄은..’
대규모 토벌대가 조직되고 수많은 유저들이 합심해서 투드린을 레이드 하는 데 성공하는 순간.
아셀의 녀석의 입에서 튀어나온 수만 마리의 마족들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은 그러지 못해.”
그 사건이 일어나려면 무려 6년은 남은 상황이었다.
심해왕 마오치치.
그 잡것이 분명 지금부터 심해어 투드린 안에서 마족들을 키워내고 있을 것이 분명한 상황.
심해위 마오치치와 계약한 흑마법사들이 인어들을 가지고 실험을 하던 것에서 아셀은 모두 알 수 있는 사실들이었다.
부어어어 무언가 거대한 울음소리가 심해에 울려 퍼지자 아셀의 머릿속 가득했던 상념들이 사라졌다.
“익숙한 울음소리.”
그 거대한 울음 소리에 아셀의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지금 이곳으로 다가오는 존재가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부르르. 이번에도 포세이돈이 저절로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마치 지금 다가오는 그것에 저절로 반응하듯이!
[놀랍군. 아직도 살아있었단 말인가?]
부르지도 않았고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았건만 말콤이 포세이돈에서 튀어나오자 아셀은 조금 놀랍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내 애완동물 투드린... 그 아이가 아직도 살아있었다니.]
“뭐라고?!”
부오오오! 그 거대한 고동소리가 또다시 심해어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묘하게 다른 것은 마치 친구를 만나는 반가움이 가득 묻어나 있는 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