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6화. 정화 (2)
“이쪽으로!”
“자네 조상 중에 대장장이가 있는데 그림자들인가?”
“아니.. 저도 모르는 조상이.”
“발뺌하는구만. 저쪽으로 가!”
자유도시 로렌시는 한순간 아수라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황금 기사단.
그것들이 정화를 시작한 순간부터 대부분의 일반 백성들은 선별이라는 명목으로 어딘가로 끌려가고 있었기 때문에.
‘2명.’
그림자 속에서 도시의 상황을 바라보고 있던 아셀은 수백 명의 일반 병사들 중, 기운이 강대한 두 명을 발견할 수 있었다.
‘쟤네가 가일과 막시무네였던가?’
아셀의 기억 속에 있는 강자들이었다.
아니 애초에 안 좋은 추억들로 아셀은 황금 기사단의 대부분의 존재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가 게임을 했을 적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때로는 마족들보다 더욱더 잔인한 모습을 보여주던 녀석들이었으니까.
“골드 드래곤이 참 좋아하겠어 저런 모습을 보고.”
히죽 웃으며 아셀은 그림자 속에 있는 단검을 빙글빙글 돌려보았다.
그와 함께 옆에 있는 누네스와 다른 그림자들의 표정이 굳어지고 있는 것을 발견한 것,
그들은 과거 정화라는 명목으로 죽어나갔던 자신들의 부모님 얼굴이 떠오른 것이 분명했다.
“저 사람들 모두 죽을 거야.”
“알아.”
“지금 우리가 나서야 해.”
끌려가는 무고한 사람들이 어디로 가는지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다.
“우선 저 사람들은 고문을 받겠지.”
턱을 쓰다듬으며 아셀은 벌써 수천은 달하는 사람들이 끌려가고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마 거짓된 자백을 토해내고 억울하게 죽을 거야.”
“그러니까 우리가...”
“그리고 다음에는 다른 곳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는데 그때는 네가 하늘나라에서 내려와서 또 희생할래?”
아셀의 말에 누네스는 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고. 저것들 죽인다고 뭐가 바뀌어?! 분명.. 분명”
“그니까 네 말대로 불태우자고.”
“뭐..?”
눈을 껌뻑이는 누네스를 바라보며 아셀은 씨익 웃어 보였다.
“다 불태워 버리자. 이곳에 아무것도 안 남게.”
“이거야?”
아셀은 누네스와 그림자들이 설치한 방화 장치를 만지작거리며 조금 놀랍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런 게 도시 전체에 가득하다라...’
기름을 잔뜩 먹금은 밧줄.
이것들이 로렌시의 모든 건물들 안에 숨겨져 있는 상황이었다.
‘아마 누네스의 능력으로 설치한 거겠지.’
그림자 속을 돌아다닐 수 있으니 이런 밧줄 같은 걸 설치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법.
아셀은 감탄했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누네스를 바라보았다.
“철저하네?”
“혁명은 완벽해야 하니까.”
애초에 정확한 대의부터 없는 혁명이 어디가 완벽하냐고 묻고 싶은 욕구가 목구멍까지 치솟아 올랐지만, 아셀은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며 겨우 참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화려해야 해.”
“대단하네.”
“칭찬한 거지?”
“오.. 제발.”
아셀은 다시 한번 이마를 짚으며 누네스의 생각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도시를 불태워서 어떻게 하려는 건데?”
“그전에 여기에 있는 녀석들부터 처리해야지.”
그림자 속을 이동하며 아셀은 위에서 이동하는 황금 기사단과 일반 병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반 병사 300명에 기사급은 30명인가.’
적의 전력을 대략적으로 생각해본 아셀은 누네스의 안대를 착용하며 그녀의 그림자를 불러들였다.
“은밀하게 이동하자고. 그리고.”
쏘옥. 위에서 올라가는 병사들을 아셀이 그림자 속으로 힘껏 당기자 그림자 속으로 떨어진 녀석들의 눈동자에 공포심을 읽어 낼 수 있었다.
“복수하자는 마음을 가슴속에 가득 담아두고.”
[동기화가 올랐습니다.]
누네스가 아셀의 말대로 복수심을 가득 담아 녀석들에게 단검을 휘두르는 것과 동시에.
아셀 또한 녀석들을 목덜미를 향해 단검을 꽂아 넣는 순간.
그의 눈앞에 기분좋은 메시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허망하게 쓰러진 황금 기사단 소속의 일반병사들의 시체를 바라보는 그림자들의 시선이 미묘했다.
“저질러 버렸네.”
“이게 잘한 일일까..”
“이러다가...”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
모두가 아셀을 바라보며 이 다음부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을 갈구하고 있었다.
“똑같이 하면 돼.”
“똑같이?”
누네스의 말에 아셀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들에게 죄어오는 공포심이 뭔지 제대로 알려주자고.”
***
“오늘부터 5인 이상으로 모여서 다니라고 하십니다.”
“망할! 어제는 3인이었는데도 전멸했는데 5인이라니!”
“이봐 진정해 에드가 기사님들이 근처에 계셔!”
“기사들도 다 실종되는데 무슨.”
황금 기사단들과 일반인들은 몇일 사이에 제대로 잠을 자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림자들... 그것들이 공격하는 거야.”
눈밑에 나있는 다크서클과 좋지 않아 보이는 혈색이 얼마나 스트레스에 받은지 보여주는 모습들,
지난 며칠 사이에 벌써 반 이상의 일반병들이 실종되었으며 기사들 대다수가 실종되었으니 나오는 반응들이 분명했다.
“지원을 불러야 하네.”
막시무네는 참담하다는 표정과 굴욕감을 감추지 못하며 가일에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다 죽이시죠. 선배님 그것들 모두를..”
“대놓고 저렇게 활동하는데 아직 자백도 하지 않은 녀석들을 죽이자고? 자네 제정신인가?”
밖에서 그림자들의 공격이 시작되었기에. 아직 자백을 밭지 않은 일반인들을 죽였다가는 나중에 큰 문제로 돌아올지 몰랐다.
“최근 마탑과 신성기사단이 우리를 주시하고 있는 것을 잊지 말게. 그 늑대 같은 녀석들은 우리가 언제쯤 실수를 할지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깟 버러지들!”
잠시 욱하는 가일의 소리의 주변의 모든 시선이 집중되자 가일은 잠시 심호흡을 하며 자신을 감정을 다스리기 시작했다.
“그깟 버러지들이 어떻게 생각하던 무슨 상관입니까. 그냥 여기에 있는 녀석들 모두 죽이고 그 쓰레기들 모두를 죽이고 끝내면 되는 건데.”
“상황이 그렇지 않아서 하는 말이야. 만약에 우리가 잡아둔 녀석들을 모두 죽이고 녀석들이 도망이라도 가본다고 생각하게.”
잠시 말을 멈춘 후 막시무네는 긴 한숨을 내쉬며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세상에 비웃음이란 비웃음을 모두 받을 게 분명해. 그리고 단장이 그런 우리를 가만히 놔두겠는가?”
“그럼 이대로 당하기를 기다려야 합니까? 우리 황금기사단이 그깟 쓰레기들에게 벌벌 떨면서?!”
“그래도 녀석들이 어떤 식으로 기습하는지는 알았으니 이제부터 갚아줘야지 않겠는가.”
“그럼 지원은?”
얼마 전 자신들을 노렸던 몇 개의 단검들.
그것에서 가일과 막시무네는 적들이 그림자 속에서 자신들을 기습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것은 보험이네. 이 빌어먹을 그림자 속에 몇이나 숨어있는지 알 수 없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잠시 말을 멈춘 후 막시무네는 주변을 조심스럽게 둘러보았다.
“어쩌면 용사 가문 하나를 멸문시킬 수도 있고 말이지.”
“아셀 필드..”
황금 기사단 로즈.
그녀는 분명 이곳에서 아셀 필드를 주목하라는 명령을 내렸었다.
“단장이 말한 아셀 필드를 자네는 본 적 있는가?”
“설마..”
불현듯 무언가가 가일의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가자 그는 이 모든 거지같은 상황들이 단숨에 잊혀졌다.
“아셀 필드.. 필드가의 장남이자 말릭의 제자가 그림자라면 어떤 일이 있겠는가.”
“드디어..”
“그래 우리 황금 기사단이 옛 영광을 다시 쟁취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
씨익 올라간 가일의 입꼬리가 좀처럼 내려올 것 같지 않았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이대로 당해주자고. 어차피....”
잠시 눈을 찡긋거리며 막시무네는 주변의 불안한 시선으로 서성거리고 있던 기사들과 일반병들을 바라보았다.
“저것들은 정식으로 우리 기사단 소속도 아니지 않은가.”
“모든 것은 골드 드래곤을 위해.”
“이제야 우리 가일로 돌아온 거 같구만.”
***
“새끼들 눈치는 빠르네.”
단검에 묻은 피를 닦아내던 아셀은 가일과 막시무네의 행적에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좀처럼 아셀의 공격에 대응하지 않는 것.
그것은 분명 그들의 머릿속에서 아셀이 그림자들이라는 확신이 어느 정도 생기고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로즈 그것이 미리 알려준 것인가.’
황금 기사단의 정보력이라면 아셀이 이곳 로렌시에 있다는 것쯤은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게임을 플레이 했을 적 그들이 어떻게 대류 곳곳에 자신의 눈을 심어놨는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좀 더 계획을 앞당길 필요가 있겠어.”
“불태우는 거야?”
“그래.”
아셀은 옆에서 갑자기 눈을 반짝이는 누네스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모두와 동기화는 90% 이상.’
계속해서 황금 기사단에 대한 증오심을 품으며 단검을 휘두르거나 가위질을 하고 쟁반을 던졌던 아셀은 어느새 본래의 목적으로 했던 녀석들의 동기화를 90%까지 올려둔 상황이었다.
‘이제 슬슬...’
녀석들의 옷을 만들어 주면 완벽하게 모든 동기화를 올려둘 수 있는 것이었다.
“오랜만에 100%를 달성할 수 있겠어.”
그동안 그림자 재단을 사용했던 모든 존재들에게 옷을 만들어 주지 못했던 아셀이었다.
슬쩍 자신을 바라보는 누네스와 라라플라 코디의 옷들을 아셀은 순식간에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어? 손이?”
잔산을 남기며 움직이는 아셀의 손.
그리고 점점 손위에 비이상적으로 나타나는 안대와 앞치마 조끼들을 바라보며 주변의 사람들은 눈을 껌뻑일 수밖에 없었다.
“그건?”
누네스는 아셀의 손에 들려있는 옷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의 네가 진짜 너구나.”
미세하게 떨리는 아셀의 손. 그의 본래의 재능을 단숨에 눈치챈 누네스에게 아셀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잠시.
그는 자신이 만든 옷가지들을 모두에게 건네주었다.
“입어봐.”
녀석들에게 옷을 건네준 순간 아셀은 그들과 동기화가 100%에 달성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동기화가 올랐습니다.]
누네스의 안대를 착용하는 것과 동시에 아셀은 그녀와의 동기화가 모두 100%에 달성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와 함께 그는 그림자 속에서 자신의 코어에 생각 이상의 마나들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끝내야지.”
씨익 웃어 보인 아셀은 자신의 단검을 들어 올리며 누네스를 바라보았다.
“진짜로 불태워 버리자고.”
말과 함께 올라간 아셀이 가일의 등을 향해 단검을 내찔렀다.
캉! 아셀이 내찌른 단검은 놀랍게도 뒤늦게 반응한 가일에 의해 옆으로 스쳐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가일!”
“망할 녀석들이 이제 나타나려나 봅니다!”
‘오..’
가일이 피한 것이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본래 당연하다고 상정된 일이었으니까.
아셀이 놀란 것은 자신의 기습이 미약하지만 통했다는 사실이었다.
누네스와의 동기화가 100%에 달성함과 동시에 벌어진 놀라운 일들이 분명했다.
“역시..”
“그림자였나.”
그림자에서 올라오며 섬뜩한 미소를 지어내는 아셀을 바라보며 가일과 막시무네의 표정이 굳어졌다.
“어.”
말과 함께 아셀이 마치 그림자가 늘어나듯 몸이 쭈욱 늘어나더니 가일을 향해 빠르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림자야 빙신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