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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재단사가 강해지는 법-105화 (105/201)

◈ 105화. 정화 (1)

누네스와의 동기화가 높아질수록 아셀은 그녀의 그림자를 불러들일 때마다 존재감이 옅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악!! 이제 그만 그냥 죽이라고!!”

처음에는 아셀의 존재감을 발견하고 자신들이 다시 로렌시의 용병 길드로 끌려온 것을 눈치챘던 녀석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아셀의 존재감을 전혀 느끼지 못한 채 다시금 시작점으로 돌아오길 반복이었다.

“하하.. 하하하.. 우린 죽었어.. 죽었다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이미 정신이 나간 녀석도 보였기에.

아셀은 슬슬 이 술래잡기를 끝낼 때가 왔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동기화는..’

그림자 속에서 자신의 옆에서 무표정한 표정 짓고 있는 누네스를 바라보며 아셀은 턱을 쓰다듬었다.

‘올라갈수록 존재감이 옅어지는 것뿐만이 아니야.’

말릭과의 동기화가 높아질수록 신성의 갑옷이 증가했으며 에프릴과의 동기화가 높아질수록 아셀이 소환가능한 정령의 수가 늘어났었다.

그리고 지금 누네스와의 동기화가 높아질수록 그의 존재감이 옅어질 뿐만 아니라 자신의 그림자 안에 다른 존재들을 숨길 수 있는 숫자가 많아지는 것을 아셀은 확인할 수 있었다.

“5%당 한 명인가?”

동기화를 5% 올릴 때마다 한 명을 추가적으로 그림자 속에 숨길 수 있는 상황.

아셀은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지난 1주일간 이곳에서 올린 동기화에 따라 숨길 수 있는 인원들을 떠올려보았다.

“이만 끝내자.”

절규하는 레이나의 등 뒤로 솟아오른 아셀의 팔이 그녀의 목을 정확히 단검으로 내찔렀다.

“커헉.... 죽기..죽기 싫어.”

허망한 눈으로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 눈치도 채지 못할 만큼 빠른 암살.

아셀은 나머지 두 녀석 또한 똑같은 방법으로 처리 한후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거렸다.

‘복수는 해줬다. 아셀.’

털보를 포함한 본래의 아셀을 속인 자들.

그들 모두에 대한 복수를 끝내주었기에.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아셀이었다.

“실력이 정체된 거야?”

아셀의 단검술을 보던 누네스가 미묘한 눈을 뜨며 그를 바라보았다.

매번 자신의 행동을 따라 할 때마다 실력이 높아졌던 때와 다르게 어느 순간부터 아셀은 기술적으로 발전이 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정확히 봤어.”

‘50%를 달성했으니까.’

누네스와의 동기화는 어느새 50%를 달성하고 있었기에. 더 이상 그녀의 행동을 따라 하는 걸로 오를 리가 없었다.

이제 남은 것은 그녀의 내적인 마음을 닮아가며 동기화를 올리는 것.

진지한 표정으로 누네스를 바라보던 아셀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 그 혁명이 뭔지 다시 좀 말해봐.”

***

“해서. 우리가 이 촌구석까지 내려오게 된겁니까?”

온몸에 도배되어 있는 황금색 갑옷.

대륙의 어디에 가서도 이런 갑옷을 입을 존재들은 황금 기사단 하나뿐이었다.

“단장님도 말하지 않았다. 위정자들을 모두 잡아드릴 기회라네.”

“위정자라...”

황금 기사단 4번대 대장 가일은 잠시 진한 갈색 머리를 쓸어넘기며 피식 웃어 보였다.

“형님이나 저나 둘이 있을 때는 편하게 말하시오. 그것들이 무슨 위정자입니까 호구 새끼들이지.”

“흐흡. 말조심 하게 가일. 어디에 듣는 귀가 있는지 모르니까 말이지.”

“둘밖에 없는데 무슨.”

4번대 대장 가일과 3번대 대장 막시무네.

그 둘은 놀랍게도 그림자들에 대한 오해를 잘 알고 있는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단장님이 이해못할 명령도 내려주셨는데 말이야...”

며칠전 황금 기사단의 단장 로즈는 비밀리에 이 둘을 불러놓고 두 가지 명령을 내렸다.

-지금 당장 로렌시로 가서 그림자들을 모두 척결하도록. 그리고 아셀 필드에 대한 특이점을 보고하라.

-말릭경의 제자를 말입니까?

-그래.

자신의 단장은 그 이후로 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오랜 세월 로즈를 옆에서 봐온 그들은 그녀의 눈에서 무언가 기대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어쩌면 그 아셀이라는 녀석의 약점을 잡아낸 거일 수도 있습니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어. 이번 세대에도 우리 황금 기사단이 뒤로 밀려난다면 원로들을 볼 낯이 없으니까 말이야.”

“그 원로들도 말릭에게 밀려난 사람들 아닙니까 형님.”

“부탁이니 말 좀 조심해주게.”

대륙 제일의 기사를 논할 때면 언제나 황금 기사단의 단장이 그 자리를 차지했던 과거 300년의 역사.

그러나 말릭의 등장으로 300년 만에 밀려난 대륙제일의 칭호를 이번 대에 다시 찾아올 줄 알았건만.

새로운 말릭의 제자는 벌써 대륙의 모든 후기지수들 사이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며 황금 기사단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나저나 그것들을 어떻게 잡아낼까요?”

“평상시처럼 해야지. 별거 있는가.”

평상시라는 말에 가일의 입꼬리가 섬뜩할 정도로 올라갔다.

“이거.. 무기들 많이 챙겨오기 잘한 거 같습니다. 형님.”

***

어느새 로렌시의 용병 길드는 아셀의 본거지가 되어있었다.

“이렇게 가위질을 하면 머리에 층이 생기는 걸 막아낼 수 있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그림자들의 능력을 베끼기 위해 노력하는 아셀이었기에. 용병들의 머리를 잘라주는 그의 가위질이 점점 라라플라의 그것과 비슷해지기 시작했다.

‘기사가 어떻게 미용사와 같은 능력을?!’

‘자네 아까 못 봤나? 뒷마당에서 쟁반을 던져서 바위를 박살 내던 거 말이야.’

‘도대체 정체가 뭐야?’

아셀의 바라보는 용병들은 경악에 찰 수밖에 없었다.

사람의 재능에는 한계가 있기에 직업의 선택에는 제한이 있건만, 아셀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은 것만 같았기에.

“잘하셨습니다. 아셀님.”

“말놓으시라니까요.”

“이 중에서 가장 강하신 분께 제가 어떻게 말을 놓겠습니까.”

“그때는 제가 기선제압한다고.. 어쨌든 말 편하게 해주세요.”

아셀의 말에 라라플라는 그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흐음... 우선 그림자를 가져올 녀석들의 외양은 모두 얻은 거 같은데...’

누네스. 라라플라, 코디.

이 셋과의 동기화는 50%를 넘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미묘하지만, 이들의 내면을 어떤 식으로 닮아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은상황.

며칠은 진지하게 이들이 말하는 혁명에 진심을 다해 참여해볼까 했던 미친 생각도 해봤던 아셀은 미래의 행복을 위해 그것들을 겨우 부정하는 데 성공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잠시 고민에 잠겨 있던 아셀이 용병들의 머리를 잘라내주고 있던 것도 잠시.

갑자기 로렌시의 용병 길드장 렌이 아셀이 해준 포마드 머리를 하고 다급하게 뛰어오기 시작했다.

“큰일 났습니다! 아셀 도련님!”

얼굴이 새하얗게 변한 녀석의 모습에 아셀이 무언가 잘못됨을 직감할 수 있었다.

“황금기사단.. 그것들이 이곳에서 정화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도련님!”

정화라는 말에 아셀은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군신 마르스가 말한 위협이 무엇인지 단숨에 알아차릴 수 있었기 때문에.

‘망할 그게 황금 기사단이었구나.’

“황금 기사단이라고?”

아셀의 옆에서 무표정으로 있던 누네스의 표정에서 진한 살기가 나오는 것에 아셀은 눈동자를 반짝였다.

‘설마?’

자신의 생각을 증명하듯. 주변에 있던 그림자들의 표정이 점점 딱딱해지고 급기야 가위를 들고 있던 라라플라의 손이 덜덜 떨리며 코디는 자신의 쟁반을 종이처럼 구기는 모습.

아셀은 이들이 황금 기사단에 대한 증오가 가득함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그 저주받을 정화를 한다....”

“그것을 이곳에서 또 보다니.”

“도대체 어디서 정보가 새어 나간 거지?”

정화.

아셀은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말은 불순분자 수색이지만.’

황금 기사단에서 가끔 어느 도시나 영지에 들어가서 정화라는 명분으로 그곳 전체를 수색한다.

말이 수색이지 대부분의 마을 주민들을 어떻게든 그림자들로 몰아 고문하거나 몇몇은 처형하는 것

게임을 플레이하다가 황금 기사단의 정화과정에서 많은 유적들이 죽었기에. 유명한 일들이었다.

“우선 도시를 나가시지요. 아셀 도련님. 필드가의 이름을 대면 빠져 나갈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 이것들은 일반 민중들에게만 정화를 사용했지.’

작은 작위만 가지고 있어도 녀석들은 대놓고 고문하고 처형할 수 없는 법이었다.

그랬기에. 일반 민중들에게만 정화를 사용했던 황금 기사단.

놀라울 정도로 비열한 방법이었지만, 생각 이상으로 효과적이기도 했다.

그림자들 대다수가 일반 민중들 속에 있었으며 몇몇은 자신 때문에 희생당하는 다른 사람들에 괴로워 자수하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빨리요. 아셀 도련님 벌써 로렌시의 시장들과 공무원들은 도시 밖으로 나갔습니다!”

렌이 발을 동동 굴리는 것과 다르게 아셀은 그저 살기 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누네스와 그림자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정화를 경험한 적이 있어?”

“이전에 있던 곳에서.”

누네스는 입술을 질끈거리며 아셀을 올려다 보았다.

“그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 수 있어?”

어느새 용병 길드 안에 용병들은 모두 도망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잠시 괴로운 기억인지. 눈살을 찌푸리던 누네스는 과거 자신들이 겪었던 정화에 대해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본래 우리들은 마르트라 왕국에 모여서 살고 있었어. 그때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계셨지.”

“그런데?”

“10년 전 갑자기 빙제 로즈가 찾아와 정화를 시작했어.”

“그 빙신.. 아니 빙제가?”

“왕국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죽이려고 했어. 모두가 그림자들이라고 말하면서 말이야.”

마르트라 왕국. 그곳은 로렌시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소왕국이었다.

‘거긴 아직 존재하는데.’

빙제 로즈가 직접 정화를 하려고 하면 소왕국에 있는 모든 인간들을 학살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실제로 아셀은 그녀의 검에 죽어 나간 수많은 일반 민중들을 직접 보았던 기억이 있었으니까.

“아버지가 희생했어..”

“아...”

“아니 여기에 있는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들이 희생했어. 우린 그 틈에 겨우 그곳에서 탈출할 수 있던 거고.”

누네스의 말에서 아셀은 어떻게 마르트라 왕국이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인지를 알 수 있었다.

이들의 선대 그림자들이 자신들의 목숨을 희생해 자수한 것. 그것을 떠오르자 아셀은 황금 기사단에 대한 혐오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동기화가 올랐습니다.]

그것과 함께 나타난 눈앞의 메시지.

아셀은 황금 기사단에 대한 증오와 혐오가 이들과의 내적 동기화를 올릴 수 있는 방법임을 알아차렸다.

“그랬구나...”

잠시 턱을 쓰다듬으며 주변의 그림자들을 바라본 아셀의 머릿속에 무언가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고생했어 다들.”

“이제는 우리가 희생해야겠지.”

“죄 없는 로렌시 주민들을 모두 죽일 수는 없으니 말이죠.”

당연스럽게도 이번에는 자신들이 희생하려는 그림자들을 바라보며 아셀은 피식 웃어 보였다.

“그걸로 되겠어?”

“그게 무슨 소리?”

마치 자신들의 희생을 비웃는 것 같은 아셀의 말에 표정을 굳히는 그들을 바라보며 아셀은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복수해야지. 왜 죽을 생각부터 하는지 모르겠네.”

“상대는 황금 기사단이야.”

“알아.”

“그걸 알면서 어떻...”

누네스의 말을 무시하며 아셀은 진심으로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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