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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재단사가 강해지는 법-97화 (97/201)

◈ 97화. 성자

가센에게 더 많은 정보를 물어봤지만, 녀석은 아셀에게 전해준 이야기 이후로 아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합니다 형님...

마지막으로 눈물을 흘리며 자신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던 가센을 놀랍게도 토닥여주며 달래주던 아셀은 가센의 방에서 나왔다.

‘베일의 수도원으로 일단 가자.’

던전 메이커.

그 잡것이 아무리 약해지고 수많은 권능들을 잃은 채로 대륙 안에 살아가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녀석을 잡아낼 정도로 아셀의 경지가 오른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1년 정도.’

이반이 자신의 왕국을 던전과 몬스터로 가득한 마경으로 만드는 것은 앞으로 1년 후.

아셀은 그때까지 자신의 경지를 단숨에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다.

“떠나려는 거구나.”

가센의 방에서 나온 아셀은 유론과 마주할 수 있었다.

자신이 만들어준 하늘색 셔츠를 오늘도 입고 있는 유론의 손에 들려 있는 자루 하나. 마치 아셀이 떠날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예. 찾아야 할 것도 있고.”

“그래. 이걸 가져가거라 당장에 여비 정도는 될 거다.”

유론의 주머니에는 무려 1천 골드나 되는 금화들이 수북이 들어있었다.

‘이건 마치 퀘스트를 깨고 나오는 보상들 같네.’

퀘스트를 깨면 금화들을 주었던 것을 떠올리며 아셀은 씨익 웃어 보였다.

“그리고 아셀..”

유론의 말에 고개를 들어 바라보자 그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 다음에는 바지도 만들어주거라. 생각보다 옷이 편하구나...”

수줍어하며 말하는 유론에게 아셀은 그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다른 것들도 다 만들어드릴게요.”

***

베일 수도원으로 향하면서 아셀은 르안느, 페레와 몇 가지 던전에 들어가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라 여기에 뭐가 있는 거 같은데?

-이쪽에서 사악한 기운이 느껴져.

숨겨진 장소들에 있다고 하지만, 아셀은 이미 그곳들 안에 던전이 있음을 잘 알고 있는 상황.

그가 가리킨 방향들에서 던전들이 계속 발견되자 르안느는 눈을 가늘게 뜨며 아셀을 바라보았다.

“너.. 혹시 신내림이라도 받았어?”

“나 사제 아닌데?”

사제들.

가끔 신내림, 강림 같은 기술들로 초월적인 힘을 내거나 기적을 발휘했었다.

‘그리고 녀석은...’

사제라는 말에 문득 한 존재가 떠오르자 아셀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가 알고 있는 사제중 무려 두 명의 신을 강림할 수 있게 하는 녀석이 한 명 있었기 때문에.

“그게 아니면 어떻게 보는 것만으로 던전을 찾아낼 수 있는 거야!?”

“그냥 보이는 걸 어떡해. 믿음이 부족한 거야 믿음이 르안느.”

“뭐?! 내가 얼마나 신실한 헤스티야교인인데!”

“아셀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거 아닐까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내가 아셀을 얼마나 믿고 의지하는.. 아니 이건 뭐 동료로서 하는 이야기지만....”

얼굴을 붉히며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는 르안느를 바라보며 아셀은 그저 어깨를 으쓱거렸다.

‘생각 이상인데?’

르안느가 던전 속에서 보여준 모습들은 아셀의 예상 이상이었다.

붉은 검기들이 마치 장미 넝쿨처럼 일어나 사방에서 몬스터들을 찔러대던 모습은 그 옛날 붉은 장미 르안느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었으니까.

심지어 그녀는 신성의 갑옷을 미완성이지만, 구현하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으.. 모르겠고 내 검이나 수리해줘.”

“그거 멀쩡한데.”

자신에게 검을 넘기는 르안느를 바라보며 아셀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도 잠시.

그는 한스의 그림자를 불러들이며 간이 모루와 망치를 꺼내 들었다.

캉! 캉!

“딱히.. 별 의미 있는 건 아니야. 그래도 공짜로 수리해주고 장비를 점검해주는 네가 편리해서 이 기회에 부탁한 거야!”

“그럼 부려 먹으려고 하는 거네?”

“아니..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르안느가 당황하는 모습에 재미를 붙인 아셀이 단숨에 레이피어를 수리하고 건네주자 이번에는 페레가 당연하다는 듯 자신의 지팡이 블러드 퀴리를 내밀었다.

“수리.”

“이건 내가 못 고치는 건데?”

“수리.”

마치 지금 고치지 않는다면 당장이라도 주변을 얼릴 거 같은 분위기에 아셀은 하는 수없이 블러드 퀴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게 뭐 하는 건지.’

대충 망치로 몇 번 두들기는 시늉을 보여주자 그제야 만족스러워 하는 미소를 띠는 페레와 어째서인지 그녀를 째려보는 르안느의 모습에 아셀은 긴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

찾아야 할 총 세 곳의 던전의 마지막에서 아셀은 원래대로 목적했던 광석 [흑목]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검은색 보석이었지만, 마치 나무와도 같은 결을 하고 있는 그 광석. 아셀은 이것을 잘 세공하고 다듬으면 좋은 아티펙트가 되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흑목]

[왕급 등급]

[오랜 세월 마기에 저항한 나무들이 한 대 모여 만들어진 광석입니다.]

[마기에 대한 저항력이 4% 증가합니다.]

‘세공하면 더 높아지지만, 말이야.’

협곡으로 가는 길 내내 이 흑목을 아셀이 조각칼과 망치로 세공하기 시작했다.

휘이이이잉.

베일의 수도원이 있는 협곡. 그곳은 사람 한 명 간신이 들어갈 정도의 작은 틈이었으며 그곳에서 몰아치는 바람소리는 날카로운 칼날들 같았다.

“스승님이 그러는데 이곳은 하피들이 자주 출몰한대.”

“그런 곳에 수도원을 짓는 게 이상한 거 아니야?”

“너 그게 무슨 불경한 말이야?! 성자 베일께서 이곳의 바람을 진정시키기 위해 순교하신 곳에서!”

바람을 진정시키겠다는 것과 다르게 아셀은 협곡 안에서 휘몰아치는 지랄 맞은 바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게 진정?’

어느새 흑목이 잘 세공됨을 확인한 아셀은 그것을 품 안에 집어넣었다.

르안느가 없는 곳에서 그림자 망치질로 마무리를 짓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한참을 바람을 맞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던 아셀은 자연스럽게 황금활 기온을 꺼내 들었다.

“온다.”

하피들. 그것들이 점점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으니까.

‘총 10마리? 생각 이상으로 많은데?’

다시 한번 이런 곳에 수도원을 지어놓은 것에 의구심을 품으며 아셀이 활시위를 당기려는 것도 잠시.

아셀은 하피들 속에서 들려오는 사람 목소리에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잠깐 잠깐만요! 쏘지 마세요 여러분!”

“어라? 하피가 사람 말도 하는 거야?”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에 믿기지 않았기에. 르안느가 바보 같은 말을 중얼거리는 것도 잠시.

10마리의 하피들이 자연스럽게 지상에 착지하기 시작했다.

“휴우... 먼저 마중나가려고 했는데 벌써 계곡 안으로 들어오실 줄은 생각도 못 했네요.”

하피들 중 가장 거대한 하피의 등위에서 내려온 소년 한 명. 아셀은 점점 모습을 드러내는 녀석을 바라보며 눈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네. 네가 어떻게 여기에?”

“어라? 저 아시나요?”

알다마다, 아셀은 미래에 눈앞에 소년이 벌이는 믿기지 않는 기적들을 떠올렸다.

수만 마리의 몬스터들을 순식간에 먼지로 되돌렸으며 죽음직전까지 갔던 유저들을 소생시키고 종국에는 두 명의 신에게 신내림과 강림을 받아 마계 군단장과 일신으로 싸웠던 성자 포르틴의 모습이!

‘포르틴.....’

포르틴이 헤스티야 교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아셀은 믿기지 않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녀석이 강림시키고 신내림 받은 신중에 여신 헤스티야는 없었기 때문에.

“저어 기사님..?”

자신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아셀의 표정에 포르틴은 불안한 표정을 지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제가 뭐 잘못했나요?”

“야 아셀 너 왜 그래?”

“혹시 얼려버릴 녀석이야?”

포리틴의 갈색 곱슬머리. 맑은 눈동자와 얼굴에 있는 주근깨까지 분명 아셀이 기억하는 포르틴이 맞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분명 녀석에게 도움을 주는 신은.’

전쟁의 신 마르스.

자연의 신 유프라테스.

두 신이 사랑하고 아끼는 존재가 포르틴이었다. 게다가 벌써 자연의 신 유프라테스의 권능을 잘 사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까악. 까악.

하피들의 울음소리. 그것 몬스터를 길들였다는 증거가 바로 유프라테스의 권능을 사용하고 있다는 증거였으니까.

‘도대체 어떻게.’

아무리 생각을 해보고 머리를 써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

베일 수도원으로 포르틴이 길들인 하피를 타고 날아온 아셀은 협곡 안의 작은 수도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이쪽으로 오세요.”

굳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아셀이었기에. 눈치를 보며 말하는 포르틴이 안내해준 수도원의 안.

그곳은 성자 베일의 일대기가 담긴 벽화들이 가득했다.

“원장님께서 성유물을 가지고 오실 거예요!”

후다닥 도망치듯 어디론가 달려가는 포르틴을 바라보던 르안느가 눈살을 찌푸리며 아셀을 바라보았다.

“너 애들 싫어해?”

“그건 아닌데.”

“근데 왜그렇게 말해. 애가 엄청 놀랐잖아.”

아셀에게 더 무언가 말하려던 르안느는 조심스럽게 나무 지팡이를 들고 오는 늙은 사제를 발견하고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누추한 곳까지 오시느냐 고생이 많았습니다. 수도원장 메라릭이라고 합니다.”

“아셀 필드입니다.”

“알고 말고요. 이거 참 귀한 손님을 세워두고 마실 것도 드리지 않다니. 포르틴 내가 그렇게 가르쳤더냐.”

슬쩍 메라릭이 포리틴을 바라보자 녀석은 어깨가 움츠러들며 눈을 내리깔았다.

“죄.죄송해요. 원장님.”

“후우. 못난 제자 때문에 죄송합니다. 일단 이것을 받아주시지요. 성자 베일님의 지팡이입니다.”

받아든 지팡이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신성력. 아셀은 말라각의 구와 다르게 작은 신성력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가르시아 주교가 보상으로 준건데.’

가르시아 주교가 자신에게 인색했던가 했던 의구심이 들던 것도 잠시.

아셀이 한스의 그림자를 불러들이며 베일의 지팡이를 살펴보자 두 눈이 조금 크게 떠졌다.

‘이래서!’

[바람의 성자 베일의 지팡이.]

[왕급 등급.]

[내구도 13/13]

[신성력을 운용할 시 2% 추가적인 효과가 나타납니다.]

[바람과 관련된 무언가를 할 시 추가적으로 10%가 증가합니다.]

[베일의 협곡 안에 있는 바람의 정령의 보금자리로 가는 길잡이 역할을 해줍니다.]

‘가르시아 주교님!’

아셀의 귓가에 가르시아 주교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바람의 정령.

아직 아셀이 계약하지 못한 그것과 계약할 수 있는 촉매가 쥐어졌기 때문에.

만약 이것이 현실 경매에 나타난다면 분명 1억 원 가치 이상으로 거래될 게 분명했다.

“역시 말릭님의 제자시라 그런지 믿음이 넘치시는 것 같습니다.”

지팡이를 잡고 희열에 부르르 떠는 아셀을 바라보며 메라릭은 자연스러운 오해가 생겼다.

“베일 수도원이 자신의 집이다 생각하시고 편하게 머물다 가시지요.”

“메라릭 원장님. 혹시 이 근처를 조금 돌아다녀 봐도 되겠습니까?”

바람의 정령 둥지를 빠르게 가보고 싶은 아셀이 눈을 번쩍이며 묻자 메라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같은 헤스티야교의 식구끼리 안 될 게 무엇 있겠습니까.”

“아참. 그리고...”

아셀의 눈이 포르틴으로 향하자 녀석은 겁에 질린 듯 메라릭 주교의 뒤로 숨어버렸다.

“한 명 말벗으로 데리고 가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요.”

‘일단 포르틴... 너도 같이 얻어주마.’

녀석의 재능까지 흡수한다면 아셀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기에. 그는 바람의 정령 둥지를 가면서 녀석의 재능 또한 흡수하기로 결정했다.

“저..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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