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4화. 크라켄
바다가 부르르 떨리며 거대한 무언가가 나타났다.
그것의 다리는 고성 아메라의 성벽만 했으며 후려치는 족족 거대한 파도가 일어나는 상황.
아셀은 고성 아메라와 비슷한 크기로 튀어나온 몬스터를 바라보며 씨익 웃어 보였다.
‘크라켄!’
3차 몬스터 웨이브의 막바지에 나오는 몬스터. 키에스 저것이 소환하는 몬스터이며 사역하는 그것들이었다.
“저게 무엇이란 말인가..”
“크라켄.”
“전설 속의 그 몬스터 말입니까!?”
크라켄의 경지는 못해도 9성급 이상이었다.
심지어 지금 마기로 강화된 저것에서 풍겨오는 기운에 기사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는 상황.
시종일관 호탕한 웃음을 짓고 있던 테일라스마저 침음을 삼키며 도끼를 움켜잡을 수밖에 없었다.
“저런 게 어디서...”
“뒤로 물러나야..”
쾅! 크라켄이 후려친 거대한 다리가 고성 아메라의 성벽 중 하나를 단숨에 무너트렸다.
그와 동시에 그곳으로 밀려 들어오는 타락한 인어들. 성벽이 무너지고 그곳에 있던 기사들이 절명한 것에 놀라거나 슬퍼할 시간이 지금 없었다.
“망할 막아!”
“저 잡것이 못 들어오게 막아!”
키에에에에에에에!
기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에 즐겁다는 듯 키에스가 비명을 질러대는 것이 들려왔다.
쾅! 쾅! 쾅! 크라켄은 심지어 달려가고 있는 기사들에게 집채만 한 바위까지 던져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으아아아!”
“피해!”
“망할 피하라고!!”
혼란이 고성 아메라에게 가득했다.
서둘러 이 모든 것의 원흉인 크라켄을 막기 위해 달려 나가는 유론의 몸에서 진한 아쿠아색 오러들이 터져 나왔다.
슈아아아! 파도의 기사라는 이명에 걸맞게 마치 파도가 몰아치듯 크라켄의 다리들을 순식간에 막아내는 유론의 모습이 나타났다.
“가주님이!”
“가주님이 막으실 때 지금 뒤로 물러나야 한다!”
유론의 참전으로 크라켄으로부터 여유가 생긴 지금 황급히 메이슨이 대열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저러면 위험하지.’
지금은 크라켄을 잡아두거나 막아낼 수 있지만, 사방에서 덮쳐오는 타락한 인어들을 막아낼 수는 없는 법.
아셀은 비파를 꺼내 들며 순식간에 유론의 주위를 덤벼드는 타락한 인어들을 도륙내기 시작했다.
“뒤로 물러나라 아셀. 네가 그 힘을 유지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고 있다.”
“눈치가 정말 빠르시군요.”
유론의 말대로였다. 벌써 몇 번의 그림자들을 쉬지 않고 사용했기에. 남은 유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
그럼에도 아셀이 여유로운 미소에 유론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낼 수밖에 없었다.
[동기화가 올랐습니다]
[동기화가 올랐습니다.]
크라켄으로부터 필드가의 기사들을 지키겠다는 마음가짐이 유론과의 동기화를 올려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키에에에에에!
이제 전력으로 나올 생각인지 수만의 타락한 인어들 그리고 유령선 위에 올라있던 키에스의 삼지창에서 거대한 기운이 쏘아졌다.
그것에 맞춰 여기저기 반파되거나 무너지기 시작한 고성 아메라.
아셀은 거대한 소음 속에서 유론을 바라보았다.
“아버지와 테일라스님이 크라켄을 막아내는 겁니다.”
“그러면 너는?”
유론의 머릿속에 무언가 경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아셀은 그저 피식 웃어 보이며 자신의 머리를 툭툭 건드렸다.
“뱀을 죽이려면 머리를 잘라내야지요.”
“너. 너 설마? 그건 위험한 일이야!”
진심으로 아셀을 걱정한다는 듯한 눈빛이 유론의 눈에 가득했다. 그것을 바라보며 아셀 또한 유론을 걱정하는 듯한 눈빛을 지어내자.
그의 눈앞에 기분 좋은 메시지들이 나타났다.
[동기화가 올랐습니다.]
[동기화가 올랐습니다.]
[동기화가 올랐습니다.]
[동기화가 올랐습니다.]
동기화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비파에서 나오는 푸른빛 오러들이 더욱더 진해졌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기운을 갈무리하지 않아도 그 푸른빛 기운들이 덮쳐오는 타락한 인어들을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내는 것이 아셀의 눈에 들어왔다.
“저거랑 크라켄은 제가 잡아야 하는 몬스터라서요.”
“그게... 무슨?”
‘광렙할 기회를 절대로 놓칠 수는 없지.’
키에스 그리고 크라켄.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잡아낼지 아셀의 머릿속에 이미 떠올라 있었다.
“이놈들! 페루가의 광풍이 나가신다!”
아셀이 테일라스에게 부탁하기도 전에 그는 이미 크라켄을 향해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고 있었다.
“그럼 알아들으신 걸로 하고 가겠습니다.”
“아셀! 아셀! 기다리거라!”
뒤에서 들려오는 유론의 목소리를 무시하며 아셀은 타락한 인어들을 향해 비파를 휘둘렀다.
이제는 파초폼으로 변하지 않게 억제하는 것이 가능한 상황.
그가 타락한 인어들을 베어내며 바다로 뛰어드는 것과 동시에 키에스가 있는 곳까지 얼음으로 만들어진 발판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나이스 페레!’
어디선가 아셀을 지켜보고 있던 페레가 만들어놓은 마법인 게 분명한 상황.
그가 앞으로 달려가면 달려갈수록 그리고 그가 크라켄을 막고 있을 유론을 걱정하면 걱정할수록.
그와 유론의 동기화는 미친 듯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막아!]
[공주에게 가는 것을 막아라!]
[인어들을 위해서!]
키에스에게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아셀의 앞을 막아서는 몬스터들이 점점 많아졌다.
심지어는 네임드 몬스터들과 키에스의 자매들중 몇몇이 튀어나와 아셀을 향해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상황.
마치 파도가 솟아오르는 것처럼 그리고 파도가 절벽을 강타하는 것처럼.
아셀의 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필드가 5식. 파도 위의 태양.]
모든 필드가의 초식을 머리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유론의 재능으로 완벽하게 구현되었다.
[필드가 7식. 파도를 타는 고래.]
[필드가 3식. 파도 침몰.]
필드가의 검이 비파에서 터져 나올 때마다 그 위력은 더욱더 강해졌으며 아셀이 키에스가 있는 유령선에 도착한 순간.
그는 어느새인가 유론과의 동기화가 90%에 육박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혈연 참 좋네.”
혈연. 가족 그 특별한 형태가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만으로도 이렇게 빠르게 동기화를 올려주는 것이 분명했다.
웅. 웅.. 웅...
키에스의 유령선에서는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진동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이 키에스가 앉아있는 왕좌의 뒤편에 있는 거대한 알집에서 나오는 것임을 확인한 아셀은 피식 웃으며 비파를 빙글빙글 돌려보았다.
‘혼종 라스의 지배자. 티라니.’
알속에 있는 존재가 무엇인지 아셀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후에 사냥터가 되는 라스의 보스급 몬스터이자 키에스의 자식. 이며 그 유명한 속삭임의 파랑스의 아들.
마족과 인어의 혼종 티라니. 그것이 세상에 풀리면 얼마나 큰 혼란을 줄지 알고 있기에. 지금 저것을 무조건 처리해야 했다.
키에에에에에에!
다가오지 말라는 듯 키에스가 소리쳤다. 크라켄을 조종하고 수만에 달하는 타락한 인어들에게 사기적인 버프를 줘야 했기에.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
아셀은 천천히 걸어가며 자신에게 덤벼오는 몇몇 타락한 인어들을 키에스의 눈앞에서 베어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키아아아아아아아아!
죽음을 직감한 키에스가 뒤에 있는 티라니만이라도 지키기 위해 타락한 인어들에 퍼붓고 있던 버프들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결국 아셀을 상대하기로 결정한 것, 그것을 바라보며 아셀은 비파에 거대한 마나들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늦었어.”
자리에서 일어난 키에스의 삼지창이 날카로운 파공음을 내며 쏘아지는 것도 잠시.
아셀의 비파가 마치 거대한 부채처럼 변하는 것과 동시에 눈앞에 모든 것을 날려버리듯 휘둘러지기 시작했다.
콰가가가가가가강!
비파에서 나온 거대한 파도의 회오리에 쏘아지던 키에스의 삼지창은 부서지기 시작했으며 녀석의 몸이 점점 부서지는 것이 아셀의 눈에 들어왔다.
[아...아... 이게..이게..]
그와 함께 그녀의 몸에 가득했던 마기들마저 마치 껍질을 벗겨내듯 사라지는 상황.
죽음의 앞에서 그녀의 몸에 있던 마기들이 저절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어찌 이런 일을.. 아아.......]
키에스의 눈에서 진주들일 눈물처럼 바닥에 흘러내렸다.
[인어들을.. 그리고 우리의 복수를...]
그 말을 남기고 키에스의 뒤에 있던 티라니를 담고 있던 거대한 부화장까지. 아셀이 휘두른 비파에 의해 산산조각 나기 시작했다.
“물론.”
물론 그럴 생각이었다. 마족들 그것이 벌인 이 역겨운 짓걸이는 절대로 용납하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었으니까.
한순간 불어진 비파에서 나온 돌풍으로 아셀에 앞에 남아 있는 것은 키에스가 눈에서 흘린 진주 100개뿐이었다.
키에스의 몸은 거품처럼 변해 사라졌고 티라니를 담고 있던 부화장은 산산조각이 나 그 흔적조차 찾아보지 못하는 상황.
슬쩍 성 쪽을 바라보니 키에스가 주는 사기적인 버프가 사라지자 순식간에 밀려나기 시작한 타락한 인어들이 눈에 들어왔다.
“몰아내!”
“이것들 약해졌는데!?”
“아셀 도련님이 키에스를 죽이시는 데 성공한 거야!”
“빨리 몰아내고 아셀 도련님을 구하러 가자!”
기사들의 고함소리가 이곳까지 들려온 것도 잠시.
아셀은 거대한 크라켄의 몸 곳곳에 큰 상처들을 내고 있는 유론과 테일라스를 바라보았다.
키에스의 조종이 풀렸기에. 이성을 잃은 거대한 몬스터를 두 거물급 무인들이 쓰러트리지 못할 리가 없었으니까.
‘코어는....’
6코어에서 7코어로 가는 코어는 이전의 코어들과 차원이 달랐다.
이 난리를 피웠는데도 채워진 것은 20%에 불가했으니까.
“역시 막타는 내가 먹어야겠네.”
쯧하고 혀를 차고 있던 아셀은 크라켄의 거대한 머리를 바라보며 씨익 웃어 보였다.
“오랜만에 그걸 사용해야겠다.”
저렇게 상처 입은 몬스터 그리고 슬슬 체력이 얼마 남지 않은 몬스터를 일격에 끝낼 수단이 아셀에게는 몇 가지 있었다.
그중 마법은 논외로 하면 다른 하나는 이미 검증되었던 것.
슬쩍 그림자 재단의 남은 유지 시간을 바라보니 아셀은 이제 조금 있으면 끝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그림자 융합.
그것을 사용하기로 결정한 아셀은 황금활 기온과 아르테스를 꺼내 들었다.
오랜만에 말릭과 투마리스의 그림자를 융합하기로 결정했으니까.
우우우우웅! 거대한 기운들이 순식간에 황금활 기온과 아르테스에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 이것을 사용했을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두 완벽에 가까운 무인들의 재능을 100% 얻은 지금 그때와는 비교도 하지 못할 만큼 거대한 기운들이 터져 나왔기 때문에.
“저게 뭐지?”
“아셀 도련님 같은데?”
“어라.. 저건 무슨?”
기사들이 있는 곳까지 아셀이 터트리는 거대한 기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오...’
감탄사가 저절로 아셀의 입에서 나타났다. 황금활 기온은 당장이라도 부서질 듯 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졌으며 그것에 걸려 있던 아르테스는 거대한 무언가를 기운을 담아 마치 부서질 듯 계속해서 진동하는 상황.
그 모습에 씨익 웃어 보인 아셀이 미련 없이 그림자 융합을 사용한 그것을 쏘아냈다.
“막타는 내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