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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재단사가 강해지는 법-87화 (87/201)

◈ 87화. 3차 몬스터 웨이브의 시작

순식간에 거대한 마나들이 끊이지 않고 아셀의 코어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오 사위!”

“흡!”

앞장서서 아르테스를 미친 듯이 휘두르는 아셀의 검에는 타락한 인어들의 살점과 피들만 가득할 뿐.

그가 일으키는 신성의 갑옷에는 그 어떤 더러움도 묻어 있지 않았다.

“저런 모습을 보니..”

“빛의 기사라는 이명이 어울리는 거 같은데?”

“아니야. 하늘이 내린 비둘기라는 이명도 있으시다는 걸?”

“그거 진짜 멋있는 이명이잖아?”

뒤에서 이상한 소리들이 들려왔지만, 아셀은 자신이 잘못 들은 거라 생각하기로 결정했다.

‘빠르다.’

자신의 검이 빠른 것이 아니었다.

코어 안으로 들어오는 마나들이 비이상적으로 빠른 것.

지금은 5성급 몬스터였기에. 6성급의 거대한 코어 안으로 미미하게 들어오고 있지만, 끊이지 않고 들어왔기에. 채워지는 속도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빨랐다.

“이건 아마도.”

혼자서 빠르게 사냥을 하고 있다지만, 그것만으로는 이렇게 빠른 속도로 채워나가는 것은 불가능한 법.

아셀은 옆에서 거대한 눈보라를 일으켜 타락한 인어 수백 마리를 동시에 얼려버리는 페레를 바라보며 씨익 웃어 보였다.

“파티사냥의 효과일 테지.”

파티사냥으로 페레가 얻은 마나를 공유하는 것.

잠시 타락한 인어를 사냥하며 생각에 잠기던 아셀은 이것이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퀘스트에 얻은 마나의 총량을 곱하는 게 있다.’

아셀 본인의 예상이 맞다면, 페레가 얻은 거대한 마나들 또한 퀘스트의 보상으로 함께 나타날 게 분명했다.

“이거 좋네.”

아르테스로 타락한 인어들을 베어내는 아셀의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가 걸리기 시작했다.

“사위 이 녀석들 이상하네!”

한참을 좀비들처럼 몰려오는 타락한 인어들을 베어내고 있던 아셀의 귓가에 테일라스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타락한 인어들이 갑자기 점점 더 흉포해지고 사나워진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기 시작한 것.

신체의 일부분이 잘려도 계속해서 달려드는 인어들의 모습은 아무리 기사들이라고 할지라도 뒷걸음질 치게 하기 충분했다.

“으아!!”

“놈들이 이상하다!”

“대열을 유지하라!”

광폭해진 타락한 인어들에 의해 순식간에 고성 아메라에 거대한 혼란이 가득했다.

뒤를 모르고 달려드는 녀석들에 당황했기 때문에.

“사위 뒤로 물러나게!”

테일라스의 말대로였다. 한순간 변화한 타락한 인어들의 공격은 맨 앞에서 사냥을 하고 있던 아셀에게 집중되었기에.

그 어떤 누구보다 타락한 인어들에게 빠르게 둘러싸이는 것.

잠시 눈을 가늘게 뜨며 자신에게 삼지창을 찔러대기 시작한 녀석들을 바라보던 아셀이 크게 숨을 들이쉬며 아르테스를 붙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터져라.’

새하얀 검강이 순식간에 더욱더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7성급의 기운을 운용하고 있다면, 잠시나마 무리를 해 8성급의 기운을 운용하기 시작한 것.

건물 기둥만 했던 검강이 점점 거대해지는 것과 동시에 아셀의 팔에 들어오는 고통들 또한 점점 더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어..어?”

“어찌 검강을 저렇게 빠르게..”

“이.이럴 수가.”

검강에 대해 잘알고 있는 기사들은 그 모습에 놀라워할 수밖에 없었다.

검강을 불러낼 수 있는 기사들 중 대다수는 검기를 사용하는 상황. 검강을 불러낼 때 드는 집중력과 심력으로 인해 단숨에 불러낼 수 없었으며 심지어 오랜 시간 지속도 하지 못했기에.

손쉽게 불러내고 유지할 수 있는 검기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나타난 거대한 검강들이 마치 대해를 가르듯 아셀을 둘러싸고 있는 타락한 인어들을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역시..”

검을 휘두르면 휘두를수록 팔이 삐걱거리며 당장 멈추라는 듯 머릿속에 경종이 울리는 상황.

심지어 눈앞에는 오랜만에 보는 메시지까지 나타났다.

[경지에 맞지 않은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그림자 재단의 유지 시간이 빠르게 줄어듭니다.]

위런 위급한 증상들과 메시지가 나타났음에도 효과는 확실했다.

둘러싸고 있는 타락한 인어들이 순식간에 사라지며 어느새 빈 공간들이 나타났기 때문에.

동쪽 성벽 위에 아셀이 휘두른 검강에 남아 있는 것은 죽은 타락한 인어들의 흔적뿐이었다.

“망할! 사위가 저렇게 하는데 빨리 대열을 갖추지 못할까!”

아셀이 무리를 한 덕분에 페루가의 기사들이 대열을 정비할 시간이 생겨났다.

‘안 되지.’

당장이라도 몬스터들에게 달려들 것 같은 기운을 보여주는 페루가의 기사들을 보며 아셀은 씨익 웃어 보였다.

“저것들은 내 사냥감이니까.”

그렇게 많은 수의 타락한 인어들을 베어냈건만, 아직도 수많은 녀석들이 줄지어 달려오는 모습들.

아르테스를 무심한 듯 한 번 휘두르자 아셀의 검강이 지나간 자리에 수천 개의 크고 작은 십자가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터져라.”

아셀의 중얼거림을 증명하듯. 허공에 나타난 수천 개의 신성력의 십자가들이 일제히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콰가가가강! 거대한 소음은 지축을 울리기 충분했으며 아셀이 서 있는 동쪽 성벽마저 부르르 떨리는 상황.

그것과 눈앞에 나타난 새하얀 빛은 경지가 높은 무인들마저도 눈을 감게 만들기 충분했다.

“맙소사..”

“저 나이 때 말릭도 못했던 거 아닌가....”

거대한 새하얀 빛은 순식간에 나타난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와 함께 나타난 풍경은 시체들조차 남기지 못한 타락한 인어들의 잔상들.

코어 안으로 들어온 거대한 마나들에 아셀만이 녀석들이 피하지 못하고 모두 단숨에 사라진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대단해.”

“내가 역시 사람 보는 눈이 있었어.”

“하아... 하아...”

사방에 들려오는 목소리에도 아셀은 거친 숨을 몰아쉴 수밖에 없었다.

방금 사용한 거대한 기술로 그림자 재단을 유지하는 모든 시간을 사용했기 때문에.

아셀의 손이 급격하게 떨리기 시작했으며 머리는 새하얗게 변해 눈앞에 사물도 분간이 되지 않았다.

아무리 신체를 재구성했다고는 하지만, 본래의 재능이 따라주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거대한 기술을 운용하고 난 후유증은 더욱 심할 게 분명했으니까.

‘그래도.’

아셀이 기억하기로는 이 정도 피해를 받으며 물러갔던 녀석들이었기에.

그의 짐작을 증명하듯. 뒤가 없이 달려들던 타락한 인어들이 모두 바다로 돌아가는 기괴한 모습들이 펼처지기 시작했다.

‘격퇴했다.’

“하하하! 사위 자네에게 겁먹고 도망가는 저것들을 보게나!”

“아셀 도련님이 해내셨습니다!”

“대단하십니다 아셀 도련님!”

주변의 소리에도 아셀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본신의 재능으로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었기 때문에.

“숨을 크게 들이쉬어.”

어느새 다가온 페레가 은은하게 아셀의 몸 안에 시원한 바람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와 함께 처음 보는 치료 회복으로 보이는 무언가가 몸으로 들어오자 빠르게 회복되는 아셀의 체력들.

그는 페레를 바라보며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표했다.

“허허.. 대단하네 사위... 하기야 방금 같은 기술을 사용하면 아무리 말릭 경이라고 할지라도 힘들게 분명하겠군.”

그림자 재단의 유지 시간이 풀린 것을 다행히 테일라스는 강한 기술을 사용했던 반동으로 받아들인 것이 분명했다.

주변의 기사들 또한 모두가 납득하는 표정들.

급기야 테일라스가 페루가의 비약이라며 이상한 환약을 건네려는 것을 페레의 무표정한 얼굴이 막아섰다.

“크흠... 호랑이 불x로 만든 거라 몸에 좋은 건데... 끙 비싼 것도 몰라보고.”

잠시 이상한 소리를 들은 것을 무시하며 아셀이 페레의 부축을 받아 성벽에 기대며 앉아 있자 주변의 기사들이 경외의 시선을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빚은 하나 갚았다.’

아셀에게 최악의 재능을 부여해 인생의 초반을 망하게 만든 것에 대한 빛.

그 최악의 재능들로 가족들은 물론 필드가의 무인들에게 멸시받았던 시선들을 지금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모두가 경외와 호기심을 가득한 시선을 보일 뿐.

‘물론 저 녀석들은 빼고.’

아셀에게 모여든 기사들을 바라보며 열등감을 숨기지 않고 노려보는 아르센과 무표정한 가센 그것을 발견하니 오히려 아셀의 기분이 더욱더 좋아졌다.

“나머지.. 빚들도 조만간 갚아줄게.”

작게나마 아셀은 원래의 아셀의 몸에게 지었던 빚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

타락한 인어들이 물러가고 몇 시간이 지난 후에야 다시금 그림자 재단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아셀은 한스의 그림자를 불러들이며 큰 숨을 들이쉬었다.

“후우...”

“오! 사위 이제야 호흡을 되찾았나?!”

“체력이 약하신 거 같습니다. 아셀 도련님.”

“물 마셔 아셀.”

시종일관 아셀의 옆에 있는 테일라스와 페레. 게다가 지금은 메이슨까지 어째서인지 함께 자리를 하며 식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체력에 고기만 한 것이 없죠. 양고기에 와인을 가득 머금게 한 요리입니다. 한입 드시지요. 도련님.”

“쯧쯧. 메이슨 자네 뭘 모르는구만. 그런 허례허식 가득한 음식에 무슨 체력이 붙겠나. 사위 이게 뭐냐면 내가 이곳에 오기 전에 잡았던 트롤 앞다리인데. 우리 페루가 사나이들은 어려서부터 이런 걸 즐겨 먹지.”

“...정말 대단한 식사 방법입니다.”

“그렇지? 그러니까 사위도 한입 해보게 아마 기운이 솟아나서 내일 아침에 달라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 같으니까 말이야.”

“잘못 먹으면 내일 아침에 아침햇살이 아니라 저승문을 볼 거 같은 착각이 드는데 말이죠?”

자신의 말에도 그저 씨익 웃으며 트롤 앞다리를 건네는 테일라스를 무시하며 아셀은 메이슨이 건네주는 양고기를 큼직하게 썰어 빵 함께 입안에 털어 넣었다.

“응?”

“어떠십니까 도련님? 입에 맞으시는지요?”

입안에서 느껴지는 고급진 향신료들의 향기가 아셀의 입안을 가득 채워나가기 무섭게. 진한 와인향과 부드러운 양고기의 식감이 느껴졌다.

“이거 누가 만들었나.”

고급진 요리였고 무표정한 페레마저 벌써 몇 접시를 먹을 만큼 맛있는 요리였으나 아셀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자신의 앞에 있는 양고기 요리를 바라보았다.

“역시 도련님. 입맛에 맞으셨나 봅니다. 그것이 바로 퍼플가의 자랑인 셰프 로나니의 대표 요리이지요.”

“거참.. 이게 뭐가 맛있다고. 트롤 앞다리가 진정한 사나이의 요리인데 말이지..”

“셰프 로나니라 걔는 퍼플가에서 얼마나 일했지?”

“한 20년은 된 거 같군요. 설마 떠나실 때 데려가려고 하시는 겁니까? 가주님도 즐겨 찾으시는 주방장이라 그건 조금 어려우실 거 같은데..”

‘그랬구나.’

메이슨의 말을 곰곰이 들으며 아셀의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모든 퍼즐이 완성되는 기분이 들었다.

유론이라는 존재를 중독시킨 방법. 그리고 그것이 누구인지.

아셀은 입안에 들어온 고기와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를 통해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중독되었습니다.]

처음으로 나타난 메시지. 게다가 아셀은 이 독의 종류와 특징을 잘 알기에 자신의 몸을 관조해보며 코어 안에 마치 먼지들처럼 무언가 달라붙기 시작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잡았다 요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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