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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재단사가 강해지는 법-79화 (79/201)

◈ 79화. 백룡들의 눈물

페레가 가리킨 곳은 그녀가 누워있던 제단이었다,

수많은 조각이 되어있는 푸른색 돌의 제단. 그러나 아름다운 조각들조차 지금의 아셀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백룡들의 눈물.]

[목숨을 희생하던 백룡들이 자신의 처지에 괴로워하며 흘린 눈물입니다.]

[전설 등급.]

[소유 시 얼음 계열의 마법이 강화됩니다.]

[아이템을 사용해 정령과 계약할 수 있습니다.]

“대.대박...”

떨리는 손으로 아셀은 어린아이 주먹만 한 눈물 모양의 보석을 들어 올렸다.

“괜찮아 보이는데..요?”

“이틀간 반말하도록 허락해줄게. 고맙다. 페레.”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페레를 무시하며 아셀은 백룡들의 눈물을 바라보았다.

‘정령과 계약이라고?’

용족과 관련된 물건. 게다가 대놓고 정령과 계약할 수 있다는 말까지.

아셀은 이런 비슷한 물건들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뇌궁. 그리고 노도의 정령학.’

모두가 번개의 정령왕과 계약할 수 있게 해주는 물건들.

그것들에게도 이런 비슷한 효과들이 붙어있었기 때문에.

“하하.. 잘했어 페레. 진심이야.”

아셀의 예상이 맞다면 백룡과 관련된 정령. 그것은 분명 얼음 속성의 정령일 게 분명했다.

어쩌면 아직 존재조차 모르는 눈의 정령왕과 계약할 단서가 될 수도 있었다.

백룡들의 눈물을 다음으로 아셀은 이곳에서 쓸만한 물건 3가지를 추가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다.

철퇴 [고대 드워프의 노여움]

장창 [바바리안들과 춤을]

대검 [고대 투우사의 노래.]

모든 게임이 그렇듯 고대라는 이름이 붙은 무기일수록 위력이 더 강한 것은 당연한 법.

전설 무기 세 개 중 무려 두 가지가 고대라는 타이틀이 붙은 것에 아셀은 더 없이 기분이 좋아졌다.

“좋은 무기들인 거 같네.”

“덕분에 구한 거지.”

이제 슬슬 이곳에서 나가기로 결정한 아셀은 잠시 페레의 옷차림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이 상태로 데리고 나가는 건 조금 그렇겠지?’

페레의 옷은 200년 전에 귀부인들이나 입었던 푸른색 드레스.

게다가 성인이었던 몸이 소녀의 몸으로 작아진 상황이었기에. 어린아이가 엄마의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흐음.. 우선 옷부터 만들어줘야겠다.”

“오. 옷을?!”

얼음과 같은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던 페레는 묘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셀을 바라보며 처음으로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걱정 마 금방 끝나니까.”

아셀 본인의 몸으로 돌아오자마자. 그는 날카로운 눈썰미와 미적 감각으로 페레에게 딱 맞고 어울리는 옷이 무엇인지 단숨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활동성이 좋고 손 쉬운 옷’

하늘색 천으로 순식간에 셔츠 하나를 만들어낸 것과 동시에. 아셀은 그녀의 머리 색과 어울리는 흰색 슬렉스 바지까지 단숨에 만들어내자 페레는 눈을 껌뻑일 수밖에 없었다.

“어..음. 아셀 너 원래 재단사야?”

“먹고 살려고 배운 일이지.”

어서 갈아입으라고 페레에게 옷들을 건네준 아셀은 얼어붙은 백룡 뒤로 걸어가는 페레가 모습을 보이지 않자 단숨에 그녀와 똑같은 옷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얼음 마녀의 재능은 어떤 거지?’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대륙을 파멸로 이끌었던 얼음 마녀의 재능이 무엇인지 아셀이 순전히 궁금했었기 때문에.

“후우 그런데..”

페레의 것과 똑같은 하늘색 셔츠와 흰색 바지를 만들어낸 아셀은 주위를 둘러보며 머리를 긁적일 수밖에 없었다.

리쿠아와 코코라.

그것들의 시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쳤네.’

분명 퀴리와의 싸움에서 녀석들이 틈을 노리고 도망친 게 분명한 상황.

이곳의 위치가 발견되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해도 아셀은 그저 여유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금 당장 놈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지.’

대륙에 작정하고 모습을 드러낼 수 없었기에. 경지가 높은 녀석들이 이곳에 나타날 수 없는 일이었다.

얼음 마녀를 노리려면 대륙인들의 눈을 피해 아셀을 공격해야만 하는 상황.

그런 위급함에도 아셀은 오히려 어떤 녀석들이 올지 기대가 될 뿐이었다.

‘고레벨 몬스터가 알아서 찾아와주겠다는데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어.’

아셀을 노릴 퀴리의 혈족들은 무조건 리쿠아 이상은 보낼 것이 분명했기에.

녀석들을 잡아 얻을 마나만이 아셀의 머릿속에 가득 채워졌다.

[얼음마녀의 셔츠를 만들었습니다.]

[그림자 재단의 효과가 발동됩니다.]

[원단의 효과로 5% 동기화가 올라갑니다.]

[음의 존재의 사랑을 받는 존재. 빙계열 마법에 특화된 신체. 얼어붙은 코어 재능과 반대인 마음가짐 특성이 구현됩니다.]

[동기화 4%.]

[스탯이 재분배됩니다.]

[유지 시간 1시간.]

“이런 특성도 있나?”

페레의 그림자를 불러일으켜 본 아셀은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에 눈을 껌뻑일 수밖에 없었다.

빙계열 마법에 특화된 신체 말고는 전부 다 처음 보는 것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다 입었는데.. 왜 나랑 같은 옷을 입고 있어?”

하늘색 셔츠와 하얀 바지를 입은 페레는 아셀이 현실에 봤던 수많은 모델들과 같은 분위기를 주었다.

“그냥 만들어놓고 보니까 나한테도 어울릴 거 같아서. 잠깐 입어본 거야.”

“그래?”

말과 다르게 페레의 얼굴에는 남들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잠깐 홍조가 생겼다가 사라졌다.

“우선 이곳에서 나가는 게 좋을 거 같아.”

이제 슬슬 이곳에서 떠날 때가 되었음을 깨달은 아셀은 투마리스의 가죽 갑옷을 입으며 입을 열자 페레가 자신도 모르게 안타까운듯한 한숨을 내쉬었다.

“아..”

“응?”

“그냥 하늘색 셔츠도 잘 어울렸는데...”

말하면서 페레는 자신이 어째서 이 같은 말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것이 파티를 맺으며 자신들도 모르게 높아지는 호감도에서 나오는 것임을 파티를 전혀 모르는 페레가 알 수는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밖에는 추워서 그래.”

그런 페레를 바라보며 아셀은 그저 씨익 웃어 보였다.

어느새 투마리스의 그림자를 불러들인 아셀이 앞장서며 얼음 마녀의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흐음... 너무 조용하지 않은가?”

여명 수도원.

2차 몬스터 웨이브를 성공적으로 막아냈으며 말릭의 경지가 매일 상승하는 지금.

그들은 다른 성기사들 중에서 아니 대륙의 기사단들 중에서 가장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것을 증명하듯. 가르시아 주교의 온몸에는 2년 전에 없던 보석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으며. 말릭을 사이에 두고 있는 테이블에 올려진 차도 대륙에서 가장 비싸다는 [용정]인 상황.

아셀이 봤다면 정말로 금욕을 하시는 게 맞냐고 묻고 싶은 모습들이었다.

“어떤게 말입니까?”

“아셀 그 아이가 너무 조용한 게 아닌가 하네.”

뜨거운 차를 마시며 가르시아 주교는 차의 향을 음미했다.

“사실. 조금 걱정했었거든.”

“아셀을 말입니까?”

“워낙에 대단한 아이가 아니던가.”

2년.

가르시아는 아셀이 여명 수도원에서 보여준 놀라운 활약들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다.

심지어 말릭에 비견되는 재능을 가진 아이를 다시금 이곳에 내려준 여신에게 가끔 감사의 기도를 드리기까지 하는 상황.

가르시아가 타인을 위해 기도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그의 주위의 사람들이 놀라워할 일들이었다.

“대단하기는 하지요.”

“그래서 걱정했네. 대단해서 밖에서 어떤 사건들을 만들고 다닐지 말이야.”

“아직 반년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주교님.”

말릭은 태연한 미소를 지으며 가르시아를 바라보았다.

“속세의 일들이 궁금해서 아직 이름을 떨치지 않은 걸 수도 있겠지요.”

“흐음.. 여신에 대한 믿음이 그리 없어 보이지는 않았는데.”

아셀이 여명 수도원에서 외유에 나가며 살짝 수많은 전공들을 세워줄 거라 기대했던 가르시아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끄응... 대륙에서 가장 강한 후기지수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좋은데 말이지..’

말릭이 젊은 시절 외유에 나가 명성을 떨치면 떨칠수록 여명 수도원의 위상은 높아졌으며 수많은 후원과 임무들이 이곳에 모여들었던 것을 가르시아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후우... 늙은이의 욕심이네. 아니지. 수도원 주교로서 욕심이네. 자네도 알다시피 유명해지는 건 여신께 도움이 되지 않는가.”

“잘해낼 겁니다. 주교님.”

아셀에 대한 굳은 믿음을 드러낸 말릭을 바라보며 가르시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건 그럴 테지... 그나저나 지금 들은 생각이지만, 어쩌면 그 아이의 아비 때문에 행동하지 않은 걸 수도 있겠군.”

“그 정도로 심각합니까?”

가르시아의 말에 말릭은 표정을 단번에 굳힐 수밖에 없었다.

“심각하네.”

“어찌 유론 같은 무인이..”

말릭은 젊은 시절 몇 안 되는 호적수였던 유론이 무인으로서 삶이 끝나가는 것이 아닌 병으로 끝나가고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했다.

“주교급 인사들이 조만간 필드가를 방문한다고 하지만...”

7용사의 가문의 가주였기에. 주교급이 파견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 상황.

그럼에도 유론의 병세를 들어본 가르시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보였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조만간 필드가의 가주는 바뀔 거 같구만...”

“허어....”

***

봉인지에서 나온 아셀은 우선 쿠이가의 그림자를 불러들여 거대한 빙하들을 박살 내기 시작했다.

콰가가강! 마법을 연달아 난사하자 순식간에 박살 나기 시작한 빙하들.

그것들이 페레가 봉인지의 입구를 막는 모습이 아셀의 눈에 들어오자 그는 만족감을 드러내며 씨익 웃어 보였다.

“대단해. 아셀. 어떻게 그런 많은 직업들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거지?”

아셀이 마법까지 사용하는 모습에 페레가 진심으로 놀랍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혹시 내가 잠든 사이에 새로운 기술이 나타난 건가?”

“그냥 타고 난거지.”

아무래도 페레의 기억에는 그림자들에 대한 지식이 없어 보이는 상황.

아셀은 그저 어깨를 으쓱거리는 것도 잠시.

그는 주변에서 느껴지는 혈향에 눈살을 찌푸렸다.

“저쪽에서부터 이어지고 있어.”

페레가 가리킨 방향에서 정확히 혈향들이 흘러나왔다.

자신보다 먼저 방향을 알아차린 것에 그녀 또한 상상 이상의 기감을 가지고 있음을 아셀은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페레가 가리킨 혈향을 따라 가본 아셀은 눈앞에 나타난 것들에 표정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이건...”

페레 또한 새하얀 얼굴이 더욱 창백해질 만큼 표정을 굳힐 수밖에 없는 모습들.

그곳에는 바바리안들이 가득 쓰러져 있었다.

아셀의 눈에 들어온 숫자만 50명 이상.

모두가 가슴에 검정색 막대기 같은 것을 꽂고 있었으며 몇몇 바바리안들은 미라처럼 말라비틀어져 있는 상황.

아셀이 황급히 말릭의 그림자를 불러들이며 생존자들의 몸에 치유를 불어넣어 주었다.

‘그 새끼...’

퀴리가 빙의했던 혈마법사.

놈의 힘의 근원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아셀은 단숨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심지어 이들이 그동안 실종된 바바리안이라는 사실마저.

“이것들도 마족들의 짓이야?”

“그래.”

“그 혐오스러운 것들은 200년 동안이나 바뀌지 않았네.”

페레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아셀은 거대한 한기와 살기들을 읽어 낼 수 있었다.

살아남은 바바리안은 50명 중 10명도 되지 않았다.

전원 제이든이 사용한 혈마법에 제물이 되어 희생되었기 때문에.

심지어 살아남은 10명 또한 상태가 온전하지 못했다.

“이들을 어떻게 할 거야?”

무덤덤하게 말하는 페레지만, 아셀은 그녀의 말에서 걱정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은...”

잠시 이들을 치료하고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아셀의 머릿속에 누군가 스처 지나갔다.

‘걔한테 맡기면 되겠어.’

어쩌면 이번 기회로 미래에 얻어야 할 그림자를 더욱 빠르게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아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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