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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재단사가 강해지는 법-66화 (66/201)

◈ 66화. 수르트 (1)

“저어.. 대협 아무리 생각해도 더워진 거 같지 않으십니까?”

토니의 말대로였다.

두 번째 던전에서 수르트의 또 하나의 동생이라고 주장한 나르트의 머리를 베어낸 아셀 또한 주변의 열기가 더욱 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이거 뭔가 있는 건가?’

잠시 석실에 들어오며 품 안에 넣어둔 아젠타석을 만지작거리던 아셀의 눈빛이 가늘어지기 시작했다.

두 개의 아젠타석.

하나만 소유하고 있을 때는 몰랐지만, 두 가지가 합쳐지니 아셀은 이 돌의 능력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가 있었다.

“흐음.. 저기에 철광석이 조금 있는 거 같은데?”

“?!”

주변에 묻혀 있는 광물들의 기운을 저절로 느끼게 한 것.

게다가 아셀은 어디에 온천수가 있는지까지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는 상황이었다.

‘흙계열 마법이나 정령술도 강화되었잖아?’

심지어 아셀이 펼치는 흙마법과 소환된 흙의 정령들 또한 이전과는 비교도 하지 못할 만큼 강해진 것을 아셀은 발견할 수 있었다.

‘대협이 설마 아젠타석의 능력을 알아차린 건가?’

아셀의 중얼거림에서 토니는 등골이 서늘해질 수밖에 없었다.

드워프 왕가의 상징인 아젠타석.

그것에 있는 능력들은 인간들이 탐내기 충분했기 때문에.

“흐음...”

느껴지는 기운들 아셀이 잠시 바닥에 손을 집고 탐지 마법을 사방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이건.’

어느새인가 화산 속에 있는 용암들이 움직이는 것이 점점 빨라지고 있음을 아셀은 눈치챌 수 있었다.

마치 가로막고 있던 무언가가 사라져 용암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 같은 모습들이었다.

“이게 막고 있던 건가?”

아젠타석이 괜히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님을 아셀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어떤 이유에선가 마르코 화산의 용암을 막고 있던 것이 분명했다.

‘이거 세 번째 던전에 들어가 봐야 알 수 있을 거 같은데.’

처음 이곳에 있던 가장 거대한 기운이 느껴지던 던전.

아셀은 이제 그곳에 수르트의 심장이 있을 거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가장 난감한 곳이었는데...’

어쨌든 이곳을 들어가야 하는 상황.

결국 한숨을 내쉰 아셀은 주변에 열기를 차단하는 마법들을 펼치기 시작했다.

“대협 뭐하십니까?”

아셀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토니를 무시하며 아셀은 말릭과 케락스의 능력들을 융합하기 시작했다.

‘안에서 어떻게든 해야 되겠네.’

그림자 융합.

이것을 사용하면 단번에 그림자 재단의 유지 시간이 사라지는 상황.

만약 아셀의 본신의 몸으로 열기가 높아진 마르코 화산의 정상에 있다면 위험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해보지 뭐.’

잠시 눈을 감으며 그림자 재단의 스킬 쿨타임을 기다리기 시작한 아셀을 토니는 멀뚱거리며 바라볼 뿐이었다.

***

“허업! 대.대협 이건?!”

그림자 재단을 다시금 사용할 수 있게 된 아셀이 말릭의 그림자를 불러오는 것도 잠시.

그는 발견한 던전의 입구에서 거대한 철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드워프들. 선조들의 작품입니다!”

아셀의 경지가 단숨에 올라간 놀라운 일들이 잊혀질 만큼.

토니는 지금 눈앞에 나타난 거대한 철문을 가리키며 소리치고 있었다.

‘드워프들이라..’

잠시 철문에 다가간 아셀은 그것들이 오랜 시간 열기에 그을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본래의 색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멀쩡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

과거 이곳에 문을 만든 드워프들의 기술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었다.

“맙소사.. 맙소사! 이걸 이런 식으로...”

선조들의 기술에 눈을 반짝이는 토니를 내버려 두고 아셀은 거대한 철문에 새겨진 그림을 바라볼 뿐이었다.

“드워프와 거인인가?”

문에는 손에 광석을 높이 올린 드워프와 그것을 죽이려 달려드는 거대한 거인이 새겨져 있었다.

“아아.. 선조님.”

그 드워프의 앞에서 잠시 절을 올린 토니를 바라보던 아셀이 이내 철문에 손을 대자 저절로 열리는 모습이 나타났다.

드르르륵. 오랜 세월 땅속에 있던 철문에서 녹슨 경첩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함께 터져 나온 거대한 열기에 토니가 자신도 모르게 방패를 올려 드는 것도 잠시.

아셀은 신검 아르테스를 뽑아 들고 천천히 던전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대.대협?”

안쪽으로 들어가는 내내 이전에 있던 거인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거대한 공간에 있는 것은 천장에 붙어 있던 용암 박쥐들과 잡몹이라고 불릴 만한 것들.

그것들을 단숨에 베어내거나 도망치는 녀석들의 내버려 둔 아셀은 이윽고 또 다른 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뭐라고 써있는 거냐?”

드워프들의 언어로 무언가 적혀있는 석문을 바라보며 아셀은 눈을 찌푸렸다.

그곳에 적혀있는 말들과 남은 하나의 아젠타석이 박혀있는 구멍. 심지어 구멍 안에는 다른 아젠타석을 넣으라는 듯 완전한 아젠타석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산의 분노를 보고 싶은 자. 이곳에 남은 아젠타석을 채워 넣어라?”

토니의 말에 아셀은 그저 성큼성큼 걸어가며 구멍 안에 아젠타석을 채워넣었다.

‘내 예상이 맞다면 원래 토니 저것은..’

아셀은 미래의 드워프 영웅 토니가 어떻게 아젠타석을 찾아낼 수 있었는지. 그리고 마르코 화산이 어째서 터졌는지 단숨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짐승 새끼였잖아 저거?’

잠시 그 모든 것을 이해한 아셀이 아젠타 석을 채워 넣고 토니를 노려보자 녀석은 흠칫거리며 주춤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대.대협 왜 그러십니까?”

분명 용암 박쥐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토니가 불의 거인들을 쓰러트리기는 불가능한 법.

하지만 몬스터를 피해 석실 앞에 박혀있던 아젠타석들을 빼내는 것은 가능한 일이었다.

세 개의 아젠타석을 빼내고 유유히 화산에서 내려오면 되는 상황.

그렇게 토니가 풀어낸 수르트를 포함한 보스 몬스터들이 아젠타석의 부재로 움직임이 활발해진 화산을 터트리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럼 이해가 안 되는 게 하나있는데..”

도대체 수르트의 심장은 어떻게 구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은 상황.

그러나 아셀은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한 아젠타석이 빛을 내는 모습과 함께 열린 석문에서 모든 의구심이 해결되었다.

“아...”

하나로 완성된 아젠타석이 진한 주홍빛 빛을 터트리는 모습에 토니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내미는 것도 잠시.

문이 완전히 열리기 전에 아젠타석을 자신의 품 안에 넣은 아셀은 토니의 원망스러운 눈빛보다 안에 있는 풍경에 눈을 반짝일 수밖에 없었다.

아셀의 눈앞에 용암으로 만든듯한 심장이 놓여있었다.

그것을 관통하고 있는 낡은 창 하나. 아셀은 그것이 수르트의 심장이라는 사실을 단숨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설마 이게 끝..?”

심장을 주워 올리며 어이가 없어 하는 것도 잠시.

아셀은 갑자기 무언가 거대한 기척에 황급히 아르테스를 추켜올렸다.

캉!

아르테스를 타고 들어오는 거대한 기운.

게다가 느껴지는 열기와 함께 손을 타고 올라온 고통에 아셀은 잠시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내.. 심장. 내놔라.]

그르륵. 무언가 끌리는 소리와 함께 아셀은 자신을 내려친 존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용암?”

그것은 거대한 용암이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마치 사람의 형상으로 용암을 거대한 쇠사슬이 둘러싸고 있다는 것.

아셀이 계속해서 자신을 공격하려는 놈의 공격을 피해 뒷걸음질 치는 것도 잠시.

어느 순간부터 녀석은 아셀에게 다가오지 못하고 허공에 검을 휘두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내 심장!! 내 심장!!]

“허업.. 아셀님 그냥 가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챙길 건 다 챙기지 않았습니까?”

토니의 말이 맞았다.

굳이 수르트를 상대하지 않고 땅에 떨어진 놈의 심장을 들고 가면 그만이었으니까.

‘아냐 이거 뭔가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이 게임을 플레이했던 아셀은 이것이 끝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분명 아셀이 저 심장을 줍는 순간 무언가 벌어질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에.

“분명 저걸 줍는 순간 쇠사슬들이 풀리겠네.”

“예?”

아셀의 중얼거림을 들은 토니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아셀은 애꿎은 녀석의 뒤통수를 후려칠 뿐이었다.

“대. 대협 갑자기 왜?!”

“그냥 임마.”

생각보다 힘을 주어 때렸기 때문에. 억울한 듯 자신을 바라보는 토니를 보며 아셀은 그저 어깨를 으쓱거렸다.

본래라면 토니가 저것을 줍고 유유자적하게 이곳에서 나갔을 게 분명한 상황.

쇠사슬이 풀리고 분노한 수르트가 마르코 화산을 폭발시켜 이 일대를 모두 용암만이 가득한 곳으로 만들었다.

“운 좋은 줄 알아라 토니.”

“갑자기 때리시고 운이 좋다고 하시면 저는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하는지..”

억울한 듯 눈시울을 붉히는 녀석을 무시하며 아셀은 검기를 수르트 녀석에게 뿌려대기 시작했다.

“어라?”

쾅! 쾅! 쾅!

단숨에 수르트를 양단할 것 같은 검기들. 그러나 아셀은 그것이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가로막혀 없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설마..’

잠시 수르트가 움직일 수 있는 거리까지 다가가자 이번에도 자신을 향해 미친 듯이 무기를 휘두르는 수르트.

아셀은 그런 녀석의 공격을 피해내며 검기를 날리자 이번에는 수르트의 몸에 적중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정 거리 이상에서는 공격이 통하지 않는 건가?”

쯧 하고 아셀은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자신에게 다가오지 못하는 녀석이라면 아무리 강해도 멀리서 마법이나 검기 샤인 에로우로 마무리할 수 있을 거라는 계획이 산산조각 났기 때문에.

[이 냄새...더러운 더러운 드워프들 녀석의 냄새다!]

“내 냄새 아니야 임마.”

놈이 휘두르는 거대한 대검에 진한 열기가 더해져 있었다.

그것을 막아내며 어느새 완벽하게 구현된 신성의 갑옷들.

빠르게 움직이며 놈의 몸 곳곳에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던 아셀은 고통의 괴성을 지르는 수르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으아아아아! 이 쥐새끼 같은 놈!!]

‘제약이 걸려있는 녀석이니까.’

본래 심장까지 들어있던 녀석이라면 10성급 이상의 능력을 지녔을 몬스터일 게 분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쇠사슬에 반 봉인되어 있으며 심장이 없어 기껏해야 8성급 정도의 몬스터.

녀석이 휘두르는 대검 하나하나가 치명적인 공격들이었지만 맞지 않으면 그만인 것들이었다.

캉!

신검 아르테스가 정확하게 녀석의 다리를 베고 지나갔다.

용암으로 이루어졌기에 다시금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대가가 없는 재생은 아니었는지 녀석의 움직임이 확연하게 느려진 모습.

그러나 아셀은 놈에게 치명상을 새겨둘 때마다 변화되는 녀석의 몸에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야 토니야.”

눈앞에 나타나고 있는 모습에 아셀은 진심으로 어처구니없기에. 괜시리 바위 뒤에 몸을 숨기고 있는 토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희 조상들은 혹시 변태들이냐?”

“대협! 아무리 대협이라고 하지만 위대한 우리 드워프들의 조상님들을 욕하는 건..”

“그럼 저건 어떻게 설명할 건데?”

“... 생각해보면 조상님들 중에서도 취향이 독특했던 분도 여럿 있던 거 같습니다.”

눈앞에 드러난 모습에 아셀은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이건 뭐 심장을 주워도 되는 거였던 거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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