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화. 마르코 화산으로
한 달.
아셀은 익면조를 잡아 마탑을 구해낸 뒤 흘러간 시간을 떠올려 보았다.
‘이거 대단하네.’
마탑의 공적이 너무나도 대단했기에.
층장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고 있는 아셀이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층장들의 공방과 비슷한 크기의 방 안에 있는 아셀은 요정목 지팡이 미네르바의 한가운데에 있는 붉은색 보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심장.”
쿠이가가 익면조의 심장을 요정목 지팡이에 달아준 것.
완성된 지팡이를 오늘에야 받아본 아셀은 그 안에서 느껴지는 신비로운 기운에 눈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낼 수밖에 없었다.
‘사실 더 빨리 완성될 수 있었지만...’
아셀과 함께 눈의 정령들로 백룡들의 봉인을 재현하기 위한 일들과 마탑의 복구들.
그 어떤 것 하나 쉬운 것은 없었기에. 강화된 미네르바가 이제야 완성이 된 것이었다,
“파이어볼.”
얼마나 강화가 되었는지 시험을 해보기 위해 아셀이 미네르바를 사용해보는 순간 그는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이.. 이 영감이?!”
화르륵. 세상 모든 것을 지워버릴 듯한 거대한 크기의 화염구가 아셀의 눈앞에 나타났다.
2성급 경지의 마법사라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마법.
그러나 문제는 대충 만들어놓은 파이어볼이 커도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었다.
“분명 2배 정도라고 하지 않았나?”
분명 미네르바의 능력이 2배 정도 올라갈 거라 했던 쿠이가의 말을 떠올리며 아셀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네르바.
이것의 고유능력인 모든 마법의 범위를 10% 증가시켜주는 것.
그것에 두 배면 20% 정도 모든 마법의 범위가 증가해야 하건만.
아셀의 눈앞에 있는 파이어볼은 못해도 40% 정도 일반적인 파이어볼보다 거대했다.
“적당히를 모르는 양반이야.”
생각 이상의 결과였기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아셀은 눈앞에 있는 파이어볼을 단숨에 없애버렸다.
‘봉인식.’
지난 한 달.
불가능할 거라 생각한 봉인식은 놀랍게도 손쉽게 해결될 수 있었다.
마탑의 비고들에는 백룡들이 인간에게 전해주었다는 봉인식들의 원전들이 수도 없이 많았기 때문에.
이제 마탑주의 권한으로 그것들 모두를 조사하고 눈의 정령들 고유의 봉인술까지 합쳐지는 순간.
무려 백룡들의 봉인에 비견될 만한 봉인식이 하나 탄생하게 된 것이었다.
“소모품이지만.”
하지만 그런 거대한 마법을 아직 아셀이 펼칠 수는 없는 법.
그렇기에 쿠이가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수많은 개량을 거친 결과 그것을 단 한 번 사용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었다.
그랬기에 1회성 마법인 상황.
아셀은 자신의 손등에 눈꽃 모양으로 새겨진 문신을 바라보며 피식 웃어 보였다.
“어차피 움직이지도 못하는 애한테 걸어버리는 건데 뭐.”
얼음 마녀의 봉인 약해지고 있다고 하지만, 현재는 그저 봉인이 되어 있는 상황.
움직이는 상대도 아닌 그저 얼음 속에 갇혀있는 존재를 상대로 마법을 실패할 리가 없었다.
‘생각보다 괜찮다.’
유저들이 없는 세상이었기에.
아셀은 생각보다 빠르게 대륙에 마족들에 의해 멸망이 가속화 될줄 알았다.
그러나 자신이 미리 개입함에 따라 말릭은 벌써 완성에 가까운 무인이 되었으며 쿠이가는 원래 역사보다 빠르게 마탑주가 된 상황.
게다가 얼음 마녀의 봉인을 더 강화하는 데 성공하고 마룡들의 침공을 미연에 방지한다면 아셀이 계획한 행복한 인생이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올 게 분명했다.
“여기서는 남들을 내려다보며 살겠어.”
대륙 제일인이자 그 어떤 존재도 간섭할 수 없는 존재.
마족들에 의해 멸망 직전까지 가는 세상을 어떻게든 막아내고 인생을 즐길 생각이었던 아셀이었기에.
그는 점점 완성되어가는 자신의 계획에 만족감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
마탑에서 얻을 것은 모두 얻었기에.
아셀은 한스가 말해준 마르코 화산으로 가기로 결정한 상황이었다.
‘두개..’
현재 아셀은 마르코 화산에서 아르테스를 완성할 재료를 얻는다면 총 두 가지를 손에 쥐는 것이었다.
“하나는 온전히 내 것이 아니지만.”
타락한 세 주교.
그것들이 죽으며 흘린 아이템 중 아셀은 아르테스를 완성한 재료를 녀석들이 가지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녀석들의 시체와 나온 물건들은 모두 여명 수도회에 귀속되어 있는 상황.
아직 아셀의 지위가 낮아 가질 수는 없지만. 말릭의 재림이라 평가받는 아셀에게는 시간 문제일 뿐이었다.
‘그게 거기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네.’
한스가 알려준 아르테스의 필요한 재료들.
아셀은 그것들이 어디에 있는지 모두 알고 있었다.
하나하나가 게임에서 나타났다 싶으면 들썩였던 재료들이었으니까.
그중 마르코 화산에 있는 [수르트의 심장.]
아셀의 기억이 맞다면 그것은 드워프들의 영웅 [불의 전사 토니]의 도끼에 박혀 있는 재료였다.
“가장 문제가 되는 재료였는데 어쩌면 쉽게 구하겠어.”
엘프 수인들과 마찬가지로 떠돌이 생활을 하거나 노예 생활을 하는 대다수의 아인들.
그중 드워프들을 규합하고 지하세계의 드워프 왕국을 지상으로 올린 것이 바로 드워프들의 영웅 토니였다.
몬스터 웨이브에 비견되는 아인들의 준동은 중요한 사건이었기에 아셀이 잘 기억하는 상황.
게다가 슬슬 있으면 3차 몬스터 웨이브의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아셀은 마르코 화산에서 아르테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
“으으음.. 왔는가.”
마탑의 최상층. 마탑주의 집무실에 들어간 아셀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의 쿠이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셀과 봉인신을 만들과 미네르바를 강화한 것과 더불어 마탑을 복구하고 폐단들을 하나둘씩 정리하는 것.
아무리 대마법사 쿠이가라고는 하지만 몸은 하나였기에. 당장 쓰러질 듯 피로해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잠시 마탑을 떠나겠다고?”
쿠이가의 말에서 아셀은 진한 원망을 들을 수 있었다.
마치 이렇게 일을 벌여 놓고 도망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으니까.
“잠시 찾아야 할 물건이 있어서요.”
“후우.. 그런가. 아무튼 그것에 대해서 준비한 게 있네.”
쿠이가는 말과 함께 푸른색으로 빛이 나는 카드 하나를 아셀에게 전해주었다.
“이건?”
카드를 받아든 아셀은 별다른 특이점 없이 그저 금색으로 칠해진 마탑이라는 이름이 반짝이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처음 보는데?’
쿠이가 정도 되는 인물이 주는 물건이라면 분명 대단하다고 평가될 정도의 물건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아셀의 기억에 없는 것이 조금 의문인 상황.
그러나 이어진 쿠이가의 말에 아셀은 어째서 자신의 기억에 이것이 없는지 단숨에 이해가 되었다.
“마탑의 층장들에게만 지급되는 신분증이라네.”
“?!”
층장들에게 지급되는 신분증.
게임을 했을 적에도 마탑에 고위직 유저들은 있어도 층장에 도달한 유저는 없었기에.
아셀이 이것을 모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자네가 비록 층장은 아니라고 해도. 마법적인 경지와 마탑에 대한 공적은 충분히 층장에 비견될 만하다고 생각해서 주는 거네.”
“쿠이가님..”
“그걸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 앞으로 모든 워프 게이트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을걸세.”
“좋은데요?”
한 번에 100골드나 하는 워프 게이트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말에 아셀은 빙그레 웃어 보였다.
“게다가 마탑 소속 상점에서는 50% 할인가로 물건들을 구매할 수 있지.”
“오! 그런 기능까지 있습니까?”
대륙 각지에 퍼져있는 마탑 소속 상점에서 50% 할인가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는 말에 아셀의 눈이 번쩍였다.
“그뿐이겠는가. 자네는 필요 없을 것 같지만, 대륙 중앙은행에서 그걸로 매년 2만 골드를 지급받을 수 있다네.”
2만 골드라는 사실에 아셀의 눈빛이 번쩍였다.
여명 수도원에서 시간을 보냈던 시절.
금욕이 성기사의 미덕이라 말하는 가르침 덕분에 별다른 골드를 모으지 못했었던 아셀이었다.
이번 외유를 나오며 스승 말릭이 은밀하게 전해준 300골드가 전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
그런 상황 속에서 매년 2만 골드를 마음껏 지급 받을 수 있다는 카드가 손에 들어온 것은 당연 반가운 일이었다.
‘이거 당분간 돈 걱정은 할 필요가 없겠군.’
벌써부터 2만 골드로 무엇을 살지 머릿속에서 행복한 상상을 하고 있는 아셀을 바라보며 쿠이가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이 정도면 자네가 잠깐 마탑을 떠나있는 동안 편안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셀은 쿠이가의 부드러운 말속에서 은근히 더 이상 무언가를 요구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읽어낼 수 있었다.
어차피 마르코 화산에서 필요한 모든 물건들을 준비한 상황.
그는 그저 고개를 숙이며 쿠이가의 배려에 고마움을 표할 뿐이었다.
“감사합니다. 쿠이가님.”
“아닐세 이것들 모두가 자네가 받을 마땅한 대가이지 않는가. 내 마땅히 자네를 배웅해주고 싶네만..”
쿠이가의 한숨 소리와 더불어 그의 책상 위에 수많은 서류들이 만들어졌다.
“생각보다 일이 많아서. 이해해주게.”
“배웅은 이미 받았는걸요.”
“그런가? 그리고 마르코 화산에 도착하면.”
잠시 말을 끊은 후 쿠이가는 긴 수염을 쓸어넘기며 입을 열었다.
“용암 결정들을 구해줄 수 있겠는가? 마탑에 조금 필요해서 말이지.”
“마탑에 차고 넘칠 만큼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아셀의 대답이 만족스러운지 쿠이가는 빙그레 미소 지었다.
“내 동료 아셀. 자네가 가는 길에 마나의 축복이 가득하기를 빌겠네.”
***
마탑을 나와 마르코 화산 근처로 가는 워프 게이트에 탑승하는 순간에도 아셀은 쿠이가의 옷을 만들어주지 않았다.
‘나에 대한 신뢰는 있다고는 해도.’
아직 그림자들에 대한 모든 오해가 풀린 것은 아닌 상황.
심지어 워 메이지들의 수장 켈린이 밀크를 만들어냈던 모습이 불가 얼마 전이었기에.
쿠이가에게 그림자 재단을 사용하는 것은 그에게 커다란 모욕으로 작용될 수 있는 일이었다.
“후우.. 그래도 동기화가 높기는 하다.”
98%
옷을 만들지 않았건만 100%에 다다른 동기화는 아셀의 입꼬리를 저절로 올릴 만했다.
워프 게이트를 타고 도착한 곳은 대륙의 서쪽 끝에 있는 온천 도시 [오카세]였다.
마르코 화산 근처에 있는 도시로 주변의 온천수를 끌어와 만든 관광도시.
수많은 왕국들과 두 개의 제국에 전혀 소속되지 않은 자유도시 중 하나였다.
“온천 계란 팝니다!”
“마시면 피부가 좋아지는 유황 물 팔아요!”
관광도시라는 것을 증명하듯 수많은 호객군들과 온천을 즐기러 온 귀족들이 가득한 상황.
아셀은 그들을 지나치며 도시 밖에 있는 거대한 화산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르코 화산!’
이때까지는 모두가 마르코 화산이 완전히 죽어버린 화산으로 알고 있었기에.
마르코 화산 근처로 가는 도중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노천욕을 하고 있거나 마을을 이루는 모습들을 아셀은 발견할 수 있었다.
“조만간 터지지만 말이야.”
하지만 아셀은 저것이 터지고 주변 일대를 용암의 바다로 만드는 미래를 잘 알고 있었다.
마르코 화산 안쪽에는 용암으로 이루어진 몬스터들이 가득했기에. 도시 경비대가 지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들에게 쿠이가가 전해준 신분증을 보여주고 손쉽게 들어온 아셀의 눈앞에 놀라운 모습이 펼쳐졌다.
“여기는 예전에 돈 주고 들어올 수 있는 사냥터였는데..”
거대 길드 소속의 사냥터였던 마르코 화산.
그것도 그럴 것이 이곳에서 나오는 희귀한 광석들과 아이템들은 돈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아셀의 눈앞에 용암이 마치 강처럼 흘러가고 있는곳들이 군데군데 보였으며. 그 위로 도마뱀과 같은 모습의 몬스터들이 가득했다.
심지어 불에 타 있는 것 같은 나무들도 자세히 바라보면 죽은척한 몬스터들.
사방에 가득한 몬스터들을 바라보며 아셀이 서둘러 코어 안에 마나를 채워 넣고 싶은 욕구가 가득해졌다.
“여기서 사용할 만한 마법들은...”
쿠이가의 그림자를 불러들인 아셀의 요정목 지팡이 미네르바에 순식간에 물과 관련된 마법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빠르게 완성된 마법들만 모두 10가지.
5개의 코어로 6개의 코어만큼 출력을 낼 수 있었기에 모두 6성급의 마법들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기운들에 용암에서 편히 쉬고 있던 몬스터들은 움찔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바라보며 씨익 웃어 보인 아셀이 사방으로 마법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우선 마나부터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