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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재단사가 강해지는 법-55화 (55/201)

◈ 55화. 꼭두각시

아셀과 쿠이가는 원래의 형체를 거의 남겨두지 않고 있는 켈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으어..우어..”

8성급의 높은 경지.

거기다 평생을 워 메이지로써 수련해온 강인한 신체가 인간의 형체를 겨우 유지하는 켈린의 목숨을 유지시켜 주고 있었다.

“말해라.. 네놈 같은 변절자가 어째서... 어째서...”

전투가 끝이 난 후 쿠이가가 격양된 눈동자로 켈린을 심문하는 것과 다르게 아셀은 녀석이 입고 있는 옷을 자세히 바라보고 있었다.

‘녀석이 죽기 전에 옷을 만들면 정체를 알 수 있을 텐데...’

그림자 재단의 능력 또한 만능이 아니듯. 이미 죽어버린 존재의 그림자까지 불러들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켈린의 몸에서 점점 생명력이 꺼져 가는 것을 아깝다는 듯 바라보던 아셀은 쿠이가가 녀석에게 정신계 마법 몇 가지를 거는 것을 바라보았다.

“으어... 밀크... 파랑스님과 쿠욘님의 작품..”

“뭐라?!”

파랑스라는 말에 쿠이가의 눈이 경악하듯 커지기 시작했다.

속삭임의 파랑스.

후에 유저들에 의해 토벌되는 마계 군단장 중 한 명.

아셀은 녀석이 죽고 나서야 그림자들에 대한 오해가 풀리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벌써 녀석에 대한 정보가 세상에 풀리는 것인가...’

300년전 마왕 토벌에 대한 성공 이후 대다수의 마족들은 대륙에 몸을 숨기고 있는 상황이었다.

대놓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마족들의 왕국 [마키 헬]뿐.

그마저도 대륙에서 멀리 떨어진 섬에 있는 상황이었다.

“속삭임의 파랑스가 대륙에.. 그것도 마탑에 있었단 말인가!”

이름있는 군단장 중 하나였기에. 쿠이가 또한 녀석을 잘 알고 있었다.

“어찌.. 아니 얼마나 타락해 있단 말인가..”

자신의 붉은 소나무 지팡이를 부서질 듯 움켜쥐던 쿠이가는 켈린을 노려보았다.

마치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듯한 진한 살기.

그것에 맞춰 켈린의 몸은 점점 구겨지기 시작하는 것이 아셀의 눈에 들어왔다.

“모든 것은.... 마병.. 마병을 만들기 위해..”

“마병!?”

켈린이 죽기 전 남긴 말에 아셀은 믿기지 못하겠다는 듯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설마 수많은 이유 중 저것이 나올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으니까.

‘5차 몬스터 웨이브 이후에 나오는 게 벌써 준비되고 있다고?!’

마병.

2차 몬스터에서 정신적인 조작을 통해 일반인들을 움직이게 한 것 다르게 마병은 평범한 인간을 본질적으로 바꿔버린 존재들이었다.

평범한 인간을 마기로 가득 채워진 병사로 바꿔 대륙의 곳곳을 습격하게 만든 5차 몬스터 웨이브.

아셀은 일반인들이 어떻게 5성급 이상의 몬스터 마병들로 갑자기 바뀌었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밀크의 유통이 이렇게 만든 거였어..’

대륙 곳곳에 퍼진 완성형 밀크가 중독자들을 죽이지 않고 몸 안에 마기를 쌓아 마병들로 만든 것이 분명했다.

‘어라 잠깐 이러면...’

켈린이 죽기 전. 남은 밀크 생산 공장들을 모두 전해들은 아셀의 머릿속에 무언가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막을 수 있는 거 아닌가..”

심각한 표정으로 켈린이 말한 장소의 좌표들을 계산하는 쿠이가의 옆에서 아셀은 5차 몬스터 웨이브를 어쩌면 사전에 막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마병들에 의해 멸망하는 수십 개의 왕국들과 죽임을 당할 수만 명의 일반인들과 이름있는 무인들을 구할 수도 있는 상황.

아셀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지어지는 것과 동시에 쿠이가가 피곤한 눈으로 아셀을 바라보았다.

“둘로 나뉘어서 공장을 없애는 게 좋을 거 같은데...”

“그게 좋을 거 같군요. 아마 지키는 녀석들은 없을 거 같으니까 말이에요.”

이곳에서 벌어진 일은 이미 마탑에 있는 쿠욘이 모를 리 없었기에.

모든 워 메이지들은 마탑에 대기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고된 싸움이 될걸세... 아셀 자네는 어려 그러니 여기서 그만 빠져도..”

“이상한 이야기 할 시간에 빨리 좌표나 넘겨주시죠.”

쿠이가의 말에 아셀은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손을 어서 좌표를 넘기라는 듯 손을 내밀었다.

“고맙네 아셀..”

[동기화가 올랐습니다.]

‘98%인가...’

순식간에 올라간 98% 동기화 이제 쿠이가의 옷을 만들어주기만 하면 100%에 도달할 수 있었다.

‘아직은 아니야...’

“그럼 다 끝내고 마탑에서 만나세.”

이곳에 화염마법을 뿌리고 사라지는 쿠이가를 바라보며 아셀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뭐 말릭도 그렇고 조만간 다 올리면 되지.”

속삭임의 파랑스.

녀석만 제거하면 풀릴 오해들이었기에. 아셀은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말이 100%의 동기화가 오른 것이지. 98%만으로 쿠이가를 제외한 모든 마법사들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었기에.

***

“어라..?”

켈린과의 싸움에서 경지 이상의 마법을 사용했기에. 잠시 쉬며 스킬쿨 타임을 기다리던 아셀은 다시금 쿠이가의 그림자를 불러들이자 눈앞에 놀라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288.398로 가서 보상을 수령하세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쿠이가가 넘겨준 좌표에 가지도 않았는데 퀘스트가 완료되었다고 나온 것.

아셀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도 잠시 그는 쿠이가가 넘겨준 좌표로 이동하며 이것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저 연구소였군.”

밀크를 만들어내는 시설들이 아닌 밀크에 대한 연구를 하던 장소들.

아셀은 그곳에서 몇 가지 자료들을 챙기고는 메시지에서 알려준 장소로 이동했다.

‘라온의 서.’

메시지에서 알려준 좌표는 어느 산속의 한적한 오두막이었다.

그곳에 다가가며 아셀은 라온의 서를 머릿속으로 떠올려 보았다.

“드래곤들의 작품 중 하나지.”

위대한 용족들이 마룡으로 타락해 세상을 멸망 직전으로 몰아갔던 7차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하기 전.

대다수의 용족들은 깊은 동면에 들어섰거나 여러 형태로 유희를 즐기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중 자신의 업적이나 능력을 넣어 만든 드래곤들의 작품은 성능이 가히 사기라고 말할 정도의 물건들.

아셀은 게임을 플레이했을 적. 라온의 서를 구매했던 돈 많은 마법사 유저가 갑자기 랭킹이 치솟았던 것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워낙 구하기 힘든 물건이라. 나도 자세히는 모르는 게 조금 아쉽네.”

라온의 서의 경우에도 경매에서 10억에 팔렸던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다른 건 어디에 있는지 아니까.’

경매에 나왔던 라온의 서 외에 다른 용족들이 만든 아이템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던 아셀은 아직 그곳에 들어갈 경지가 되지 않았음에 조금 아쉬워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 이상으로 방치된 공간이었는지 문을 열고 들어가는 아셀은 경첩이 낡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어디에..”

책상 위에 올려진 각종 서류들과 도구들에 수북이 쌓여있는 먼지들.

그것들 중 아셀은 각종 서적이 가득 차 있는 책장에서 라온의 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게 이렇게 보관되어 있었네?”

아마 이것을 이곳에 꽂아넣은 녀석은 이게 라온의 서라는 사실을 몰랐을 게 분명했다.

슬쩍 게임에서 봤던 라온의 서를 펼쳐본 아셀은 어째서 이것이 라온의 서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단숨에 눈치챌 수 있었다.

‘평범한 인체 해부도 그리고 치료마법들을 적어놨어.’

아마 생체실험에 도움 될 서적이라 생각하고 가져다 놓은 게 분명했다.

“분명 시동어가.. 라온이었나?”

다른 용족들이 만든 아이템과 다르게 간단한 시동어.

아셀이 게임에서 경매사가 평범한 마법서가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펼쳤던 마법을 떠올리며 중얼거리자 평범한 책으로 보였던 라온의 서에서 눈 부신 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사그락. 사그락. 아셀의 귓가에 마치 양피지 위에 무언가를 적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이 라온의 서에 적혀 있던 문자들과 그림들이 저절로 움직이며 내용을 변화시키며 내는 소리인 것을 아셀은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것이...’

모습이 바뀐 라온의 서는 초록빛이 띠는 가죽으로 만들어진 책이었다.

그 안에 적혀 있는 것은 이것을 만든 그린 드래곤 라온의 이야기들.

천천히 글을 읽어 내던 아셀은 자신이 찾던 마법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 친구를 그리워 만든 마법.

-그러나 육신은 만들지라도 신적인 영역인 영혼은 만들지 못함이 한스럽도다...

‘창조와 재생.’

라온의 서에 담긴 마법은 창조와 재생에 관한 마법이라고 들었던 아셀은 이윽고 라온이 남긴 마법에 진한 미소를 띨 수 있었다..

[생체 꼭두각시.]

[대상의 유전자를 이용해 생전의 육체를 재구성하는 마법입니다.]

[생전의 경지보다 2단계 낮은 경지로 구현됩니다.]

[1년에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마법입니다.]

“이거였나.”

어째서 라온을 서를 구매했던 유저의 랭킹이 단숨에 치솟았는지 아셀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생체 꼭두각시.

이것을 이용하면 10성급 무인의 유전자로 8성급 꼭두각시를 만들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바로 해보자.’

아셀의 지팡이를 비롯한 몸 곳곳에는 켈린의 피가 가득 묻어 있는 상황.

유전정보는 충분했기에. 아셀이 마법의 수식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것과 동시에 놀라운 모습이 나타났다.

“호오?”

아셀의 지팡이 미네르바에 묻어 있던 켈린의 피가 허공에 떠오르는 것도 잠시.

그것이 점점 무언가의 형체를 갖추기 시작하며 바닥에 있던 나무 판자들이 잘게 부서지며 그것을 감싸기 시작했다.

[우어..으어..]

“음..”

생전 켈린의 모습과 비슷한 꼭두각시가 아셀의 앞에 나타났다.

피부를 비롯한 눈동자 심지어 머리카락마저 나무를 깎아 만든 것 같은 모습.

대충 만들어놓은 조각상 같은 모습이었지만, 아셀은 그 안에 가득 차있는 6성급에 해당하는 기운들을 느낄 수 있었다.

‘이성은 없다.’

그저 서서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

아셀은 녀석에게 걷기와 앉았다 일어나기 같은 간단한 동작을 시켜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부자연스러워.”

워 메이지 특유의 잘 단련된 육체에서 나오는 움직임들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저 흐느적흐느적거리는 모습들.

아셀이 잠시 자신이 마법을 잘못 구동한 게 아닌가 고민해봤지만, 쿠이가의 재능을 두르고 있는 이상 그것은 불가능함을 눈치챘다.

“분명 이걸로 강해졌었는데.”

턱을 쓰다듬으며 꼭두각시를 바라보던 아셀은 이내 무언가 떠오른 듯 녀석을 바라보았다.

“지금부터 내가 날리는 마법을 막아봐.”

켈린의 특기.

8성급인 주제에 무려 쿠이가의 10성급 마법들을 막아냈던 녀석의 기술.

아셀은 녀석의 몸 안에 있는 6성급 기운을 떠올리며 몇 개의 마법을 녀석에게 날려봤다.

[으어....]

마치 좀비가 내는 소리처럼 기괴한 소리가 녀석의 입에서 나오는 것과 동시에.

아셀은 자신의 마법에 그림자가 없어지는 것을 발견하고는 씨익 웃어 보였다.

“이렇게 사용했구나.”

라온의 서의 주인이 어떻게 꼭두각시를 사용해 단숨에 강해졌었는지 아셀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분명 켈린 같은 특수한 능력을 지닌 녀석들을 중심으로 꼭두각시를 만든 게 분명했다.

“5성급까지는 단숨에 막아내는군.”

켈린이 투사체 형태의 마법들의 그림자를 없애 단숨에 소멸시킨 것처럼.

아셀이 날린 5성급 이하의 마법들을 모두 지워버린 상황.

그는 눈앞에 있는 꼭두각시가 그 이상도 가능할 것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좋은 게 들어왔네.’

생각 이상의 물건이 손안에 들어왔기에. 아셀은 진한 미소를 띠며 꼭두각시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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