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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재단사가 강해지는 법-54화 (54/201)

◈ 54화. 변절자들

아셀이 쏘아낸 백색 태양이 마치 무언가에 가려지듯 그 힘을 잃고 단숨에 사라져 버렸다.

‘이런 망할....’

애초에 경지가 차이가 나는 존재였기에.

아셀은 자신의 마법이 녀석에게 큰 피해를 입힐 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었다.

그럼에도 처음부터 마법을 쏘아낸 것은 녀석에게 자신이라는 존재가 있음을 알려 앞으로의 싸움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함이었을 뿐.

그러나 아셀의 마법이 공중에서 힘없이 사라진 것을 발견한 순간 아셀은 단 하나의 사실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네놈... 변절자들이었더냐?!”

아셀이 발견한 것을 쿠이가가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그림자들...’

쿠이가가 말하는 변절자들이라는 지칭. 그것은 그림자들이었으며 켈린이 아셀의 마법을 없앤 것은 그림자들의 기술 중 하나인 게 분명했으니까.

‘이거.. 일이 꼬이는데...’

그림자들.

아직까지는 쿠이가의 인식처럼 변절자들로 모여 안타깝게 탄압 받고 있는 존재들이었다.

심지어 켈린 저것이 그림자들이라는 사실과 함께 사방에 보이는 생체실험까지 자행하고 있는 상황.

아셀은 그림자들에 대한 인식이 더더욱 안 좋아질 수 있으며 잘못하면 쿠욘이 모든 죄를 켈린에게 물어 꼬리를 자를 수도 있는 일이었다.

“변절자들이라... 쿠이가님. 진정한 신을 믿는 저희가 어째서 변절자인지 모르겠습니다.”

“웃기는구나.. 네놈 같은 쓰레기가 워 메이지들의 단장이었다니..”

쿠이가의 몸에서 터져 나오는 흉흉한 기운들은 서 있는 자리에 금을 가게 만들었으며 그의 붉은 지팡이에는 거대한 마나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제 기준으로는 거짓된 것을 믿는 여러분이 변절자인데 말이죠...”

더 이상 듣기 싫다는 듯 쿠이가의 지팡이에서 단숨에 수십 개의 크고 작은 마법들이 터져 나왔다.

아셀이 알아차린 것만 8성급 파멸의 광선 10성급 거인의 숨결. 같은 고위 마법들.

이런 마법들을 한순간에 만들어낸 쿠이가의 놀라운 재능에 감탄하기도 전에 아셀은 쿠이가의 마법들이 마치 그림자를 잃은 것처럼 점점 형체가 사라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모든 존재들은 그림자를 잃으면 그 본질을 잃는 법이지요.”

“?!”

‘어떤 능력이지?’

자신의 마법이 일순간 사라진 것에 충격을 받은 쿠이가의 옆에서 아셀은 켈린의 능력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그림자들.. 그림자들.. 망할 생각 나는 게 하나도 없군.’

10년 뒤에 그림자들로 직업을 선택했던 유저들 대다수는 얼마 없었으며 살아남은 그림자들 또한 얼마 없었다.

대장장이 한스마저 그 높은 경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종되었으니까.

쿠이가가 연달아 쏘아내는 모든 마법들은 켈린의 능력에 의해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도 잠시.

켈린이 메이스같은 무기를 들어 올리는 것과 동시에 거대한 화염구가 쏘아졌다.

“흠..”

그 모습에 쿠이가의 수염이 파르르 떨렸다.

방어마법을 만들어도 켈린의 능력에 의해 사라질 게 분명했기에.

월등히 높은 경지에 있는 자신이 몸을 피해야 한다는 사실이 자존심을 건드린 게 분명했다.

쿠이가가 나이에 맞지 않는 민첩한 움직임으로 켈린의 화염구를 피한 것과 동시에 쿠이가가 몸을 피한 곳에 켈린의 메이스가 내려치기 시작했다.

“잊으셨습니까?”

탕!

켈린의 기습적인 공격에 쿠이가가 지팡이를 들어 올려 방어해냈다.

“제가 워 메이지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지팡이와 함께 쿠이가를 뭉개버릴 생각으로 켈린이 메이스에 더더욱 힘을 주었다.

‘일단 부딪쳐 봐야겠어..’

쿠이가의 그림자 말고 다른 그림자를 불러들일 수 없었다.

그림자들이라는 사실을 절대로 쿠이가가 지금 눈치채게 할 수는 없었으니까.

아셀이 들고 있는 미네르바에서 총 다섯 개의 6성급 마법이 동시에 쏘아졌다.

쿠이가의 마법적인 재능과 아셀이 이곳에 오기 전에 걸어두었던 그림자 융합의 효과들이 불가능함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

[경지에 맞지 않는 일입니다.]

[그림자 재단의 유지 시간이 빠르게 줄어듭니다.]

유지 시간을 생각하지 않고 쏘아내는 다섯 개의 마법들.

켈린은 아셀의 마법을 바라보지도 않고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려고 했다.

“음..?!”

총 다섯 개의 마법을 무위로 돌린 켈린의 눈이 자신이 서 있는 바닥이 무너지는 것을 발견하고는 크게 떠질 수밖에 없었다.

‘다섯 개가 아니라 여섯 개의 마법을 사용한 건가.. 고작 5성급 애송이가?!’

아셀의 모습에 켈린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5성급인 마법사가 6성급 마법 6개를 동시에 사용한 것.

이것은 마탑 역사상 최고의 재능이라고 불리는 쿠이가조차 저 나이대에 하지 못한 일이었으니까.

‘지금 처리해야 한다...’

쿠이가라는 존재의 등장으로 어긋나버린 계획들.

그런 존재가 아니 그보다 거대한 재능을 지닌 존재가 또 하나 생겨난다면 분명 앞으로 마탑주 쿠욘이 세워둔 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될 게 분명했다.

“이놈!”

아셀이 놈이 서 있는 바닥을 무너트렸기에.

중심을 잃은 녀석을 향해 쿠이가가 자신의 지팡이를 휘둘렀다.

일반적인 지팡이가 아닌 수백 개의 강화마법을 두른 지팡이.

피할 수 없는 쿠이가의 지팡이를 켈린은 마치 미련 없다는 듯 자신의 왼팔을 들어 올려 막는 모습이 나타났다.

펑!

마치 풍선이 터지듯 켈린의 왼팔이 터져버렸다.

아무리 워 메이지라고 하지만 쿠이가가 작심하고 휘두른 지팡이를 맨몸으로 막아낼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까.

‘간x프가 생각나는데?’

휘청거리는 녀석을 향해 마치 어떤 영화의 힘법사처럼 지팡이를 휘두르는 쿠이가를 바라보며 아셀이 감탄하는 것도 잠시.

뒷걸음치던 켈린이 매달려 있는 남자의 몸에 손을 올리는 순간 터져 나갔던 켈린의 왼팔이 순식간에 다시금 재생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어찌 인륜을 저버린 마법을...”

“발전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켈린이 손을 대었던 남자의 몸은 마치 미라처럼 변한 모습.

아셀은 녀석이 남자의 몸에 있는 생명력을 흡수한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역겨운 새끼.’

당장 그림자고 변절자고 뭐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그림자를 사용해 녀석을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이 아셀의 몸 안에 순식간에 가득 찼다.

“주의해야겠습니다.”

켈린이 아셀을 바라보며 말하는 것과 동시에 멀쩡해진 그의 왼손을 한번 휘저었다.

그와 동시에 수백 개의 마법들이 어디선가 쏘아지며 아셀에게 날아오기 시작했다.

“아셀! 위험하네!”

당장 아셀을 먼지로 변하게 만들 것 같은 마법들.

이곳에 숨어있단 워 메이지들이 쏘아낸 것이 분명했다.

쿠이가마저 당황하며 당장 지팡이를 들어 올리려고 했지만 아셀의 표정은 그저 여유롭기만 했다.

‘이건 그림자를 안 불러도 사용할 수 있지.’

어느새 그의 왼손에 새벽의 종이 들려 있는 상황.

빠르게 날아오는 마법들을 갑자기 허공에 나타난 거대한 종에 의해 모두 무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새벽의 종?!”

“어찌 저것을...”

“저건 분명 여명 수도원의 물건이건만...”

새벽의 종의 등장에 켈린을 포함한 워 메이지들이 믿기지 못하겠다는 듯 눈동자가 흔들린 것도 잠시.

아셀이 지팡이를 땅에 내려치며 단 하나의 마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수식을 바꾼다.’

불가능한 마법이었다.

말릭과 케락스의 능력으로 이미 한단계 경지가 높은 마법을 사용하고 있는 아셀이었다.

그 이상의 마법은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은 당연한 법.

하지만 쿠이가의 재능인 초인적인 수식연산. 인간을 초월한 마법 구상이 본래 8성급 마법을 새롭게 재창조하기 시작했다.

“내 예상이 맞다면...”

아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공략법. 그것을 찾아냈으니까.

“너 투사체 형태만 소멸시킬 수 있지?”

켈린의 표정이 일순간이지만 찌푸려지는 것을 아셀은 놓치지 않고 발견할 수 있었다.

녀석의 능력이 사기적이긴 해도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는 것을 증명하듯.

불가능함 또한 존재하는 법.

아셀은 켈린이 쿠이가의 지팡에 걸린 수백 개의 마법들을 소멸시키지 못한 것을 보고는 녀석의 능력이 투사체에만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주륵.

마법이 완성됨에 따라 아셀의 코어는 이전에는 보여주지 못했던 출력을 내기 시작했다.

마치 과부하가 걸린 것처럼 사방이 새하얗게 변하며 오직 머릿속에는 새로운 마법의 수식만이 떠올랐기에.

아셀의 입가에 붉은 피가 흘러내는 것과 동시에. 그의 주변에 흙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쿠이가의 병마갱용을 사용했습니다.]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림자 재단의 유지 시간이 5배 빨리 소모됩니다.]

본래 8성급 마법을 상황에 맞게 6성급으로 고쳐 쓴 것.

그것에 대한 반동을 증명하듯 아셀의 그림자 재단의 유지 시간은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20분 정도...’

남은 유지 시간은 20분정도가 한계.

그러나 아셀은 자신을 보호하듯 소환된 30개의 흙으로 만든 병사들을 발견하고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젔다.

“역시 아셀 자네는..”

켈린이 아셀의 병마갱용을 이전과 같은 능력으로 무위로 바꾸지 못하는 것을 발견한 쿠이가가 씨익 웃으며 자신의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와 동사에 만들어진 수백 개의 병사들.

아셀의 병사들이 6성급 기운을 품고 있는 것도 놀라웠지만, 쿠이가의 병사들은 무려 8성급이었다.

“워메이지는 제가 잡겠습니다.”

[동기화가 올라갔습니다.]

동기화가 높아지는 것을 확인한 아셀이 미네르바를 워 메이지들이 숨어있는 곳을 향해 겨누자 30마리의 흙의 병사들이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마나들..’

녀석들을 없애고 얻을 마나들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며 아셀은 흙의 병사들을 막기 위해 마법을 뿌리는 워 메이지들을 바라보았다.

“망할 생환을 목표로 한다!”

수백 개의 흙의 병사들에 의해 자신의 마법이 모두 막히고 몇 번이나 재생을 거친 켈린이 결국 생환을 입에 담았다.

한 명이라도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

등을 보이며 도망가는 워 메이지들의 등에 흙의 병사들의 무기가 꽂힐 때마다 아셀의 코어 안에는 수많은 마나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좋네.”

벌써 쓰러트린 워 메이지만 해도 2명.

지난번 처형인을 쓰러트렸을 때처럼 아셀의 코어에 1%에 해당하는 마나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생환이라고 했더냐?”

이미 공략법을 알아차렸기에.

쿠이가의 놀라운 마법들은 연이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수백 개의 흙의 병사들에 지팡이를 강화한 것처럼 수백 개의 마법들이 걸려들기 시작한 것.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셀은 미네르바를 들어 올리며 자신의 흙의 병사들에게도 똑같이 마법을 걸었다.

“이런 젠장...”

한 흙의 병사에게 왼쪽 다리를 잘린 켈린이 점점 자신을 좁혀오는 흙의 병사들을 향해 발악하듯 메이스를 휘두르고 마법을 뿌려댔다.

“이런 젠장!!!”

“나는 그러한 것들을 허락하지 않았느리라.”

마치 절대자의 음성처럼.

쿠이가의 선고가 이곳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들었지?”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흙의 병사들을 보고 있던 켈린을 바라보며 아셀은 씨익 웃어 보였다.

“너희들 여기서 살아서 못 나간데.”

‘쟤가 8성급 마법사였나?’

켈릭을 향해 무기를 내려치는 쿠이가의 흙의 병사들 속에 자신의 흙의 병사들을 슬쩍 보내며 아셀이 씨익 웃어 보였다.

“생각 이상으로 광렙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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