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화. 미네르바
위이이잉
인공 코어에서 나오는 인조 신성력을 바라보는 마법사들은 침을 삼키며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기한 일이군 이건 나중에 전혀 쓸모가 없는 기술이었는데 말이야.’
코어를 외부에 만드는 놀라운 기술이지만, 1개의 코어 이상 만들지 못했으며 유지 시간도 짧았기에 사장된 기술이 지금 놀라운 활약을 하는 것에 아셀은 기분이 묘할 수밖에 없었다.
점점 환한 빛을 내는 인공 코어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증명하듯. 아셀은 혈색이 좋아지기 시작한 중독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중독이 풀린 건가?”
“아직 미약한 밀크의 기운이 남아있어!”
“하지만 이대로 반복한다면...”
1성급 코어였기에 완벽하게 밀크의 기운을 몰아내는 것은 불가능한 법.
하지만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분명 모든 약 기운을 몰아낼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자네가 가장 큰일을 했네.”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는 쿠이가가 아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칭찬했다.
“험.. 이거 눈에 습기가 차는구만 늙었더니 눈이 나빠진 모양이야.”
급기야는 눈물까지 흘리는 쿠이가를 바라보며 아셀은 그저 멋쩍은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인공 코어가 효과를 증명한 다음부터 중독자들에 대한 치료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 정도인가?’
완치된 중독자가 나타난 순간 아셀은 자신의 코어 안에 들어온 마나를 바라보며 흐뭇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퀘스트가 주는 마나들.
중독자들을 한 명 완치할 때마다 5성급 몬스터 2마리를 처리했을 때 주는 것과 똑같은 양의 마나를 주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계속해서 들어오는 중독자들.
어느 정도 중독자들을 치료해야 완료되는 퀘스트인지는 아직 모르나 생각 이상의 마나를 얻을 수 있을 게 분명했다.
“괜찮네.”
중독에서 풀려나 서로 눈물을 흘리며 끌어 안는 중독자들을 바라보며 아셀은 마나와 함께 미친 듯이 올라가는 쿠이가와의 동기화를 확인 할 수 있었다.
[동기화가 올랐습니다.]
“이제 이것을 만든 공방만 찾으면 될 거 같구나.”
치료방법을 알아냈기에 아무리 많은 중독자들이 몰려 들어와도 해결이 되는 상황.
쿠이가의 말대로 이제 밀크를 만들어낸 녀석들만 잡아낸다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게 분명했다.
“금방 잡아내겠네요.”
리타가 나서서 하고 있는 일이었지만, 치료소에 여유가 생겨난 쿠이가가 전면에 나설 여유가 생겼기에.
분명 추적에 급물살이 일어날 게 분명했다.
“어떻게 잡으실지는 생각해보셨나요?”
순수한 호기심으로 아셀이 묻자 쿠이가가 씨익 웃으며 자신의 지팡이를 들어 올려 보였다.
“마법사들은 언제나 비장은 한 수가 있다네.”
“비장의 한 수요?”
어떤 마법일지 아셀이 궁금해 하며 머릿속으로 수많은 쿠이가의 마법을 떠올려 봤지만, 딱히 생각나는 게 없었다.
‘추적향인가? 아니지 만리향? 이건 도적왕하고 싸울 때 쓰던 마법인데.’
“클클 기대해도 좋다네. 내가 아주 기똥찬 마법을 만들어냈으니까 말이야.”
“그러지 말고 알려주시죠. 저도 거들면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호기심을 참지 못하며 아셀이 계속 부탁해 보았지만, 쿠이가는 그저 짓궂은 웃음을 지어낼 뿐이었다.
“자네도 이제 내 기분을 느껴보게나.”
‘망할 영감이..’
아셀의 인상이 찌푸려지는 것을 진심으로 마음에 든다는 듯 쿠이가가 미소를 짓는 것도 잠시.
쿠이가가 어떤 마법을 사용했는지 아셀은 얼마 뒤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밀크의 유통망을 쫓던 리타가 요셉의 길거리에서 살해된 채 발견되었기 때문에.
***
마탑의 공방장이자 전도유망한 마법사 리타의 죽음은 마탑을 넘어 마도왕국 요셉에 큰 충격으로 찾아왔다.
“내가 직접 했어야 했어....”
“쿠이가님 때문이 아닙니다.”
리타의 죽음은 아셀에게 또한 예상 밖의 일이었다.
아무리 마탑주가 마족들과 연관이 있고 밀크와 관련 있을 수 있다고 하지만. 길거리에서 그런 식으로 마탑의 공방장을 살해할 줄은 상상도 되지 않았으니까.
‘어쩌면 마탑주가 개입하지 않은 건가.’
300년을 넘게 마탑을 지배하던 존재가 벌인일 치고는 너무 조잡했다.
이미 몇몇 마법사들은 리타의 죽음에 분개하며 대대적은 수색에 나서는 상황.
마탑 역사상 처음으로 요셉의 길거리에서 살해당한 리타의 죽음은 그 파장력이 생각 이상이었다.
“아아... 어찌 이렇단 말인가...”
평상시에 다른 마법사들을 무시하는듯한 말을 했지만, 아셀은 자신을 도와 일반인들을 돕던 리타를 쿠이가가 아끼고 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살해당할 운명이었다.’
후에 쿠이가가 마탑을 장악하고 수많은 개혁을 했을 때 아셀은 리타라는 마법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기폭제.
리타의 죽음이 쿠이가가 마탑을 개혁하고 하는 결심을 하게 만드는 사건이 분명한 상황.
아셀은 잠시 실의에 잠겨 있는 쿠이가를 바라보며 이것을 이용하기로 결심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실 겁니까?”
아셀의 말에 쿠이가가 고개를 들었다.
수십 년은 늙어 보이는 모습. 눈시울이 붉은 그를 바라보며 아셀은 단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제가 아는 쿠이가님이라면 놈들을 잡아 리타님의 복수를 하실 분이 아니었나요?”
쿠이가의 결심을 돕고자 아셀은 인공 코어를 손위에 만들었다.
눈앞에 대마법사와의 동기율이 90%가 넘어간 것을 증명하듯.
순식간에 만들어진 인공 코어에서 나오는 새하얀 신성력이 점점 환하게 내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전혀 아니지.”
눈물을 닦아내며 쿠이가는 아셀에게 고맙다는 듯 빙그레 웃어 보였다.
“절대로 아니지. 아니고 말고.”
“그렇게 나오실 줄 알았습니다.”
마주보며 아셀이 빙그레 웃어 보이자 쿠이가는 옆에 놓인 자신의 지팡이를 들어 보였다.
“그리고 리타를 그렇게 만든 녀석은 내일 내 손에 죽을 거거든.”
“내일요?”
죽는다는 말에 아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난번 사용했다는 마법과 관련된 게 분명한 상황.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아셀을 바라보던 쿠이가가 지팡이를 잠시 흔들자 그의 지팡이에서 새하얀 가루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건..?!’
아셀은 떨어지는 가루들을 바라보며 눈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떨어지는 가루가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요정의 날개 가루라네.”
“이걸 어떻게...”
요정의 날개 가루. 아셀이 아는 그것이 맞다면 분명 쿠이가의 장담대로 리타를 죽일 범인을 잡아낼 수 있을 게 분명했다.
애초에 이 마법괴 연금술을 섞은 기술은 5성급 이상의 마법에만 반응하는 특이점이 있었으니까.
“이걸 중독자들의 치료를 돕던 마법사들에게 모두 뿌린 겁니까?”
“그렇다네. 이 가루를 뿌리고 내가 투명화 마법까지 걸었었지.”
“허어.. 도대체 언제..”
아셀마저 눈치채지 못하게 이러한 마법을 걸어 놓은 것. 다시 한번 쿠이가의 재능에 감탄하던 아셀을 바라보며 쿠이가는 요정의 날개 가루를 바람에 날려버렸다.
“우리 동료들이 공격당할 상황이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 설마 살해까지 당할지는 몰랐지만...”
5성급 마법사였던 리타. 그녀를 살해한 마법은 5성급 이상일 게 분명했기에.
그녀의 몸에 묻어있는 요정의 날개 가루가 리타를 살해한 범인의 몸에 묻어있을 게 분명했다.
“대단하십니다. 역시.”
다시 한번 쿠이가의 재능에 감탄하며 아셀은 이제 곧 있으면 저 놀라운 재능들이 자신의 것이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음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내일이면 정말로 잡을 수 있겠군요.”
리타의 장례가 바로 내일이었다.
이런 거대한 사건이었기에. 마탑의 모든 마법사들이 모이기로 결정된 것.
분명 그 속에서 요정의 날개 가루가 묻은 녀석을 잡아낼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놈은 내가 처리할걸세.”
“저도 돕겠습니다.”
쿠이가가 나서는 상황에 아셀이 거들 것은 없었지만, 동기화와 마나를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렇게 나올 줄 알았네 그리고...”
잠시 무언가 고민하던 쿠이가는 이윽고 자신이 들고 있던 요정 나무 지팡이를 아셀에게 건네주었다.
“이 지팡이를 받아주겠는가? 자네는 마땅한 지팡이를 들고 다니지 않은 것 같아서 말이지.”
“?!”
쿠이가가 건네주는 지팡이를 바라보며 아셀은 너무나도 놀라워 순식간에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그것도 그럴 것이 쿠이가의 수많은 전설적인 지팡이 중 눈앞에 있는 [미네르바]는 수많은 마법사 유저들이 탐을 내던 물건이었으니까.
“그동안 나를 도와주고 방금 전 실의에 빠진 나를 구해준 것에 대한 보답이네.”
“이거 참.. 제가 뭘한 게 있다고.”
말과는 다르게 아셀은 쿠이가가 건내주는 미네르바를 받아들였다.
‘대박이다.’
빨리 한스의 그림자를 불러들여 감정안으로 미네르바를 확인하고 싶은 욕구를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 겨우 참아내는 것도 잠시.
아셀은 어째서 쿠이가가 미네르바를 자신에게 건네주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단순히 도와주거나. 실의에 빠진 것을 꺼내준 데서 온 게 아니다.’
그런 것만으로 미네르바라는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건네줄 리가 없었다.
잠시 머릿속에서 쿠이가와의 있었던 일들을 생각해보던 아셀은 이윽고 이런 상황이 어디서 나온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퀘스트..’
마약과의 싸움 퀘스트.
그것의 보상 중 하나였던 쿠이가와의 친밀도가 정확하게 작용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아직 미완의 퀘스트인데 이 정도라..’
퀘스트가 진행되면서 높어진 친밀도에서 미네르바를 받은 상황.
만약 퀘스트를 완료하고 미친 듯이 높아진 친밀도라면 어떤 것을 줄지 아셀은 점점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마나의 축복이 아셀 그대에게 함께하기를..”
소유권을 완전히 넘기는 시동어가 쿠이가의 입에서 나오자마자 푸른 마나 입자들이 미네르바와 아셀을 휘감기 시작했다.
***
다음날 마탑의 모든 마법사들은 검은색 로브를 입고 마탑의 앞에 있는 거대한 광장에 모였다.
거대한 단상 위에는 화려한 보석으로 만들어진 관이 있었으며 리타의 생전 모습이 마법으로 구현되어 있는 상황.
단상의 맨 앞에는 그녀의 공방 소속 마법사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과 마탑의 층장들과 마탑주가 앉아 있었다.
“쿠이가님..”
그리고 그 뒤편에 앉아있던 쿠이가와 아셀은 장례가 진행되는 와중 사람들의 시선이 추모사를 하고 있는 마탑주 큐욘에게 가있는 사이 드디어 그들이 계획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아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쿠이가의 새로운 지팡이 [붉은 소나무 발릭]에서 은은한 빛들이 터져 나왔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은밀한 빛들.
아셀은 그것이 자신과 쿠이가를 넘어 점점 모든 마법사들을 흩고 지나가는 것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누가..’
흩고 있는 빛은 마법사들을 통과하는 것도 잠시.
이윽고 빛에 의해 몸에 요정의 날개 가루가 묻은 존재를 발견한 아셀의 표정이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저 녀석이었나.’
요정의 날개 가루가 잔뜩 묻어있는 존재를 발견한 아셀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은 것과 동시에 붉은 소나무 지팡이를 들고 있는 쿠이가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이 자리에 10성급 마법을 뽑아낼 것 같은 기세에 아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쿠이가를 진정시킬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리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