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재단사가 강해지는 법-45화 (45/201)

◈ 45화. 아타락의 안배

검은 그림자가 아셀과 케락스를 뒤덮을 때.

아셀은 지난번 그림자 재단사로 전직했을 때처럼 눈앞에 몇 가지 장면만 보여줄 거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윽고 나타난 눈앞의 풍경에 그는 눈을 껌뻑이며 조금 놀라워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곳이 있었다니...”

아셀 또한 음악 하는 트롤 던전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었다.

10년이 지난 후에도 발견되지 않는 숨겨진 공간. 그것이 지금 아셀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아니지. 여긴 아마 케락스가 의도적으로 숨긴 거겠지.’

옆에서 주변의 풍경에 눈을 떼지 못하는 케락스가 후에 성장해 이곳을 의도적으로 세상에 숨겼을 게 분명했다.

던전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천장에는 하늘이 보였다.

사방에 사라있는 풀들은 아셀의 허리까지 자라있는 모습들.

그곳에 뛰어다니는 사슴과 토끼 같은 동물들은 사람을 처음 봤는지 신기한 듯 서성거리는 모습까지.

게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폭포수가 흐르는 공간에는 사과와 복숭아 같은 과일들이 가득 자라있는 나무가 있었다.

“아름다워요...”

평화롭고 아름다운 공간.

케락스의 선조 아타락이 남긴 공간이었다.

“집이 있구나.”

잠시 안쪽으로 걸어가던 아셀은 허름한 오두막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곳. 안으로 들어가 발견한 모습들에 아셀은 씨익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거... 제대로 준비했네.’

방안 가득히 온갖 악기들이 있었다.

그것과 더불어 아셀은 사방에 놓여있는 악보들과 그 위에 올려져 있는 검정색 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누가 요정에게 추파를 던지는가. 드워프들과 용사들.... 그리고 이건 마탑의 마법사와 바드?’

모두 케락스가 즐겨 부르던 노래들.

게다가 이것들은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노래들이었다.

“이건 뭘까요 아셀형?”

케락스가 검정색 구를 들어 올리며 아셀을 바라보았다.

“음성기록구.”

“예?”

“이리 줘보렴.”

케락스가 건네준 검정색 구를 들어 올려본 아셀이 그것을 잠깐 흔들어보자 그 작은 구 안에서 아름다운 노래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우와!”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케락스를 바라보는 것도 잠시.

아셀은 노래가 끝이 나고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에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바드와 강물 인어의 만남을 들었습니다.]

[불완전한 형태의 버프입니다.]

[효과가 반감됩니다.]

[1시간 동안 마나가 10% 증가합니다.]

안에 기록된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바드들 특유의 버프가 걸린 것.

게다가 노래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마지막 부분을 연주할 때 최대한 감정을 가득담아....

노래뿐만 아니라 연주에 도움이 되는 가르침까지 담아낸 것.

아셀은 이 모든 아타락의 안배에 놀라워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 있는 총 35개의 곡들을 케락스가 완벽하게 익힌다면 뛰어난 바드로 성장할 것은 당연한 법.

게다가 녀석의 재능이라면 아타락이 남긴 노래속의 가르침만으로도 계속해서 발전할 게 분명했다.

“오오 아셀 형! 이거 들어보세요! ‘누가 엘프에게 추파를 던지나’라는 노래인데 엄청 좋아요!”

노래들과 악보를 바라보며 흥얼거리는 케락스를 바라보며 아셀은 씨익 웃어 보였다.

녀석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라면 이곳에 있는 모든 악보들을 단 1주일 만에 터득할 수 있을 게 분명하니까.

“생각보다 시간이 줄어들었는데?”

녀석을 안전한 곳에 맡기고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아셀의 불안감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

아타락의 안배를 발견하고 난 후 아셀과 케락스는 그곳에서 매일 같이 아타락이 남긴 곡들은 연습하고 있었다.

“음... 아셀형 그 부분에서는 스트록에 좀 더 힘을 주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이렇게?”

“오 좋아요. 대단한데요. 아셀형?”

케락스와의 동기화를 높이는 과정은 그 어떤 존재들의 그림자를 가져오는 것보다 특이했다.

우선 케락스와 함께 아셀은 아타락이 남긴 곡들을 듣고 악보를 보며 함께 연주하는 것부터 시작했었다.

생각 이상의 난이도가 있는 곡들.

게다가 곡을 연주하면 할수록 바드들 특유의 마나들이 필요했기에.

한곡을 연주하는 것도 처음에는 쉽지 않았었다.

‘동기화는 그때부터 미친 듯이 올랐지....’

그러나 케락스의 재능이 그저 그런 재능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한 곡을 마스터하자마자 녀석의 놀라운 재능이 개화되기 시작했다.

-이건 이렇게 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저번 곡에서도 이런 부분이 나왔잖아요?

두 번째 곡에서 케락스가 지난번 곡에서 배웠던 몇 가지 지식들과 리듬감을 활용하며 연주를 시작하자 이전 곡을 마스터하는 데 걸린 시간보다 반절 걸리는 놀라운 상황이 펼쳐졌다.

[동기화가 올랐습니다.]

케락스가 성장하고 그것을 아셀에게 증명할 때마다 올라가는 동기화들.

심지어 이곳에 온 지 4일째 되는 순간 아셀이 예상했던 1주일이라는 시간보다 빠른 4일 만에 둘이서 모든 곡을 완벽하게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동기화는...’

심지어 그런 과정에서 올라간 동기화가 벌써 50%에 해당되었기에.

아셀은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케락스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어 보였다.

“음... 아셀 형 이건 좀 더 마나가 필요할 거 같아요.”

“그런 거 같네.”

35개의 노래 중에서 10개의 곡들은 아직 케락스의 마나로는 연주가 불가능한 곡들이었다.

모두가 후에 케락스가 불렀다 하면 기적 같은 순간을 일으켰던 곡들이었다.

‘어차피 케락스가 성장하면 다해결될 문제니까.’

4일만에 코어를 곡들을 연주하며 코어를 하나 더 만드는 데 성공한 케락스였기에.

분명 빠르게 뒤에 곡들을 연주할 수 있을 게 분명했다.

“흐윽... 흐으으윽.”

자신이 강해지고 노래만 빼고 대부분의 연주가 가능해진 케락스는 아셀과 저녁을 먹던 도중 눈물을 터트렸다.

“죄송.. 죄송해요. 아셀 형..”

눈물을 닦아내며 사과를 입 안에 넣는 케락스를 바라보며 아셀은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야. 말해봐 무슨 일인지.”

‘어라 내 목소리가 조금 변한 거 같은데?’

케락스와의 동기화가 올라간 것인지 아셀은 자신의 목소리가 이전보다 듣기 좋아지고 부드러워진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케락스가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제가 그때도 이렇게 강했다면.. 아버지가 그렇게 돌아가시지 않았을 거 같아서요.”

“무슨 일이 있었니?”

케락스가 해준 말을 들으며 아셀은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었다.

‘마탑 녀석들....’

케락스의 아버지는 어린 케락스를 데리고 대륙 곳곳을 돌아다니며 음유시인으로 돈을 벌었다고 했다.

-아버지가 노래를 부르면 이상하게 사람들이 기운이 넘쳐났었어요..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이제는 알 거 같아요.

아마 케락스의 아버지는 바드로서 두각을 그때부터 나타냈던 것이 분명한 상황.

그리고 그들이 마탑이 있는 마도 왕국 요셉에 갔을 때 그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했다.

-갑자기 마법사들이 찾아왔었어요.. 아버지가 노래를 부를 때 왜 사람들이 기운이 차는지 연구하고 싶다고...

머뭇거리던 케락스. 아셀은 마탑이 어째서 케락스의 아버지에게 접근했는지 그리고 그 이후에 있었던 일들이 어떤 것인지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아마도 그림자들의 후손인지 확인하고 싶었던 거겠지.’

지금 마탑주 아타락이 남긴 노래가 정확하다면 분명 그런 이유로 접근했던 것이 분명했다.

큰돈을 제시했기에. 케락스의 아버지는 마탑의 마법사들을 따라갔다고 했다.

그리고 1주일이면 돌아온다고 했던 케락스의 아버지가 돌아온 것은 무려 한 달 뒤.

그때를 떠올리던 케락스는 무언가 겁에 질린 듯 얼굴이 새하얗게 변하는 것이 아셀의 눈에 들어왔다.

-그때.. 그때 아버지는 이상했어요. 머리는 모두 깎여나갔고 눈에 초점은 없었으며 침을 흘리는 게 마치 혼이 나간 거 같은 사람처럼...

계속해서 설명해주는 케락스의 묘사에 의하면 녀석의 아버지는 마탑에서 생체실험까지 당한 게 분명했다.

‘양아치 새끼들..’

정의로움을 표방하는 마탑에서 마족들이나 할 것 같은 저급한 짓을 했다는 사실에 아셀은 이빨을 까득일 수밖에 없었다.

“죄송해요.. 아셀 형 식사 자리에서 이렇게 눈물이나 흘려서.”

“아니야. 괜찮아.”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아셀은 마탑에 가야 할 이유가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었다.

[동기화가 올라갔습니다.]

[동기화가 올라갔습니다.]

[동기화가 올라갔습니다.]

[동기화가 올라갔습니다.]

,,마탑을 응징하는 것이 케락스의 내적인 마음을 닮아가는 것을 증명하듯 동기화가 순식간에 10%나 오른 상황.

아셀은 울먹이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마탑을 어떻게 할지 고민에 잠겼다.

***

4일째 다시 세상에 나가도 되었지만, 아셀과 케락스가 이곳에서 1주일 더 시간을 보낸 것에는 아셀의 동기화 때문이었다.

“우와.. 아셀 형 목소리가 엄청 좋아졌는데요?”

이제 아셀을 완전히 믿기 시작한 케락스가 자신의 속마음을 계속해서 말해주었기에.

녀석과의 동기화는 이제 100%에 달성한 상황이었다.

아셀이 녀석의 그림자에서 불러온 셔츠에서 노래를 부르자 눈앞에 놀라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누가 엘프에게 추파를 던지나를 불렀습니다.]

[1시간 동안 민첩성이 5% 증가합니다.]

‘됐다!’

높아진 동기화 거기다 완벽하게 연주했기에 효과가 반감됨도 없이 올라간 능력치들.

스탯이라는 개념이 없었지만, 아셀은 자신의 몸이 이전보다 가벼워지고 반응속도가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 네 덕분이란다 케락스.”

“하하 감사합니다. 아셀 형.”

넉살 좋게 웃어 보이는 녀석에게 씨익 웃어 보인 아셀은 슬슬 자신이 케락스의 재능을 흡수한 목적을 시험해 보기로 결정했다.

‘우선 말릭의 버프와..’

말릭의 그림자를 불러들이며 자신의 몸에 수십 가지의 버프를 단숨에 걸어본 아셀이 이윽고 케락스의 그림자를 불러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음..?”

노래를 부르다 말고 아셀은 자신의 코어가 무언가 과부하가 걸리듯 갑자기 고통에 차오르는 것에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아.아셀 형!?”

입가에 흘러내리는 붉은 피를 발견한 케락스가 다급하게 달려와 아셀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도 잠시.

아셀은 생각지도 못한 결과에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충돌한다...’

말릭의 버프와 케락스의 버프가 몸 안에서 충돌했기에.

코어 무리가 와 내상까지 입을뻔한 상황.

자신이 예상했던 결과물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기에. 아셀의 인상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었다.

“이럼 시간 낭비인데...”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아셀의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

아타락이 남긴 안배에서 과일을 비롯한 식량과 몇 가지 악기들 그리고 악보들을 가지고 나온 아셀은 눈앞에 정좌하고 있는 존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 아셀형?”

붉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는 남자.

그의 주변에 50마리가 넘는 우드 트롤들이 마치 무언가 할퀴듯 지나간 것처럼 쓰러진 것이 아셀의 눈에 들어왔다.

“이제야 나오는가.”

남자의 입가에서부터 느껴지는 피비린내에 아셀의 뒤에 있는 케락스가 놀라 흠칫거린 것도 잠시.

아셀은 그저 별거 아니라는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뭐냐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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