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화. 음악 하는 트롤들의 던전
음악 하는 트롤들의 던전.
그곳은 페이크 월드의 두 개의 거대한 제국 유라시아와 바빌의 사이에 있는 거대한 늪 가운데 있는 곳이었다.
사냥터에 있는 흔하디흔한 던전.
그럼에도 몇몇 유저들이 즐겨 찾는 이유는 녀석들에게서 나오는 목재가 악기를 만드는데 좋은 재료가 되었기에.
돈벌이가 되는 사냥터였다.
“역시나 있네.”
아셀은 던전 근처에 서성이는 사냥꾼들과 두 개의 제국에서 나온 기사나 마법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돈이 되는 사냥터였기에 사냥을 하러 온 사람들이 많은 것은 당연한 법.
몇몇 사냥꾼들이 아셀과 케락스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자신들이 사냥해서 얻은 거대한 목재를 옮길 뿐이었다.
“이봐 같이 사냥하지 않겠나?”
자신에게 같이 사냥하자고 제안한 용병의 말을 무시하며 아셀은 케락스와 함께 던전 안으로 걸어갔다.
“거 딱 봐도 그냥 죽을 놈이군.”
일반적인 트롤들보다 이곳에 있는 우드 트롤들이 강한 것은 당연한 법이었다.
5성급 이상.
그러한 몬스터를 상대로 기타를 들고 있는 아이와 혼자서 들어가는 아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용병들이 혀를 차는 소리가 아셀의 귓가에도 들려왔다.
“호오.”
녀석들의 말을 무시하며 던전 안으로 들어온 아셀의 눈에 무리를 지어 우드 트롤들을 사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나무를 등에 기생하고 있는 주제에 재빠른 움직임으로 사람들을 공격하는 우드 트롤 그것에 맞춰 정해진 공략법으로 사냥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예전 이곳에서 게임을 했을 때 보였던 풍경과 비슷했기 때문에.
‘그때보다 숫자는 얼마없지만.’
게다가 대다수의 사람들은 던전 초입 근처에서밖에 사냥을 하지 않고 있었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트롤들만 사냥하려는 것이 분명한 상황.
그런 그들을 무시하며 케락스와 던전 안으로 들어가는 아셀의 모습에 몇몇 용병들과 기사들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죽으러 가는 건가?”
“검 좋아 보이는데 이따가 저거 주우러 갈 사람 있어?”
“말려야 하는 거 아니야?”
몇몇 사제들과 기사들이 아셀을 만류했지만 그는 그들을 본 척도 하지 않고 던전 안쪽으로 걸어갔다.
‘별 날파리들이 다 꼬이네.’
그런 그들을 무시하며 던전 안에 들어가는 것도 잠시.
점점 거대해지는 동굴 안의 크기에 걸맞게 수많은 우드 트롤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네. 네 마리나 오는데요?”
“그러네.”
별다른 관심도 없다는 듯 아셀은 가방에서 에프릴의 모자를 착용하며 쿵쾅거리며 달려오는 우드 트롤들을 바라보았다.
‘저것들 얼려버려.’
들어오기 전 아셀은 자신의 몸에 마나와 관련된 모든 버프들을 걸어두었다.
그것만 해도 5개.
아셀의 의지에 부합하 듯 갑자기 허공에 나타난 눈의 중급 정령 프린 펭이 나타나자 케락스의 눈이 초롱초롱해 졌다.
“정령?!”
동굴안에 한기가 드는 것과 동시에 달려오던 우드 트롤들의 몸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우어..우어!!
점점 굳어지는 몸에 저항하듯 억지로 몸을 움직이는 녀석의 몸이 오히려 얼음이 깨지듯 부서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아셀이 씨익 웃어 보였다.
“정령은 참 편해.”
지난 2년간. 에프릴은 단 한 번도 여명 수도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기에.
아셀의 동기화는 2년 전과 똑같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프린 펭과 계약하고 코어가 올라감에 따라 이런 놀라운 모습이 가능한 것.
만약 에프릴의 모든 재능을 흡수한다면 눈의 정령왕과 계약하는 것도 가능할 게 분명했다.
“죽은 건가요?”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자리에 멈춰있는 우드 트롤을 바라보며 케락스가 침음을 삼키자 아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냥 멈춰있는 거뿐이야. 계속해서 사냥하면서 안쪽으로 들어갈 수는 없잖아?”
“더. 더 들어가요?”
“당분간 나오지 않을 거 같으니까. 기타나 치자.”
“소리 듣고 오면 어떻게 해요..”
“괜찮아 괜찮아.”
에프릴의 모자를 넣어두고 케락스의 셔츠를 입으며 아셀은 버들의 기타를 들어 올렸다.
슬슬 케락스가 기본적인 연주는 모두 다 할 수 있었기에.
같이 박자를 맞춰가며 연주가 가능해진 것.
동기화는 느리게 오르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동기화가 올라갔기에. 아셀은 조금이나마 만족할 수 있었다.
“음.. 아셀형 박자 조금 틀린 거 같은데요.”
“정확히 봤구나.”
[동기화가 올랐습니다.]
처음 녀석이 여러 번 쥬크를 튕겨야 연주가 가능했던 것이 거짓말만큼 케락스는 지금 완벽하게 쥬크를 연주하고 있었다.
가르친 지 불과 1주일도 되지 않아 이미 아셀이 현실에 배운 모든 것을 초월한 것.
걱정했던 주제에 노래와 기타를 부르자 신이나 계속 부르는 녀석을 바라보며 아셀은 피식 웃어 보였다.
“노래만 어떻게 하면 좋겠지만...”
조금 있으면 올라갈 거라 생각한 아셀은 케락스와 함께 7용사의 이야기 40부작을 불러내기 시작했다.
[7용사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용기가 차오릅니다.]
[힘 스탯이 0.8% 증가합니다.]
[불완전한 음성으로 불렀기에 효과가 반감됩니다.]
0.3%에서 무려 0.8%까지 오른 것.
아셀은 점점 늘어나는 스킬 효과와 동기화에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도 재미있네.’
처음 미완성인 녀석에게서 어떻게 바드의 기술들을 배우고 동기화를 올릴지 막막했던 아셀은 지금 하고 있는 방법으로 올라가는 동기화에 재미가 들렸다.
‘마나도..’
노래를 부를수록 코어 안에 놀랍게도 마나들이 저절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케락스 본인의 재능임이 분명한 모습들.
아셀은 케락스와 던전 안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다 우드 트롤을 만나면 눈의 정령으로 얼려가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
“헙.. 미안하지만 난 오늘 여기까지 하겠네.”
“이봐 계약 내용은 지켜야지 갑자기 사냥을 안 하겠다면.”
“여기 위약금까지 해서 3골드야 빨리 받아!”
던전 안의 용병들이 갑자기 이상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사냥이 한창인 지금 갑자기 위약금까지 내며 서둘러 던전 밖으로 도망가기 시작한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
갑작스러운 상황 속에 다른 사람들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짓는 것도 잠시.
몇몇 눈썰미가 좋은 기사들은 던전 입구에 붉은색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는 존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라... 저건.”
“레드 스컬들 아니야?”
“저렇게 티를 내고 다니는 레드 스컬 용병은 처음 보는데?”
붉은 후드에 새겨져 있는 붉은색 해골들.
저런 레드 스컬 용병은 처음 봤던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쳐다보자 노년의 기사가 황급히 주위의 동료들에게 소리쳤다.
“이 멍청이들 당장 눈 안 깔아?! 상대를 봐가면서 쳐다봐야지!”
“그게 무슨..”
노년의 기사가 다급하게 외치는 것을 증명하듯 한순간 후드안에서 터져 나온 살기에 주위의 사람들의 표정이 사색이 되었다.
“레드 스컬 처형인을 똑바로 바라보는 멍청이가 세상에 어디 있어!”
“처.처형인이란 말입니까?”
“맙소사 그런 존재가 여기는 왜?”
용병들이 갑자기 사냥을 멈추고 도망치듯 떠나간 것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들은 다른 존재들보다 먼저 처형인이 이곳에 왔음을 알아차린 것이 분명했다.
느릿느릿하게 그러나 그 움직임은 마치 미끄러지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며 처형인은 던전 안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휴우... 어떤 놈인지 모르나 제대로 걸렸구만. 처형인이 나타날 정도라니.”
“그런데... 허리에 차있던 저건 검입니까 단도입니까?”
“멍청한 녀석아. 너는 지금 그게 중요하냐? 아무튼 오늘 사냥은 다 망친 거 같으니까 서둘러 여기를 떠나자고.”
불길한 기분을 떨치고자 노년의 기사는 바닥의 침을 뱉으며 서둘러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
한순간에 얼리고 지나치기에 점점 트롤들의 숫자가 많았으며 그만큼 녀석들이 강해졌다.
아셀은 던전의 입구에 있는 우드 트롤보다 훨씬 거대한 녀석들 사이를 휘저으며 아르테스의 망치 부분을 휘둘렀다.
“계속 불러 계속!”
이런 상황 속에서도 아셀은 케락스의 성장을 위해 계속해서 녀석에게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게 했다.
녀석이 성장하는 만큼 아셀 또한 강해지는 것이었기에.
우지끈! 마치 나무가 박살 나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니 아셀이 그림자 망치술에 의해 구현된 심장이 정확히 들어맞았다는 것을 증명하듯 눈앞에 우드 트롤의 기생하는 나무가 한순간에 박살 나며 울려 퍼진 소리였다.
우어어어어어!!
그와 함께 광분하며 소리친 녀석의 머리를 강하게 내려친 아셀이 몸에 트롤 피를 흠뻑 맞으며 계속해서 아르테스의 망치 부분을 휘둘렀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이곳을 마치 지키듯 서있는 우드 트롤 20마리.
아셀은 녀석들의 뒤쪽에 있는 거대한 바위에서 무언가 부자연스러운 것을 이미 발견한 상황이었다.
“어라.. 어디서 노랫소리가 들려요!”
아셀의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는 것을 증명해주듯 케락스의 귓가에 노랫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셀과 케락스가 이곳에서 오며 즐겁게 불렀던 노래들과는 전혀 다른 노래들.
마치 살아 움직이는 음율 소리와 사람들의 혼을 빼앗을 것 같은 음성에 케락스는 기타를 치던 손을 멈추기까지 했다.
‘세이렌 같군.’
우드 트롤을 말 그대로 아르테스의 망치 부분으로 박살 내며 아셀은 케락스의 지금 모습에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슬슬..’
마지막 남은 녀석의 머리를 박살 내며 아셀은 잠시 쉬었다가 케락스의 셔츠에서 녀석의 그림자를 불러들였다.
사방에 흩어져 있는 값비싼 우드 트롤들의 사체들보다 지금 바위 뒤에 있는 존재들이 더 중요했기에.
-배신은 어떤 이들의 욕심에서 나온건가.
-그림자들에 대한 두려움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을까.
아셀의 귓가에도 케락스가 듣던 것과 똑같은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누구의 목소리인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이 모든 것을 안배한 아타락. 그의 목소리가 분명한 상황.
목소리를 들으며 아셀은 점점 케락스와의 동기화가 올라가는 것을 확인할 수잇었다.
[동기화가 올라갔습니다.]
[동기화가 올라갔습니다.]
‘케락스..’
동기화가 올라간 것보다 아셀은 케락스의 코와 입에서 죽은 피들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깨달음을 얻어 코어가 늘어난 것.
그저 노래를 들은 것뿐인데 녀석의 천부적인 재능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바드로서 깨달음을 얻은 것이었다.
“대단한 녀석.”
노래는 이제 그림자들이 마탑과 황금 기사단들에게 사냥당하는 장면을 묘사해주었다.
처음 그림자 재단사로 전직했을 때 아셀의 눈앞에 보여준 장면들.
그것과 똑같은 것인가 하고 실망감에 사로잡혔던 아셀은 아타락의 목소리에서 놀라운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다.
-나 이곳에 나의 추억과 사랑하는 트롤들이 있는 곳에 파랑스와 쿠욘의 눈과 귀를 피해 후인들을 위한 안배를 남겨 놨으니....
‘파랑스와 쿠욘이라고!?’
놀라워할 수밖에 없었다.
마족들 중 인간들 세계에서 이간질과 전쟁을 부추기던 마계 군단장 [속삭임의 파랑스] 녀석이 토벌되고 나서야 그림자들에 대한 오해가 풀렸었기에.
아셀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다지 아타락의 입에서 녀석의 이름이 나온 것은 놀라운 것이 아닌 것.
“녀석은 마탑주잖아.”
쿠욘.
미래에 마족들을 상대로 활약한 영웅적인 NPC 중 하나에 현 마탑주.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평가되는 녀석의 이름이 나왔기 때문에.
‘이게 어찌...’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하던 아셀은 이윽고 바위에서 흘러나온 그림자가 자신과 케락스를 뒤덮기 시작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