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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재단사가 강해지는 법-41화 (41/201)

◈ 41화. 다음 장소로

“앉거라 아셀.”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속에서도 말릭의 외형은 전혀 변해 있지 않았다.

경지가 높아진 무인일수록 노화의 진행을 억제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상황.

말릭의 집무실 안 가득히 있는 수많은 보검들과 방패들 그리고 성유물로 보이는 반지와 팔찌들을 바라보며 아셀은 정말로 금욕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맞습니까? 라는 말을 수도 없이 내뱉고 싶었었다.

“주교님께서 허락이 떨어졌다.”

“드디어 말인가요?”

말릭의 말에 아셀은 씨익 웃어 보였다.

“솔직히 말해서 몇몇 사제들은 빛의 기사라는 이름으로 수도원과 귀족들에게 포교활동을 하자고 말했지만.”

“아.. 스승님. 제발.”

말릭의 말에 아셀이 진심으로 싫어하는 표정을 짓자 그는 흐뭇하게 웃으며 아셀을 바라보았다.

“이 스승이 나서서 그런 요구들을 다 철회했으니 걱정하지 말거라.”

“앞으로 스승님을 하늘 같이 모시겠습니다.”

“요 녀석 그럼 이전에는 그렇지 않다는 말이더냐?!”

말릭이 장난스럽게 아셀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다만 가르시아 주교님은 네가 외유에 나가는 것에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단다.”

외유.

아셀이 언제까지 여명 수도원에 있을 수만은 없었다.

대륙 각지에 흩어져 있는 강자들의 그림자와 먼저 선취해야 할 아이템들과 던전들이 가득했으니까.

“조건이요?”

“우선 말라각의 구를 절대로 분실하지 말라는 것이 첫 번째 조건이다.”

말릭의 말에 아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라각의 구.

지난 2차 몬스터 웨이브에서 보상으로 받은 그 아이템을 아셀은 절대로 타인에게 넘겨줄 생각이 없었으니까.

‘그런 괜찮은 물건을 내가 왜?’

[말라각의 구.]

[왕급 아이템.]

[성인 말라각이 죽어 남긴 유골로 만든 성유물입니다.]

[최대 체력의 10%를 늘려줍니다.]

[신체의 재생 능력을 4% 올려줍니다.]

[하급 힐을 하루에 3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성기사 계열이 아님에도 힐을 사용해줄 수 있고 무엇보다 최대 체력의 10%를 올려주는 물건.

아셀은 이것이 현실에서 1억 넘게 거래되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건데.”

말릭이 아셀의 외유에 관한 서류에 도장을 찍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3년. 그 안에 수도원에 이름을 높힐 명성을 세워서 오라고 하시더구나.”

“명성이요?”

잠시 말릭의 말을 되뇌던 아셀은 이내 피식 웃어 보였다.

“쉬운일이군요.”

“너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무려 15살에 빛의 기사라는 이명을 얻었으니까 말이다.”

눈을 찡긋거리는 말릭을 다시 한번 진심으로 싫다는 듯 바라보자 그는 헛기침을 내뱉으며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아무튼 주교님께서 내거신 조건은 이게 다다.”

“언제 출발할 수 있는 겁니까?”

“원한다면 지금 바로 출발해도 된단다.”

말릭의 말에 아셀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아셀... 외유 도중에 필드가에 한 번 가서 유론을 만나보거라.”

이건 또 무슨 소리이지 하고 아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말릭이 아셀과 유론의 사이를 모르지 않았으니까.

“때로는 가족이란 칼로도 벨 수 없는 법이니까.”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그렇더냐. 그럼 조심히 다녀오거라 아셀.”

고개를 꾸벅이며 말릭의 집무실에서 나온 아셀은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씨익 웃어 보였다.

‘앞으로...’

몇 가지 마족들이 일으키는 사건들을 막고 대륙의 강자들의 그림자 그리고 대륙 각지에 흩어져 있는 희대의 아이템들을 손에 넣는 것.

이것이 아셀의 1차 목표였다.

“그리고 아주 편안하게 살아주겠어.”

자신의 계획이 마음에 들었기에.

아셀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

수도원을 나오며 어째서인지 우는 것 같은 르안느를 조금 이상하게 바라보던 것도 잠시.

아셀은 그의 아쿠아색 머리를 검은색으로 물들였다.

‘이건 조금 튀는 머리니까.’

수도원 밖으로 나가는 순간 아셀은 몇 가지 위협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레드 스컬.

말릭의 제자가 되고 여명 수도원 안에 있다고 하지만 녀석들은 혼자가 되어 있는 자신을 내버려 둘리가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아마 이때쯤...”

걸음을 옮기며 아셀은 지난겨울이 유독 추웠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얼음 마녀의 봉인이 점점 약해지고 있을 때지?”

얼음 마녀의 봉인. 그것이 풀리고 나타난 몇 가지 재앙적인 피해를 떠올린 아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신의 눈의 정령을 떠올렸다.

‘마탑 그리고 눈의 정령이라면 해답을 알지도 몰라.’

얼음 마녀를 재봉인 하는 것.

자신이 가지고 있는 눈의 정령과 마탑의 지식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수도 있는 일이었기에.

아셀은 아직 봉인이 유지 되고 있는 지금 그것부터 하기로 결정했다.

“어서 오십시오! 발란드에서 가장 맛있는 스테이크를 파는 발란드 주점입니다!”

그전에 아셀은 그림자를 얻어야 할 존재가 한 명 있었기에.

그는 여명 수도원에서 워프게이트를 타고 자유도시 발란드에 도착한 상황이었다.

아셀이 들어오기 무섭게 점원들이 소리치는 모습에 자유도시의 분위기를 알 수 있는 상황.

그는 자신에게 주문을 받으러 오는 점원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음유시인들을 찾고 있는데?”

“발란드에서 가장 목소리가 좋은 버들이 이곳에 있는 건 또 어떻게 아시고 이쪽으로 오시지요. 손님.”

씨익 웃으며 안내하는 점원이 가리킨 곳에 넝마와도 같은 망토 그리고 낡은 악기들을 들고 있는 일련의 무리가 있었다.

“저기 있는 것들이 우리 주점에 있는 음유시인들입니다. 손님. 그리고 제 추천은 저기 기타를 치고 있는 음유시인 버들입니다요. 놈이 부르는 대륙 7용사 일대기는 예약을 걸어야 들을 수 있을 정도니까요.”

손님을 기다리는 다른 음유시인들과 다르게 점원이 가리킨 버들이라는 남자를 기다리는 손님은 한눈에 봐도 많아보였다.

버들이라는 이름을 되뇌어본 아셀은 이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의 기억에 없는 음유시인.

아마도 이곳에만 유명했던 존대로 나중에 잊혀지는 음유시인 중 하나인 게 분명했다.

“케락스라는 녀석이 있지 않나?”

“케락스....”

잠시 아셀의 말을 중얼거리던 점원이 이내 무언가 생각난 듯 눈을 번쩍 떴다.

“머저리 케락스 말씀하시는 겁니까 설마?”

“지금은 그렇게 불리는가 보군. 그래서 어디 있는가?”

예상대로 아셀은 자신이 찾는 존재가 이곳에 있는 것을 확인하자 기분이 좋아졌다.

케락스.

음유시인 척하고 있는 바드.

아셀은 후대에 그가 수만 명에게 한꺼번에 바드의 능력으로 버프를 주던 모습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그가 직접 걸어준 버프를 받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에.

‘게다가 놈은 분명....’

점원이 아셀을 데리고 간 곳은 음유시인들 무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었다.

조율이 덜 된 악기들과 버려진 악기들이 가득한 곳.

점원이 데려간 곳에서 발견한 케락스의 모습에 아셀은 눈을 껌뻑일 수밖에 없었다.

“케락스 손님이다.”

‘어라 설마?’

점원의 말에 자신을 올려다보는 아이의 모습에 아셀은 눈을 껌뻑일 수밖에 없었다.

염색한 아셀과 똑같은 검정색 머리에 검정색 눈동자.

어디서 주워입은 건지 아니면 물려받은 건지 사이즈는 전혀 맞지 않는 옷들.

게다가 영양상태도 좋지 않은지 깡마른 체구는 아이의 12살이라는 나이보다 더 어려 보이게 만들기 충분했다.

“고맙네.”

아셀은 그래도 눈앞에 있는 존재가 케락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린 나이이긴 하지만 지금 아이의 얼굴에서 미래의 녀석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으니까.

점원에게 1골드에 해당하는 금화를 팁으로 주자 마실 거를 가지고 오겠다는 녀석을 무시하며 아셀은 케락스와 눈을 마주쳤다.

“누.누구세요?”

아셀의 허리에 차있는 검을 바라보며 케락스가 겁먹은 듯 중얼거렸다.

‘하기야 지금은 이럴 테지...’

그림자들.

그들은 도제. 대장장이 재단사. 같은 일반인들의 직업 속에서 나타난 존재들이었다.

그랬기에 그림자들이 황금 기사단과 마탑에 탄압을 받았을 때 가장 많은 탄압을 받은 것이 바로 바드들이라는 사실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능력을 작정하고 사용하지 않으며 티가 나지 않는 다른 직업들과 다르게 바드들은 노래들마다 그림자들이라는 티가 났었기 때문에.

그렇기에 음유시인들이 저렇게 거지꼴로 존재하고 있었으며 그들 중 진짜 바드들은 세상 이곳저곳에 숨어있는 상황이었다.

“아셀이라고 한단다. 케락스 맞지?”

아셀은 말과 함께 케락스의 뒤에 있는 검정색 기타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것은 미래에 케락스가 들고 다니던 대륙의 최고의 악기사 슈바우처의 24개 신기 중 하나인 [쥬크]였으니까.

“저.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정말이에요. 게다가 저는 으.음치인걸요. 기사님!”

자신의 앞에서 바로 엎드리는 녀석의 모습에서 아셀은 그동안 녀석이 어떤 생활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잡으러 온 게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거라. 오히려 나는 너를 고용하러 온 거란다.”

“고용이요?”

아셀이 케락스를 고용한다는 말에 주변의 음유시인들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궁핍한 그들의 삶에서 누군가에게 고용된다는 것은 생활이 조금 나아질 수 있었으니까.

심지어 그것이 기사라면 더욱더.

“저기 나으리..”

“그딴 녀석보다는 제가 노래를 잘합니다.”

“기사님 저는 7용사들의 위대한 모험 40부를 모두 암송할 수 있습니다!”

“저는 춤까지 잘 춥니다요!”

다가오는 녀석들이 더 이상 오지 못하게 아셀이 슬쩍 기운을 일으키자 순식간에 사색이 되어버린 녀석들이 뒷걸음질쳤다.

“최고가 아니라면 관심이 없다.”

짧게 녀석들을 노려본 아셀이 눈을 껌뻑이는 케락스를 바라보았다.

“내가 보기에는 여기서 최고는 너인 거 같구나.”

“그. 그 저를 어쩌시려고..”

“잠깐 어디 가는 동안 옆에서 노래를 시킬 거란다. 그것 외에 일이 끝나면 편안한 곳에 정착할 수 있게 도와주마.”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아셀은 케락스를 바라보았다.

다른 존재들도 그렇지만 아셀은 일이 끝난 이후 케락스를 한스의 공방에 머물게 하기로 결정한 상황이었다.

‘녀석은 그림자들의 후손이니까.’

자신의 존재의 근원도 모르고 이런 주점에 살아가고 있는 것.

이것이 케락스의 선조들이 탄압되어 그들의 본질조차 잊혀지게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슈바우처의 24 신기 중 하나가 바닥에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는 모습이 바로 그 증거였다.

“더 필요한 게 있나?”

아셀이 고민에 잠겨 있는 케락스를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묻자 녀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의 제안을 수락한 녀석을 바라보며 씨익 웃어 보인 아셀이 고개를 끄덕이며 녀석의 손을 맞잡았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아셀은 잠시 케락스가 자신의 짐을 챙기는 것을 도와주었다.

누더기 같은 몇 가지 옷에 자신의 몸보다 큰 검정색 기타 쥬크. 위태위태하게 들고 있는 모습에 아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기타 쥬크를 대신 들었다.

“이동하는 동안 내가 들고 있는 게 좋겠다.”

“하. 하지만 그러면..”

“빠르게 이동하고 싶어 그러는 거다.”

아셀과 케락스가 주점에서 나가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음유시인 버들은 황급히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응? 버들 자네 내 예약 차례인데 어디에?!”

“오늘 영업은 끝이오.”

평상시에는 전혀 없던 모습. 버들이 다급한 표정으로 어디론가 향하는 모습에 단골들은 놀라워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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