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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재단사가 강해지는 법-27화 (27/201)

◈ 27화. 여명 수도원

마차 안에서 아셀은 최대 체력에 대한 의구심이 풀리자 계속해서 기분 좋은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우선 말라각의 구가 성기사들한테 있지?’

말릭이 소속된 [여명 수도원]

성기사들의 본산이자 모든 유저들이 성기사계열의 직업을 가지기 위해 향했던 곳.

그곳에도 당연하게 최대체력을 높여주는 아이템이 숨겨져 있었다.

‘아마도 그건...’

숨겨져 있는 아이템. 그것이 어디 있는 것인지 생각에 잠기던 아셀은 이윽고 마차가 세워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곳에서부터는 이제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야 할 거 같구나.”

“헤에 너 이런 거 처음 보지? 어? 어?”

대륙의 거의 반대쪽에 있었기에.

필드가에서 여명 수도원까지는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야 했다.

‘게임에서는....’

그저 눈앞이 검정색으로 변하고 난 후 목적지에 도착했던 것뿐.

아셀은 과연 이것이 어떻게 구현될지 기대가 되었다.

“여명 수도원 3분 맞으십니까?”

워프 게이트 앞에는 긴 갈색 후드를 입고 있는 남자가 방긋 웃으며 말릭이 건넨 티켓을 검사했다.

‘마탑 소속!’

대륙의 모든 워프 게이트를 마탑에서 만들었기에 어쩌면 당연한 모습.

하지만 아셀은 남자의 옷과 몸짓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저기 후드에 나있는 조그만 구멍.. 그리고 저건 음... 그냥 사슴가죽으로 만든 건가?’

마탑 소속의 마법사.

그것들에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마법에 재능이 있어 보여야 했기에.

그리고 마탑의 마법사라면 그 첫 번째 조건은 무조건 통과였다.

“왜 저 사람을 유심히 봐 아는 사람이야?”

“아니 그냥 신기해서.”

“하! 야 야 야 너 완전 촌놈이구나? 마법사도 처음 보고?”

르안느가 씨익 웃음 아셀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워프게이트 타려고 할 때 들뜬 것부터 해서 다 이해가 간다. 마법사를 처음 보다니 푸하하.”

웃고 있는 르안느를 바라보던 아셀은 무언가 떠오른 듯 씨익 웃어 보였다.

“응. 맞아 신기해. 살아서 말하는 것들은 처음 봤거든.”

“어... 어?”

아셀의 말에 르안느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을 보던 그가 속삭이듯 입을 열었다.

“그동안 만났던 마법사는.. 음.. 너처럼 웃다가 죽었더라.”

아르테스를 툭툭 치며 입을 열며 아셀은 말릭을 따라 워프 게이트로 향했다.

잠시 아셀의 분위기에 압도되었던 르안느는 눈을 껌뻑이다 이윽고 정신을 차리고는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너.. 너!! 거기 안 서?! 나를 죽이겠다는 거야 뭐야?! 너 거기서!”

***

“흐음.. 확실히 손재주가 대단하구나.”

게임과 다르게 워프 안은 마치 비행기처럼 여러 좌석들이 있는 모습이었다.

여명 수도원까지는 20분.

아셀이 남은 시간에 워프 게이트 앞에서 마주쳤던 마법사의 후드를 만드는 모습에 말릭은 신기한 듯 아셀을 바라보았다.

“그냥. 먹고 살려고 배운 거죠.”

“훌륭하다. 성기사라면 모름지기 금욕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법. 바느질은 금욕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지.”

말릭의 흐뭇한 미소를 바라보던 아셀의 그가 입고 있는 최고급 비단 튜닉들 그리고 손에 있는 큼직한 보석의 반지가 과연 금욕인지 묻고 싶었지만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 참아낼 수 있었다.

“흥! 바느질하는 게 뭐 대단한 거라고!”

르안느가 콧방귀를 뀌며 소리쳤지만 내심 아셀이 만든 후드가 워프 게이트 앞에서 만난 마법사의 후드와 똑같다는 사실에 신기한지 힐끔거리는 것을 아셀은 발견할 수 있었다.

‘다됐다!’

완성된 후드를 바라보는 아셀은 입가에 진한 미소가 걸렸다.

마탑의 마법사의 그림자를 불러올 수 있게 된 것.

이것으로 말릭 다음에 만나야 할 존재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었기에.

“만들고 왜 안입어?”

완성된 후드를 그저 가방에 집어넣는 아셀을 이상하게 바라보던 르안느에게 그는 그저 씨익 웃어 보일 뿐이었다.

“아직. 때가 아니거든.”

“옷 입는 시기도 있는 거야?”

고개를 갸웃거리는 르안느도 잠시.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한 워프 게이트의 문이 저절로 열리기 시작했다.

‘여명 수도원!’

말릭을 따라 문밖으로 나온 아셀은 거대한 새하얀 수도원이 수백 개가 즐비한 도시를 바라보며 눈을 반짝였다.

길가에는 새하얀 법복을 입은 사제들과 반짝이는 갑옷을 입고 있는 성기사들이 수 없이도 많은 곳.

게다가 여신 [헤스티야]에게 기도를 드리기 위해 모인 대륙의 온갖 사람들 덕분에 수많은 인종들이 아셀의 눈에 들어왔다.

“흐음..어때? 대단하지?”

아셀이 눈을 반짝이며 도시를 보는 모습에 르안느는 자부심 넘치는 표정을 지으며 아셀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큰 도시는 처음볼 거야. 그렇다고 위축되지는 말아줬으면 좋겠어. 괜히 나까지 창피해 질거 같으니까 말이야.”

눈을 반짝이는 르안느에게 아셀은 자신이 이렇게 신기해하는 이유를 말해줄까 하다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여기는 마경 중 하나였으니까..’

말릭과 르안느 그리고 대부분의 여명 수도원 소속의 성기사들이 타락한 순간부터.

이곳은 대륙에 마경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여기서 수많은 유저 그리고 영웅적인 npc들이 죽어 나갔지.’

그때는 하늘에 마룡들이 심심치 않게 날아다니고 새하얀 건물들은 모두 폐허가 되거나 마기로 뒤덮여 있던 곳.

아셀은 게임을 플레이했을 적 이곳이 얼마나 위험하고 고레벨들조차 목숨을 걸고 레이드에 나섰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러게 신기하네.”

그저 알 수 없는 미소로 르안느를 바라볼 뿐 아셀은 그저 신성력을 알아서 뿜어내고 있는 건물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

아셀이 말릭의 제자가 되었다는 것은 여명 수도원의 원로들과 주교들에게 놀랍게도 쉽게 허락 되었다.

-그러지 말고 제자를 더 받는 게 어떤가?

-자네라면 좀 더 많은 인재들을 키워낼 수 있을 거 같은데..

대륙 제일의 기사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지만, 오랜 세월 제자를 르안느 이후로 받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많은 제자를 받아달라고 중용까지 했지만 말릭은 그 모든 제안을 거절했다.

“이거 하나만 통과하면 된단다.”

그럼에도 단 하나.

모든 성기사들의 입학 시험과도 같은 것을 통과해야 했다.

“너라면 충분히 통과가 가능할 테니 걱정하지 말거라.”

‘저건...’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과연 말릭의 새로운 제자가 누구인지 궁금했기에 모여든 사람들.

아셀은 수많은 성기사들과 사제들 앞에서 나무로 만든 잔을 바라보고 있었다.

‘헤스티야의 성배?’

잘 알고 있다.

게임에서 저건 후에 타락한 말릭과 성기사들을 물리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게 되었던 물건이니까.

“여신께서 네 안에 얼마나 많은 믿음을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물건이란다.”

말릭은 씨익 웃으며 헤스티야의 성배를 가리켰다.

“만약 네게 남들보다 많은 믿음이 있다면 환한 빛을 터트릴 거란다.”

아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릭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믿음이라면 신성력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어.. 음.. 그것도 그렇지만, 여신께 드리는 아셀 너의 믿음이라고 말하는 게 좋겠구나.”

말릭의 말에 아셀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말릭의 튜닉을 몸에 걸치기 시작했다.

‘문제는 없겠지?’

무려 여신에게 사랑받는 존재 특성을 가지고 있는 말릭의 튜닉이었기에.

아마 별 문제 없이 통과할 수 있을 게 분명했다.

“그 옷은 왜 입어?”

“일종의 의식 같은 거야.”

르안느의 말에 가볍게 대꾸하며 아셀이 헤스티야의 성배에 손을 올렸다.

“어라?”

“자네들도 느꼈나?”

그 즉시 무언가 의아함을 느낀 사제들과 성기사들이 눈을 껌뻑이는 것도 잠시.

아셀이 손을 짚자 부르를 떨리기 시작한 헤스티야의 성배 안에 점점 무언가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빛이 나온다 하지 않았어?’

성배안에 물이 채워지고 있었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는 것도 잠시. 가득 채워진 물안에서 마치 햇빛에 반사되는 것처럼 환한 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성수!?”

“맙소사 말릭 경 이후로 성배에 성수를 채워 넣는 인재가 나타나다니!”

“내 살아생전 저것을 두 번째로 보다니.. 여신이시여..”

아셀은 뭐가 어떻게 된지 모르겠지만 주위의 말을 듣고는 나쁘지 않았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눈을 뜨기 힘들게 했던 강렬한 빛이 사라지자 주위의 모든 사제들과 성기사들은 아셀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수고했다 아셀.”

말릭 또한 자신의 직감이 맞았음을 다시 한번 여신께 기도를 드렸으며 르안느는 속에서 무언가 질투심이 차올라왔다.

아셀이 성배를 놓으려고 하자 말릭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건 마시거라 아셀. 여신께서 주시는 선물이니까.”

“이걸요?”

성배 안에 가득 차 있는 성수들.

그것을 마시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아셀은 주변에서 부럽다는 듯한 표정을 바라보며 씨익 웃어 보였다.

‘나쁜 건 아닌가 본데?’

그와 동시에 성수를 마시기 시작한 아셀은 몸 안을 타고 들어가는 신비로운 기운에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이건?!’

몸 안으로 들어온 성수는 코어 안에 저절로 쌓여나가기 시작했다.

새하얀 기운.

일반적인 마나가 아닌 신성력이 점점 코어 안에 들어오는 것도 잠시.

아셀은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에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특성 신성력에 대한 재능이 개화되었습니다.]

‘?!’

헤스티야의 성배를 떨어트릴 만큼 놀라운 메시지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림자 재단사로 전직하며 얻은 손재주 이후에 또 다른 특성이 개화되었기 때문에.

“수고했다. 아셀. 여신께서 너를 지켜보실 거다.”

“오늘부터 1일 1기도 드리겠습니다.”

없던 신앙심이 아셀의 몸 안에 차올랐다.

‘신성력에 대한 재능이라니..’

아셀 보인의 몸으로 돌아와도 말릭 정도는 아니지만 신성력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됨이 분명한 상황.

그는 잠시 헤스티야의 성배 같은 아이템들을 머릿속에 떠올리고는 입가에 미소를 띨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렇다면.’

어쩌면 자신이 만들어놓은 겁쟁이 마나에게 혐오받는 몸 같은 쓰레기 특성들을 바꿔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앞으로 할 일이 많겠어.’

“우선 축하 연회라도 열고 싶지만. 대륙의 사정이 그렇지 못함을 이해해주거라.”

“잘 알고 있습니다. 스승님.”

1차 몬스터 웨이브.

그것들이 남긴 상흔은 대륙에 가득했기에. 말릭이 이렇게 시간을 내고 있는 것도 기적에 가까운 일들이었다.

‘오히려 나는 좋지 이게.’

말릭을 따라 대륙 곳곳의 고블린들의 시체를 정화시키고 오염된 땅들을 정화시킨다면 동기화는 올라갈 것이었기에.

아셀로서는 여명 수도원 안에 있는 것보다 말릭을 따라가는 것이 더 좋았다.

“스승님 그러면 바로 떠나시는 건가요?”

“미안하구나 르안느. 남쪽 하르티안 공국에 나타난 몬스터들은 아직 너희들을 데려가기 조금 위험한 거 같구나.”

‘응? 잠깐 지금 뭐라고?’

마치 아셀과 르안느를 때어놓고 어디론가 갈 거 같은 말을 하는 말릭을 바라보며 아셀은 눈을 껌뻑였다.

“그래도 걱정 말거라. 한달. 그 안에 다시 돌아올 테니. 그동안 다른 동료들과 잘 지내야 한다 아셀, 르안느. 알겠느냐?”

“어.. 어?!”

아셀의 표정이 급격하게 변화되기 시작했다.

한 달.

그안에 올릴 수 있는 동기화가 얼마나 될지 상상도 되지 않는데. 말릭이 자신의 옆에 없다는 것.

그것이 도저히 머릿속에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이러면 안 돼!’

어떻게든 말릭의 옆에 붙어 있어야 하는 아셀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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