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화. 그림자 대장장이의 동기화 100%
“흐음... 그랬더냐.”
한스의 대장간 안.
그곳은 항상 들려오던 망치 소리대신에 긴 침음이 새어 나왔다.
“대륙 제일 기사의 제자라...”
무언가 고심을 하는 한스의 표정을 바라보며 아셀은 머리를 쓸어넘기며 말릭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스승님께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응당 그래야지.
‘내 그림자 재단을 알고 있는 건가?’
그럴 리가 없었다. 애초에 대놓고 사용하지 않으면 티가 나지 않았을 테니까.
그럼에도 말릭이 그렇게 말한 것에는 아셀에게서 무언가 발견했다는 것이 분명했다.
‘위험한 일이지만..’
동시에 기회였다. 미래에 배반의 기사라며 수많은 유저들을 죽이고 왕국을 멸망시켰던 말릭의 재능은 진짜였기 때문에.
“확실히 좋은 기회지. 너에게도 그리고 아르테스에게도.”
아르테스를 바라보며 한스의 표정이 점점 풀리는 것이 아셀의 눈에 들어왔다.
신검 아르테스.
하지만 미완의 검.
아르테스를 완성시키고 나서 한스는 아르테스가 미완성이라는 사실을 아셀에게 알려주었다.
“저번에도 말했겠지만, 재료가 너무나도 부족했다.”
“재료뿐만이 아니지요.”
아르테스의 대상이 된 것은 바로 아셀이었다.
아직 부족한경지 거기다 부족한 재료가 합쳐졌기에. 어쩌면 미완으로 완성된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너는 앞으로 성장할 테니 걱정은 없다면 부족한 재료들이라는 것이 하나 같이 구하기 힘든 것들이라. 그것이 걱정되는구나.”
한스의 깊은 고심과 다르게 아셀은 지난번 그가 말해준 부족한 재료라는 것이 이미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와는 다르게 표정에 난처함이 없는 상황.
그는 한스가 말해준 몇 개의 재료를 떠올리고는 속으로 씨익 웃어 보였다.
‘아다만티움은 분명 모오루 부족이 가지고 있을 테고. 월석 헤냐는 심해어 투드린 배 속에 있었지?’
10년 동안 수도 게임 속에서 등장했을 때면 한차례 소동이 벌어지거나 했던 재료들이었기에.
아셀의 머릿속에는 이미 그것들에 대한 기억이 모두 들어있었다.
“어쩌면 말릭의 제자라는 신분으로 아르테스의 부족한 재료들도 모두 구할 수 있겠구나.”
생각을 마쳤는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이는 한스를 바라보며 아셀은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하지만 제게 진정한 스승님은 대장장이 한스뿐입니다.”
“녀석. 대장장이답지 않게 넉살은 좋구나.”
말이 끝났는지 자리에서 일어나는 한스는 아쉬움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침묵의 금제가 풀려 이제야 제대로 가르쳐주려고 했더만 그게 조금 아쉽구나.”
침묵의 금제.
한스는 신검 아르테스를 완성하기 전까지 절대로 말 한마디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금제를 걸었다고 했다.
‘말을 하지 않는 것과 좋은 검을 만드는 건 도대체 어떤 상관이 있는 거지?’
아셀로서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었지만, 지난 수십 년간 말 한 마디 하지 않은 본인의 앞에서 물어볼 수 없는 법이었다.
“너라면 분명 말릭의 제자로도 잘해낼 거다.”
“스승님 그전에.”
아셀은 한스의 바지를 바라보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동기화 81.’
투마리스의 경우와 다르지 않을 게 분명했다.
신검을 만들었음에도 100%가 되지 않은 것. 그것의 마지막 남은 것은 한스의 옷을 자신과 똑같이 만드는 것으로 완성될 것이 맞을 테니까.
“떠나기 전에 스승님의 옷을 지어드리고 싶습니다.”
“옷을?”
무슨 말이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던 한스는 이내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구나. 그래 너라면 좋은 옷을 만들 수 있을 게다.”
아셀의 손을 바라보던 한스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아셀의 손재주에 대한 믿음이 보이는 것이 분명한 모습들.
그 믿음에 화답해주기 위해 아셀은 자신의 가방에서 질 좋은 삼배 하나를 꺼내들고는 바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대장간이니 통풍이 잘되고. 그렇다고 너무 약하면 안 돼.’
바느질과 가위질이 빠르게 천을 잘라내고 연결하기 시작했다.
[동기화가 올랐습니다.]
[동기화가 올랐습니다.]
작업을 진행할 때마다 올라가는 동기화들. 그것이 아셀의 입가에 미소를 띠게 만드는 것도 잠시.
한스의 몸에 잘 맞을 흰색 바지가 완성되자 아셀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한번 입어보시지요. 스승님.”
“호오 이거 괜찮은 바지인데?”
기대 이상으로 만들어진 바지의 모습에 한스가 살짝 놀라며 옷을 입어보러 자리를 비운 사이 아셀은 그것과 똑같은 바지를 또한 만들어냈다.
[그림자 대장장이 한스의 바지를 만들었습니다.]
[그림자 재단의 효과가 발동됩니다.]
[원단의 효과로 10% 동기화가 올라갑니다.]
[신급 손재주. 신도 고개를 젓는 근성. 가만히 있어도 붙는 근육. 대장장이 신에게 사랑받는 존재. 특성이 구현됩니다.]
[동기화 100%.]
[스탯이 재분배됩니다.]
[유지 시간 16시간.]
‘드디어!’
대장간 안에서 아셀은 만들어진 바지를 입어보고는 탄성을 내질렀다.
한스의 모든 재능을 완벽하게 가져온 것.
그것을 증명하듯 이전 더 쉽게 대장간 안에서 코어 안으로 마나들이 모여드는 것을 아셀은 확인할 수 있었다.
“완벽하다.”
움켜쥔 손아귀에서도 이전과는 비교도 하지 못할 만큼 힘이 샘솟았다.
철광석이라도 지금 쥐어보면 가루로 만들 것 같은 기분이 들던 것도 잠시.
어느새 아셀이 만든 바지를 입고 한스가 나타났다.
“딱 맞는구나 아셀. 그리고.”
잠시 주위에 누가 있는지를 확인하던 한스가 아셀에게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네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그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
“?!”
한스의 말에 아셀은 두 눈을 크게 뜨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셀이 그림자들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을 눈치채고 준 조언. 그는 아셀을 표정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특히나 마탑. 그리고 황금기사단. 그것들에게 절대로 네가 누구인지 알려서는 안 돼. 내말 명심하거라.”
“....아시고 계셨습니까?”
“확신은 없었는데...”
잠시 턱을 쓰다듬던 한스가 자신의 바지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네가 만든 바지를 입어보니 저절로 알게 되더구나.”
“스승님...”
아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한스가 씨익 웃음 지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만난 동지에게 해줄 말이 있지만 아직 네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 아쉽구나.”
‘받아들일 준비?’
그 말이 무슨 말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던 아셀의 머릿속에 무언가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레벨제한 그게 분명해!’
게임 속에서도 레벨이 부족한 유저에게 npc는 절대로 정보를 흘리지 않았기에. 지금 한스도 그와 마찬가지인 게 분명했다.
게다가 이곳에서는 레벨은 코어로 변화된 상황.
아셀의 코어가 올라가고 경지가 올라가면 한스가 그림자들에 대한 정보를 줄 것을 그는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언제가 되면 알 수 있는 겁니까?”
“네 코어가 7개. 그러니까 7성급의 경지에 도달하면 말해줄 수 있겠구나.”
그 말을 끝으로 한스는 할말을 다했다는 듯이 다시금 망치를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명심하거라 아셀. 그림자들은 아직 그림자 속에 숨어 있어야 한다.”
캉! 캉! 캉!
한스의 망치질 소리가 대장간 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그것이 한스 나름의 작별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아셀은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한스 스승님.’
***
“스승님 저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요. 어째서 이렇게 매달리시는 거죠?”
르안느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눈을 감고 있는 말릭을 바라보았다.
아셀이 스승에게 허락을 구하겠다고 자리를 떠난 이후 마을 한가운데에서 명상에 잠긴 듯 눈을 감고 있는 상황.
한 아이를 기다리기 위해 대륙 제일의 기사라고 불리는 말릭이 지금 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웃지 못할일들이 르안느는 너무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예? 스승님! 말씀 좀 해주세요! 예? 예?”
“흐음.. 르안느야. 너는 조금 자중할 필요가 있겠구나. 다른 동료들처럼 조용히 기다리는 게 어떻더냐?”
이미 마을 주변에 있는 고블린 시체들은 모두 성기사들이 소각했기에. 할 일이 없어진 기사들은 말릭을 따라 아셀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 아셀이 대단하긴 대단하나 봐..”
“그러게 말이여. 저 성기사들이 저렇게 기다리고 있으니....”
“로니는 좋겠구나. 아셀이 성공해서.”
“흥! 내가 뭐가 좋아! 어차피 이럴 줄 알았어. 금방 왔다가 금방 떠날 사람인 줄 알았다고!”
이 모습에 마을 주민들 모두가 감탄사를 나타내는 것도 잠시.
한스의 공방나온 아셀이 점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왔구나.”
그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난 말릭은 흰색 삼배 바지를 입고 있는 아셀을 바라보며 흡족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결심은 섰더냐?”
“예.”
“하아.. 스승님... 도대체 왜 이런 애를.”
아셀을 바라보던 말릭의 눈이 조금 더 커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가 자신에게 양해를 구하고 떠난 직후 다시 나타난 아셀의 분위기가 묘하게 바뀐 것을 눈치챘기 때문에.
‘그세 깨달음을 얻은 건가. 역시 대단하구나.’
그림자 재단을 모르는 말릭은 동기화가 올라간 아셀의 모습에 무인으로서 깨달음을 얻었다고밖에 생각하지 못했다.
“떠나기 전 한 가지만 말씀해주십시오.”
“이제는 스승님한테 먼저 부탁까지 하네... 말세야 말세.”
“말해 보거라?”
“어째서 저를 제자로 받아들이려고 하시는 겁니까?”
말릭의 지금 모습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륙에 수많은 천재들 중 천재들이 말릭의 눈에 띄고 싶어 하는 와중에 어째서 검술에 재능이라고는 없는 아셀을 받아들이려고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이 궁금하더냐?”
“제게는 중요한 이유라서.”
“별건 없다. 그저 감이다.”
입가에 진한 미소를 띠어 보인 말릭의 말에 주위의 성기사들과 르안느마저 입을 벌리며 믿기지 못하겠다는 듯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내가 감이 생각보다 좋거든. 게다가 그런 명검에 선택을 받은 자들은 평범한 인물들이 아니거든.”
‘감은 핑계로군.’
아셀은 말릭이 자신을 제자로 받아들이려고 하는 이유가 아르테스 때문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지금이라면...’
말릭이 타락하려면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상황.
그가 타락 하기전에 그의 모든 재능을 흡수할 수 있다면 앞으로의 일들에 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했다.
“그렇군요.”
“그럼 너는 어째서 결심이 섰더냐?”
“저도 감이 좋아서요. 이 기회를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말이죠.”
“저게 스승님 가지고 농담도 하네 이제는?”
아셀의 말이 만족스러운지 말릭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감. 직감. 훌륭한 무인이라면 직감을 따라야지.”
‘설마 진짜 감으로 나를 제자로 받아들이겠다고 한 건가?’
말릭의 말에 아리송해하는 아셀을 바라보며 그가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나와 함께 필드가로 가보자꾸나.”
‘필드가.’
한스의 재능을 가지고 온 상황이건만 필드가라는 이름이 들리자 그의 몸이 떨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필드에서의 괴로운 기억들이 무의식적으로 몸을 떨려오게 한 게 분명했다.
‘갚아줄 것도 있고 가보고 싶네.’
떨림을 억지로 멈추게 한 아셀이 말릭을 바라보며 씨익 웃어 보였다.
“예. 집에 한번 같이 가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