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화. 신검 (2)
“으아아아아!”
“후퇴해 후퇴!”
“망할 어디로 후퇴하라는 거야!”
언덕 마을 투란.
그곳은 고블린들에 의해 점점 지옥으로 변하고 있었다.
담장에 의지해 수많은 고블린들을 사냥했지만 그것도 어느새 한계에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자이언트 고블린들이다!”
일반 고블린들이라면 수천 마리가 달려들어도 분명 마을 주민들만으로도 막아낼 수 있었을 게 분명했다.
그러나 아종들. 그것도 자이언트 고블린 같은 강력한 것들이 5마리나 갑자기 나타난 순간.
이미 투란은 고블린들에게 유린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아. 안 돼 필립스!”
“망할 돌아와 이미 늦었어!”
미처 도망치지 못한 주민들이 고블린들에게 끌려가 순식간에 온몸에 난자를 당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눈앞에서 펼쳐졌다.
그와 동시에 기쁜 듯 웃기 시작한 고블린들이 소리 높여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끼에에에에!!
“아... 신이시여..”
드워프 대장장이 아카신은 도끼를 들어 올리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죽음을 예감했기에. 그가 자신이 믿는 대장장이 신에게 기도를 드리는 것도 잠시.
한스의 공방에서 새하얀 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 어?!”
“이게 무슨..”
“뭐.뭐야?!”
새하얀 빛.
그것에 담긴 숭고하며 성스럽기까지 한 것 같은 빛은 순식간에 고블린들을 먼지로 되돌리기 시작했다.
마치 새로운 성스러운 존재가 태어날 때 주위에 악한 것이 있으면 되지 않음을 증명하듯 퍼지기 시작한 새하얀 빛.
아카신을 포함한 대장장이들은 놀라움에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몸이..”
회복되어 가고 있었다.
고블린들이 순식간에 먼지로 변하는 것과 별개로 주민들의 몸 안에 가득했던 상처들이 말끔하게 치료 되는 상황.
이윽고 눈을 뜨기 힘든 빛이 걷어지며 한스의 공방에서 푸른 머리의 아셀이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아셀?”
“저. 저 검은 도대체 뭐지!?”
아셀을 발견한 대장장이들은 그의 어깨에 걸려 있는 새하얀 검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지금껏 살아가며 저런 신비로운 느낌을 주고 기괴하게 생긴 검을 처음 봤었기 때문에.
‘다섯.. 아니 여섯 마리군.’
한스의 대장간에서 나온 아셀은 이전과는 비교도 하지 못할 만큼 야위어 있었다.
애초에 며칠을 물 한 모금 먹지 않고 작업에 열중해 있었기에 당연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의 눈빛에는 이전과는 비교도 하지 못할 만큼 진한 마나가 일렁였으며. 그에 맞추어 그의 심장에 있는 코어는 어느새 4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4코어.”
아셀의 심장 안에는 어느새 4개의 코어가 생성되어 있었다.
아르테스가 완성되는 그 순간 주위에 있던 고블린들을 모두 죽이고 아르테스의 완성으로 요동치는 마나들이 코어에 들어온 결과들.
15살에 4코어 4성. 대륙의 어디를 가도 천재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업적이었다.
“후우..”
아셀 본인의 몸이 기뻐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평생 등신 머저리라고 들었던 녀석이었기에. 지금 천재들이나 들어설 경지에 오른 것에 믿기지 않는 게 분명했다.
“아. 아셀 자네 뭔가...”
가장 실력 좋은 대장장이인 아카신은 단숨에 아셀의 분위기가 변한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눈을 껌뻑이는 그에게 그저 멋쩍을 웃음을 지어준 것도 잠시.
아르테스가 터트린 광채에 아직 살아남은 고블린들과 자이언트 고블린들이 점점 정신을 차리는 것이 아셀의 눈에 들어왔다.
“그러면 안 되지.”
맨 처음 아셀은 자신의 앞에 있는 자이언트 고블린 한 마리를 향해 달려갔다.
그의 몸에는 이미 동기화가 100% 완료된 투마리스의 가죽 갑옷이 입혀져 있는 상황.
이전과는 비교도 하지 못할 만큼 민첩하게 움직이는 아셀의 움직임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자이언트 고블린이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검기!?”
“검기라니 어떻게?!”
“아셀이 4성급이라는 말인가?!”
몇몇 눈썰미가 좋은 마을 주민들은 아셀의 검에서 일렁이는 황금빛 오러를 발견할 수 있었다.
투마리스 특유의 황금빛 오러. 그것을 검기로 일으킬 수 있는 경지.
4성급 이상의 무인들에게만 가능한 그것이었다.
‘조금 부족해.’
애초에 사냥꾼인 투마리스의 재능이었기에. 아셀은 신검 아르테스에 나타난 검기에 안타까움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셀의 안타까움과는 별개로 아셀이 휘두르는 아르테스의 검로를 따라 자이언트 고블린의 몸이 마치 두부를 잘라내는 것처럼 잘라지기 시작했다.
키에에에에에!
고통의 비명을 지르는 자이언트 고블린을 볼 필요도 없었다.
이미 팔다리를 잘라내고 바닥에 아등바등거리는 녀석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만족스러워.”
신검 아르테스.
그 사기적인 무기를 직접 휘두르는 상황에 아셀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는 것도 잠시.
그의 눈앞에 드디어 정신을 차린 고블린들이 순식간에 달려들려고 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일단은.”
남은 자이언트 고블린은 4마리 그리고 고블린의 숫자는 500 정도.
거기다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거슬리게 하는 존재가 하나 더 있었으나 지금의 아셀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들이었다.
아르테스를 허리춤에 집어넣은 아셀이 등뒤에 걸려 있는 황금활 기온을 꺼내들었다.
“숫자를 조금 줄일 필요가 있겠지?”
기온에 이전과는 비교도 하지 못할 만큼 거대한 황금빛 오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3성에서 4성으로 넘어가는 것이 힘든 것을 증명하듯 3성과 4성의 격차를 보여주는 모습들.
이윽고 쏘아지는 샤이닝 에로우이 아셀의 황금활 기온에서 쏘아지기 시작했다.
쾅! 쾅! 쾅!
늑대의 형상을 하고 있는 황금색 오러의 화살들이 남기는 거대한 충격은 언덕 마을 투란을 지축을 뒤흔들기 충분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가만히 서서 활을 쏘아내는 아셀에게 그 어떤 고블린도 다가오지 못하고 터져 나가는 상황.
심지어 자이언트 고블린들도 달려오던 도중 아셀의 화살에 맞고 그야말로 폭사하는 상황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역시 투마리스.’
이 모든 것이 투마리스의 재능이라는 사실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띤 아셀은 더 이상 고블린들이 겁을 먹고 달려오지 않자 황금활 기온을 내렸다.
“이래도 안 나와?”
남은 고블린은 이제 자이언트 고블린 1마리와 일반 고블린 100마리 정도.
이 정도라면 남아있는 마을주민들 만으로 모두 사냥이 가능한 숫자들이었다.
그랬기에 겁먹고 쉽사리 달려들지 못하는 고블린들을 바라보며 아셀은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기감과 메시지에 나타났던 그녀석은 이런 상황임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에.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고블린 메이지를 사냥하자가 발생 되었습니다.]
[보상: 1차 몬스터 웨이브에서 얻은 총 마나량.]
아르테스를 완성하고 나타난 메시지는 총 세 가지였다.
우선 고블린 메이지를 잡으라는 퀘스트 메시지. 그리고 동기화가 70% 이상까지 증가했다는 것.
마지막으로 아셀은 감정안으로 볼 수 있게 된 아르테스의 스탯들이었다.
“신검 아르테스.”
투마리스의 가죽 갑옷은 유지 시간이 끝나갔기에. 아셀이 한스의 바지를 입자 그의 눈앞에 신검 아르테스의 스탯들이 나타났다.
[아르테스.]
[전설등급]
[내구도 200/200]
[그림자 대장장이 한스가 오리콘으로 만든 미완성 작품입니다.]
[두가지 모드가 있습니다.]
[성장형 무기입니다.]
[사용자의 경지에 따라 공격력이 달라집니다.]
[현재 공격력 132]
[그림자 계열의 오러를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습니다.]
일반 희귀 왕급 신급 전설.
아셀이 현실에서 게임을 했을 때 페이크 월드의 장비 등급들이었다.
‘역시 신검이야.’
가장 높은 전설등급의 무기.
게다가 아직은 132뿐인 공격력이지만 아셀의 경지가 올라가는 데에 따라 점점 더 강해질 게 분명한 검이었다.
“게다가 이건 미완성이지.”
머릿속에 들어있는 상념을 털어내며 아셀은 자신을 경계하는 고블린들을 바라보았다.
“일단 너희들부터.”
한스의 그림자를 바로 가져오자 역시나 지속시간이 반이나 줄어드는 리스크를 짊어지게 된 것을 아셀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패널티에도 아셀의 표정에는 별다른 걱정이 없는 모습.
그가 아르테스를 역수로 잡자 손잡이가 검은색 오러로 물들기 시작하더니 점점 늘어났다.
“어떻게 저런 무기가!?”
“아카신님 저런 게 가능한 일입니까?”
대장장이들이었기에. 지금 아셀이 펼치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믿기지 않는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망치?”
아카신의 중얼거림을 증명하듯 아셀의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아르테스 헤머폼을 사용합니다.]
손잡이 부분에 달려 있던 망치.
그것은 이것을 헤머폼을 위해 준비된 것이 분명했다.
순식간에 변한 아르테스를 만족스럽게 바라본 아셀이 고블린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펑! 펑! 펑!
그가 망치를 고블린들을 향해 망치를 휘두르자 녀석들의 머리가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심지어 자이언트 고블린이 아셀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달려들었던 것도 잠시.
아르테스를 녀석의 머리를 향해 미련 없이 던졌다.
“저. 저게 무슨?”
아카신이 믿겨지지 않는다는 듯 허망하게 없어진 자이언트 고블린의 머리를 바라보았다.
검은색 오러로 일렁이는 아르테스가 녀석의 머리를 순식간에 박살 낸 것이 분명했다.
비명한번 지르지 못하고 쓰러지는 자인언트 고블린의 시체를 타고 올라간 아셀이 공중에 떠있는 아르테스를 붙잡았다.
‘남은 녀석들은.’
일반 고블린들.
겁먹어 전의를 상실한 녀석들은 신경 쓸 필요조차 없었다.
아셀의 무위에 겁먹고 도망치려는 일반 고블린들은 마을 주민들에게 맡기면 되는 상황이었다.
“왔냐?”
숲속에서 거대한 화염구가 아셀을 향해 쏘아졌다.
이전 레드 스컬 용병 마법사가 쏘아낸 것과는 비교도 하지 못할 만큼 거대한 화염구.
딱 보아도 4성급 이상의 기운을 품고 있었기에. 만년설이 화로 막아낼 수 없는 마법이었다.
“흐읍!”
다가오는 화염구를 피하지 않고 아르테스를 들고 있는 아셀의 팔근육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한스와의 동기화가 올라간 덕분에 그의 신체능력이 이전과는 비교도 못 할 정도로 상승한 것을 보여주는 상황.
부풀어진 팔에 들어있는 아르테스. 그것에 일렁이는 진한 검은 마나들. 다가오는 화염구를 박살 낸다는 상상을 마음속으로 떠올린 아셀이 아르테스를 휘둘렀다.
콰강!
거대한 화염구가 아셀의 아르테스에 마치 바위처럼 박살 나는 모습이 나타나자 마을 주민들은 더 이상 할말을 잃고 말았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숲속에 숨어있던 고블린 메이지마저 믿기지 못하겠다는 듯 주춤거리는 상황이었다.
끼이익?
녀석의 울음소리가 들린 곳으로 아셀이 씨익 웃어 보였다.
“안 나오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