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화. 신검 (1)
[동기화가 올랐습니다.]
‘?!’
작업을 했을 뿐인데 동기화가 올랐다는 사실이 아셀은 믿기지 않았다.
‘이게 어째서?’
50%의 외적인 것. 그다음 내적인 50%
동기화를 100%로 올리는 방법은 그것이었기에.
아셀은 망치질을 할때마다 올라가는 동기화를 믿기지 못하겠다는 듯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캉!
아셀의 망치질에서 어느 순간 한스의 그것처럼 점점 망치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동기화가 올라감에 따라 점점 망치질이 한스의 신기에 가까운 망치질과 비슷해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천재로다.’
한스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아셀이 자신의 그림자 망치질을 제대로 활용하는 모습이 두 눈에 들어왔기 때문에.
‘이것이라면....’
시간이 단축될 수 있다. 한스의 머리에 그러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자 그의 망치질에 조급함이 완벽하게 사라질 수 있었다.
“허업!”
그림자 재단의 효과가 끝이 나자 아셀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언제 유지 시간이 끝이 났는지 확인도 하지 못할 만큼 집중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모습.
바닥에 주저앉아 잠시 숨을 고르던 아셀의 손이 떨려왔다.
“대. 대단하다.”
30분.
쉬는 것에 집중할 수 없었다.
눈앞에 한스의 망치질 하는 모습에서 아셀은 두 눈을 떼지 못했으니까.
당장 떨려오는 손에 쥐어진 망치를 들고 저 작업에 참여하고 싶은 욕구가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지금 들어간다면 저 숭고한 작업을 망칠 거란 것을 잘 알기에.
아셀이 긴 한숨을 토하며 한스와의 작업에서 어째서 동기화가 올랐는지 그것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아셀은 자신의 추측을 정리해 보았다.
그림자 망치질.
대장장이의 심상을 구현하는 스킬.
그 동안 아셀이 고블린들에게 망치를 던지거나 내려치던 그런 류의 기술 보다 지금 한스의 기술은 월등히 높은 경지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랬기에 저 검은 마나가 밀가루처럼 반죽 되었을 게 분명하니까.
“심상의 구현.”
한스가 생각하고 염원했던 그것.
어쩌면 그것이 한스의 내적인 마음가짐이었기에. 아셀은 지금 한스의 심상 구현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동기화가 올라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시간이 다 되었다.”
자신의 추측이 끝이 나는 것과 동시에 스킬의 쿨타임이 돌았던 것을 확인한 아셀이 한스의 그림자를 불러들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이 근질근질거렸다.
밖에서 지금 고블린들이 마을을 포위하기 시작할 거라는 사실과 자이언트 고블린 같은 아종들이 점점 위협적으로 다가온다는 것 따위는 이제 아셀의 머릿속에 들어있지 않았다.
오직 지금 눈앞에 있는 신검을 완벽하게 완성 시키겠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 가득 채워졌다.
“아셀 자네 지금!”
아셀과 한스의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몇 명의 광부들과 대장장이들이 한스의 공방을 찾아왔다.
밖에서 고블린들이 공격을 시작했는데 아셀이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다급하게 찾아온 그들도 한스와 아셀의 망치질을 보고는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고블린을 사냥하기 위해 담장으로 달려갔다.
“어째서 내버려 둔 겁니까 스승님?”
드워프 아카신과 그의 제자들이 이 소식을 듣고 직접 한스의 공방에 찾아왔을 때.
아카신마저 잠시 경외심을 담아 한스와 아셀을 바라보고는 담장으로 향해 달려갔다.
“네놈은 아직 멀었구나.”
“예?”
“어떤 대장장이가 대작이 태어날 순간을 방해하겠느냐.”
“대작이요?”
“그런 게 있다 녀석아.”
고개를 갸웃거리는 제자에게 아카신은 피식 웃어 보였다.
‘한스 영감 말년에 참으로 부럽구려....’
한스의 신묘한 기술들 드워프임에도 탐이 나는 그 기술들. 그것을 이을 사람은 절대로 없을 거라 생각했기에 사장될 기술.
아카신은 아셀을 떠올리며 빙그레 웃음 지었다.
“저기 고블린들이 몰려옵니다!”
“망할.. 아셀 없이도 해보자고.”
상념에서 깨어난 아카신은 들고 있던 도끼에 힘을 주며 고블린들을 바라보았다.
‘버텨내야지.’
대작이 탄생하는 순간. 그것이 고블린 따위에게 방해받을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아카신은 마음을 다잡고 고블린들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
밖에서의 소란스러움은 아셀의 귓가에 어느 순간부터 들리지 않게 되었다.
마을의 외각에 있는 한스의 공방에까지 소란스러움이 들려온다는 것.
고블린들의 공격이 점점 마을 안쪽까지 미치는 것이 분명했으나 지금 그 어떤 것 하나도 아셀의 귓가에는 들려오지 않았다.
[동기화가 올라갔습니다.]
[스킬 감정안을 익히셨습니다.]
[대상의 상태를 감정할 수 있습니다.]
[사용시 그림자 재단의 유지 시간이 1시간 줄어듭니다.]
동기화가 오를수록 한스의 여러 기술들이 저절로 아셀에게 터득되었다.
마치 장인이 자제에게 기술을 전수해주는 것처럼.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아셀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그림자 재단의 효과가 끝이 나고 스킬 쿨타임을 위해 쉬고 있을 때 창가에 햇빛과 달빛이 들어온 것을 발견하고 짐작할 뿐.
‘야위었다.’
물 한 모금 먹지 않았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한스마저 처음 봤을 때보다 야위어 보였기에.
‘빛?!’
그저 한스의 마나로 반죽된 검은색 덩어리에서 어느 순간부터 빛이 났다.
사방을 밝히는 빛은 대장간 안을 순식간에 가득 채우고도 그 기세를 잃지 않고 점점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아..”
알고 있다.
눈을 뜨기 힘든 밝은 빛. 이것이 어떤 것인지 아셀은 에전에 직접 두 눈으로 본 적이 있었기에 어떤 것인지 알고 있었다.
“신검. 아르테스.”
신검 말릭의 무기였기에. 그가 신검 아르테스를 손에 들고 마족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을 때 나왔던 그 숭고하고 저절로 경외심을 느끼게 했던 그 빛이 분명했다.
‘슬슬 끝이다.’
이 빛이 나왔다는 것은 드디어 작업의 마지막 부분까지 왔다는 것이 보여주었다.
그것이 아셀이 머릿속을 스처 지나가자 그의 몸 안에 이전까지 없던 거대한 기운이 순식간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나.’
그것이 마나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모루 위에 놓여진 새하얀 원석을 발견했을 때였다.
새하얀 원석. 마치 크리스탈 같은 그것은 한스의 검은색 밀가루 같은 마나를 깨고 나오며 모습을 드러냈다.
-오르콘.
아셀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듯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이 어떻게 어디서 들려왔는지 생각할 겨를도 아셀의 머릿속에는 있지 않았다.
새하얀 오크콘.
그것이 스스로 어떤 모양을 잡아가며 움직이기 시작했으니까.
스르륵.
오르콘이 원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부드러운 소리를 내며 점점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것에 맞추어 아셀과 한스의 망치질 소리도 더욱 빨라지는 것은 당연한 법.
오르콘을 발견하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아셀은 눈치채지 못했다.
문득 들려오는 거대한 함성소리 그리고 누군가를 다급하게 부르는 환청 같은 목소리만 들려올 뿐.
“끝..”
아셀은 눈앞에서 화려한 빛을 터트리는 오르콘을 바라보다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동안 한스의 대장간에서 수없이 작업을 했었기에. 이제 마무리 단계에 왔다는 것을 직감한 것도 잠시.
그의 온몸에 차올랐더 거대한 힘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 안 돼.”
[그림자 재단의 효과가 끝이 났습니다.]
망치질 몇 번.
이제 몇 번의 망치질이면 눈앞에 신검 아르테스가 완성될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자신의 동기화 유지 시간이 먼저 끝이 나버린 상황.
아셀은 자신의 망치질이 이 위대한 신검에 닿는다면 작업을 망칠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여기.
아셀의 떨리는 손 마나라고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육체.
그것이 신검을 작업을 망치려던 것도 잠시.
거대한 손이 아셀의 손목을 잡는 것이 느껴졌다.
-이쪽으로 내려쳐야 한다 아셀.
“스승님?”
어느새 한스는 아셀의 뒤에 서있었다.
아셀의 동기화가 끝날 것을 미리 생각하고 서있던 게 분명한 상황.
그가 아셀의 손목을 잡고 망치질을 시작하는 것과 동시에 검은 마나가 사방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것이.’
한스가 지금 어떤 일을 벌이고 있는지 아셀은 잘 알고 있었다.
아셀의 손을 잡고 자신을 마나를 불어넣어 신검을 두드리고 있는 것.
‘분하다.’
이 놀라운 일에서도 아셀은 속에서 차오르는 분함에 자신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질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코어가 좀 더 개화되고 동기화가 100%였다면 분명 한스의 도움 없이 모든 작업을 완벽하게 마칠 수 있었을 게 분명했기 때문에.
“훌륭하다. 아셀.”
아셀의 붉어지는 눈을 바라보며 한스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부족함을 깨닫는 것. 그것은 대장장이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기에.
한스는 아셀이 대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스승님?”
한스의 목소리. 그것을 처음 들은 아셀은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이 노인네가 과연 말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마저 들었었기 때문에.
“집중해라 아셀. 그리고 목도해라. 너와 나의 작품을.”
눈앞에서 벌어지기 시작한 놀라운 일들에 아셀은 더 이상 한스가 말했다는 사실에 놀라워 하지 않았다.
그보다 더 놀라운 일들이 눈앞에서 펼쳐지기 시작했으니까.
‘맙소사...’
원석에 가까웠던 오르콘이 검의 모양으로 바뀌었던 것도 잠시.
아셀은 자신이 기억하고 있던 아르테스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변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건..’
검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검이라고 제대로 부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새하얀 도신 그리고 손잡이 부분에 달려 있는 망치와도 같은 것.
완성되어가는 아르테스 모습을 바라보며 아셀은 어째서 한스가 이런 고블린이 마을을 공격할 때 검을 만들기 시작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랬구나...”
새하얀 빛이 점점 더 커져 나가더니 이윽고 대장간 밖으로까지 터져 나갔다.
그와 동시에 아셀의 코어가 사방으로 미친 듯이 마나들을 흡수 시작했다.
위이이이잉!
어찌나 기다렸다는 듯이 마나를 흡수하는지 코어가 움직이는 소리가 아셀의 귓가에 들려올 정도였다.
“이건 나를 위한 거였어.”
점점 모습을 갖추기 시작하는 아르테스를 바라보던 아셀이 자신을 바라보며 흐뭇하고 웃고 있는 한스와 눈이 마주쳤다.
‘신검 아르테스..’
자신이 게임 속에 들어오기 전 한스는 분명 대륙 제일 기사라고 평가받는 말릭을 대상으로 이 검을 만들었을 게 분명했다.
그 만큼 이 당시의 말릭은 영웅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깝지 않은 인물이었으니까.
하지만 어째서인지 한스는 아셀을 위해 아르테스를 만든 상황.
그것이 지금 눈앞에 나타난 기형적인 검이었다.
“이거라면..”
자신도 모르게 아르테스에 손을 올린 아셀의 눈앞에 수많은 메시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