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화. 1차 몬스터 웨이브 (1)
펑! 펑! 펑!
아셀의 망치가 휘둘러질 때마다 검은색 마나들이 터져 나왔으며 고블린들의 머리는 수박이 터짓듯 터져 나갔다.
‘슬슬.’
고블린들 수백 마리를 망치들로만 때려잡던 아셀의 몸 안에 흥분이 사로잡았지만, 그는 자신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림자 망치질이 사기적인 스킬인 것에 더불어 그것을 사용하면 그림자 재단의 지속시간이 빠르게 줄어들었기 때문에.
“호.혼자서.”
“저 많은 고블린들은 잡은 건가?”
“그런데 어떻게 활도 저렇게 쓰고 망치도 저렇게 다룰 수 있는 거지?”
담장 위의 마을 주민들은 멍하니 아셀의 무위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어느덧 마을로 몰려들던 고블린들이 뒷걸음질 치며 도망가기 시작했기 때문에.
“마지막!”
4개의 망치 중 남은 한 개에 진한 검은색 마나를 불어넣음과 동시에 아셀이 고블린들 무리를 향해 던졌다.
끼에에에에!
끼에에!
절규하는 고블린들의 소리가 그것이 얼마나 거대한 기운을 담아냈는지 보여주는 상황. 슬슬 그림자 재단의 효과가 끝날 것 같기에.
아셀은 미련 없이 고블린들을 뒤로하고 마을의 담장 위로 올라갔다.
“자.자네는 도대체 누구인가?”
드워프 아카신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껌뻑이며 아셀에게 다가왔다.
“어떻게. 어떻게 사냥꾼에 대장장이까지.”
직업은 하나라는 것이 통념이었기에. 그들이 믿기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바라보며 아셀은 그저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제가 좀 특이합니다. 두 가지 직업을 가지고 있거든요.”
“두. 두 가지를?!”
“그것도 정반대의 직업을 말인가!?”
“허어... 믿기지 않는구만. 믿기지가 않아.....”
아셀의 말에 놀라워는 했지만, 대다수는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애초에 두 가지 이상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도 있었기 때문에.
“그나저나 자네 덕분에 오늘 무사히 넘어간 거 같네.”
“맞아. 아셀 자네가 있어서 놈들이 담장도 넘어오지 못했어!”
“고마워 아셀. 올 거 같지 않은데 맥주나 한잔하자고.”
고블린들은 숲속으로 퇴각했다.
마을에 널브러진 수백 마리의 고블린들의 시체들.
그것만이 방금 전까지 마을을 위협했던 존재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었다.
“할 게 있어서 안 될 거 같군요.”
아셀의 말에 모두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도 잠시.
그는 별거 아니라는 듯 황금활 기온을 챙기며 입을 열었다.
“스승님을 도와드려야 하거든요.”
“지금 말인가?”
“방금 그렇게 싸웠는데?”
도저히 믿지 못하는 주민들에게 손을 휘저으며 인사를 남긴 아셀이 한스의 공방으로 걸어갔다.
“허어.. 참 젊은 건 좋은 거 같네.”
그 모습에 드워프 아카신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놀라워 할 수밖에 없었다.
***
대장간 안은 마치 다른 세계였다.
밖에서의 고블린들과의 혈투가 거짓말 같았던 것처럼 한스의 대장간 안은 평상시의 모습과 똑같았다.
“어? 오빠 팔에?!”
로니가 아셀의 팔에 가득한 멍자국들을 발견하고는 놀라 소리쳤지만 그는 그저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었다.
“별거 아니야.”
고블린의 돌도끼들. 그것들이 몇 차례 아셀을 위협한적은 있었지만 대다수 한스의 재능인 가만히 있어도 붙는 근육에 의해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했다.
“스승님은?”
“영감? 하.. 남들은 고블린들하고 목숨 걸고 싸우는데 우리 영감은 그저.. 에효 말을 말자 말을 말아. 것보다 들어가면 밥 먹은 거 설거지라도 하라고 해.”
꼴 보기 싫다는 듯 고개를 뒤로하는 로니를 뒤로하고 아셀은 자연스럽게 한스의 옆에서 망치질을 시작했다.
캉! 캉!
몇 차례 망치지들. 고블린들을 사냥하면서 더욱더 능숙해진 망치질에서 나오는 검은색 마나는 한스마저 믿기지 못하겠다는 듯 눈을 껌뻑였다.
‘검...’
이번에도 일반적인 철로 만드는 검이었다.
아셀이 앞서 망치질을 하고 한스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듯 알려주는 것.
동기화는 더 이상 오르지 않았지만 아셀은 한스의 작업에서 그의 깨달음을 슬쩍 엿볼 수 있었다.
‘분명...’
동기화가 올라갔기에. 한스와 점점 비슷해진 아셀이니까 가능한 일.
아셀이 보기에 한스는 분명 어떤 물건을 만들기 위해 지금 같이 똑같은 작업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신검일 테지.’
신검.
1차 몬스터 웨이브가 끝날쯤 완성했다는 그 물건. 한스는 분명 지금 그것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는 것이 분명했다.
캉!
마지막 망치질을 끝으로 이번에도 괜찮은 검이 완성되었다.
괜찮은 검. 도시에 가져다 팔면 10골드는 우습게 벌 수 있을 거 같은 검이었건만 한스는 미련 없이 그것을 용광로에 던져 넣었다.
‘무언가 부족했나 보군.’
들어간 검이 용광로에서 녹아내리는 사이. 아셀은 내일 사용할 화살촉과 망치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잠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한스가 헛기침을 내뱉기 전까지는.
“?”
한스가 헛기침이라는 것을 하는 놀라운 모습에 아셀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도 잠시.
그가 가리킨 방향에 쌓여 있는 망치들과 화살들을 발견한 아셀의 두 눈이 크게 떠질 수밖에 없었다.
“어..어? 이걸 모두 스승님이?”
아셀의 놀란 표정에 그저 씨익 웃고는 다시 용광로를 바라보며 한스는 검이 녹아내리기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가끔 보면 재미있는 영감이라니까.’
다가가 확인한 망치들과 화살들은 한스의 작품인 것을 증명하듯 질이 좋은 작품들이었다.
“완벽해.”
손에 쥐어지는 망치들마저 아셀이 사용하기 딱 좋게 만들어진 것.
손안의 망치를 빙글빙글 돌리며 아셀의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
“아셀 왔는가?”
“오늘도 잘 부탁하네!”
“내가 자네가 사용할 망치도 만들었는데 한번 써보게나!”
단 하루 만에 많은 것이 달라졌다.
전날에 아셀이 보여준 놀라운 무위들에 사람들이 매료된 것이 분명했다.
“잘 쓰겠습니다.”
기분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인 것도 잠시. 투마리스의 가죽 갑옷을 입고 있던 아셀의 기감에 수많은 기척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슬슬..’
어제는 숫자가 무색하게 물러난 감이 있었기에.
아셀은 오늘부터 녀석들이 본격적으로 공격해올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기억 속에 있던 1차 몬스터 웨이브도 이랬기 때문에.
“녀석도 슬슬 모습을 드러내겠네.”
“응? 누가 오기로 되어 있나?”
아카신이 의아한 듯 물었지만 아셀은 그저 피식 웃으며 숲속에서 나타나는 고블린들을 바라보았다.
“이럴 수가!”
“저.저것들 지금 들고 있는 게 무엇이란 말인가!?”
“무.무기?”
대장장들이 다수였기에. 고블린이 들고 있는 것들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전날 들고 있던 돌도끼나 몬스터의 뼈 같은 물건들이 아닌 조잡한 철제 무기들.
조잡한 물건들이라고는 하지만 그것들이 수천 마리의 고블린들의 손에 들려 있으면 더 이상 조잡하다고 부를 수 없었다.
끼에에에에!
대장장이들과 광부들이 믿기지 못하겠다는 듯 눈을 껌뻑이는 것도 잠시.
숲속에서 거대한 괴성이 내질러졌다.
“하울링?”
고위급 몬스터들만이 낼 수 있는 하울링이 들리자 며칠 전까지 일반인이었던 마을 주민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온다.’
오직 투마리스의 가죽 갑옷을 입고 그녀의 재능을 유지하고 있는 아셀만이 차분히 하울링과 함께 달려드는 고블린을 바라볼 뿐이었다.
“자네는 괜찮은가?”
드워프 아카신이 제자들과 도끼를 들어 올리며 아셀을 놀랍다는 듯 바라보았다.
숲속에서 들린 거대한 하울링 소리에도 아셀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으니까.
“더한 몬스터도 만나봤는걸요.”
“더한 몬스터?”
무슨 말이냐고 말하는 아카신에게 그저 어깨를 으쓱거린 후 아셀이 당긴 기온에 황금색 오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분위기를...’
침채된 분위기를 반전시킬 필요가 있었기에. 아셀이 샤이닝 에로우를 사용하기로 결정하자 그의 심장에 있는 코어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쾅!
서있는 담장이 흔들거릴 만큼 거대한 기운을 다음 샤이닝 에로우가 고블린들을 향해 쏘아졌다.
주위의 대장장이들과 광부들이 아셀의 손에서 터져 나오는 황금빛 오러에 믿기지 못하는 것도 잠시.
한번 쏘아진 화살은 달려오던 고블린 수십 마리를 단번에 터트리기에 충분했다.
“좀 더.”
한 번에 2시간이나 되는 제한 시간을 갉아먹는 기술이었지만. 현재 투마리스와의 동기화는 100%.
아셀이 쉬지 않고 5번의 샤인 에로우를 쏘아냈다.
순식간에 마을 언덕 밑에 거대한 구멍 6개가 생성되었다.
그 거대한 공격에 고블린들은 주춤거리기 충분한 상황.
그림자 재단의 모든 제한 시간을 사용한 아셀의 표정이 창백해지자 아카신이 황급히 그에게 다가왔다.
“왜 이리 무리를 했나?”
손이 떨리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것이 아셀이 무리를 했다고 생각 되어지기 충분했다.
실상은 투마리스의 재능이 사라지고 저 앞에 보이는 수천 마리의 고블린들에게 겁을 먹은 거였지만.
“자. 잠시.. 쉬면. 쉬면 괜찮아집니다.”
힘겹게 떨리는 목소리로 아셀이 말하자 아카신은 알겠다며 그를 담장 밑으로 친절히 데려가 주었다.
“여기서 기다리게. 그리고 고맙네.”
아카신뿐만이 아니었다. 겁먹은 그들의 분위기를 해소시켜주고자 아셀이 벌인 일을 주위의 모두가 알고 있었으니까.
“오빠는 바보야? 왜 이리 무리한 거야?”
잡일을 도우러 오는 로니가 아셀에게 물을 건냈지만 아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금 입안에 뭐를 넣었다가는 단숨에 토할 거 같은 몸이었으니까.
‘망할.. 내가 왜 이런 걸...’
겁쟁이 특성이 이렇게 불쾌해질 줄은 몰랐던 것도 잠시.
담장 위에서는 고함을 치는 주민들과 고블린들의 치열한 전투가 시작되기 시작했다.
“으윽.”
“오. 오빠 괜찮아?!”
겁을 먹어 움츠러든 아셀을 어딘가 다친 줄 알고 착각한 로니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주는 것도 잠시.
어느새 30분이 지나자 다시금 그림자 재단을 쓸 수 있게된 아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어?”
갑자기 변화된 아셀의 모습에 로니가 당황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녀의 머리를 헝크러트리며 아셀은 품 안에서 망치를 꺼내들었다.
“다녀올게.”
“뭐야.. 갑자기 다른 사람처럼 변하고?”
멍하니 아셀을 바라보는 로니를 뒤로하고 아셀은 단숨에 담장 위로 올라섰다.
“막아!”
“올라온다 막아 막아!”
사방에 고블린이 가득했다. 심지어 담장 위로 기어올라온 몇 마리들도 눈에 띄는 모습들.
황급히 아셀이 담장 위로 올라온 녀석들의 머리 위로 망치를 내려치기 시작했다.
‘한 마리. 두 마리..’
녀석들의 머리를 박살 낼수록 아셀의 코어에 마나들이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그 기분 좋은 감정을 느끼며 미소 짓던 것도 잠시.
숲속에서 다시금 하울링이 울려 퍼지며 어떤 거대한 것이 아셀을 향해 날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