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동기화 100%
사방에 흩어진 설산 늑대들 그리고 아셀과 투마리스가 처음 몸을 숨겼던 그 구덩이 속에 그녀는 지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아셀 무사했구나.”
특유의 배시시거리는 웃음을 지어 보이는 투마리스의 얼굴. 그러나 아셀은 그녀의 얼굴이 창백함을 눈치챌 수 있었다.
생각보다 투마리스가 흘린 피가 많다는 증거였다.
‘역시..’
언뜻 보아도 30마리 이상의 설산 늑대가 죽었다.
그 정도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지금의 투마리스도 가능한 일.
그러나 아셀이 놀란 것은 구덩이 바로 위에서 당장 살아 움직일 것처럼 죽어있는 거대한 몬스터 때문이었다.
‘헬혼 울프.’
그냥 몬스터가 아니었다.
설산 늑대들 무리의 대장 격인 녀석인 존재. 아셀은 예전 게임에서 녀석을 사냥해봤기에. 이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높은 등급의 몬스터인지 알고 있었다.
투마리스에게 다가가 몸을 살펴보자 그녀의 오른쪽 어깨에 관통상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마 헬혼 울프의 머리에 달린 뿔에 공격을 허용한 것이 분명했다.
“괜찮아?”
“조금 쉬면 괜찮아질 정도야.. 그보다 아셀.”
아셀 또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지만 투마리스 만큼 부상 당한 것이 아니었기에.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투마리스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아셀을 바라보았다.
“나 해냈어. 설산 늑대는 물론이고.”
위에 죽어있는 거대한 헬혼 울프를 슬쩍 바라본 투마리스가 눈웃음을 지으며 계속해서 말했다.
“헬혼까지.. 하하. 이제 아빠한테 갈 수 있게 됐어 아셀.”
기뻐하는 투마리스의 머리를 아셀이 쓰다듬어주자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지기 시작했다.
“잘했어. 너라면 해낼 줄 알았어 투마리스.”
“어.. 어.. 그.그..”
무언가 말하고 싶지만, 입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투마리스를 부축하며 일어섰다..
“일단 돌아가자. 여기 계속 있으면 안 돼.”
“그래. 저것만 챙기고. 나 대신 가죽 좀 벗겨줄 수 있겠어?”
‘아깝네..’
투마리스가 건네준 단검으로 우선 헬혼 늑대의 거대하고 새하얀 가죽을 벗겨냈다.
사방에 흩어진 설산 늑대들의 가죽.
어떻게 녀석들을 유인해 내야 하는지 모르는 지금 녀석의 가죽은 하나에 10골드 이상일 게 분명했기에.
아셀은 지금 주위에 놓인 수많은 설산 늑대들의 가죽을 놓고 가야 하는 것이 조금 아까웠다.
“이제 슬슬 가자.”
헬혼 늑대의 가죽을 아셀이 빠르게 벗겨냈다.
높아진 동기화가 가능하게 해준 모습. 생각보다 빠르게 벗겨냈기에. 주위에 있는 설산 늑대의 가죽 10장을 추가로 아셀은 벗겨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슬슬 가야할 때임을 아셀과 투마리스는 직감할 수 있었다.
주위의 몬스터들의 피 냄새를 맡고 다른 녀석들이 찾아올 게 분명하기에.
글라스트 마운틴에 숨어있는 네임드 몬스터들이라도 지금 나온다면 위험해질 게 분명했다.
“그래 돌아가자 투마리스.”
가죽들을 가방에 챙겨 넣으며 아셀은 투마리스를 부축하며 그녀의 오두막을 향해 걸어갔다.
***
‘이게 있을 거라고는...’
오두막에 도착하자마자 투마리스는 무언가 결심을 했는지 침대 밑에 있는 상자를 꺼내 들었다.
평범한 목함. 그리고 안에 들어있는 진한 붉은색의 액체를 담고 있는 병을 발견한 아셀은 놀라워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최상급 포션이야. 아빠가 위험할 수도 있다고 줬어..”
‘과연.’
건네받은 포션병에 새겨진 번호와 제작자의 이름을 발견한 아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마탑 제 2공방 쿠이가 작.]
대마법사 쿠이가.
미래의 마탑주.
후에 아셀이 반드시 그 재능을 가져와야 할 존재 중 하나였다.
‘쿠이가의 물건이라면 못 참지.’
투마리스가 아무렇지도 않게 줬지만, 이 정도의 포션이라면 100골드는 족히 넘을 게 분명했다.
그 증거로 반만 먹어본 아셀은 몸의 상처가 거짓말처럼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으니까.
“고마워 투마리스.”
아셀과 마찬가지로 투마리스 또한 포션을 마시고 몸이 회복된 것 같은 모습이었다.
다만 어깨에 난 상처는 생각보다 깊었는지 아직 다 아물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건 시간이 조금 걸릴 수도 있겠네.”
괜찮다는 듯 배시시 웃어 보인 그녀는 아셀의 가방에서 헬혼 울프의 가죽을 꺼내 들었다.
새하얀 거대한 가죽.
그것이 투마리스의 오두막에 놓이자 아셀은 다시 한 번 그녀의 천재적인 재능을 느낄 수 있었다.
“부탁이 있어 아셀.”
“부탁?”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셀을 바라보며 투마리스가 조금 부끄러운지 볼을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이거로 가죽 갑옷을 만들어줄 수 있을까? 기왕이면 우리 둘이 똑같은 거로..”
“괜찮겠어?”
솔직히 탐이 나는 가죽이었다.
설산 늑대의 가죽도 좋지만, 헬혼 울프의 가죽은 그 이상이었기에.
이거로 옷을 만든다면 분명 좋은 옷이 나올 게 분명한 상황.
게다가 이것은 투마리스가 부족에 가져가야 할 가죽이었다.
“괜찮아, 아셀. 이미 설산 늑대의 가죽은 많은걸. 이건. 그냥 너랑 있던 추억을 기억하고 싶어서.”
‘하기야.’
부족으로 돌아가야 할 투마리스. 아셀 또한 글라스트 마운틴에서 목적했던 물건을 찾아내고 다른 곳으로 향해야 했다.
“고마워 투마리스.”
그녀의 배려심에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하며 아셀은 헬혼 울프의 새하얀 가죽들로 갑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여기서는 이렇게.’
질 좋은 가죽이었기에.
최대한 조심해서 만들고 있던 아셀의 눈앞에 메시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동기화가 올라갔습니다.]
이제 동기화는 70%를 돌파하고 있는 상황. 최대한 가죽갑옷에 집중하고 있던 아셀은 계속해서 나타나는 메시지들에 눈을 껌뻑일 수밖에 없었다.
[동기화가 올라갔습니다.]
[동기화가 올라갔습니다.]
[동기화가 올라갔습니다.]
[동기화가 올라갔습니다.]
가죽 갑옷 하나를 다 만드는 데 무려 5%에 해당하는 동기화가 올랐다.
그동안 이렇게 빠르게 오른 적은 없었기에 아셀은 도무지 지금의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이것도..’
무언가 있었다.
페이크 월드에서 의미 없는 일은 없었으니까. 분명 어떤 요인에 의해 동기화가 단숨에 5%나 오른 것이 분명했다.
“설마?”
가죽 갑옷을 만드는 데 성공한 아셀은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에 자신의 가설이 맞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투마리스를 위한 헬혼 울프의 가죽갑옷을 완성했습니다.]
[동기화가 높아진 상태라 추가적인 효과를 얻습니다.]
[동기화가 5% 증가합니다.]
대상의 옷을 만들어 아셀이 입는 것 그리고 대상에게 옷을 만들어주는 것.
두 가지 모두가 동기화를 올리는 방법임을 깨달은 아셀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와아... 아셀 역시 대단해.”
새하얀 가죽갑옷 거기다 남은 실들로 글라스트 마운틴의 장엄한 모습을 수놓은 가죽갑옷.
그것을 바라본 투마리스의 눈이 어린아이처럼 반짝였다.
“수정할 게 있음 수정하게 입어볼래?”
아셀의 말에 기쁜 듯 고개를 끄덕인 투마리스가 단숨에 아셀이 만든 가죽갑옷을 착용했다.
‘수정할 곳은.’
눈에 띄는 수정할 곳이 없었다.
눈썰미와 미적 감각. 아셀에게 부여한 재능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 것이 분명했다.
“마음에 들어 아셀! 완벽해 완전 내 거 같은데?!”
“마음에 들었다면 다행이다.”
“흐음.. 아빠가 좋은 물건을 받으면 답례품을 주라고 했는데.”
투마리스의 말에 아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거절을 하려고 했다.
그녀에게 배운 사냥의 기술들과 그림자 재단의 향상 방법들을 알아낸 것은 그 어떤 것들보다 값비싼 것들이었기에.
“투마리스 괜찮...”
“이걸 아셀에게 줄게. 아빠한테 받은 활인데. 어차피 부족에 가서 다른 활을 받으면 되니까.”
“은 활인걸?”
자신이 사용하던 황금색 활을 스스럼없이 건네준 모습에 아셀은 차마 거절을 하지 못했다.
‘맙소사. 다이어 울프족들이 사용하는 활이라니.’
받아든 활은 무게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가벼웠으며 그 안에 담긴 묘한 기운은 신비로움마저 들게 만들었다.
‘게임에서도 못 구했던 물건인데..’
10년 고인물이었던 시절에도 못 구했던 물건이었던 것을 떠올린 아셀의 입가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걸렸다.
“이름은 [기온]이야. 아빠 말로는 할아버지의 이름에서 따왔대!”
‘그럴 테지..’
다이어 울프들의 활.
그것을 만들 때 들어가는 재료들은 죽은 다이어 울프들의 몸에서 나온 심장 그리고 털들이었다.
“고마워 투마리스. 정말로 고마워.”
“에이 뭘. 덕분에 이렇게 빨리 집에 돌아갈 수 있게 됬는 걸?”
배시시 웃어 보이는 그녀의 머리를 다시 한 번 쓰다듬어준 아셀이 몇 차례 감사를 전한 것도 잠시.
그는 빠르게 자신이 입을 헬혼 울프의 가죽 갑옷을 만들어냈다.
[그림자 제단의 효과가 발동됩니다.]
[투마리스의 가죽갑옷을 만들었습니다.]
[자연에게 사랑받는 존재. 초월적인 신체 능력. 최상급 활 솜씨. 자애가 구현됩니다.]
[동기화: 83%]
[원단의 재료의 효과로 동기화가 10% 증가합니다.]
[지속시간 : 7시간.]
[모든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동기화가 추가적으로 7% 상승합니다.]
“?!”
[동기화 90%를 달성했습니다.]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에 아셀의 두 눈이 크게 떠질 수밖에 없었다.
동기화 90%
원단의 효과로 10%가 올라간 지금 아셀은 투마리스의 모든 재능을 100% 구사할 수 있게 되었기에.
“어라 아셀?”
새하얀 가죽 갑옷을 입고 손을 쥐었다가 피는 아셀을 바라보던 투마리스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았다.
“뭔가 나랑 똑같은데?”
단순 옷차림이 아니었다.
풍기는 분위기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마나들의 파장.
모든 것이 자신과 비슷한 기분이 들어 고개를 갸웃거리는 투마리스를 바라보며 아셀은 그저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었다.
“옷차림이 비슷해서 그런 거 아닐까?”
“그.그런가?”
믿지 못하는 그녀에게 아셀은 그저 환하게 웃어 보였다.
‘해냈다.’
당황하는 투마리스를 바라보며 아셀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10년 뒤에 사냥꾼의 신으로 추앙되는 투마리스의 모든 재능을 흡수한 것.
코어를 늘리며 아셀 본인의 경지를 올린다면 10년 뒤의 투마리스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강해질 것이 분명했다.
아셀은 투마리스 이외의 다른 존재들의 재능도 베낄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럼 기념으로 고기나 구워 먹을까?”
“고기!?”
“지난번 마을에서 가져온 맥주도 남았고 말이야.”
고기라는 말에 눈빛을 반짝이는 투마리스에게 아셀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쉬고 있어 투마리스. 내가 준비하고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