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화. 퀘스트
[퀘스트가 발생 되었습니다.]
[설산 늑대 세 마리를 사냥하세요.]
[보상 : 동기화 10% 증가.]
퀘스트가 발생 되었다는 메시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아셀이 쏘아낸 샤인 에로우에 맞고 처음으로 고통에 젖은 울음소리를 내는 설산 늑대보다 아셀은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가 더 놀라웠다.
‘퀘스트..’
어째서 이게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는지 이해할 겨를이 없었고 알 수 없었다.
애초에 자신이 이 게임 속으로 넘어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쾅!
나무를 들이박거나 올라오려고 하는 설산 늑대들에 의해 아셀은 더 이상 생각에 젖을 겨를이 없었다.
“세 마리.”
방금 전 샤인 에로우에 당한 녀석은 확실히 중상이었다.
더 이상 아셀을 향해 다가오지 못하고 뒤에서 주춤거리는 것이 눈에 보였으니까.
게다가 나머지 두 마리도 이곳까지 오면서 투마리스가 설치한 함정들에 걸려 상처들이 가득한 모습들이었다.
‘가능하다.’
샤인 에로우 두 번이면 분명 한 마리 정도는 죽일 수 있었다.
계속해서 상처 입은 녀석들에게 화살을 쏘아내며 나무와 나무 사이를 뛰어다닌 아셀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공략법.
그것이 머릿속에 완전히 떠올랐기에.
아셀의 코어가 미친 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연에 떠다니고 있는 마나들을 순식간에 빨아들이기 시작하는 것도 잠시.
황금색 오러가 가득 채워진 샤인 에로우가 상처 입어 잘 움직이지 못하는 설산 늑대를 향해 쏘아졌다.
쾅!
거대한 소음과 함께 설산 늑대가 절명했음을 아셀은 눈치챌 수 있었다.
그의 코어 안으로 이전과는 비교도 하지 못할 마나들이 쌓였기 때문에.
“높은 등급의 몬스터.”
투마리스는 아셀의 능력에 따라 어떤 몬스터를 사냥해줘야 할지 지도해 주었었기에.
아셀은 지금까지 자신의 경지보다 높은 등급의 몬스터를 잡아낸 적이 없었다.
때문에 4성급 몬스터를 잡았다는 성취감은 달콤했으며 코어 안에 채워진 녀석의 마나는 만족스러웠다.
아우우우!
동료 중 한 마리가 죽자 설산 늑대들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아셀은 서둘러 나무들을 뛰어다니며 그가 입고 있던 셔츠 조각들을 나뭇가지에 묶어 두기 시작했다.
‘30분만 버티면 된다 30분.’
샤인 에로우.
그것 두 번에 이미 그림자 재단의 유지시간은 4시간이나 줄었으며 이곳까지 달려오는 동안 걸린 시간을 생각하면 이제 그림자 재단을 유지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스킬 쿨타임을 생각하면 어딘가에 숨어있어야 할 상황.
미리 봐두었던 거대한 나무 사이에 있는 구멍 안에 몸을 숨긴 아셀이 두 눈을 꼭 감자 몸이 저절로 떨려왔다.
[그림자 재단의 효과가 끝났습니다.]
덜덜 떨리는 손. 쉽게 떠지지 않는 눈동자.
본래 아셀의 몸으로 돌아오자 몸은 겁에 질려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아우우우우!
남은 두 마리가 아셀을 찾기 위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오자 하마터면 심장이 멎을 뻔까지 했다.
이곳에 오며 아셀 본인의 체력은 늘었는지는 몰라도 선천적으로 주어진 겁쟁이의 재능은 극복하지 않은 게 분명한 상황.
아셀은 마음속으로 그림자 재단을 다시금 발동시킨다는 말을 주문처럼 외울 뿐이었다.
[그림자 재단을 발동시킵니다.]
[19분 후에 투마리스의 가죽 갑옷을 발동시킬 수 있습니다.]
19분. 18분. 17분.
초 단위로 거의 외우듯 말하던 아셀의 1분 1초가 하루 같았던 것도 잠시.
어느새 모든 쿨타임이 끝나자 활을 잡고 있던 아셀의 손에 힘이 넘쳐나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
나무 구멍에서 머리를 내밀어본 아셀은 바로 앞까지 다가왔던 설산 늑대들을 보며 생각보다 위험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조금만 늦었으면 겁에 질려있을 아셀을 녀석들이 손쉽게 해치웠을 게 분명했다.
아우우우!
아셀을 발견한 녀석들이 달려들었다.
그런 녀석 중 가장 앞서오는 녀석을 향해 샤인 에로우를 쏘아낸 아셀이 나무들을 타넘으며 화살들을 보충하기 시작했다.
‘장검?’
투마리스가 가져다 놓은 무기 중에는 화살 말고도 검도 있었다.
없는 것보다는 나았기에. 허리춤에 차고 나무들을 뛰어넘던 아셀은 어느 정도 거리를 오자 다시금 샤인 에로우를 쏘아냈다.
“한 마리가?”
아셀을 향해 달려오던 설산 늑대 중 하나는 샤인 에로우 두 번을 맞은 것을 증명하듯 절명한 상황.
그보다 아셀은 남은 한 마리가 보이지 않자 갑자기 안 좋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아우아우우!
바로 옆에서 무언가를 느끼고 황급히 화살을 쏘아냈을 때는 늦었다.
평범한 아셀의 화살은 설산 늑대가 달려오는 것을 저지하지 못했으니까.
“커흑.”
나무에서 볼품없이 떨어진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설산 늑대의 거대한 다리와 이빨에 몸은 다치지 않았기 때문에.
‘양동을 펼쳤다고?’
몬스터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게 영리한 행동들이었다.
아셀의 카이팅을 피하고 둘이서 양동을 벌인 것.
그 결과가 한 마리의 죽음으로 아셀은 나무에서 떨어진 것이었다.
그르르르르.
아셀이 땅에 떨어진 것이 기분이 좋아진 것인지 녀석이 이빨을 그르렁대며 아셀을 바라보았다.
마치 이제는 언제라도 아셀을 사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한순간 사냥꾼에서 사냥감으로 바뀐 것.
‘망할..’
속으로 욕설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무리해서 샤인 에로우를 사용한다면 남은 제한시간은 단숨에 사라질 게 분명했다.
그럼에도 아셀은 다른 선택지가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나무에 다시 올라가 뛰기에 이미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고 그것을 눈앞에 녀석이 허락할지 의문이었기에.
아우우우우!
녀석이 울부짖으며 달려오는 것과 동시에 아셀의 샤인 에로우가 쏘아졌다.
[그림자 재단의 효과가 끝났습니다.]
[제한시간을 초과한 샤인 에로우입니다.]
[다음 투마리스의 그림자를 가져오는 것에 패널티가 부과됩니다.]
‘아...’
샤인 에로우에 녀석이 맞은 것을 확인도 하기 전에 온몸이 겁에 질렸기에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있을 수밖에 없었다.
머리가 점점 굳었다.
상처를 입고 다가오는 녀석을 두 눈으로 보는 것은 지금 아셀로서는 공포 그 자체였으니까.
그르르르..
아셀의 상태를 눈치챘던 것일까.
녀석은 천천히 다가와 상처 입은 다리로 아셀을 그저 후려칠 뿐이었다.
“아아..”
아파서 비명을 지르지도 못했다.
아셀이 아등바등하며 기어가는 모습에 설산 늑대가 재미가 들렸는지 계속해서 아셀의 온몸을 다리로 후려치기 시작했다.
‘젠장..젠장!’
피와 살점이 녀석의 발톱에 의해 터져 나왔고 몇 군데 뼈가 부러진 것 같았다.
죽지 않은 것이 기적일 것 같은 상황 속, 아셀은 눈앞에 떨어진 넝마가 된 튜닉을 발견할 수 있었다.
롬마니아 기사단의 단장 군림보의 튜닉.
그것을 발견한 아셀은 무언가 홀린 듯 설산 늑대의 공격 속에서 황급히 그것을 입는 데 성공했다.
[그림자 재단의 효과가 발동됩니다.]
[원단의 효과로 2% 올려줍니다.]
[용기. 중급 검술. 미천한 오러의 재능. 기마술. 재능이 구현됩니다.]
[동기화 7%.]
[스탯이 재분배됩니다.]
[연속된 스킬 사용으로 유지시간이 30분으로 줄어듭니다.]
떨림이 멈추었고 후려치는 녀석의 다리를 향해 아셀은 허리에 차고 있던 장검을 뽑아 들 수 있었다.
“이건...”
평범한 장검에 일렁이는 푸른 오러.
지난번 털보의 손을 부러뜨렸을 때처럼 오러가 새어 나왔다.
‘그래.. 그랬구나.’
아셀은 그림자 재단 스킬을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스킬 한 번의 쿨타임이 아니라 대상의 옷에 따라 쿨타임이 부여되는 것.
연속적인 스킬의 사용으로 군림보의 옷을 입은 지금 지속시간이 30분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상처 입고 지친 설산 늑대를 처리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르르르..
무언가 잘못됨을 직감한 녀석이 낮게 으르렁거리자 아셀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걸렸다.
“다시 상황이 바뀐 거 같지?”
사냥감에서 다시 사냥꾼으로.
장검을 높게 올린 아셀의 머릿속에 본래 아셀이 익혔던 검술들이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필드가의 검법.’
용사의 후예다운 고명한 검술들.
몸치에 재능은 없었지만, 필드가 안에서 피나는 노력을 했던 것은 거짓이 아니었기에.
낮은 동기화 속에서도 검술에 대한 재능이 생긴 아셀의 손에서 필드가의 검이 물 흐르듯 펼쳐지기 시작했다.
“필드가 파도타기.”
가장 기본적인 필드가의 초식.
마치 파도를 타듯 일렁이는 오러들이 설산 늑대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아직.’
그 뒤로 녀석을 향해 계속 검을 휘두르던 아셀이 놈의 목덜미에 장검을 꽂아 넣는 것과 동시에. 기분 좋은 메시지가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투마리스와의 동기화가 10% 증가했습니다.]
퀘스트가 완료되었다는 소식.
아셀은 4성급 몬스터인 설산 늑대를 혼자서 세 마리 해치우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해.해냈다...”
살아남은 것을 확인한 아셀은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와 동시에 군림보의 튜닉의 효과가 끝이 나자 몸 전체가 비명을 지르듯 고통이 밀려드는 상황.
그럼에도 아셀은 기분 좋은 미소가 얼굴에 걸려 있었다.
심지어 지금은 겁에 질려있는 몸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해냈어. 망할 해냈다고..”
코어에 채워져 있는 설산 늑대의 마나들.
비록 4번째 코어를 깨우는 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였지만, 아셀은 지금 상황 속에 큰 만족감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잠시 몸을 쉬어주던 아셀은 투마리스의 그림자를 다시 가져올 시간이 다 되자 투마리스의 가죽 갑옷을 착용했다.
‘이거.. 그냥 사기가 아니구나..’
지쳤던 몸이 회복된 것.
군림보의 튜닉을 착용할 때는 경황이 없어 눈치채지 못했지만 아셀은 자신의 체력이 완벽하게 회복된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투마리스...’
아무리 투마리스라고 하지만 걱정이 안 될 리가 없었다.
세 마리만 아셀을 따라온 것.
분명 나머지 설산 늑대들은 투마리스가 상대했을 게 분명했으니까.
화살을 채워 넣은 아셀이 황급히 움직였다.
어느새 하늘에는 눈이 그쳐 언제 그랬냐는 듯 화창한 하늘이 글라스트 마운틴에 펼쳐지고 있는 상황.
투마리스와 숨어있던 구덩이로 가까워질수록 아셀은 점점 많아지는 설산 늑대들의 시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모두 단숨에 목숨을 끊은 것.
새삼 투마리스에 솜씨에 경외심마저 느끼게 했던 것도 잠시.
설산 늑대의 숫자가 30이 넘어서자 아셀의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설마.. 설마..’
이렇게 많은 숫자는 생각지도 못했기에.
사방에 펼쳐지고 있던 전투의 흔적을 따라 도착한 곳에서 아셀은 믿기 힘든 모습들을 발견했다.
“아... 투마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