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설산 늑대
[투마리스의 샤인 에로우를 배우셨습니다.]
[오러에 비례해 폭발력이 높아지는 기술입니다.]
[사용 시 제한시간 2시간이 감소됩니다.]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에 아셀은 턱을 쓰다듬을 수밖에 없었다.
‘2시간..’
한 번 기술을 사용하면 그림자 재단을 유지하는 시간이 2시간이나 줄어드는 패널티가 생기는 상황.
그럼에도 투마리스의 샤인 에로우는 탐이 나는 스킬이었다.
‘지금은 구멍 하나 낼 뿐이지만.’
화살이 떨어진 곳에 바위만 한 구멍이 나 있었다.
그것을 보며 칭찬해 달라는 듯 의기양양한 투마리스에게 엄지를 치켜 올려주니 기뻐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아셀은 피식 웃음 지었다.
“저게 얼마나 대단한지 10년 뒤의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지.”
마룡들이 세상을 침공했을 때.
하늘을 가득 채웠던 불길한 존재들을 순식간에 바닥으로 내려오게 한 기술.
수천 발의 빛나는 화살들이 하늘을 가득 향해 쏘아졌던 것을 아셀은 직접 봐서 잘 알고 있었다.
“어때 할 수 있겠어?”
투마리스가 눈빛을 반짝이며 묻자 아셀은 고개를 끄덕이며 활을 들어보았다.
‘이렇게.’
[투마리스의 샤인 에로우를 사용합니다.]
[유지시간이 2시간 감소합니다.]
스킬을 쓰고자 다짐하자 코어가 미친 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투마리스의 재능인 자연에게 사랑받는 존재. 그것이 주위의 마나를 순식간에 끌어모으는 것도 잠시.
그녀가 보여준 성인 주먹만 한 크기의 빛나는 구체의 반만 한 구체가 아셀의 화살에 생성되기 시작했다.
“대.대단해..”
한 번에 성공할 줄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한 번에 자신이 보여준 샤인 에로우에 절반에 해당하는 기운을 담아낼 줄은 몰랐던 투마리스가 경악하는 표정으로 아셀을 바라보았다.
‘아니.. 아니야 완벽하게 성공이야.’
아셀의 오러나 신체적인 능력은 어쩐지 자신의 절반 정도임을 눈치챈 투마리스는 아셀이 지금 보여주는 샤인 에로우가 완벽에 가까운 것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쾅!
거대한 소음을 내며 쏘아진 샤인 에로우가 투마리스가 만들어 놓은 구멍 옆에 정확히 떨어졌다.
“치이.. 너 뭐야 도대체.”
2시간이라는 게 생각보다 몸에 무리로 다가오는지 얼굴에 구슬땀이 흘러내리는 아셀을 바라보며 투마리스는 어처구니없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좋은 스승에 좋은 제자 아닐까?”
“좋은 스승?”
잠깐 질투심마저 느꼈으나 아셀의 말에 금세 기분이 좋아진 투마리스를 흐뭇하게 바라본 그는 자신의 활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현재 유지시간을 생각하면 샤인 에로우는 두 번 정도 사용할 수 있겠어.’
얼마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아셀은 그래도 자신이 스킬이 생겼다는 사실에 만족감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그럼 사냥이나 떠나자 아셀. 오늘은 트롤을 한번 잡아볼까?”
“그건 아직 무리 아닐까? 4성급 무인들이 달려들어야 잡을 수 있는 거잖아. 그건.”
“괜찮아 괜찮아. 좋은 스승이 있잖아?”
어째서인지 열의가 넘치는 그녀를 바라보며 아셀은 푸근하게 미소 지을 수밖에 없었다.
***
‘어째서지?’
코어의 마력은 계속해서 올라갔다.
3코어. 3성 무인.
평범한 무가에서 태어났다면 그래도 재능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경지.
글라스트 마운틴에서 아셀의 경지에 맞는 사냥감들을 투마리스가 계속 이끌고 가주었기에.
빠르게 올라선 코어와 다르게 동기화는 50%에서 전혀 올라서지 않고 있었다.
“뭔가..”
투마리스가 사냥감을 몰이하러 떠난 사이 아셀은 나무 위에서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그녀에게서 지난 며칠 사이 배운 기술들.
몬스터에 대한 도축과 수색 등등.
샤인 에로우를 제외하고도 수많은 기술들을 익히고 난 후 더 이상 기술적으로는 배울 게 없는 지금.
어째서인지 동기화는 전혀 오르지 않고 있었다.
두두두두두.
생각에 잠겨 있던 아셀은 지축을 뒤흔드는 소리에 상념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아셀!”
활짝 웃으며 달려오는 투마리스. 뒤에는 거대한 황소들로 보이는 녀석들이 이쪽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거대한 몸짓의 마운틴 카우들. 3성급 무인들이라면 충분히 잡아낼 몬스터들 수십을 여유롭게 몰고 오는 투마리스의 움직임에 아셀은 다시 한 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12마리.’
보이는 숫자만 12마리.
상념에서 깨어난 아셀은 등에 메고 있는 활에 화살을 걸고 단숨에 쏘아냈다.
음머어어어어!
아셀의 화살에 맞은 녀석이 괴로워하며 뒤쳐질 뿐.
육중한 몸에 걸맞게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쓰러지지 않는 마운틴 카우에 아셀은 피식 웃으며 연달아 화살들을 쏘아내기 시작했다.
“오오 드디어 연사가 익숙해졌구나!”
투마리스만큼은 아니어도 쉬지 않고 화살들을 쏘아낼 수 있게 된 상황.
아셀의 화살에 두 마리 정도 마운틴 카우가 달려오다 절명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슬슬..’
투마리스를 무시하고 아셀이 있는 나무로 달려오는 마운틴 카우들.
아셀은 이전의 육체에서는 절대로 불가능할 몸짓으로 나무와 나무 사이를 뛰어넘기 시작했다.
음머어어어어어!
뒤에서 악에 받친 마운틴 카운의 울음소리들이 들려왔다.
그곳을 향해 감각적으로 화살을 쏘아내기 시작한 아셀은 맞았다는 것을 확인할 겨를도 없이 나무와 나무 사이를 뛰어넘으며 화살들을 쏘아내기 시작했다.
“얼마 안 남았어!”
어디선가 몸을 숨기고 있는 투마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무들 사이에 숨겨둔 화살통을 다시금 챙긴 아셀이 계속해서 화살을 쏘아내는 것도 잠시.
이윽고 남은 마운틴 카우가 한 마리라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한 마리라면..”
동료들이 모두 계속 움직이면서 쏘아낸 아셀의 화살에 목숨을 잃었기에 경계를 하며 주위를 둘러보는 마운틴 카우의 미간을 겨누며 아셀이 코어를 움직였다.
[투마리스의 샤인 에로우를 사용합니다.]
쾅!
소음을 내며 쏘아진 아셀의 화살이 마운틴 카우의 머리에 적중하자 거대한 소음에 걸맞게 녀석의 머리가 터져나가는 모습이 나타났다.
“야이 바보야! 저렇게 사냥하면 가죽을 제값에 못 받잖아!”
어디선가 들려오는 투마리스의 외침에 씨익 웃어 보인 아셀은 나무에서 내려오며 그저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었다.
“그래도 11마리는 정확히 잡았잖아.”
“이게 1쿠퍼 아까운지 모르네?”
허리에 손을 올리고 다가온 투마리스에게 그저 방긋 웃어주는 것도 잠시.
아셀은 품 안에서 꺼낸 단검으로 능숙하게 마운틴 카우의 가죽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흐음.. 이제 도축 같은 건 잘하네.”
“고기는 따로 챙겨둘까?”
“그것도 좋겠다. 오늘은 고기랑 같이 맥주 한잔하자고.”
“맥주?”
그동안 같이 지내오며 투마리스가 맥주를 마시자고는 전혀 말하지 않았기에 아셀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아셀을 바라보았다.
“언제까지 여기 있을 순 없잖아 아셀.”
“아...”
“나한테 더 이상 배울 것도 없고 말이야. 사실은 몇 년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2주 만에 익힐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살짝 어이없어하며 말하는 투마리스의 말에 아셀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기술 면에서 모든 것을 익혔긴 해.’
중요한 것은 동기화.
50%밖에 되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의 능력이라면 대륙의 어디를 가서 굶어 죽지 않을 정도였다.
‘뭔가 잡힐 듯 말 듯한데..’
하지만 아셀은 동기화의 100%를 달성하고 싶었다.
대륙이 앞으로도 이렇게 평화롭다면 가지지 않을 욕심일 게 분명했지만, 앞으로 일어나는 재앙에 가까운 사건들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투마리스와 함께 남은 가죽을 벗겨내고 글라스트 마운틴의 밑에 있는 마을에 판 후.
아셀은 맥주 오크통에 담겨있는 맥주통을 들어 올렸다.
“확실히 체력이 좋아졌네.”
투마리스의 가죽 갑옷을 입고 있지 않은 상황.
아셀 본인의 재능과 능력이었지만 글라스트 마운틴에 오기 전에는 절대로 불가능했을 모습이었다.
“흐음.. 역시 뭔가 이상해.”
들어 올렸다고는 하지만 힘겹게 짊어지고 오두막으로 걸어가는 아셀을 바라보며 투마리스는 눈을 가늘게 뜰 수밖에 없었다.
“아까는 마운틴 카우를 뒤집을 만큼 힘이 있었는데 지금은 오크통 하나 짊어졌다고 팔이 부들부들 떨리는 게 말이 안 되는데..”
“....무리했었나 봐.”
헛기침을 내뱉으며 아셀은 불판에 지글지글 구워지는 마운틴 카우에 소금을 뿌릴 뿐이었다.
“흠. 수상하단 말이지. 정말 수상해..”
무언가 미심쩍은 듯 바라보던 것도 잠시.
그녀는 다 구어진 마운틴 카우의 고기와 맥주 한 모금에 더 이상 아셀에 대한 것을 캐묻지 않았다.
“아셀 너는 분명 산을 내려가서도 잘할 거야.”
맥주 한 모금에 취기가 돌았는지 얼굴이 붉어진 투마리스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다 좋은 스승을 만나서 그런 거지.”
“분명 너희 마을을 폐허로 만든 그것을 사냥할 수 있을 거고.”
저렇게 자애롭게 말한 투마리스에게 거짓말을 한 게 조금 걸렸지만, 아셀은 고맙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언제까지 여기 있을 순 없지.’
글라스트 마운틴을 내려가기 전에 얻어야 할 물건.
그것만 얻고 아셀은 슬슬 산에서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더 이상 동기화도 오르지 않았으며 얼마 안 있으면 제1차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됐기 때문에.
“투마리스 너는 왜 산에 남아있는 거야?”
왜 남아있는지 알고 있지만 그래도 물었다.
구름 하나 없는 맑은 하늘 아래에 있는 투마리스가 문득 외로워 보였기에.
“나도 아셀 너와 비슷해.”
“비슷하다면?”
“어떤 몬스터를 찾고 있어.”
다시금 맥주 한 모금을 마시는 투마리스의 말을 들으며 아셀은 고개를 끄덕였다.
투마리스가 유저들과 가깝게 지냈기에.
그녀가 왜 글라스트 마운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었는지는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엘프와 수인족의 혼혈.’
그냥 엘프도 아니고 그냥 수인족도 아니었다.
무려 하이엘프와 수인족 족장의 딸.
어쩌면 그녀가 이런 놀라운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것은 혈통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투마리스가 이곳을 떠나지 못한 것은 수인족 족장이자 그녀의 아버지가 내려준 시험 때문이었다.
“어떤 몬스터인데?”
“하하. 이거 누구한테 말한 적 없는데 비밀이다?”
그동안 아셀하고 친해졌다고 생각한 투마리스가 눈을 찡그리며 그녀의 사정을 말했다.
족장의 딸이었지만 혼혈이었던 투마리스는 수인족들의 부족에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그런 딸을 안타까워한 그녀의 아버지가 모두에게 인정받을 증거로 글라스트 마운틴에서 서식하는 [설산 늑대]를 잡아 오라고 시켰다는 사실.
공감하듯 투마리스의 이야기를 듣던 아셀을 바라보며 투마리스가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일이 끝나면. 마을로 돌아갈 생각이야.”
투마리스는 이곳에서 떠난 후 몇 년간 대륙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아마 사냥에 성공하고 수인족들의 땅에서 나오지 않은 게 분명한 상황.
아셀은 고개를 끄덕이며 투마리스를 바라보았다.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투마리스.”
“그리고 아셀 만약 네가 정 갈 곳이 없으면 나랑..”
얼굴을 붉히며 무언가 말하려는 투마리스도 잠시.
아셀의 눈앞에 믿기 힘든 메시지가 나타나자 그의 두 눈이 크게 떠질 수밖에 없었다.
[동기화가 올라갔습니다.]
“어. 어? 아셀 무슨 문제 있어?”
놀라워하며 술잔을 떨어트릴 뻔한 아셀을 바라보며 당황한 투마리스에 잠시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 술잔만 바라보고 있던 아셀이 씨익 웃으며 투마리스를 바라보았다.
“그거 내가 도와줄게 투마리스.”
‘동기화를 올릴 새로운 방법이 떠올랐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