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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차니즘 헌터-136화 (136/160)

▣ 13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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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미미, 파프리카 그리고 정운석은 게이트 생성 사용해서 내가 만든 스킬 공간으로 들어갔다.

나는 일본으로 갔을 때 사용했던 문.

이 게이트 공간 정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문을 끌어당겼다.

그것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예의 동굴 혹은 터널과 같은 내부 같은 풍경이 펼쳐지고, 나는 한쪽 끝에 또 하나의 강한 끌림을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문이 생성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의심 없이 뚜벅뚜벅 걸음을 옮기자 미미와 파프리카도 나를 따라왔다.

정운석이 물었다.

“이쪽으로 가면 중국으로 갈 수 있단 말입니까?”

이렇게 된 이상 그도 더는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았다.

나를 통해서 겪는 신기한 일이 이것뿐만이 아니었을 뿐 아니라 나와 미미, 파프리카가 너무 쉽고 당당하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으니까.

“응.”

나는 짧게 대답했다.

갈림길이 나타났다.

한쪽은 일본으로 가는 문이 있는 길이고, 다른 쪽은 새로 생긴 문이 있으리라고 짐작되는 길이었다.

과연 그곳으로 걸어가자 환한 빛을 내고 있는 문이 있었다.

일본에서 갔을 때 통과했던 문과 생김새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는 논스톱으로 그 빛을 향해 걸어가 그대로 통과했다.

파프리카가 나를 따라 나오고 미미도 밖으로 나왔다.

마지막으로 정운석이 나왔다.

그는 엄청 놀란 표정이었다.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게이트에는 들어가 보았지만 이런 식으로 외국에 온 것은 처음이니까 그의 반응은 이해할 수 있었다.

“여기가…….”

정운석의 의혹 어린 반응은 충분히 납득이 갔다.

그냥 배경만 보아서는 여기가 중국이라는 것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나는 우리가 어떤 건물 내부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류신휘에게 들은 바가 있기 때문에 여기가 소위 ‘진상조사단’이라고 불리는 헌터들이 머무는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

얘기는 들었어도 능력 있는 헌터들이니만큼 특별대우를 받고 있을 줄 알았는데, 뭐라고 해야 하나?

이곳은 허름한 예스러운 건물일 뿐이었다.

단지 규모만 엄청 컸다.

우리가 서 있는 곳은 마당 한복판인 것 같은데 엄청 넓었다.

멀리 높은 건물이 있고 누구의 기척도 아직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하늘은 파랗고 깨끗했다.

이런 식의 구조물이 한국에는 많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이곳이 중국인 것 같기는 했다.

다만 이것으로 맞는 장소에 왔는지는 아직 확실히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조금 집중력을 발휘하자 멀찍이 있는 저 건물 안에서 많은 마나의 기척이 움직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수십 명의 헌터들이다.

그야말로 강자들이 우글우글.

그쪽에서도 우리들의 존재를 지각하기가지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곳은 최상위 보안 시설이니까.

떡 하니 침입자가 마당에 나타났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그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을 상기했다.

인벤토리에서 ‘운명의 목걸이’를 꺼내어 목에 걸었다.

그리고 그 능력을 발동시켰다.

‘톤톤즈라고 했지?’

미미에게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 나는 이 몬스터에 관련한 많은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기억은 다른 S급 몬스터들에게 가진 것들과 확실히 기억이기도 했다.

그것을 다르게 표현하면 이번 몬스터 호출은 다른 때보다 더 쉬울 것이란 뜻이기도 하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능력을 발동하자 파랗던 하늘이 어두워졌다.

마치 비가 오기 전처럼 우중충해진다.

보통 이쯤 되면 게이트가 열리고 슬슬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인데 오늘은 평소보다 반응이 느린 것 같았다.

‘잘 안 됐나?’

자연스럽게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하늘의 변화가 너무 분명하다.

날씨야 때때로 바뀔 수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 급작스럽게 하늘이 어두워졌다는 것은 S급 몬스터가 나타나기 위한 전조로 보기에 무리가 없었다.

나는 같은 능력을 여러 번 사용해봤기 때문에 더 잘 알았다.

톤톤즈가 모습을 보이기 전에 중국 헌터들이 먼저 튀어나왔다.

“뭐냐? 너희들은!”

“어떻게 여기 들어온 거야?”

소리를 지르고 삿대질을 하며 헌터 장비를 착용하고 무기를 든 몇 명이 건물로부터 뛰어나왔다.

당연히 다니는 중국어 패치를 받은 상태이므로 그들이 내는 말소리를 다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 거 참 귀찮게.’

나는 정운석을 돌아보았다.

“출동.”

“네? 아, 네!”

그리고 내 발치에 있는 애완동물에게도 말했다.

“파프리카, 너도 갈래?”

파프리카는 기쁘게 꼬리를 흔들더니 왈! 왈! 짖었다.

앞으로 뛰어나가며 덩치를가 확 불렸다

오랜만에 보았더니 변신한 파프리카의 모습이 더 늠름해진 것 같았다.

아우라도 이전보다 더 강해졌다.

녀석은 전투 경험을 많이 치르지 않았다.

그런데 이 모습을 보았더니 마냥 내 옆에 있으면서 놀고 쉬기만 한 게 아닌 것 같았다.

나름대로 기억을 떠올리며 능력을 성장시키고 있었던 걸까?

마치 내가 람바스의 기억을 깨치며 능력을 차근차근 깨우치고 있는 것처럼 같은 일이 파프리카에게도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딱히 그 과정을 일일이 내게 보고하지 않을 뿐이었다.

‘귀여운 녀석.’

정운석은 갑자기 나타난 커다란 각성수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생각해보니 파프리카가 변신한 것을 그는 처음 보았다.

딱히 알려준 적도 없고.

중국 헌터들은 아무 대꾸 없이 자신들을 향해 달려드는 정운석과 파프리카를 보고 우리를 적으로 간주한 모양이었다.

점점 건물로부터 튀어나오는 헌터들의 숫자가 많아졌다.

그것을 보니 약간이나마 우려가 되었다.

‘운명의 목걸이 이건 왜 작동 안 하는 거야?’

혹시 원래 랜덤으로 발동하는 아이템인데 오늘 말을 듣지 않는 건가?

그동안은 그저 운이 좋아서 잘됐을 뿐인 거야?

그런 의심이 들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진즉 몬스터가 출현하고도 남았을 시간인데.

하늘이 아까보다 조 더 어두워지기만 했을 뿐 특별한 반응은 느낄 수 없었다.

정운석이 인벤토리에서 무기를 꺼냈다.

그에게 타행성의 S급 영웅을 빙의시킬 때 함께 주었던 활이었다.

시위를 당기는 그의 몸에서 화악, 하고 마나가 피어올랐다.

역시나 풍기는 아우라가 A급 헌터일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루트론 행성은 결코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그 행성에서 자그마치 전설 속 영웅이었던 자의 능력을 이어받은 거니까.

아마 이대로 잘 성장하면 하야시 급의 전투력을 뽐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물론 하야시는 전방위로 능력을 발휘하는 멀티플레이어지만 정운석은 할을 중심으로 한 일방향의 능력을 개발할 것이었다.

팟!-

멀리서 욕지거리를 내뱉으면서 달려오는 헌터들 중 가장 앞선 자를 향해 정운석이 화살을 날렸다.

강력하고 무거운 마나가 실린 화살이 달려오고 있는 중국인 A급 헌터를 향해 날아갔다.

놈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을 보고도 피하려고 하지 않았다.

섣불리 피할 수 없을 만큼 화살이 묵직하고 빠르게 날아오기는 했지만,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손에 들고 있는 날이 널찍한 칼로 화살을 휘둘렀다.

퍽!!

하지만 칼로 날아오는 화살을 쪼개는 무협영화 같은 장면은 펼쳐지지 않았다.

놈이 휘두른 칼은 장난감처럼 두 동강 나버렸다.

뿐만 아니라 화살을 맞은 헌터가 휙 뒤로 날아갔다.

시력을 돋우어 보았더니 놈의 몸통 절반이 마치 폭탄에 당한 것처럼 녹아내려 있었다.

일반인을 이렇게 만들었다면 모르겠지만, 상대는 실력이 좋다고 인정받은 A급 헌터였다.

그런 자를 화살 한 방에 즉사시켰다는 것은 정운석의 능력이 그만큼 진일보했다는 뜻이었다.

옆에서 함께 달려오던 헌터도 정운석이 잇달아 날린 화살을 맞았다.

그리고 동료와 별로 다르지 않은 최후를 맞이했다.

불과 몇 초 만에 A급 헌터 두 명을 보내 버린 것.

그 뒤를 이어서 더 많은 헌터들이 몰려나왔다.

놈들은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는지 전력으로 마나를 뿜어내고 있었다.

각각이 절제된 생활을 하며 실력을 향상시키고 있는 수준급의 헌터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적지 않은 헌터의 몸에 사도가 빙의해 있었다.

정운석뿐아니라 파프리카도 함께 놈들을 상대했다.

앞발로 후려치고 이빨로 물어뜯는다.

어떤 행동을 하든 파프리카는 내게 귀여운 애완동물일 뿐이지만 녀석이 만들어내는 광경은 잔혹하기 그지없었다.

둘만으로 A급 헌터들은 다 정리가 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적은 A급 헌터만이 아니었다.

드디어 건물로부터 최초의 S급 헌터가 튀어나왔다.

그녀는 비행 능력이 있는지 건물 3층으로부터 뛰어내렸다.

나타나자마자 양손을 펼치면서 능력을 발휘한다.

곧장 대기가 파지직 대더니 마당을 향해 굵은 전격이 떨어졌다.

그 여자를 향해서도 정운석이 화살을 날렸다.

퓽- 퓽-

역시 S급답게 여자는 A급 헌터들이 그런 것처럼 쉽게 화살을 맞지 않았다.

하지만 화살을 피하는 데 집중하느라 빈틈을 드러냈다.

높게 뛰어오른 파프리카가 그녀의 발을 물었다.

“이거 놔! 이 개새끼야!”

아니 개를 닮은 것은 맞지만 내 귀여운 애완동물에게 감히 그 따위로 말을 하다니.

파프리카는 S급 헌터 여자를 바닥으로 끌어 내렸다.

그 사이 정운석이 추가로 날린 화살이 여자의 어깨를 관통했다.

아직까지 전황은 우리 쪽에 우세하게 흘러가지만, 계속 이럴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아닌 게 아니라 건물 안쪽에서 더 많은 S급 헌터들이 나오려고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쳇.”

귀찮지만 나도 슬슬 싸움에 개입해야 하나 하고 생각했을 때였다.

안 그래도 어두워졌던 하늘이 한순간에 깜깜해졌다.

나를 포함한 우리 편들, 그리고 중국 쪽 헌터들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하늘을 보는 나는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리운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파프리카를 처음 만났을 때와 비슷하면서도 사뭇 달랐다.

한순간에 어둠이 확 걷혔다.

모두 갑작스러운 이 기후 변화를 이상하게 여겼다.

S급 헌터라면 충분히 날씨 정도는 변하게 할 수 있지만, 게이트가 열린다는 반응이 없었고 몬스터도 아직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미스터리한 등장 신이 아닐 수 없었다.

하늘을 휙 한 차례 올려다본 파프리카는 별일 아니라는 듯 계속 공격을 이어갔다.

그런 파프리카를 보고 정운석도 다시 화살을 장전했다.

또다시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먼 곳으로부터 천천히 어둠이 밀려들었다.

그곳에서 나는 볼 수 있었다.

구름을 뚫고 얼굴을 내미는 잘생긴 새의 얼굴을.

엄청나게 크기는 하지만 멋있고 아우라가 넘치는 잘생긴 새의 머리였다.

그 똘망똘망한 눈이 나를 똑바로 보고 있었다.

서서히 드러나는 깃털도 몹시 곱고 예뻤다.

무시무시한 인상을 가지고 그런 마나를 뿜어내는 여타 몬스터들과 달리 지금 등장 몬스터는 아름답다는 느낌이었다.

새의 머리통이 아래로, 마당을 향해 기울었다.

중국 헌터들과 정운석이 깜짝 놀란 가운데, 나는 휙, 가볍게 몸을 띄웠다.

머리 목덜미에 올라타서 녀석의 머리통을 가볍게 두드렸다.

“오랜만이다, 톤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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