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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차니즘 헌터-115화 (115/160)

▣ 115화

‘그리고 심장.’

이것은 체력이 강해졌다는 의미겠지.

시타부스는 엄청나게 발이 빠른 데다가 그리고 쉬지 않고 뛴다.

그렇게 뛰는 동안 계속 흥분한 상태이고.

그 정도로 과격하게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체력이 엄청나게 좋다는 방증이었다.

“체력이 좋아지면 말이죠, 주군.”

미나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주근이 덜 힘들게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에요. 한마디로 움직이는 게 덜 귀찮아진다는 뜻이죠.”

‘아, 그렇구나.’

나는 미나가 말하는 중요한 포인트를 이해했다.

이전에 나는 하야시와 훈련할 때, 그리고 S급 몬스터를 사냥할 때도 웬만하면 발을 잘 움직이지 않는 편이었다.

왜냐면 귀찮으니까.

끝까지 상대 움직임을 보고 있다가 마지막 순간에 몸을 살짝 움직여서 피한다는 식으로 싸웠었다.

하지만 시타부스로부터 얻은 강력한 하체와 튼튼한 심장이 있다면 같은 힘을 들이고도 몸을 움직이는 게 확실히 덜 힘들고 덜 귀찮아질 것이 분명했다.

내 머릿속에는 변화된 능력을 바탕으로 업그레이드될 많은 움직임과 기술들이 그려졌다.

새 S급 몬스터의 재료가 추가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수십 개의 새로운 스킬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네.”

내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만족한 미나가 계속 설명했다.

“그리고 무라페이 말인데요.”

순서상 무라페이가 먼저 언급되어야 할 것 같았는데 미나는 내게 두 번째로 그 몬스터 이름을 언급했다.

“이 몬스터의 효과는 장비와 지배자의 손아귀에 고루 적용되었어요.”

그녀가 계속 말했다.

“일단은 물에 대한 적응력이 굉장히 높아졌어요. 주군은 이제 물속에서 오랫동안 숨을 참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중에서 무호흡 상태로 오래 버틸 수 있다는 뜻이죠. 그리고 나아가서는 물에서 호흡하는 법을 익히게 되실지도 몰라요. 그 기능까지는 제가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지만, 제 계산대로라면 주군께는 충분히 그 능력을 개발하실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진짜야?

물에서 숨을 쉴 수 있다고?

물속에서 무호흡 상태로 오래 버틸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까지 그게 굉장히 답답하게 들렸지만, 물에서 숨을 쉴 수 있다는 말을 들으니까 신기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는 인간이니까.

인간은 물에서 숨을 쉴 수 없는 법이다.

대체 어떤 방법으로 그런 걸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조금 머리를 굴려보자 왠지 그 이치에 닿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미나의 말대로였다.

내 안에는 물에서 숨을 쉴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할 잠재력이 있었던 것이다.

‘대단하구나, 람바스.’

하기야 인간의 상식으로 헌터의 능력을, 그리고 람바스의 천재성을 재단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뭐지?”

내가 물은 것은 지배자의 손아귀에 추가되었다는 효과였다.

미나가 웃었다.

“무라페이가 잘 쓰는 그거 있잖아요, 주군.”

“그거?”

반사적으로 되물었지만 나는 금방 미나가 말하는 무라페이가 잘하는 게 무엇인지 떠올릴 수 있었다.

“쓰나미 말이야?”

“네, 주군은 이제 그것을 지배자의 손아귀로 구현하실 수 있으세요.”

“그래?”

나는 장갑을 낀 두 손바닥을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그걸 하려면 주변에 물이 많아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바닷속에 들어가 있다는 전제에서 쓰나미를 만들 수 있는 거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는데 미나가 고개를 저었다.

“꼭 물이 없어도 돼요. 마나를 쓰나미처럼 미는 것도 가능하거든요.”

“아…….”

나는 상상해 보았다.

집채만 한 파도 크기의 마나를 형상화해서 그것을 앞으로 거칠게 쏘아내는 장면을.

그 이미지는 쓰나미가 높게 솟아서 거칠게 낙하하는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나의 말대로였다.

나는 지배자의 손아귀로 마나를 쏘아내어 쓰나미를 만들 수 있을지 몰랐다.

이제 딱 하나 남았다.

미나가 내게 설명해 줄 이번 보구 업그레이드에 대한 것은.

마지막 하나 남은 재료의 주인은 파니카였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파니카는 이번에 일본에서 출현시킨 몬스터 중에서 가장 강했으니까.

그 압도적인 위용과 능력을 직접 내 두 눈으로 보았다.

놈은 쿠로 헌터들을 말 그대로 완전히 작살 내놓았다.

미나가 말했다.

“이것도 두 가지인데요, 주군. 먼저 첫 번째 것부터 말씀드릴게요.”

“응.”

“파티카는 내부로부터 에너지를 끌어내서 폭발시키는 특징이 있는데요. 이것과 관련된 효과가 이번 장비 업그레이드에 적용되었어요.”

방금 미나가 한 말이 무슨 뜻이지 나는 금방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부로부터 에너지를 끌어낸다는 것은 평소 마나를 운용하고 사용하는 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으니까.

하지만 미나가 계속 설명했다.

“이것은 전반적인 마나의 강도와 질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능력이에요. 말하자면 한 번 차지 상태가 되면 일정 시간 동안 계속 주군이 사용하는 마나의 강도가 올라간다는 거죠. 이 능력은 개발하시기에 따라서 훨씬 더 수준이 높아질 수 있는 능력이에요. 당연히 주군이 성장할수록 그에 맞추어 능력도 강해지겠죠.”

“아, 그래.”

나는 미나가 말한 대로 그 ‘에너지 차지’라는 것을 사용해 보기로 했다.

파니카가 마치 충전된 전지처럼 파지직거리던 장면을 되새겨 보았다.

과연 내 깊은 곳으로부터 에너지가 외부를 향해 확 끌어올려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주 짧은 시간에 끌어올린 에너지지만 그것은 내 몸 전체를 은은하게 빛나게 만들었다.

호텔 방이니까 이곳에서 차지된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몸놀림을 시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상태에서 쓰는 모든 기본 능력과 스킬의 능력이 훨씬 강해질 것은 분명했다.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고전 만화에서 봤던 것 같은데.

말하자면 변신을 해서 초인 모드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이 상태를 유지하면 마나가 더 빠른 속도로 소모될 것이었다.

하지만 계속 집중해야 하는 게 아니라 한 번 차지를 시켜 놓으면 편안하게 이 상태가 계속 유지된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나로 말하자면 마나 양이 무궁무진하게 많지 않은가?

앞으로 더 많아질 예정이고.

에너지 차지 능력을 별 부담 없이 쓸 수 있다는 얘기였다.

한마디로 마나 운용법 자체가 혁신적으로 나아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치이잉-

나는 곧바로 2단계를 적용해 보았다.

전신을 감싸고 있는 은은한 빛이 더욱 강해졌다.

“오, 좋네.”

호텔 방안의 가구들이 흔들거리기에 나는 차지 상태를 끄면서 말했다.

“역시 주군이세요. 금방 적응하시네요. 제가 의도한 것이 제대로 다 적용이 된 것 ㅋ같아서 기뻐요.”

“그리고 또 하나는 뭐지?”

미나는 파니카로부터 얻어낸 효과가 두 가지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보구에 적용된 게 아닌 게 말이죠…….”

미나가 약간 주저하면서 말을 했다.

왠지 그녀에게 확신이 없는 것 같아서 좀 신기했다.

무언가를 개발하는 일에는 늘 자신감이 넘치는 그녀인데.

“뭔데 그래?”

“일단 이것부터 보시죠, 주군.”

그녀가 인벤토리에서 상자를 꺼냈다.

그것은 하얀색 바탕에 검은 줄무늬가 들어간 조그만 상자였다.

이 상황에 뜬금없이 용도를 알 수 없는 물건이 등장할 리는 없다.

비록 색깔은 낯설지만 나는 이것이 게이트 상자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게이트 상자와 파니카라니.

이게 무슨 관련이 있지?

내가 궁금한 표정을 짓고 있자 미나가 말했다.

“저도 확신은 할 수 없는데 말이죠, 주군. 파니카에게서 얻은 핵심 재료를 게이트 상자와 접목시켜 보았어요. 워낙 밝혀진 게 적은 분야라서 제가 뭐라고 확언을 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그게 가능할지 몰라요.”

미나는 표현을 좀 고르는 듯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말하자면 게이트를 외부로 끌어내는 거죠.”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녀로서는 나름대로 쉽게 설명한다고 표현을 신중히 한 것일 텐데 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게이트를 꺼낸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현실에 게이트 안의 세상을 꺼내놓는 거죠. 음…… 지금까지는 주군의 능력으로 게이트 안에 들어간다는 개념이었잖아요. 하지만 이제는 게이트 안의 세상을 바깥에 꺼낼 수 있다는 거죠.”

나는 방금 들은 것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려 보았다.

파니카가 내부로부터 에너지를 끌어모아 입을 쩍 벌리고 그것을 발산하는 광경을, 그러니까 게이트 안에 있는 에너지가 핵폭발하듯 폭발시키면…….

설마 그 안에 있는 세상이 바깥으로 나온다는 건가?

그 안에 있는 몬스터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함께 튀어나오는 거야, 아니면 충격을 못 이기고 죽어 버리나?

“이것이 어떤 식으로 발현될 것인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일단 새로 만든 이 상자에 기술을 접목시켜 보았으니까 적당한 장소에서 주군이 한번 시험을 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어쩌면 위험하기만 하고 쓸모는 없는 기술일 수도 있으니까, 효과가 어떨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아요.”

“그래.”

이 상자를 사용할 만큼 안전한 장소가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호기심이 생겼다.

얼룩무늬 상자 안에 어떤 차원이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앞서 그녀가 만들었던 레몬색 상자는 예상을 뒤엎는 결과를 보여줬으니까.

적어도 이것은 다른 사람과 함께 해 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미나도 내게 따로 시험해 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평소라면 누구보다도 실험 결과를 궁금해했을 텐데.

어느 정도는 그것을 알기 위해 위험을 불사할 그녀이지만, 이 기술에 대해서는 그럴 엄두가 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미나 말대로 잘못 사용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었다.

나는 나중에 혼자서 이것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이로써 일본에서 얻은 S급 몬스터 재료가 보구에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전부 확인했다.

예상했던 대로, 아니 그 이상이었다.

나는 미나를 칭찬했다.

“잘했어, 고마워.”

“별말씀을요, 주군. 주군의 보구를 만들고 손보는 게 저한테는 제일 행복한 일인 걸요.”

제법 귀여운 말도 할 줄 아는구나.

내가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가끔 선을 넘는다는 것만 빼면 정말 유능하고 훌륭한 부하가 아닐 수 없다.

‘그나저나…….’

나는 미나가 새로 만든 얼룩무늬 상자를 손에 쥐었다.

아직 ‘의지’ 스킬이 발동되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것을 빨리 시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충 이미지는 그려지지만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직접 시험해 보지 않는 한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재밌겠네.’

다만 이것을 실험할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사막에라도 가야 하나?’

호텔 밖에 나가는 것도 귀찮아하는 나인데, 그렇게 먼 곳까지 간다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지구상의 어떤 곳에서 실험을 하더라도 결과가 나쁠 경우 큰 문젯거리를 만들 여지가 있고.

그런 생각을 하던 중 문득 이것을 실험할 아주 마땅하고 좋은 장소가 떠올랐다.

‘아, 거기서 하면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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