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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차니즘 헌터-111화 (111/160)

▣ 1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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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S급 몬스터를 풀어 놓고 왔을 때 양상은 좀 달라졌다.

미나는 연구할 게 있다면서 우라라를 끌고 사라졌으며, 다나카도 더 보는 것이 의미 없다고 생각했는지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다만 미미와 하야시만이 계속 TV를 볼 뿐이었다.

하지만 전보다 집중도는 훨씬 떨어졌다.

두 사람의 집중력이 약하다기보다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미 일본의 S급 헌터들은 실력의 바닥을 다 드러냈으며, 시타부스로 말하자면 사냥하는 것이 대단히 어려운 몬스터였다.

일단 발을 묶는 데 성공한다면 다섯 명이나 되는 S급 헌터들이 있는 만큼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겠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다.

시타부스는 기본적으로 빠르게 돌아다니면서 상대의 혼을 빼놓았다가 상대가 방심한 틈을 타서 일격을 날리고 빠지는 식으로 행동한다.

덩치는 산만 한 놈이 하는 짓은 얍삽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나에게는 ‘몬스터 백과’라는 것이 있지만 쿠로 헌터들에게 그런 게 있을 리 없었다.

처음 보는 몬스터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그러다 생각해낸 고육지책이 서로 뭉쳐 있으면 상대하기가 좀 수월하다는 발상이었다.

다섯 명 중 하나가 집중력을 잃더라도 나머지가 커버해 줄 수 있으니 피해를 줄인다는 의미에서는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단점이 있다면 이쪽이 수비적으로 나가는 만큼 사냥 시간이 무한정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시타부스의 체력은 어마어마하다.

그 커다란 덩치로, 그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서도 좀처럼 지치지 않는다.

반면 쿠로 헌터들은 무라페이를 상대하면서 진이 다 빠졌다.

시간이 갈수록 그림은 절망적이 되어 갔다.

나는 TV 화면을 보고 있지 않았다.

왜냐면 다른 사람이 내 썩은 표정을 보고 기분이 다운되는 것처럼 나도 다른 사람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파에 누워서 핸드폰 게임만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화면을 보고 있던 하야시가 “칫.” 하고 입소리를 냈다.

그리고 미미도 “저렇게까지…….” 하고 중얼거렸다.

나는 그들의 반응이 순간적으로 관심이 생겨 TV를 보았다.

그러자 쿠로 헌터들이 시타부스를 상대하기 버거웠던 나머지 한 가지 수를 낸 것이 보였다.

그 수라는 것은 바로 네 명 헌터들이 한 명을 에워싸는 그림을 만든 것이었다.

이런 방법을 택한 이유는 한 가지였다.

모두 다 지쳤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체력을 회복할 시간을 주어서 반격을 노리겠다는 계산이었다.

이는 자칫 현명해 보이기도 하지만 상당히 위험한 전략이기도 했다.

시타부스는 보통 놈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이는 모두 다 지쳐 있는 상태에서 한 명을 위해서 네 명이 희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일반적으로 자의식이 강한 S급 헌터들로서는 생각해 낼 수 없는 전략이었다.

쿠로라는 조직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순간.

그리고 네 명에게 둘러싸여서 회복을 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냐면 당연하다는 듯 히로키였다.

그는 네 명의 S급 헌터들에게 시타부스를 맡겨두고 혼자, 말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아마도 잠을 자는 게 아닐까?

헌터도 몸을 회복하는 기본 메커니즘은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

아이템을 먹는 방법도 있지만 체력이 너무 소모되었을 때는 잠깐이라도 잠을 자는 것이 체력 회복에 가장 도움이 된다고 하겠다.

S급 헌터는 웬만해서 체력이 떨어지지 않지만 오늘은 보통 일이 벌어진 게 아니지 않은가?

아침부터 엄청나게 싸우기 힘든 몬스터를 상대로 사냥을 벌였다.

그리고 히로키는 그 최초부터 무라페이의 공격을 받은 장본인이기 때문에 더 지쳐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의 이 그림은 상식적이지 않고 상당히 이기적으로 비쳤다.

왜냐면 지금 같은 상황에 한 명을 보호해야 한다면 나머지 네 명은 따로 도망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진 하면은.

바로 지금 같은 그림이 펼쳐진다.

시타부스가 정신없이 뛰어다니다가 발을 멈추었다.

상대가 전혀 자신을 쫓을 것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타부스가 할 일은 뻔했다.

상대가 공격할 의지가 없다면 약한 적으로 간주하기 쉽다.

그러면 굳이 그들과 술래잡기하는 일이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그냥 놈들을 죽여버리려고 할 것이다.

빨리 처리하고 다른 즐거움을 찾기 위해서.

쿵, 쿵, 쿵, 쿵, 콰앙!

쿠로 헌터 다섯 명 중 세 명은 이른바 탱커라고 분류할 수 있는 헌터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전략을 택할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쿠앙!!

그 탱커 세 명이 전력을 다해서 시타부스의 공격을 막았다.

마치 뒤에서 잠을 자고 있는 히로키에게 충격이나 피해가 전혀 가게 하지 않겠다는 듯이.

그리고 탱커를 제외한 나머지 한 명의 쿠로 헌터는 힐러였던 모양이었다.

그가 회복 능력으로 뒤에서 탱커들을 받쳐준다.

쿵, 쿵, 쿵, 쿵,

콰앙!!

“음……”

오래 못 버틸 것 같은데.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잔인한 그림은 앞으로 몇십 분, 아니, 몇 시간이나 계속될지 모른다.

시타부스는 적들이 죽을 때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쿵, 쿵, 쿵, 쿵,

쾅!!

쿵, 쿵, 쿵, 쿵,

콰앙!!

시타부스의 일방적인 공격이 계속되었다.

“쯧.”

하야시가 보기 어렵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소속감이 크든 작든 자신이 얼마 전까지 속해 있었던 조직이다.

그리고 자신은 나름대로 그 조직에 충성을 다했었고.

그런 조직원들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을 보려니, 그리고 수장이라는 자가 다른 조직원들을 희생하여 휴식을 취하는 것을 보니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 듯했다.

미미도 앞으로 한동안 그려질 그림이 뻔했기 때문에 더 집중해서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몸을 일으키면서 물었다.

“주군, 하야시, 출출하시죠? 룸서비스 시킬까요?”

“좋지!

“감사합니다!”

나는 다시 핸드폰 게임으로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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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대로였다.

뻔뻔하게도 히로키는 세 명의 탱커 중 두 명이 완전히 쓰러지고, 다른 한 명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그리고 서포트하고 있던 힐러마저 기진맥진할 때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자신의 완전 회복을 노리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가 드디어 몸을 일으켰다.

조용히 몸을 웅크리고 쌍검을 양손에 들었다.

쿵, 쿵, 쿵, 쿵,

시타부스는 아무것도 모른 채 마지막 일격을 날리기 위해서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한 명 남은 탱커 뒤에 숨었던 히로키가 앞으로 나갔다.

온 집중을 다한 일격.

두 개의 검을 겹쳐서 앞으로 쭉 뻗는다.

콰악!!!

시타부스의 가슴팍에 정통으로 검이 꽂혔다.

“쿠와아아앙!!”

예상 못 한 공격을 받은 시타부스가 괴성을 토해냈다.

나름대로 제대로 노린 일격이었다.

‘저건 칭찬해 줘도 되겠네.’

전략 자체는 굉장히 위험했지만. 그리고 실제로 동료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전략은 성공했다.

체력을 전부 회복한 히로키는 불의의 일격을 날려 시타부스에게 치명상을 입힐 정도의 능력은 모양이다.

시타부스는 기본적으로 맷집이 좋은 몬스터가 아니다.

치명적인 일격을 받은 시타부스가 다시 날뛰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히로키의 쌍검은 여전히 놈의 가슴에 박혀 있었고, 시타부스가 뛸 때마다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와 어지럽게 튀었다.

스피드가 많이 줄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발이 빠른 몬스터였다.

아마 이대로 달리게 두면 상처를 회복할 것이다.

이것이 시타부스의 무서운 점 중 하나였다.

그때 하늘에서 무엇인가가 번쩍, 했다.

모습이 드러나자 그게 헌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TV 중계에서 말하기를 외국에 나가 있던 헌터 한 명이 일본으로 돌아왔다는 모양이었다.

상대적으로 가까운 나라에 있었던 모양.

만 하루 정도의 시간이 있었으니까 외국에 있는 S급 헌터를 불러올 시간은 되었다.

다른 한 명도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한다.

현장에 도착한 헌터는 곧바로 시타부스의 발을 묶는 일에 돌입했다.

한 명의 S급 헌터가 합류를 했고 시타부스는 치명상을 입은 상태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냥의 흐름이 한순간에 확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시타부스 사냥은 그 뒤로도 세 시간이나 더 계속되었다.

그동안 쿠로 헌터들이 한 일은 나중에 합류한, 그래서 상태가 멀쩡한 헌터와 히로키가 합세해서 시타부스를 공격하고, 나머지 네 명의 헌터들은 회복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막판에 가서야 여섯 명의 헌터들의 모두 합세해서 과다출혈로 기운이 빠진 시타부스를 마무리 지었다.

그야말로 처절한 사냥이 아닐 수 없었다.

평소 일본에서 신이라고 불렸던 여섯 명의 헌터들은 그야말로 개고생을 했다.

화면을 통해 흘러나온 장면은 그들이 몬스터에게 쩔쩔맨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뭐, 거기 대해서는 내가 풀어놓은 몬스터들이 굉장히 강력하다는 것을 고려해야겠지만.

“갈까?”

나는 식사를 하고 휴식 상태에 있던 미미와 하야시에게 말했다.

그렇게 우리는 같은 방식으로 또 일본으로 건너갔다.

세 번째 몬스터 이름이 뭐였더라?

아, 맞다. 파니카.

이놈으로 말하자면 일본에 떨어뜨리기에 가장 적합한 몬스터가 아닐까 싶었다.

굉장히 강한 놈이라 일본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뿐 아니라 이 녀석의 외형은 정말로 일본과 잘 어울렸다.

거 왜, 일본에서 유명한 괴수 영화 있지 않은가?

아주 전통 있는 시리즈였는데.

맞다, 고질라.

이번에 일본의 출현시킬 몬스터는 그 고질라를 똑 닮았다.

오늘 출몰했던 두 마리의 몬스터보다 더 강력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솔직히 처음부터 파니카를 불러냈다면 쿠로의 타격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컸을 것이다.

지금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여섯 명은 헌터가 있었으니까.

히로키 혼자서 쓰나미를 얻어맞아야 했던 처음보다는 사정이 훨씬 나아진 것이다.

지금 시간은 완연한 새벽이었다.

조금씩 아침 해가 떠오르려고 하는 시간.

TV에서는 약간 감동적이라고 볼 수 있을 만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일본 쿠로 헌터들이, 자국의 신들이 나라를 구했다는 일본 방송의 장엄한 중계가 흘러나왔다.

뭐 각국에서 방송될 때는 그 나라 방송인들이 중계했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내보내는 방송은 일본에서 촬영된 것이었다.

정말로 지금 일본은 국뽕이 오를 대로 오른 상태라는 것을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그리고 그 국뽕에 중심에 있는 것이 화면에 비치고 있는 저 여섯 명이 S급 헌터들이고.

그들은 앞서 사냥한 무라페이의 사체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을 알면 어떻게 반응할까?

그리고 방금 힘겹게 사냥한 시타부스의 사체마저 뺏길 예정이라면.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한 마리 더 S급 몬스터가 출연할 거라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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