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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차니즘 헌터-107화 (107/160)

▣ 107화

“네! 말씀하십시오! 무엇이든지 다 하겠습니다! 제 목숨을 내놓으라 하시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미미의 말에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 김말중이 열성적으로 말했다.

“아니, 가치 없는 김말중 씨 목숨 같은 것은 바라지도 않고요. 그보다 일본에서 또 S급 두 분이 왔거든요. 전의 다나카 씨도 그렇고 그분들 귀화 절차를 빨리 마무리 지어줬으면 좋겠어요. 일본 쪽에서 그 문제를 가지고 왈가왈부하지 못하도록요.”

“네? 정말입니까? S급 헌터가 두 분이나요?”

“그리고 한 분은 사정이 있어서 신분을 명확하게 하고 있지 못해요. 일본에서 그런 식으로 활동을 했는데 아마 그쪽에서도 신분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지 못할 거예요. 파고들면 더 손해 보는 것은 저쪽일 테니까요.”

“아! 그렇습니까? 말씀하신 문제에 대해서는 제가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음, 그렇구나.

나는 미미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았다.

하야시와 우라라가 이쪽에 있는 이상 아예 국적을 바꿔 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는 편이 함께 있기 더 좋을 거니까.

하야시도 이왕이면 제대로 된 신분을 가지고 활동하는 게 좋겠지.

내 옆에 붙어 있는 경우가 많을 텐데, 사람들의 눈에 띄어서 구설에 오르면 좋을 것이 없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런 일을 가장 잘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은 역시 김말중이었다.

음. 쓸모가 있구나, 김말중.

아까 했던 생각 취소.

그리고 김말중은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라도 하겠다는 듯 미미가 요구한 것들을 빠르게 처리하기 시작했다.

하야시의 가짜 신분을 만들어내 내고, 이미 한국에 온 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다나카는 귀화 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우라라와 하야시의 귀화 작업도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고.

그 발표를 하자 즉각 대한민국은 열광에 빠졌다.

다나카 한 명이 한국으로 귀한 것만 해도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런데 S급 헌터 두 명이, 그것도 일본의 헌터가 추가로 한국인이 되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지, 믿기 힘들었다.

외교 관계에서 가장 위협이 되고 있는 일본에서 S급 헌터가 줄줄이 한국으로 건너오고 있다니.

이런 절대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다.

국민들이 이 소식을 접하고 국뽕에 취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럴수록 내 인기는 더 높아졌다고 할까?

나는 개인적으로 인기 같은 것은 바라지도 않지만 그래도 예전에 한번 이미지가 나빠져서 두들겨 맞은 적이 있으므로 그래도 이왕이면 이미지가 나쁜 것 보다는 좋은 편이 덜 귀찮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의 S급 헌터는 총 다섯 명이 되었다.

박혜진까지 하면 6명인 셈이다.

이렇게 보니 한국도 헌터 강대국이 되었구나.

이 모든 것이 한 달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 한 달이 대한민국에서는 굉장히 다사다난했다고 해야 할까?

제4의 헌터 문제로 시끄러웠고, 그 전에 두 명의 S급 헌터가 죽고, 실종되었다.

이 모든 것들이 재난으로 비쳤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전화위복 되어 S급 헌터의 숫자가 확 늘었다.

그것도 이웃 나라 일본의 헌터 숫자를 줄이면서 우리 쪽 숫자가 늘어난 것이니까, 플러스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었다.

이 일과 관련하여 김말중은 쉴 새 없이 언론에 모습을 비쳤다.

마치 자기 공이 컸다는 듯이 뻔뻔스럽게 인터뷰를 하는 그였지만, 그러는 중에도 항상 나를 칭송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조철웅 님이 역량을 발휘하여 이번 일이 성사되게 된 것입니다.”

“조철웅 님이 아니었으면 우리나라는 단번에 헌터 열세국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분이 앞으로 대한민국 헌터계에서 활약하실 것이 무척 기대됩니다.”

“조철웅 님이 계시는 한 우리는 아무것도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작작해라. 정말.

내게 엄청 충성심이 높다는 것을 알겠고, 그것을 표현하려는 마음도 알겠지만 너무 지나치다 싶었다.

그처럼 나쁜 인상을 지닌 사람이 계속 특정인을 칭찬하면 오히려 반발심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뭐, 인상을 가지고 남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나는.

어쨌거나 이 일은 당연히 일본을 자극했다.

하지만 그쪽에서는 딱히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나카의 귀화 선언 이후 곧바로 하야시를 보내고 또 그다음 후속으로 우라라를 이용해서 술책을 썼던 것과 비교하면 반응이 영 시들한 편이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여러 차례 실패를 했기 때문에 또다시 섣불리 움직이기가 어려울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지금이 상황이 기회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적들의 심장부에 거대한 폭탄을 떨어뜨릴 계획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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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어느 곳을 타격할지는 이미 마음속으로 정한 바가 있었다.

당연히 쿠로의 본거지를 때려야겠지.

게다가 그 장소를 알아내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원래라면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졌을 장소이고, 상황에 따라서 자주 바뀐다고 하는데.

적어도 지금 쿠로의 수장을 맡고 있는 히로키가 있는 장소가 어디인지는 알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대체로 그가 있는 곳이 쿠로의 중심지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전직 쿠로의 조직원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쿠로 내에서 히로키의 영향력은 무척 큰 모양이었다.

물론 그와 견줄 만한 인물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그가 수완을 잘 발휘해서 일본의 최고 권력자 자리라고 할 수 있는 쿠로의 수장 자리를 지켜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입지가 많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다나카가 말했다.

“원래도 그를 견제하는 헌터들이 있었어요. 경쟁자를 잘 컨트롤하고 여러 분야에 막힘없이 수완을 발휘한 덕분에 자리를 지킬 수 있었지만, 요즘은 그게 어렵겠죠.”

다나카의 말은 나를 영입하고자 했던 일, 그리고 그 뒤에 나를 죽이려고 전략을 바꾸었던 것이 모두 실패하여, 결과적으로 쿠로의 S급 헌터 세 명을 한국에 보내는 결과가 됐기 때문에 히로키의 입지가 많이 줄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이야기였다.

“그러면 이 건으로 놈을 완전히 보내버릴 수 있겠네.”

사실 히로키의 현재 입지가 좀 불안해졌다고 해도 그가 어렵지 않게 다시 자기 지위를 찾을 거라는 게 전직 쿠로 조직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그만큼 능력 있고 수완이 뛰어난 그를 능가할 자가 쿠로 내에 따로 없다는 게 이유였다.

지금 그의 입지가 약하다는 것을 이유로 다른 쪽을 노렸다가는 오히려 히로키의 위세를 더 강하게 만들 수가 있었다.

그러므로 지금은 히로키를 타격하는 것이 쿠로에 가장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가 있는 장소는 최근에 한국 귀화 결정을 한 우라라가 알려줬다.

다름 아닌 그녀가 일본에서 나를 마주했을 때 그녀는 히로키를 만나고 나오는 길이었다고 했다.

그러니까 그 장소 근처에 히로키의 사무실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날 그녀는 히로키에게 압박을 받았었다고 한다.

조철웅을 죽이지 못한 것은 네 잘못이니 네 힘으로 마무리 짓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것은 명백한 책임 덮어씌우기였지만 자신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충격을 받고 나오던 중에 나를 보게 되었으니 두 배로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그녀가 나를 보고 어쩌지도 못하고 멍하게 서 있었던 이유가 이제야 밝혀진 셈이다.

‘그렇구나.’

그러니까 레몬색 상자를 통해서 건너갈 수 있는 그 장소는 우라라와 만난 장소이기도 했지만 사실은 쿠로의 본거지인 히로키의 사무실과 통하는 곳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환한 빛이 나는 문은 우라라보다는 쿠로를 겨냥한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적의 심장부와 통할 수 있는 비밀통로가 열린 셈이었다.

‘잘됐네.’

나는 이 모든 일들이 아주 쉽게 진행되리라고 보았다.

계획은 간단하다.

중심부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것.

그 폭탄이라는 것은 꽝 하고 폭발하는 말 그대로의 폭탄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바로 S급 몬스터로 의미했다.

나는 S급 몬스터를 불러낼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까.

최근 일본은 많은 S급 헌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S급 몬스터가 잘 출연하지 않은 편이었다.

그래서 그것에 대한 방비가 상당히 허술해진 편이라고 한다.

‘민간인은 최대한 피해를 보지 않게 하는 게 좋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쿠로를 공격하려는 것이지, 일본 자체를 공격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니까.

언제나 그렇듯 어이없고 사악한 생각을 하는 인간들이 잘못된 것인지 그 나라 전체 국민이 잘못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괜찮을 거예요. 히로키는 헌터로서 능력도 강하니까요. 그리고 그가 있는 사무실을 중심으로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두 명의 S급 헌터가 더 있어요. 그들이라면 금방 출동할 것이고 또 일이 커지면 다른 S급 헌터들도 동원될 겁니다. 뭐니 뭐니 해도 아시아에서는 중국 다음으로 S급 헌터가 많은 나라가 바로 일본이니까요.”

“그렇다면 걱정 없겠네.”

이런 식으로 작전이 정해졌다.

이 일에 동원될 사람은 나와 미미, 그리고 하야시였다.

다나카는 상대적으로 무력이 부족한 헌터라고 할 수 있고 귀화 마무리 절차에 있어서 함부로 행동할 수 없는 처지였다.

또 우라라는 최근 능력을 상당 부분 잃어버리고 회복 단계에 있기 때문에 작전에서 크게 활약할 수 없을 터였다.

사실 최소 인원만 있으면 되면 작전이다.

애초에 S급 몬스터를 직접 상대하는 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니까.

몬스터들이 최대한 그곳을 어지럽히게끔 만들기만 하면 된다.

“자, 가볼까?”

나는 결의에 찬 표정의 같은 편 헌터들에게 말했다.

“일주일 뒤에.”

“에이~ 참. 주군, 농담도 잘하시네요.”

미미가 내 진심을 농담으로 치부하며 웃어넘겼다.

그래서 나는 말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일.”

사실 준비 같은 것은 크게 필요치 않았다.

지금 당장 가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마지막에 점검할 사항은 미나에게 의견을 묻는 것이었다.

이왕이면 출현시킬 몬스터에게서 얻는 것이 이쪽에 도움이 되면 더 좋을 거니까.

미나가 신이 나서 S급 몬스터 이름을 줄줄이 읊었다.

평소라면 그것을 피곤하게 느꼈을 거지만, 적 진영에 출현시킬 거라서 아무렇지 않았다.

“그중에서 제일 센 놈으로 세 놈만 골라 봐.”

‘운명이 목걸이’가 불러내 줄 것이다.

내가 출현하기를 바라는 S급 몬스터들을,

적의 심장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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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계획대로 세 명의 헌터가 한자리에 모였다.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하고, 그 순서도 정해졌다.

출현시켜야 할 몬스터에 대한 이미지도 확실하게 했다.

그것은 물론 모두 미나의 추천에 의해 정해졌다.

나는 가장 센 놈으로 골라보라고 했지만, S급 몬스터도 그 종과 강함이 상당히 다양하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지금 내가 람바스의 능력을 모두 되찾지 못한 이상, 나조차 감당하지 못할 S급 몬스터들도 있었다.

그래서 적당한 수준으로, 얻을 수 있는 재료가 가장 마음에 드는 놈들로 셋을 정했다.

나는 장비를 착용한 미미와 하야시 앞에서 일본으로 건너갈 도구를 꺼냈다.

레몬색 상자.

그것을 손에 들고 스킬 ‘게이트 생성’을 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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