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차니즘 헌터-73화 (73/160)

▣ 7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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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발칵 뒤집혔다.

조철웅을 영입하기 위해 한국으로 보낸 다나카가 뜬금없이 한국으로 귀화하겠다고 선언해 버렸기 때문에.

이것은 당연히 계획에 없던 일일 뿐만 아니라,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었다.

0.1%의 가능성도 없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도 할 필요가 없었다.

쿠로의 수뇌 S급 헌터 다섯 명은 긴급회의를 회동했다.

원래는 열 명이지만 그중 한 명인 다나카가 한국에 갔고 나머지 네 명은 국외에서 활동하고 있어서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곳에 모인 사람은 다섯 명은 명실상부 일본 내에서 최고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인물들이었다.

일본 수상과 의회조차도 이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과거 한 시기를 지나면서 계속 국력의 하락세에 있던 일본이 다시 부흥할 수 있었던 계기도 다 이 자리에 있는 헌터들 덕분이었다.

세상이 바뀌자 일본 정계는 재빨리 자신을 낮추고 S급 헌터들을 끌어들여 그들을 신성화했다.

그리고 소수의 S급 헌터들을 중심으로 국가 부흥 전략을 세웠다.

조직을 만들어 위계를 형성했다.

그들이 가장 공을 들인 부문은 당연히 헌터들의 숫자를 최대로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 자국 내에서 각성하는 헌터들만으로는 안 된다.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확실히 우위에 있는 경제력을 이용해서 A급 이상의 헌터들을 최대한 많이 귀화시켰다.

타국에 비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건 당연지사.

한때는 국민의 질타를 받고, 국가 경제가 크게 휘청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전략은 제대로 먹혀서 시간이 지날수록 헌터 개인이 가져오는 부가가치가 상승했다.

일본 국력에 거기 따라 가파르게 상승했고.

자연스럽게 대일본제국의 부흥이라는 폐기 위기에 있던 계획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그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그 계획이 성공할 거라는 자신감이 충만해 있었다.

세상의 변화가 신 카미카제.

즉, 신이 일본에 가져다 분 축복이라고 여겼다.

거칠 것 없이 순항 중이던 그들의 계획에 처음으로 제동이 걸렸다.

그것도 내심 무시해 마지않았던 한국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어떻게들 생각하십니까?”

실질적으로 쿠로에서 두뇌 역할을 하고 있는 야마다가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냐니요. 말도 안 되는 일이지요.”

“다나카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보낸 거고요. 그가 지금까지 비슷한 임무를 맡고 한 번이라도 실수한 적이 있습니까? 이것은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 모종에 사건이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하지만 유튜브에서 나왔던 다나카에 얼굴은 우리가 알던 그의 모습 그대로였는데요. 이상하게 고무되어 있는 것이 평소보다 훨씬 밝아 보였습니다. 거기에 딱히 이상 징후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그렇겠지요. 우리들조차도 S급 헌터가 가진 능력을 다 알고 있는 게 아닙니다. 아마도 조철웅에게는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는 능력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네? 설마하니 S급 헌터까지 조종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

“그게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조철웅의 능력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져 있습니다. 우리가 그에 대해 아는 것은 극히 적습니다.”

“만약 그 말이 맞다고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다나카가 한국으로 귀화하겠다는데 우리가 가진 법률로는 그것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안 됩니다! 대일본제국의 헌터가 한국 같은 나라에 귀화하다니요! 그것은 수치스러운 선례가 되고 말 겁니다!”

“하지만 S급 헌터의 국가 간 이동 문제는 국제법상으로 아주 허술하게 되어 있습니다. 특히 일본은 그게 더 심하지요. 다른 나라에서 헌터를 빼 오기 위해서 만든 법률이지만, 반대로 자국 내의 헌터들의 이동을 제한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우리는 타국에 헌터를 뺏기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어서 한 일이지만 그게 이제 와서 이렇게 발목을 잡을 줄은 정말 몰랐네요.”

“흐음……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많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2주, 아마 한 달이 지나면 다른 나라들도 간섭을 해오기 시작할 겁니다.”

“서둘러야겠군요. 하아…… 진짜 어떻게 해야 좋을지……”

수뇌부는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 문득 시니컬한 자세로 의자에 등을 기대고 있던 중년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의 이름은 히로키.

쿠로 조직 내에서 자타공인 수장 역할을 맡은 인물이었다.

말 그대로 일본의 정점에 있는 남자였다.

천황은 상징적 인물이었지만, 히로키는 전 국민이 살아 있는 신으로 추앙했다.

“이 계획은 이제 실패했다고 봐야지요. 다나카라도 빼 와야 됩니다. 그리고 조철웅은 포기해야지요……”

그는 뒷말에 여지를 남겼다.

이런 식으로 하고자 하는 말을 전부 내뱉지 않는 것이 그의 화법이었다.

하지만 이 자리의 누구도 그의 본심을 알아채지 못한 사람이 없었다.

히로키의 의중은 조철웅을 죽이자고 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공공연히 거론할 수 없는 문제다.

야마다가 히로키의 말을 받아 대책을 내놓았다.

“하야시를 보내야겠군요.”

“과연…… 그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마침 대만에서 일을 마치고 곧 귀국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국내로 오지 말고 바로 한국으로 들어가라고 하는 게 좋겠네요.”

“좋은 생각입니다. 그에게는 미안하지만 또다시 지령을 내려야겠습니다. 다나카를 다시 일본으로 데려오고 조철웅을 처리하라고요.”

“안타깝군요. S급 헌터 한 명이 사라져야 하다니. 낭비입니다.”

“어쩔 수 없지요. 결과적으로는 똑같습니다. 조철웅이 없으면 한국의 S급 헌터는 이희진 한 명밖에 남지 않는 거니까요. 어차피 초철웅을 영입하려면 그에게 많은 조건을 제시해야 했을 겁니다. 조센징 따위에게 그런 특혜를 줄 수는 없지요.”

“하하! 듣고 보니 그렇네요. 차라리 잘 됐습니다.”

“하하하!”

“하하하하!”

다섯 명의 쿠로 수뇌부는 이제야 여유를 찾고 저마다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절대적인 신뢰가 있기 때문이었다.

지령을 내릴 하야시에 대한.

그는 과거 비슷한 지령을 받고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

그의 무력은 절대적이었다.

S급 헌터로서의 능력을 떠나 각성 전부터 천부적인 무도가라고 칭송받던 그였다.

하야시는 원래부터 일본 무도계의 미래를 책임지리라고 기대를 받던 인재였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반인이었을 때의 자질이 각성 뒤에도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많이 있다.

하야시의 경우 그의 천재적인 무도가로서의 재능이 S급 헌터로 각성하고 나서 폭발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정치적인 야심이 없는 자였다.

오히려 무도가의 집안에서 자란 만큼 국가적 대의와 상부의 지시를 충심으로 따르는 것에 익숙한 자였다.

만약 그가 욕심을 냈다면 히로키와 수장의 자리를 놓고 대결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하야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오로지 강자와의 싸움!

그 기회가 숱하게 주어지는 지금의 삶을 그는 진정으로 만족해하고 있었다.

그는 S급 헌터가 각성 후에 누리는 부와 명예 같은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자신의 이름을 지우고 지하에서 암약하는 길을 기꺼이 선택했다.

조직 내에서도 나름대로의 역할 분담이 필요했다.

일본제국의 부흥을 목표로 하고 있는 쿠로는 필연적으로 지하에서 활약해야 할 헌터들을 따로 두는 것이 불가피했다.

그 핵심 중 하나가 바로 하야시였다.

그에게 한국 문제를 해결하라는 지령을 내리기로 한 이상, 이 일이 더 잘못될 리는 없다고 믿는 것이 쿠로의 수뇌부였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수뇌부 회의의 분위기가 침통함을 벗어나 애초에 친목을 목적으로 만난 것인 양 화기애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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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말중이 태도를 바꿨기 때문에, 그리고 유튜브 영상이 올라간 뒤로 언론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백팔십도 바뀌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찬양 일색이다.

그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나로 인해 일본의 S급 헌터 한 명이 한국으로의 귀화를 선언했다는 사실이었다.

사실 한국 국민은 오랫동안 심한 자괴감에 빠져 있었다.

헌터와 몬스터가 출현하고 난 이후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잘못으로, 주변 강대국들에게 국력이 크게 밀리고 말았기 때문에.

S급 헌터들과 A급 헌터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은 대부분 막았지만-그래도 나갈 사람은 나갔다.-, 주변 강대국들이 힘을 키우는 것까지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일본, 중국, 그리고 러시아까지.

다 손에 꼽히는 헌터 강대국들이었다.

그들은 자국의 독특한 정치, 경제적 환경 때문에 발 빠르게 변한 세상에 대처할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항상 한국인들은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헌터 강국이 되는 것은 바라지도 않으니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미국조차도 완전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겉으로는 강력한 우방이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늘 자국의 이익을 우선으로 했으니까.

정의로운 새 질서를 제창하면서도 어떤 나라보다 빠르게 헌터를 유입시키고 있는 것이 바로 미국이었다.

그런 국제 정세에 대한 현실적인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었는데, 난데없이 일본의 S급 헌터 한 명이 한국으로 귀화를 한다고 했다.

두 명이 어이없이 사라지고 나서 그 빈자리가 모두 채워지게 된 것이었다.

제4의 헌터 조철웅이 나타난 것까지는 어찌 보면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그것은 변한 세상의 자연법칙과도 같았으니까.

S급 헌터가 한 명 죽으면 또 한 명의 S급 헌터가 각성한다.

결과적으로 S급 헌터의 숫자는 완만한 증가 추세에 있었다.

그것은 세계에 게이트 숫자 증가 추세와 거의 맞아떨어졌다.

S급 헌터가 죽었을 때 꼭 같은 나라에서 새로운 S급 헌터가 각성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절반에 가까운 확률로 인근 지역에서 각성하고는 했다.

그래서 국민들은 제4의 S급 헌터 출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일본의 S급 헌터가 한국에 귀화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것은 한국 국민들에게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선물이었다.

단순히 S급 헌터 한 명이 더 늘어나 대몬스터 국가 안전도가 높아졌다는 사실뿐 아니라 그 헌터가 일본인이라는 사실이 자긍심을 높이는 요소가 되었다.

게다가 언론은 연일 조철웅의 인성을 의심하는 기사를 내보냈지 않은가?

그런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던 중에 조철웅이 사실은 굉장히 인상과 인품이 좋은 사람이었고, 그에게 반해 일본의 헌터 한 명도 귀화한다고 하니 두 배의 축복이었다.

‘응, 잘 되고 있어. 역시 미미만 믿고 있으면 된다니까.’

나는 유능한 부하가 만들어낸 훌륭한 결실을 가만히 앉아 누리기만 하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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