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차니즘 헌터-71화 (71/160)

▣ 7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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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오오오~~~ 헌터님!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김말중은 켂튜브 채널에 영상이 올라간 바로 다음 날 내게 만나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다.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이기 때문에 굳이 내치지 않았다.

“제가 해결할게요.”

미미가 믿음직한 멘트를 내뱉기도 했고.

본 지 며칠이나 됐다고 평안하셨냐니.

표정을 보아하니 지금 똥줄이 엄청나게 타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였다.

딴에는 자기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했을 터였다.

일이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

“헌터님, 유튜브 방송에 출현을 하실 거면 저에게 언질이라도 좀 주셨으면 감사했을 텐데요…….”

“네?”

나는 귀찮았기 때문에 단답으로 반문했다.

내가 유튜브 출현하는데 왜 네 허락 같은 걸 받느냐는 뜻이었다.

“아! 그, 그게 아니라…….”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을 내뱉는 데 마나도 함께 방출되었다.

그랬더니 더 효과가 좋아서 김말중이 당장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나는 어제 한 달 분의 사람 좋은 모습을 방출했기 때문에 한 달간은 남 앞에서 잘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이 자식이, 여기가 어디라고 와서 유튜브 나갈 거면 허락을 받으라 마라야?

“안녕하세요.”

미미가 팔짱을 낀 채로 서서 김말중에게 인사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미미는 나름대로 위압감을 뿜어내며 말을 하는 것이었는데, 그녀의 외모가 너무 압도적이어서 그 모습마저 무척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김말중이 복잡한 표정으로 미미를 바라보았다.

일반적인 A급 헌터라면 그에게 이렇게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다.

그가 미미에게 친절하게 구는 것은 다 그녀가 나와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이었다.

방금 내게 마나로 일격을 맞은 뒤에 미미마저 자신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자 그의 친절을 가장한 낯짝에 금이 가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것을 일 초도 되지 않아 수습하고는 얼른 허리를 숙였다.

“잘 계셨습니까? 이거 별거 아니지만, 빈손으로 올 수 없어서 준비했습니다.”

들고 있던 꾸러미를 미미에게 내밀었다.

“이게 뭔가요?”

“식용 A급 몬스터의 고급 부위만 모은 세트입니다. 마나 증진에 효과가 있다고 입증되어서 부르는 게 값이죠. 마침 제 지인을 통해 한 세트 구할 수 있어서 가지고 왔습니다.”

“네. 잘 먹을게요.”

선물을 전달한 김말중이 내 맞은편에 앉았다.

앉으라고 허락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명색이 장관인데 이 정도는 이해해줘야겠지.

“제가 그동안 많이 생각해 봤습니다.”

그는 자신의 인벤토리에서 서류뭉치를 꺼냈다.

그게 무엇인지는 그가 다음에 하는 말로 알 수 있었다.

“다소 파격적이기는 하지만, 헌터님께서 요구하신 사항을 상당 부분 들어드리기로 했습니다. 원래는 안 되는 건데…… 이런 전례가 없기는 하지만, 대한민국이 지금 처한 상황이 어렵기도 하고, 제가 또 헌터님을 각별히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좀 보죠.”

미미가 김말중의 말을 끊더니 그의 손에서 계약서를 확 낚아챘다.

빠르게 계약서를 읽어내려가던 그녀가 픽, 웃음을 지었다.

“장난하세요?”

“네?”

“뭘 들어줬다는 거죠? 누가 누구를 각별하게 생각해요? 언제부터 A급 헌터가 S급 헌터에게 그런 개념 없는 말을 입에 담았죠?”

“이것 보세요!”

결국 김말중이 폭발했다.

같은 말을 내가 했으면 좀 나았을 텐데, 내심 무시하고 있던 미미에게 그런 말을 듣자 자존심이 강한 그가 참지 못한 것.

“말씀이 심하시지 않습니까!”

큰소리를 낸 김말중에게 미미가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동안 깜냥에도 맞지 않는 장관직 수행하느라 참 고생이 많으셨어요. 그렇죠?”

“뭐요?!”

미미의 표정에 분노가 어렸다.

나는 같은 표정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동창이었던 이근수가 내 방에서 오줌을 지리게 만들었을 때,

그리고 오성택의 심복이었던 이택수를 제압했을 때.

그러고 보니 이택수 이 양반 못 본 지 오래됐네?

잘 지내고 있을까?

성질 나쁜 악마를 빙의시켰으니 편안하게 지내지는 못할 것이다.

“눈깔아! 어느 안전이라고!”

미미가 이렇게 욕을 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

욕을 해도 이렇게 아름답다니, 아니, 욕을 해서 아름다운 건가?

정말 여러 가지 면에서 매력을 발산하는 그녀였다.

“그, 그러니까, 마,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고…….”

김말중도 뭔가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는 신분도 알 수 없는 미미를 나와 육체적 정분을 통한 것으로 위세를 부리는 꽃뱀쯤으로 여기고 있다가, 화들짝 데인 표정을 지었다.

A급이라는 것도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뿜어내는 기세는 완전히 자신을 압도하고 있었으므로.

헌터와 헌터가 힘으로 맞붙었을 때는 사회적 지위 같은 것은 쓸모가 없게 된다.

물론 사회에는 나름대로 도덕률과 법률이 있기 때문에 헌터끼리 주먹다짐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그렇게 되는 데는 부딪친 순간 힘이 우열을 직감하기 때문인 이유가 컸다.

김말중은 직감했다.

이 여자가 자기를 때리면 자신은 뼈도 못 추리게 될 거라고.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하고, 미미가 말한 대로 조용히 시선을 낮추었다.

“이걸 계약서라고 들고 와? 아직도 본인이 S급 헌터 머리 꼭대기에 설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나?”

“그, 그게 아니라…….”

“장관 되니까 무서운 게 없지? 막 나중에는 대통령도 되고 그럴 것 같지?”

“아, 아니…….”

정곡을 찔렸는지 김말중이 움찔, 반응했다.

“자, 이제 진실을 마주할 순간이야. 네가 얼마나 하찮은 놈인지 보여줄게.”

나는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내가 더 이상 여기 있을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김말중은 참교육을 당할 것이다.

아마도 이택수와 비슷한 형벌을 받지 않을까 싶었다.

사도가 빙의하지 않은 A급 헌터니까 뭔가 세부적으로 좀 다른 처벌을 받겠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침실로 돌아와서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게임을 하려고 핸드폰을 집어 들었을 때, 거실로부터 “으아아아악!!!” 하는 끔찍한 비명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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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충전기를 거실에 두고 온 게 생각나 어슬렁거리며 나가 보았을 때, 그곳에서는 익숙한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

미미가 허리에 손을 올리고 서 있고, 중년 남자 한 명이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눈물과 콧물 범벅이었다.

나를 보자 어버버거리면서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다.

내 얼굴을 보고도 뭔가 호소하고 싶어진다면 정말로 궁지에 몰렸다는 뜻이다.

“어딜 봐, 이 새끼야!”

퍽!

미미가 중년 남자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꺽!”

외모는 김말중이 스무 살은 많아 보이지만 미미는 인생 2회차였으므로 실제 나이는 김말중보다 많을 것이었다.

물론 이 말을 그녀에게 하면 화를 낼 것 같지만.

시기한 것은 김말중의 몸에 무언가가 둥실대며 붙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마치 애니메이션에서 본 육체에서 이탈한 영혼을 보는 듯했다.

거무스름한 빛을 띠고 꺼림칙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것이, 미미가 김말중에게 필살기를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른바 악한 영혼 빙의시키기.

A급 헌터에게 이 스킬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미미는 성장했다.

언제 성장한 거냐고 묻고 싶을 정도로 소리소문없이.

“어떻게 할 거야? 똑바로 말해!”

“며, 명령대로 이행하겠습니다!”

“명령이 뭔데?”

“말씀하신 대로 계약서 내용을 고치겠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부화뇌동한 언론사 기자들을 전부 색출해서 업계에서 퇴출하게끔 지시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티가 나지 않게, 절대로 조철웅 헌터님께 누가 되지 않는 방식으로 처리하겠습니다.”

“그래, 말종아. 이렇게 말을 잘 들으니까 얼마나 좋아?”

“헤에…….”

믿을 수 없게도 미미의 짧은 칭찬에 김말중이 헤벌쭉 웃으면서 좋아했다.

대체 얼마나 사람을 세뇌시켜 놓은 거냐, 미미.

한 십 분밖에 안 지난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조철웅 헌터님께 영원히 개처럼 복종하겠습니다!”

“뭐가 빠진 것 같은데?”

“멍! 멍!”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파프리카도 김말중의 개 짖는 소리를 함께했다.

“왈! 왈!”

“파프리카, 이리 와.”

나는 파프리카를 내 쪽으로 불렀다.

귀여운 애완동물이 이상한 남자를 따라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어쨌든.’

교육은 잘 된 모양이구나.

마음속 짐 덩어리가 하나 떨어져 나갔다.

헌터부 장관을 뜻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으니, 어쩌면 나 대한민국에서 꽤 영향력이 세진 것일지도.

뭐, 관심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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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한 거야?

다음날 이희진에게 전화가 왔다.

뭔가 정말로 친한 친구처럼 격의 없이 전화하는 그녀의 태도가 심히 못마땅했다.

항상 게임 하고 있는 중에 전화가 걸려온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현질 중이었는데, 잘못됐으면 네가 변상해라.

“뭐가?”

-하루아침에 모든 언론이 말을 바꿨잖아? 물론 오빠가 유튜브에 출연한 계기가 됐겠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한꺼번에 말을 바꿨어. 이건 그거밖에 없잖아. 김말중이 오빠한테 꼬리를 내렸다는 거.

“음, 어제 호텔로 찾아오기는 했지.”

-진짜 신묘한 일이네. 안 그래도 놈이 하는 꼴이 마음에 안 들어서 내가 나설까 생각 중이었는데.

“그러지 마. 앞으로도 그럴 필요 없어.”

-오, 그러면 내가 문제 생겼을 때 오빠한테 상의해도 돼? 나보다 오히려 오빠가 더 수완이 좋은 것 같은데?

“그러지 마.”

-체! 뭐 하고 있었어?

“게임.”

-무슨 게임인데?

나는 내가 하는 게임을 말해주었다.

“그거 재밌어? 컨트롤 없이 그냥 매크로만 돌리는 게임 아니야. 돈 먹는 하마라고 유명한 게임인데?”

얘가 뭘 모르네? 그러니까 재밌지.

-혹시 아이디 뭐야? 나 심심한데 같이 게임 할까?

“하아…….”

-그렇게 노골적으로 싫은 티 내지 말고~ 뭐, 어때? 어차피 현실에서도 곧 같이 사냥할 건데, 미리 호흡 좀 맞춰보자 이거지.

이희진의 말은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하긴, 나는 그녀와 같이 S급 몬스터를 사냥해야 하는 처지다.

이왕이면 그녀가 나 대신 혼자 사냥해 주었으면 했지만, 그녀 실력으로는 무리라는 것이 문제다.

그렇다고 나 혼자 나가서 사냥하는 것도 S급 몬스터 사냥 소득을 독차지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찜찜하다.

‘혼자 하기 지겹기도 하고.’

아무리 현질을 많이 해도 동료가 없으면 수락조차 불가능한 퀘스트들이 있었다.

“그렇까?”

-오케이. 나 접속할 테니까, 메시지 보내. 내 아이디는 ‘SSS급미친마녀’야.

와, 아이디 살벌한 것 보소.

사람들은 그녀의 아이디를 보고 그녀가 진짜 S급 헌터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어디, 실력 좀 볼까?

나는 전화를 끊고 이희진이 말한 아이디를 검색해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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