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케로노만.
녀석의 등 뒤로 거대한 호수가 표현되었다.
이 시설에 등록된 S 급 몬스터들은 다 지구에 출현했었던 놈들이라고 한다.
물론 지구에 나타나지도 않았던 몬스터를 훈련 시설의 데이터로 활용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것은 게임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시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임이라는 말이 나와서 말인데 확실히 게이트 안의 몬스터들을 캐릭터로 하고 헌터들이 주인공이 된 게임들은 많이 있다.
거기에도 S급 몬스터들이 나오고 있고.
크리에이터들의 창조적인 역량이 발휘되는 그런 게임과는 달리 이 시설은 헌터들의 훈련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래서 가짜 몬스터 따위는 등장시킬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순간 훈련 시설로서의 신뢰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을 테니까.
애초에 몬스터의 기밀 정보를 데이터화해서 홀로그램으로 구현하는 것 자체가 독보적인 기술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보에 접근하는 것 자체에도 엄청나게 많은 비용이 들었을 것이고.
어쨌든 이 하마를 닮은 몬스터가 출몰한 지역은 물이 많은 곳인 듯했다.
어느 나라의 어느 곳이었는지는 모른다.
물론 검색하면 금방 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만 나는 거기까지는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S급 몬스터들은 기본적으로 ‘네임드 몬스터’들이었다.
‘네임드 몬스터’라는 것은 게임 용어로서 이 경우에는 딱 한 마리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용했다.
A급 이하의 몬스터들은 종을 형성해서 같은 몬스터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애초에 같은 게이트에 들어가면 늘 같은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으니까.
리젠 시간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그 리젠 시간이 끝나면 해당 게이트에 등장하는 몬스터가 또다시 같은 형태로, 같은 전투력을 발휘하면서 등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S급 몬스터는 각각 딱 한 놈씩만 존재했다.
이놈들은 사도들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사도들은 몬스터들을 이용해서 행성들을 장악할 준비 작업을 하는 모양이니까.
그 정확한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중요한 것은 이 시설이 내게 크나큰 도움을 주리라는 사실이었다.
물론 람버스는 숱한 S급 몬스터와의 전투 경험이 있었다.
그 경험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나는 마음만 먹으면 그것들을 떠올리고 거기서 얻은 경험치가 람바스에게 어떤 성장으로 여자 설치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나는 굳이 그런 노력을 들일 필요 없이 이 시설을 이용해서 그 경험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미미가 새 훈련 시설이 호텔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고 훈련을 받으러 가자고 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결과적으로 이것은 내게 엄청 도움이 되는 일일 터였다.
게다가 지금은 미나가 만들어준 장비를 착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 시너지를 충분히 누릴 수 있었다.
‘자, 와라.’
나는 여유 있게 양손을 펼쳐 보였다.
몬스터가 마치 내 제스처에 반응을 한 것처럼 입을 쩍 벌렸다.
“꾸와와와와~~~”
귀가 먹먹할 정도로 엄청난 소리를 내지르는 녀석이다.
과연 얼마나 발달한 시설인지, 내 전면에서 풍압이 밀려 왔다.
머리카락이 날릴 정도로 실감 나는 풍압이었다.
이런 장면은 절대로 어린아이에게 노출되어서는 안된다.
어린아이가 이렇게 무시무시한 몬스터를 보았다가는 악몽에 시달리고 말 테니까.
적당히 연출이 가미된 블록버스터 영화로 충분하다.
반면 나는 머리카락이 뒤로 날린 것 말고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걱정이 되어 뒤를 흘끗 보았더니 미미는 귀를 막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도 그리 부담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여유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겠지.
실제로 그녀의 능력이 이 S급 몬스터가 낸 소리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정도로 출중하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일 것이고, 이곳에 내가 있기 때문에 갖는 여유이기도 할 것이었다.
후자가 훨씬 더 큰 이유이겠지. 미미가 가진 나에 대한 신뢰도는 상상을 초월하니까.
그렇다면 거기 응답을 해줘야겠지.
S급 몬스터이니 만큼 호락호락 상대할 수는 없었다.
A급 몬스터들을 상대로 훈련했을 때처럼 초 단위로 죽일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몬스터를 바라보았다.
아직은 움직일 단계가 아니었다.
왜냐면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몬스터 도감을 제대로 열람하지 않아서 이 몬스터의 공격 패턴이 무엇인지 모른다.
‘일단은 공격을 받아 봐야지.’
‘분석’을 통해서 대응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 어떤 의미에서는 불편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장소가 훈련실인 만큼 내 감각은 거의 게임을 하는 것과 같았다.
게임을 할 때 재밌게 하려면 공략집을 보아서는 안 된다.
그것은 상식이지.
그래서 다소 귀찮고 싫은 기분이 들지라도, 나는 이 하마 몬스터의 공격을 기다려 보기로 했다.
케로노만의 첫 번째 공격이 들어왔다.
역시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놈의 뒤에서 물줄기가 쏘아지기 시작했다.
없는 물을 만들어낸 것은 아니고 배경으로 존재하는 호수가 마치 해일처럼 전면으로 쏘아지고 있는 것이다.
쓰나미처럼 높게 솟아올라 덮쳐오는 형태가 아니라 여러 개의 거센 물기둥이 만들어져 내 쪽으로 닥쳐 왔다.
물리적인 충격은 이쪽이 훨씬 클 것이었다.
쓰나미가 물의 장벽 같은 느낌이라고 하면 이놈이 만들어낸 물기둥은 보내는 물기둥은 각각이 강력하고 특수한 마나로 코팅되어서 그 위력을 훨씬 키운 듯한 느낌이었다.
이 정도 위력으로 쏘아내면 그것은 단순한 물 공격이 아니다.
장면만 놓고 보면 귀여운 외형의 몬스터가-크기는 귀엽지 않지만- 일반 수 속성의 공격을 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막상 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절대로 귀엽거나 만만한 느낌을 받을 수가 없었다.
나는 왼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리고 방패를 만들어냈다.
평범한 형태의 방패가 아니라 반원형으로 뒤로 휘어지는 형태의 방패였다.
물줄기 공격은 내게 닿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방향이 꺾여서 미미에게도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
퉁! 퉁! 퉁! 퉁!
케로노만의 물줄기 공격이 내가 만든 방패에 강력하게 부딪혀 튕겨 나갔다.
누가 S급 몬스터 아니랄까 봐 살벌하기 그지없는 공격을 해 온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었다.
마구 물줄기를 쏘아 보낸 다음 대뜸 집채만 한 몸뚱이로 돌진해 왔다.
돌진하면서 이마 쪽에 뿔이 돋아났는데.
전체적인 외형이 하마에서 코뿔소로 변신한 듯한 모습이었다.
당연히 그 위압감은 코뿔소와 비견할 바가 아니었다.
물론 일반인의 경우에는 코뿔소에게 받히기만 해도 목숨을 잃고 말 테지만, 이 S급 몬스터의 박치기 공격은 코뿔소 100마리를 합쳐놓은 것보다도 더 큰 위력을 발휘할 테니까.
나는 오른손을 뻗었다.
그 오른손으로는 딱히 특별한 무기를 만들어내지 않았다.
다만 마나를 손아귀에 집중시켰다.
그것만으로 엄청난 내구성을 지닌 장갑 모양이 형상화되었다.
오른손으로 돌진하는 케로노만의 뿔을 거머쥐었다.
콱!
케로노만이 열심히 발을 굴렀지만 나를 밀어내지 못했다.
내 발밑으로 느껴지는 반동이 상당히 큰 것으로 보아 놈의 밀어내는 힘은 역시나 장난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미미가 말했지 않은가?
이 몬스터는 S급 몬스터 중에서도 가장 약한 편에 속한다고.
이미 다른 두 마리의 S급 몬스터를 상대해 본 경험이 있는 나는 이놈의 몸통 박치기 정도는 쉽게 받아낼 수 있었다.
물줄기 공격이 사라지자 나는 왼손으로도 뿔을 거머쥐었다.
양손으로 잡고 힘을 주었다.
확실히 ‘지배자의 손아귀’만 가지고 있을 때와는 느낌 자체가 달랐다.
마치 몸에 입고 있는 장비가 힘을 보태 주는 것 같다.
‘지배자의 손아귀’에 장비로 증폭된 전신의 마나가 집중되었다.
그 상태로 나는 뿔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케로노만의 동그란 눈동자에서 위압감이 사라졌다.
대신 그 안에 두려움이 깃들었다.
나는 뿔을 잡은 손을 옆으로 꺾었다.
뚝!
내 손에서 케로노만의 뿔이 부러져나갔다.
“꾸와아아앙!!”
뭐라고 할까?
이것이 놈의 정수 내지는 핵이었던 모양이다.
놈이 뿜어내는 마나의 기력이 확실히 줄어든 것이 느껴졌다.
콰콰콰콰콰!!!
발악하듯이 물을 쏘아냈다.
나는 왼손으로 조그만 방패를 만들어 물줄기 하나하나를 튕겨내는 동시에 오른손으로는 창을 만들었다.
이 창 자체에는 큰 의미가 없었다.
창을 통하지 않더라도 스킬을 쓸 수 있을 테지만 그래도 뭔가 시각적인 효과를 주고 싶었다고 할까?
나는 창을 힘껏 내질렀다.
그것은 케로노만의 머리통을 그대로 꿰뚫었다.
콱!
나는 창끝에 마나를 집중했다.
전에 얻은 스킬을 사용했다.
일렉트릭 스톰.
전력이 가미된 폭풍이 창끝을 통해서 케로노만의 머릿속에 파고들었다.
콰지지지직!
물과 전기가 만나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수 속성의 몬스터의 안에 전격이 폭발했으니 놈이 버틸 수가 있겠는가?
“꾸와아아아앙!!!
놈이 내지르는 괴성과 함께 홀로그램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당연히 몬스터는 실체가 아니기 때문에 살점이 튀거나 피가 날리지는 않았다.
만약 현실에서 이런 식으로 몬스터를 사냥했다가는 미미의 질책을 듣고 말 것이었다.
왜냐면 완전히 박살 난 몬스터로부터는 돈이 될 만한 부위 수거가 불가능할 테니까.
어쨌든 이것으로 첫 번째 S급 몬스터 대응 훈련이 끝이 났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역시나 강하지 않은 몬스터였기 때문일까?
따로 스킬 같은 것은 얻지 못했다.
그냥 내가 갖고 있는 것을 활용해서 사냥할 수 있는 몬스터일 뿐이었다.
단점은 사체가 남지 않아서 그것을 이용해 장비 업그레이드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미나는 내가 사냥한 몬스터에 사체 부위를 통해서 장비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다고 했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것까지 바라는 것은 욕심이겠지.
“훌륭해요! 주군!”
“아, 좀 지치네.”
나는 마음에 없는 소리를 했다.
신체적으로 진짜 지쳤다기보다는 발동 중이었던 ‘노력’의 유지 시간이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에 약간 귀찮은 감정이 들었을 뿐이다.
똑똑.
마침 주문했던 음료와 음식이 도착했다.
“그럼 좀 쉬었다가 계속할까요?”
미미가 밝게 말하고 훈련실 밖으로 나갔다.
훈련실은 프라이빗한 공간이기도 하고 굉장히 위험할 수도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직원이 안까지 들어오지 못했다.
미미가 바퀴 달린 테이블 위에 올려진 음료와 음식을 가지고 안으로 들어왔다.
이 음식들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훈련하는 헌터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당연히 체력과 마나를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비싼 재료가 쓰인 만큼 그 가격은 상상을 초월하게 높을 것이었다.
하지만 호텔은 이 음식들을 무료로 나에게 제공한다고 했다.
나는 사양하지 않고 그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훈련 시설이 내가 이용함에 따라 길이 잘 들여진다면 여기서 훈련하는 헌터들은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다만 그들이 사도가 아니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