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차니즘 헌터-62화 (62/160)

▣ 6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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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국에는 네 명의 S급 헌터가 있었다.

지하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혜나를 제외하고, 이희진, 조철웅을 뺀 또 한 명은 S급 헌터가 있었던 것.

엄밀히 말해 그가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의 S급 헌터는 여전히 두 명이었지만, 어쨌거나 그가 은밀하게 한국에 들어온 지는 꽤 시간이 흘렀다.

그의 목적은 한국에 새로 각성한 S급 헌터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것이었다.

‘후…… 진짜 알 수 없는 놈이란 말이야…….’

다나카는 조사하면 조사할수록 드러나는 상식에 초월하는 일들 때문에 머리가 복잡했다.

그래서 여태 자국에 보고를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본에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아직 조철웅에 대한 것은 미지로 남겨진 부분이 많이 있었으니까.

한국에서는 모처럼 등장한 S급 헌터를 흠집 내지 못해 안달을 내고 있었다.

이런 공작은 물론 뒷배가 있어서이겠지만, 일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왜냐면 일본에서 S급 헌터는 그야말로 신적인 존재이니까.

신을 대상으로 일반인이 함부로 공작하거나 떠들어 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니들이 그러면 곧 신을 빼앗기게 될 것이다.’

그렇다. 다나카의 최종 목적은 한국에 새로 각성한 헌터를 자국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었다.

근래 한국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오성택과 김철호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라진 것은 일본에 큰 기회이기도 했다.

그들은 일본과 접촉하면서도 지나치게 욕심을 부렸었으니까.

세상이 바뀐 뒤로 일본은 크게 국력을 쌓고 있었다.

일본에는 현재 열 명의 S급 헌터가 있다.

일본 국내에서 각성한 헌터가 다섯 명, 그리고 동남아시아에서 영입한 S급 헌터가 다섯 명이었다.

일본의 헌터계는 크게 두 개의 조직도를 갖추고 있었다.

그것을 아는 사람들은 은어로 두 조직을 시로와 쿠로라고 불렀다.

흔히 일반인들이 인식하고 있는 헌터계를 시로라고 한다면 은밀하게 형성되어 있는 조직을 쿠로라고 했다.

사실 시로보다는 쿠로가 훨씬 권력이 크고 훨씬 더 많은 재력을 갖추고 있었다.

시로는 쿠로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애초에 자신들이 시로라는 사실도 몰랐다.

시로 중 신력과 신분이 보장된 극소수만이 엄격한 심사를 얻어 비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은 하나의 계획 아래 진행되고 있다.

바로 꿈의 재현!

일본이 국력을 뻗어 아시아의 주인이 되는 것!

물론 그다음의 계획도 있다.

하지만 첫째는 아시아를 장악하는 것이 중요했다.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야금야금 발을 뻗은 다음 중국과 자웅을 겨루고,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다.

그러기 위한 계획의 일부로 한국의 힘을 빼기 위한 준비는 예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두 명의 S급 헌터가 사라진 지금이야말로 한국의 심장부에 칼을 꽂을 기회였다.

새로 각성한 조철웅을 일본으로 귀화시키면 곧 한국은 가까운 나라인 일본에 의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다나카는 지금이 자신이 움직여야 할 적기라고 보았다.

지금도 멍청한 한국 헌터부는 조철웅에게 그 존재감에 걸맞은 대우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장관 김말중이 여러모로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 같지만 그의 행동 목적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데 있었다.

‘멍청한 놈들…….’

대의를 위해 움직이는 움직이는 일본의 헌터들과는 차원이 다른 얄팍함이었다.

‘접근하기 힘든 인물이기는 하지만…….’

은밀 기동에는 나름대로 자신감이 있긴 했지만 신경 쓰이는 것 중 하나가 그와 늘 붙어 다니는 여자였다.

그녀는 몇 번인가 미행하고 있는 자신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두리번거린 적이 있다-물론 재빨리 모습을 감추어 들키지는 않았다.-.

게다가 조그맣고 귀여운 각성수는 또 어떤가?

그는 그 각성수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펫숍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어느 정도 조사를 끝냈으니까.

그때 그 각성수가 변신해서 다른 각성수들을 죽였다는 것은 거의 사실로 밝혀졌다.

그런 각성수를 얻게 된 것은 역시 조철웅이 운이 좋아서일까?

아니면 각성수를 길들이는 능력을 따로 가지고 있는 건가?

어찌 되었든 조철웅 하나를 갖게 되면 그를 따라다니는 여자, 그리고 비범한 각성수까지 세트로 얻게 될 것이 틀림없었다.

그들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모르고 얄팍한 공장이나 부리고 있는 한국의 헌터부는 정말이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절대 거부할 수 없는 조건을 걸어야지.’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한 번 조철웅을 만나야만 한다.

자신이 임무를 띠고 한국에 파견된 이유는 자신에게 헌터의 능력을 가시적으로 꿰뚫어 보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토대로 자국에 보고하면 거기에 맞춰 쿠로가 조철웅에게 조건을 제시한 것이었다.

‘헤타리로스를 사냥한 것도 마음에 걸린단 말이야.’

애초에 몸을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 조철웅이 굳이 강원도까지 갔고, 그때 공교롭게 S급 몬스터가 나타난 것도 우연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는 또 다른 한국의 S급 헌터 이희진이 조철웅을 미행하고 있었던 탓에 자신은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자세한 속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쉬웠다.

조철웅은 각성한 이후 벌써 두 마리 S급 몬스터를 사냥하는 일에 연루되었다.

이것을 단순한 우연으로 볼 수 있을까?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혹시라도 조철웅에게 S급 몬스터를 끌어들이는 능력이 있다면?

그 가치는 헤아릴 수가 없다.

거부할 수 없는 제안…….

다나타는 그것이 역대급 제안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물론 한국의 헌터 따위에게 그런 조건을 제시한다는 것 자체는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었지만 어차피 조철웅은 곧 일본인이 될 것이었다.

‘호텔에서 도무지 나오질 않으니까…….’

이왕이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그래서 조철웅이 머물고 있는 호텔에 투숙할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체를 드러낼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마지막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 그것은 감수해야 하는 불편이었다.

96

김말중 패거리들은 내 호텔 방에 두 시간 넘게 머물다가 갔다.

남자 놈들이 무슨 놈의 수다를 그렇게 떨어대는 건지.

나는 그들의 말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굉장히 귀찮았고, 그 덕분에 ‘청각 차단’이라는 스킬을 새로 얻었다.

조금 의식하는 것만으로 새로운 스킬을 각성하는 것을 보면 내 상상력은 스킬을 개발하는 중요한 도구로 작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물론 불필요하게 노력이 소요되는 일은 하지 않을 작정이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고 돌아간 모양이지만 협상은 전혀 진척이 되지 않았다.

“다루기 쉬운 놈들이네요.”

미미가 말했다.

“지루해서 혼났지만 그래도 그럴 가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그녀가 양팔에 박수철과 장오성이 가지고 온 선물을 들어 보이면서 말을 했다.

“검색해 봤더니 꽤 비싸더라고요. 박혜나 씨에게 얘기해서 처리해야겠어요.”

박수철과 장오성은 자기들이 힘들게 구해 온 선물이 이렇게 쉽게 취급받고 있다는 것을 알까?

뭐, 그들에게는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그들의 목적은 선물로 내 환심을 산 뒤 자기들의 내밀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진짜 어쩔 생각이야?”

나는 더 이상 김말중이 귀찮은 인물들을 끌고 오지 않기를 바랐다.

오늘 같은 일들은 정말이지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어쩜 하나같이 그렇게 표정들이 썩어 있는지.

내가 할 말이 아니기는 하지만 내 썩은 표정과 그들의 썩은 표정은 질적인 차이가 있었다.

TV에서 볼 때는 나름대로 정의로운 인상인 듯했던 박수철과 장오성도 실제로 보니 그들의 저열한 욕구가 얼굴에 똑똑히 드러났다.

물론 인간이 자기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은 그리 탓할 문제가 아니긴 하지만 나는 그들이 사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사도들이 행한 일들을 이미지로 보았다.

그런 것을 본 이상 그들에게는 때려죽여도 좋은 감정을 갖기 어려웠다.

그런 놈들이 앞으로도 계속 찾아온다고 생각하니 진절머리가 났다.

“그냥 이쪽에서 조금 틈을 보여준 거예요. 그래야 방심을 하니까요.”

역시 미미에게는 다 계획이 있는 듯했다.

“그건 그렇고 협상은 어떻게 할 거야?”

재협상의 기회가 두 번 있었지만 전혀 진척이 되지 않았다.

김말중도 그 협상으로 얻어 낼 것이 많다고 생각했는지 그리 서두르는 태도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마무리되지 않고 있는 협상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찜찜했다.

“곧 마무리할 수 있을 거예요. ‘그자’가 오늘 호텔에 투숙했거든요.”

“그자라니?”

“그런 사람이 있어요. 외국에서 온 사람.”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내가 어이없는 표정을 짓자 미미가 말했다.

“이희진처럼 주군에게 관심을 가지고 미행한 사람이 또 있었거든요.”

어휴, 끝이 없구나.

“혹시 그 사람도 사도야?”

“아니요. 그런 거 같아 보이지는 않아요. 오히려 그 반대쪽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사도의 반대쪽이라면 영웅이다.

“자기도 아직 모르고 있는 거지?”

“네. 그래도 주군께서 직접 만나 보는 편이 더 확실할 거예요. 곧 그쪽에서 접근할 겁니다.”

“음…….”

확실히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되다 보니 예전만큼 귀찮은 느낌이 들지는 않는 것 같다.

먼치킨이기 때문에 모든 능력이 엄청 빠르게 발달하고 있지만-여전히 자고 눈을 뜰 때면 ‘레벨이 올랐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눈앞에 떠 있다.-, 게으름만큼은 쉽게 고쳐지지가 않았다.

하지만 람바스가 죽기 전에 처절한 반성을 했고 본인이 원해서 나에게 빙의한 만큼 내 성정을 본질적으로 거부하지는 않으려는 것 같았다.

그 증거가 노근의인 스킬이기도 하고.

나는 내 본성이 람바스의 게으름을 천천히 밀어내기를 바랐다.

급할 것은 없다.

게으르게 살아보니까 이것도 딱히 불편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돈도 많아서 그것 때문에 생계를 위협받지도 않으니까.

다만 문제가 있다면 내게 처리해야 할 과업이 있다는 것인데, 그것들은 부하와 동료를 늘리면서 천천히 진행하면 될 것이었다.

부하와 동료가 많이 생기면 미미와 파프리카처럼 내가 처리해야 될지 모르는 귀찮은 일들을 대신 처리해 준다.

이희진만 해도 내 뒤에서 공작을 벌이는 게 김말중이라는 것을 본인이 조사해서 알려주었지 않은가?

그러므로 같은 편을 찾는 일에 대해서는 귀찮다고 불평하면 안 되는 것이다.

미미는 내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이 사도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오히려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고.

그러면 그를 한 번 만나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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