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차니즘 헌터-41화 (41/160)

▣ 4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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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호는 최근 돌아가는 상황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 오성택 게이트.

그 때문에 대한민국 S급 헌터들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쳤다.

물론 세간에 오르내리는 것은 모두 오성택이 저지른 비리에 대한 것이었지만, 최근 사이가 안 좋았다고는 해도 그 대부분의 비리에 자신 또한 연루되어 있었다.

헌터들의 비리, 불법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만연한 이슈였다.

다만 그 불신이 S급에게까지 미치는 일은 적었다.

그만큼 S급 헌터들은 구름 위의 존재들이니까.

하지만 지금처럼 구체적인 사건이 터져 버리면 그 경계도 무의미해지고 만다.

S급 헌터도 어쨌거나 법망의 테두리 안에 있는 것이다.

존경을 잃은 헌터는 붕 뜬 반쪽짜리일 뿐이었다.

이곳이 남미나 아프리카라면 그렇게 사는 것도 영향이 없겠지만, 대한민국은 엄격한 도덕적 잣대가 통용되는 사회였다.

무슨 일을 하든 제약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X새끼…….’

죽으려면 혼자 곱게 죽을 것이지, 왜 이런 똥을 싸지르고 갔는지 모르겠다.

김철호가 그렇게 생각하며 이를 갈 때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 이름을 본 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여보세요.”

-헌터님, 평안하셨는지요.

“아, 네 총장님. 혹시 부탁드린 일 때문에 연락주신 겁니까?”

-네. 아직 정보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아는 선에서 최대한 빨리 알려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자료는 통화가 끝난 뒤에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오성택이 사망한 배경에는 누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거기까지는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오성택은 절대로 자기가 가진 모든 이권을 내려놓고 자살 같은 걸 할 인간이 아니었다.

“오성택이 죽은 게 자살이 아니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습니다. 아직 특정할 수는 없지만, 아무나 S급 헌터를 죽일 수는 없는 일이죠. 헌터님은 제4의 헌터라고 들어보셨는지요.

제4의 헌터. 당연히 들어보았다.

언론에서도 많이 떠들뿐더러, 자신도 내심 오성택이 죽은 것이 그 베일에 싸인 인물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아직 언론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저희가 그 헌터라고 특정할 수 있을 만한 인물을 찾아냈습니다. 유튜브에 떠도는 영상 속 인물이 맞다는 게 저희 생각입니다.

“아…….”

-아마도 오성택을 죽인 것이 그 사람인 것 같습니다. 저희는 정보만 전해드리는 것이니 나머지는 헌터님이 알아서 하시면 될 듯합니다.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그 사람과 만나 조용히 대화를 해보겠습니다.”

-그럼 변동사항 있으면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통화가 끊어진 뒤에 첨부파일이 있는 메시지가 여러 개 도착했다.

거기에는 영상 자료도 있고, 인적사항이 정리된 파일도 있었다.

김철호는 자료를 하나하나 들여다보았다.

‘호텔이라고……?’

제4의 헌터라는 인물은 현재 호텔에 머물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는 예쁜 용모의 여자 한 명과 함께 행동할 때가 많다고 한다.

최근에는 한국 블랙마켓의 숨은 권력자, 박동구와의 만남도 포착되었다.

김철호의 눈빛이 이글거렸다.

‘이 새끼가 무슨 개수작을 부리고 있는 거야?’

아무래도 한국에 제4의 헌터가 있다는 것은 단순 소문이 아닌 듯했다.

그리고 놈은 조용히 움직이면서 자신의 것이 되어야 할 이권을 야금야금 먹어치우고 있었다.

‘대화는 불가능할 것 같네.’

김철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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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호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내 방에 찾아온 박혜나가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아예 숙소를 이곳 호텔로 옮긴 모양이었다.

아무리 람바스와 전생에 뗄 수 없는 인연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너무 나와 가까이 붙어 있으려고 하는 것 같아 부담이 되었다.

나는 미미와 파프리카, 한 명 더 하자면 미나까지만 있으면 된다.

개심했다고는 하지만 사도가 내 생활에 관여하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면 뭐가 고민이냐.’

람바스는 전생에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죽었다.

나는 더럽게 귀찮아도 그것을 마냥 무시해서만은 안 되었다.

‘노근의인’ 스킬의 레벨도 점차 오르고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뭐라고 했는데?”

소파에 누워서 핸드폰 게임을 하는 나를 대신해 미미가 물었다.

“박성구에게 게이트 안에서 만나자고 했어. 은밀히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종종 요구하는 일이지.”

내 방에 들어올 때는 추레한 남자로 변장하고 있던 개가 박혜나 발밑에서 월! 월! 짖었다.

놈은 방안에 들어온 이후로 쭉 경직되어 있었다.

이유는 내 배 위에 올라와 있는 파프리카에게 겁을 먹고 있기 때문.

과연 킹 오브 각성수라고 할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같은 각성수를 제압하는 것이 과연 내 귀여운 애완동물다웠다.

“구체적인 얘기는 안 했어?”

“뭐, 화제야 뻔하지. 오성택이 죽었으니 놈이 가지고 있던 이권을 자기가 가지고 싶은 거야. 나도 람바스 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에게 이권을 넘겼겠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는 S급 헌터인 데다 사도가 빙의한 자니까.”

나는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겼다.

“이희진은 왜 나서지 않지?”

같은 S급 헌터인데, 이희진도 블랙마켓에 대한 지분을 요구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이희진은 귀여운 용모로 인기가 무척 높은 데 반해, 평소 활동에 대해서는 베일에 가려진 면이 많았다.

사람들 눈에 띄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고 하는데, 그런 점에서 보면 나랑 잘 통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새로운 인연을 만든다는 것은 귀찮은 일이니까 패스.

생각만으로도 족하다.

“그녀는 좀 독특한 퍼스널리티를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사도가 아니죠.”

“음…….”

S급 헌터이면서 사도가 아니라는 점은 흥미가 돋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굳이 묻지 않았다.

“람바스, 아니, 철웅 님!”

박혜나가 나를 불렀다.

왠지 그녀의 음성이 귀찮은 감정을 불러일으켜서 대답하지 않았다.

“사도를 또 하나 죽일 찬스입니다. 어차피 놈은 철웅 님을 노리고 있을 거예요. 그런 느낌이 듭니다.”

‘아, 젠장…….’

역시 일이 이렇게 되는구나.

나는 소파 위에서 빙글 몸을 굴렸다.

‘귀찮아도 해야겠지……?’

놈이 살아 있으면 계속 나를 괴롭힐 것이 분명하다.

“주군께서 승낙하셨어.”

내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미미가 말했다.

“왈! 왈!”

사도를 죽인다는 말에 파프리카가 기쁘다는 듯이 내 몸 위에서 팔짝팔짝 뛰었다.

“월! 월!”

자기도 분위기에 합류하고 싶었던 것인지 박성구 개가 따라서 짖었지만, 파프리카가 노려보자 금방 꼬리를 내렸다.

“끼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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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김철구를 만나기로 한 장소도 C급 게이트였다.

이 정도 등급의 게이트는 S급 헌터에게는 놀이터나 다름없다.

은밀히 대화를 나누기에는 최적의 장소라는 뜻.

의외로 김철호는 혼자 나왔다.

일단 나는 미미와 함께 렌트한 차 안에서 박성구와 김철호가 만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둘이서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더니 김철호가 몸을 돌려 성큼성큼 이쪽으로 걸어왔다.

‘역시 알아챘네.’

기척을 감추려면 그럴 수 있었지만, 나는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애초에 놈을 만나려고 여기 나온 거니까. 오히려 나를 알아채 주길 바라고 있었다.

부하들을 여럿 주렁주렁 달고 나오지 않았다면 나로서도 피할 이유가 없었다.

김철호가 내가 앉아 있는 조수석을 들여다보면서 말했다.

“안녕하세요?”

이죽거리는 얼굴에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도 그렇겠지. 공식적으로 하면 대한민국 세 명의 S급 헌터 중 최강자는 바로 그였다.

나는 평소 그의 이미지가 너무 양아치 같아서 싫어했는데, 실제로 보니 그런 느낌이 더 강했다.

양아치가 운이 좋아 S급 헌터로 각성했다.

딱 그런 느낌이었다.

“하아아…….”

나는 한숨을 쉬고 차창을 아래로 내렸다.

“네.”

“이제야 뵙는군요, 제4의 헌터님. 팬이었는데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나는 ‘의지력’ 스킬을 사용했다.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남들 눈도 있으니 들어가서 얘기할까요?”

그렇게 말하며 걸음을 옮기는 나를 보고 김철호가 뒤에서 말했다.

“자신감이 대단하시군요. 오성택이랑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셨었죠?”

“네, 뭐.”

“하하하. 저는 그놈이랑은 다릅니다. 후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네, 뭐.”

나는 추리닝 안에 미나가 만들어준 장비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김철호 또한 입고 있는 옷 안에 헌터 장비를 착용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피차 싸우기 위해 여기 나온 것이다.

말이 잘 통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귀찮은 단계들을 생략할 수 있으니까.

“왈! 왈!”

파프리카가 차창으로 고개를 내밀고 짖었다.

나는 걱정 말라는 뜻으로 애완견을 향해 웃어주었다.

김철호와 나는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박성구도 따라 들어왔다.

박혜나도 어디에선가 이곳을 지켜보고 있었다.

각성수 박성구는 그녀의 명령에 따랐으므로 아마 그녀가 지시를 내린 게 아닐까 싶었다.

박혜나의 각성수가 왜 우리를 따라 들어왔는지는 곧 밝혀졌다.

박성구는 게이트 안에 들어오자마자 펑, 하고 개로 변신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본래 모습으로 돌아간 것.

김철호는 그것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어?”

S급 헌터라고 뻐기고 다닌 것에 비해 감은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박성구를 만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을 텐데 그 정체를 몰랐다니.

물론 나도 ‘사도 사냥꾼’ 능력이 아니었더라면 알아채는 게 늦었을 테지만.

박혜나가 박성구의 정체가 드러나게 한 것은 그만큼 나를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박성구의 정체가 드러났다는 것은 자신의 정체도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니까.

그것을 무릅썼다는 것은 내가 김철호를 쓰러뜨릴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뜻이었다.

‘뭐, 부담은 안 되네.’

사도도 벌써 몇 명째 만나다 보니 어느 정도 강한 놈인지 느낌이 왔다.

[25위 사도 ‘켈로스’와 만났습니다.]

잘난 척한 것치고는 오성택보다 2단계밖에 높지 않은 서열이었다.

박성구의 역할은 C급 몬스터가 우리가 싸우는 걸 방해하지 않는 것이었다.

놈은 비록 파프리카와의 기 싸움에 밀려 낑낑거렸지만, 기본적으로 각성수로서의 능력이 약하지 않은 듯했다.

부와악-

본격적으로 능력을 해제하자 몸높이 3미터는 되는 우락부락한 불독형 각성수가 되었다.

“월! 월!”

놈이 몬스터를 향해 짖자, 몬스터는 감히 이쪽으로 오지 못하고 몸을 움츠렸다.

‘그래, 그러고 있어라.’

몬스터가 죽으면 게이트가 닫힌다.

박성구 덕분에 편하게 김철호와 싸울 수 있을 듯했다.

물론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박성구가 입고 있던 셔츠를 벗었다.

예상대로 놈은 안에 헌터용 방어구를 입고 있었다.

“피차 말이 통해서 다행이네요.”

내가 할 말을 놈이 먼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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