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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152화 (152/153)

# 152

기적의 스킬 자판기 152화

"……!"

마력포에서 마광포가 쏘아져 나간 직후, 세 마왕의 눈이 동시에 휘둥그레졌다. 중간계 마도 시대의 마력포라는 건 알아챘다.

그러나, 그랬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 않았다.

마력포로는 그 안에 화약으로 뭘 넣든 잘해야 마왕성의 성벽이나 한두 개 부술까, 12개의 성벽으로 이루어진 대마왕성을 통째로 날려버리거나 하는 일은 일어날 수 없다.

혹, 그게 된다 해도 마왕인 자신들을 녹일 순 없다. 그랬기에 세 마왕은 뭔가를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광포가 마왕성 맨 외곽의 성벽을 녹인 직후, 세 마왕은 눈이 커진 걸 넘어 찢어질 듯 활짝 열렸고, 마왕성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급히 날개를 펼치거나 순간 이동 마법을 썼다.

마왕은 신이 아니었다. 대마왕도 신의 힘을 갖고 있진 않았다. 그래도 드래곤은 비교도 안 되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었다.

주문조차 외우지 않고 1~2초의 찰나에 먼 거리를 이동하는 텔레포트를 쓰는 건 불가능해도, 마왕성에서 빠져나가는 정도는 얼마든지 주문 없이도 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마광포는 위력뿐만이 아니라 속도도 빨랐다.

세 마왕 중 누구도 빠져나가지 못했다.

"크, 크아아아아악……!"

쿠콰콰콰콰콰쾅!

점점 각도가 커지며 날아가던 마광포가 바닥에 닿아 대지를 갈아엎고 진동시키며 해일처럼 마왕성을 삼켰다.

찰나에 마왕성 안에 있던 모든 게 녹아내렸다. 두 마왕도, 그리고 대마왕의 몸조차도 줄줄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때 마광포의 크기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정점을 찍고 소멸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걸 보고 있던 용후의 눈이 가늘어졌다. 마왕 중 한 명이 살아 있었다. 당연히, 기운을 숨기고 있던 그 마왕이었다.

몸의 절반 이상이 녹아내려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의 모습이었지만, 그럼에도 완전히 풀어 헤쳐져 마광포의 후폭풍에 소용돌이치는 기운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강렬했다.

현자의 돌의 파편까지 넣은 마광포도 버틴 몸, 내버려 두면 순식간에 재생을 끝낼 것이다.

"신호를 보내세요."

용후가 말했다. 그 즉시, 옆에 서 있던 마탑주 오렌펠이 스태프를 휘둘러 소드 마스터들이 이끄는 분대에 텔레파시를 보냈다.

소드 마스터들과 5서클 6서클 마법사들, 1급 이단 심문관들과 성기사들이 대마왕을 향해 내달렸다.

그때, 바닥에 황금빛을 뿜어내는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졌다. 용후가 시전한 기적의 스킬, 불사의 대지였다.

* * *

'강하다……!'

그리고 빨랐다.

치명상이었다. 마력포는 대마왕의 몸속 핵에 전부 데미지를 입혔다. 아예 완전히 녹아 없어진 핵도 절반이 넘고, 녹지 않은 핵도 전부 깨지거나 일부가 녹아 본래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상태였다.

다른 마왕들이었다면 절대 이 속도로 핵을 복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핵에 달라붙은 마광포의 불티들은 계속해서 핵을 태웠다.

그런데도 대마왕의 몸속 핵들은 그 불티들을 결국은 다 꺼버리곤 핵을 재생해내고 있는 것이었다. 5초도 되지 않았을 시간 안에.

'완전히 몸을 복구하는 데까지 앞으로 10초도 채 걸리지 않는다.'

여러 마왕을 잡으며 이곳까지 온 것이기에 용후는 느낄 수 있었다. 대마왕이 힘을 완전히 회복한다면, 대마왕 혼자만 남았다 해도 마계 원정대가 전부 달려들어도 이길 수 있단 확신이 들지 않았다.

대마왕이 기운을 감추곤 함정을 파놓고 있던 이유, 그건 그도 마왕들을 간단히 격파하고 온 자신을, 마계 원정대를 백 프로 이길 수 있단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겠지만, 그러나 과연 본래 힘을 숨김없이 내뿜고 있는 대마왕의 힘은 차원이 달랐다.

'써야 돼.'

고민하고 있을 시간조차 없다. 대마왕이 핵들을 다 복구하지 못한 지금, 승부를 걸어야 한다. 결국 용후가 마지막 남은 비장의 수를 썼다. 스킬명을 외쳤다.

"강화 리셋!"

용후의 전신이 황금빛에 휩싸였다.

안 보일 정도로 용후의 몸을 완전히 뒤덮고 위로 치솟아 오르기 시작한 황금빛에서 주먹만 한 크기의 금빛 구체들이 떨어져 나와 허공에 둥둥 떴다.

기적의 스킬들에서 빠져나온 현자의 강화석들이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수십 개의 현자의 강화석들이 서로를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용후의 의지가 아니었다. 상태창에 적혀 있지 않았기에 용후도 알지 못한 현상! 서로를 끌어당겨 맞닿은 현자의 강화석들이 융합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융합돼 커진 현자의 강화석들이 또 다른 현자의 강화석들을 끌어당겼다.

현자의 강화석의 크기와 빛이 점점 커지다 이윽고 사람 머리보다 좀 더 큰 크기까지 됐다.

"상태창이 다 보여."

융합을 끝낸 현자의 강화석 위로 상태창이 떠올랐다. 용후의 눈이 커졌다. 현자의 강화석이 아니었다.

"현자의 돌……!"

완전한 형태의 현자의 돌이 되어 있었다. 그뿐 아니라 현자의 돌이란 이름 옆에 숫자 3이 적혀 있었다. 강화가 세 번 이루어진 현자의 돌이란 뜻!

"뭐든 다 만들어!"

용후가 스킬을 써 현자의 돌을 강화석으로 만들었다. 섬광탄처럼 빛이 터져 나오며 사방으로 황금 빛줄기가 퍼져나갔다.

그러곤 순식간에 증발하듯 빛은 사라지고, 용후의 눈에 구슬 정도 크기의 돌이 나타났다.

아니, 돌이 아니라 수정이었다. 검은 수정. 아름답고 경이로웠다. 수정 안에 마치 우주가 담겨 있는 듯했다. 용후의 눈엔 그렇게 보였다.

손을 뻗어 현자의 돌의 강화석(+3)을 손에 쥐었다. 잡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생각했던 것과 달리, 딱 하나의 스킬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걸. 하지만 그렇게 강화된 스킬은, 진정한 신의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무엇을 강화시킬 것인가.

생각은 짧았다.

용후가 속으로 외쳤다.

'빛의 검!'

훙!

현자의 돌의 강화석(+3)이 빛의 검을 강화시키기기 시작했다. 용후의 전신이 다시 황금빛에 휩싸였다.

근처에 사람이 있었다면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밝고 영롱한 빛! 용후의 눈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알림창만이 뚜렷하게 보였다.

-빛의 검이 1강이 됩니다

-빛의 검이 2강이 됩니다

-빛의 검이 3강이 됩니다

-빛의 검이 4강이 됩니다

-빛의 검이 5강이 됩니다

…….

…….

-빛의 검이 11강이 됩니다

-빛의 검이 12강이 됩니다

-빛의 검이 13강이 됩니다

…….

…….

-빛의 검이 22강이 됩니다

-빛의 검이 23강이 됩니다

-빛의 검이 24강이 됩니다

-빛의 검이 25강이 됩니다

-빛의 검이 26강이 됩니다

…….

…….

-빛의 검이 33강이 됩니다

-빛의 검이 34강이 됩니다

-빛의 검이 35강이 됩니다

"빛의 선!"

소드 마스터와 이단 심문관, 성기사들에게 에워싸이고 마법사들이 떨어트리고 치솟게 만드는 낙뢰와 불기둥에 연달아 맞으면서도 포효를 터트리며 소드 마스터와 이단 심문관, 성기사들을 간단히 으깨고 마법사들에게 마법을 퍼부으며 싸우고 있는 대마왕을 향해 금빛으로 빛나는 한 줄기 선이 쏘아져 나갔다.

당연히 대마왕을 에워싸고 있던 자들의 몸이 먼저 두 동강이 났지만, 불사의 대지 스킬은 아직 유지되고 있었다.

몸이 잘려 죽은 자들이 즉시 되살아나며 몸을 일으켰고, 빛의 선은 대마왕의 몸을 갈랐다. 대마왕조차도 피할 수 있는 속도가 아니었다.

그러나 대마왕의 잘린 몸은 늘어진 핏줄기들이 끊어지기도 전에 핵들이 촉수처럼 길어지며 서로를 끌어당겨 재생을 시작했다.

용후가 내달렸다.

빛의 검 스킬을 빼곤 다 강화 상태가 0이 됐지만, 빛의 검을 시전하기 전 펼쳐둔 불사의 대지는 강화 효과를 그대로 품고서 유지가 되고 있는 상태!

또한, 강화 상태가 아니라 해도 기적의 스킬들은 충분히 사기적이고, 그동안 스킬들을 다뤄온 경험도 그대로!

"스모크."

용후의 몸이 연기로 변해 사방에서 날아드는 마법들을 피해내곤 대마왕과의 거리를 마저 좁혔다. 그러나 거리가 아직 조금 남았는데도 용후가 빛의 검을 허공으로 내찔렀다.

훙!

공간을 뛰어넘은 빛의 검의 검날이 대마왕의 등 뒤에서 튀어나와 등에 깊이 박혀 들어갔다.

대마왕이 입을 쩍 벌리며 괴성을 내질렀다. 정확히 핵을 찔렀기 때문이었다. 상태창이 다 보여 스킬의 강화가 풀리기 전 이미 핵의 위치를 다 파악해뒀기에, 공격을 성공시킬 때마다 핵이 하나씩 부서져 나갈 것이었다.

용후가 웃었다.

'이긴다!'

더 빠르게 검을 휘두르고 내찔렀다. 공간의 제약을 완전히 벗어나서는.

* * *

'있을…… 수…… 없…… 어…… 이런…… 건……!'

벨렌. 그게 대마왕의 이름이었다. 그러나 지금 벨렌은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이 나지 않을 지경이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자아와 의식이 빠르게 옅어져 가고 있었다. 12개의 핵 중 9개가 파괴돼 소멸했고, 남은 3개의 핵도 멀쩡한 핵이 없었다.

이미 수차례 핵을 복구했기에 더 이상 핵을 복구할 힘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 그렇게 자아와 의식마저 옅어져 가자, 대마왕 벨렌의 힘은 더더욱 약화되었다. 이젠 마법은 일절 쓰지 못했다.

반면, 용후의 움직임은 더 대담해지고, 빛의 검을 휘감은 성검 덱커가 휘둘러지는 속도는 더 빨라졌다.

그렇게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벨렌의 몸이 고깃덩어리처럼 찢기고 싹둑싹둑 잘려 날아갔다.

남은 핵들을 몸 안 이곳저곳으로 이동시키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을 때, 또 하나의 핵이 완전히 반으로 잘려 폭발을 일으켰다.

벨렌의 가슴이 터져나가며 보랏빛 핏줄기와 암흑마력이 후두둑 쏟아지고 확 뿜어져 나가 소용돌이쳐 허무하게 흩어졌다.

투아아아앙!

도망도 소용이 없었다. 또 6발의 총알이 뒤에서뿐만 아니라 옆과 앞에서도 날아와 몸을 관통했다.

관통으로 끝나지 않고 큼직큼직한 구멍을 내놨다. 염력 스킬의 강화 상태도 0이 됐지만 강화 효과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마물만큼이나 약해진 상대에게 명중시키는 건 어렵지 않았다.

총알 한 발이 핵을 하나 더 부숴놓자 결국 벨렌은 달리는 걸 멈추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직후 후두부 쪽으로 투핸드소드보다 더 길어져 있는 빛의 검이 쏜살같이 휘둘러졌다.

촥!

정확히 머리 중앙에 있던 핵이 반 토막이 났다. 그 충격으로 머리와 7개의 뿔이 전부 산산조각이 나 사방으로 흩어졌다.

종이로 만들어진 것처럼 얇아져 흐느적거리던 벨렌의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용후가 검을 멈췄다. 끝이었다. 남은 핵은 단 한 개도 없었고, 복구가 되는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용후의 눈앞에 알림창이 줄줄이 떠올랐다.

-대마왕 슬레이어 칭호를 얻었습니다

-명성 500,000을 얻었습니다

-레벨이 오릅니다

-레벨이 오릅니다

-레벨이 오릅니다

-레벨이 오릅니다

-레벨이 오릅니다

-레벨이 오릅니다

-레벨이 오릅니다

-레벨이 오릅니다

…….

…….

대마왕의 시체가 재로 변해 흩어지기 시작했고, 뒤에선 마계 원정대의 함성이 마계가 떠나가라 터져 나왔다.

* * *

마왕들을 싹 잡은 뒤, 용후는 이쪽 스킬과 마법사들의 탐색 마법을 써 마물 한 마리까지도 싹 잡은 뒤에야 텔레포트 마법진을 가동시켜 라마드 왕국으로 복귀했다.

마계 원정에 성공했단 소식에 성대한 환영식과 축제가 벌어졌다. 또, 용후는 1억 골드의 포상과 함께 백작 작위로의 승작을 국왕으로부터 포상으로 받았다.

왕도의 축제는 용후의 승작 수여식이 끝난 뒤에도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용후는 수여식이 끝나자마자 팔켄 마을로 돌아갔다.

스킬 자판기의 상태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다면, 마계와 왕도에서 모아온 명성과 금화로 기적의 스킬을 하나 더 살 수 있을지도 무척 궁금했다.

"최대한 빨리 갑시다."

마부 박정석은 마을과 성에 들릴 때마다 말을 바꿔가며 정말 열심히 달렸고, 단 나흘 만에 팔켄 마을에 도착을 했다.

마차에서 내린 용후가 저택으로 달렸다. 스킬 자판기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고, 점점 더 그 기운이 약해져 가고 있어서였다.

다행히…….

"……!"

있다!

그러나 용후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사라지진 않았지만, 당장에라도 사라질 것만 같았다.

어찌나 옅어져 있는지 손을 대면 만져지지 않을 수도 있겠단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러나 다행히 만져졌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자판기 앞으로 가자 자동으로 금화 투입구가 튀어나와 열렸다.

용후가 인벤토리에서 금화 주머니들을 쏟아내곤, 마법 인형들을 시켜 금화를 투입구에 쏟아붓게 했다. 그러나…….

'이제 무슨 스킬을 사지……?'

어떤 버튼을 누르는 게 맞는 걸까.

스킬 자판기의 존재 이유는 마계의 침공을 막는 것이었다. 틀림없다. 그러나 자신은 침공을 막는 걸 넘어 토벌을 해냈다.

그러니 지금이라면, 스킬 자판기는 자신에게 어떤 스킬을 주고 싶은 걸까.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때, 금화가 다 들어갔는지 투입구가 저절로 닫혔다.

그리고 자판기는 더 빠르게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잠시 생각하던 용후가 서둘러 스킬 자판기로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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