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스킬 자판기-149화 (149/153)

# 149

기적의 스킬 자판기 149화

"용후 님, 찾았습니다!"

용후가 내린 수색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자 중 한 명, 소드 마스터 일렌이 용후에게 보고를 했다.

씨앗을 뿌리고 무럭무럭 자라라 스킬을 쓴 뒤, 막 양지를 소환해 정령술까지 쓴 용후가 돌아섰다.

"틀림없는 상급 마족입니다."

일렌은 중급 마족과도 맞붙어 싸웠던 자, 그랬으니 중급 마족과 상급 마족을 틀림없이 구분해낼 수 있을 터였다.

"거리는요?"

"걸어서 간다면, 2시간 정도 걸릴 거리입니다."

그렇다면 자신이 전력으로 달린다면 20분 안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자동사냥 스킬을 쓰고 가속까지 하면 10분 내에도 도착할 수 있고.

용후가 이쪽 스킬로 상급 마족이 있는 방향을 찾아낸 뒤, 수색조를 보내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게 한 건 상급 마족을 생포해 마계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마왕의 전투력과 휘하 병력의 수와 수준을 파악해야 했다.

예언 스킬이 보여준 꿈속에서 본 마왕은 3명. 그러나 3명이 다가 아닐 가능성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꿈속에서 마계의 모든 곳을 다 본 건 아니니.

물론 상급 마족을 생포한다 해도 마찬가지로 말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마물들, 그리고 하급 중급 마족들과도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성을 갖고 있고, 언어도 구사함에도.

하긴, 그렇다. NPC인 인간, 엘프, 드워프, 수인족들과는 자동번역이 이루어졌지만, 어느 정도 지성을 갖고 있고 투박하긴 해도 언어도 구사함에도 몬스터로 분류되어 있는 존재들은 자동번역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마족들도 경험치와 아이템을 주는 만큼 몬스터, 아마 상급 마족을 잡아도 자동번역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마족들은 마법을 쓴다. 하급 마족만 해도 수준급의 마법을 캐스팅도 없이 쓰고, 또한 듣도 보도 못한 마법도 구사했다.

중급 마족의 마법 수준은 그 이상이었고. 그러니 상급 마족이라면 언어 교환이 가능한 마법을 구사할 수 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런 마법을 쓸 수만 있다면, 쓰도록 만드는 건 쉽다. 이단 심문관의 권능을 통한 고문은 마족에게도, 오히려 마족에게 더 잘 통할 테니.

"발렌티 이단 심문관님."

미리 말을 해뒀기에, 용후가 부르자 발렌티는 바로 베이스 캠프를 떠날 준비를 마치곤 용후 쪽으로 왔다.

"이렇게 셋이서 갑니다. 안내하세요."

일렌이 앞장을 섰다.

상급 마족이라 해도 용후는 혼자 잡아낼 자신이 있었다. 자동사냥 스킬을 쓴다면 아주 간단히, 자동사냥 스킬을 쓰지 않아도 빛의 검과 스모크, 무한재생 스킬만 써도 어렵지 않게 잡아낸단 확신이 있었다.

그러니 거기에 소드 마스터가 보조를 해주고 이단 심문관 발렌티가 권능 버프와 나탈리의 힐 수준까진 아니나 대사제들의 힐 정도는 되는 힐을 써준다면 도망가려 한다 해도 놓칠 일은 없다.

"달립니다."

고농도의 마력에 인간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동물들. 암흑마력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 이유로, 마계 원정대는 단 한 필의 말도 갖고 오지 않았다. 베이스 캠프를 나오자마자 앞장을 서던 일렌이 달렸고, 그 뒤를 용후가, 이어 발렌티가 뒤따랐다.

당연히 소드 마스터나 용후만큼 체력이 뛰어난 건 아니지만 가혹할 정도의 육체 단련과 전투술을 익혀왔기에, 거기에 버프 권능까지 쓰며 달리자 발렌티가 뒤처지는 일은 없었다.

물론 일렌과 용후가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진 않아서였다. 그러나 충분히 질주라 해도 될 속도였다.

빠르게 상급 마족과의 거리가 좁혀져 갔다.

"정찰을 목적으로 혼자 움직이고 있는 듯합니다."

그럴 것이다. 그러니 혼자인 것이다. 마계 원정대의 전력도, 자신의 존재도 모르고 있기에 방심하고 있는 지금이 좋은 기회였다.

'전부 알아낸다.'

마왕성의 위치도, 전력도. 그 뒤엔 폭풍처럼 몰아붙인다. 모여 전략을 세우고 힘을 합쳐 반격을 해오기 전에 최대한 많은 마왕을 잡아야 한다. 그래야 승산이 있다.

* * *

하얀 재가 쌓인 대지 곳곳에 혈관처럼 여러 줄기의 용암이 흐르는 땅. 용후가 베이스 캠프를 나와 달리기 시작했을 때 상급 마족 주놀은 그 용암 대지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주놀이 갑자기 멈춰 섰다. 반대편 방향, 용암 지대로 들어서는 신경을 날카롭게 건드리는 기운을 감지해서였다.

같은 용암 지대에 있지만,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다. 혈관 용암 지대는 마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드넓은 지역이었다.

또한, 주놀이 탐색을 위해 기운을 멀리까지 퍼뜨리고 있던 것도 아니었다. 인간의 군대가 있는 지역은 아직 한참 더 가야 했기에 굳이 벌써부터 마력을 퍼뜨려 탐색할 필요가 없어서였다.

즉, 자연스럽게 몸에서 퍼지는 기운이 그렇게나 멀리까지 뻗어 나가고 있는 것이었다. 중급 마족과도 격이 완전히 달랐다.

"인간 주제에 감히……."

인간은 마물과 마족의 먹이다. 그 어떤 인간도, 그 어떤 인간의 군대도 마족과 맞서려 한 적은 없다. 당연하다.

마족들은 인간에게 있어 포식자다. 그런데 심지어 제 발로 마계로 들어와 전쟁을 걸어오다니. 정말 고작 인간과 이종족들이 모인 군대로 마계를 정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분노가 치민다. 마족을 마계를 두려워하지 않는단 그 생각만으로도.

보고에 따르면 마법과 권능 외에도 신묘한 힘을 쓴다지만 그래 봐야 종류만 다를 뿐 마법보다 차원이 높은 힘은 아니며, 그 힘을 쓰는 자들도 살과 뼈로 이루어진 인간이었다. 전부 중간계의 법칙과 한계, 그 범주 안에 있었다.

"마족이 마계가 무엇인지 알려주마."

마왕 크로조드로부터 받은 명령은 탐색과 조사. 탐색은 인간의 군대를 찾아내는 순간 끝이 나고, 조사야 지휘를 하는 인간 몇을 잡아 데려가면 끝날 일이다.

나머진 얼마든지 입맛대로 다룰 수 있다. 영혼만 잘 수거해 크로조드에게 가져간다면.

기대감에 키득 웃음을 흘린 주놀이 다시 전속력으로 속도를 내 움직였다. 그러나 1분도 지나지 않아 주놀은 다시 멈춰 섰다.

주놀의, 얼굴 한복판에 큼지막하게 세로로 자리한 붉은 외눈이 좌우로 크게 벌어졌다. 그 눈에 당혹감이 가득 번졌다.

"……?!"

혈관 용암 지대로 들어온 인간은 3명. 그런데 그중 한 명과의 거리가 그새 바짝 좁혀져 있었다.

"어?"

빠르다……!

뒤처져 있는 인간 둘도 인간치곤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그런데 그 둘과 떨어져 있는 자의 속도는 자신의 속도에 버금간다 해도 될 정도!

뭐지? 인간이 이렇게 빠를 수는 없다. 비행 마법을 쓴다 해도. 텔레포트 마법도 아니다. 텔레포트라면 뚝뚝 끊어지며 기운이 잡혀야 한다.

"이건……."

그저 달려오고 있었다. 제 발로. 그때, 시야에 인간의 모습이 보였다. 주놀의 얼굴에 당혹감이 더 퍼졌다. 혼자 자신과 싸우겠다? 날 마물로 아는 걸까? 아니, 이 속도로 달려오는 인간이라면 마나를 다룰 수 있는 자다. 그런 자가 자신을 마물로 착각했을 리는 없다.

-크하하아아아아아아!

주놀이 고개를 쳐들고 입을 쩍 벌려 피어를 터뜨렸다. 분노와 살기, 마력을 그득 담았다.

그러나 인간의 속도는 전혀 줄지 않았다. 자신이 누군지 알면서도 오고 있단 뜻!

주놀이 양 무릎 위로 솟아 있는 뼈를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리곤 검집에서 검을 뽑듯 뽑아냈다.

그냥 뼈가 아니었다. 칼처럼 날카롭게 벼려져 있었고, 휘어 있었으며, 검은 마력이 휘감겨 검강을 이루었다.

그런데 그때, 인간의 모습이 시야에서 휙 사라졌다. 어떻게 된 건지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작정하고 마력을 퍼뜨려도!

"……!"

주놀의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분노, 당황, 놀람, 불신, 여러 감정이 마구 뒤엉켜 있었다. 지금 이 상황이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아서였다.

용후가 스모크 스킬을 쓴 것이었다. 3강이었다. 연기를 더 넓게 넓게 퍼뜨릴 수 있었고, 기운마저도 감출 수 있었다.

그랬기에 상급 마족조차도 눈으로도 촉으로도 순간 용후를 완전히 놓치고 말았다.

그사이, 연기 상태 그대로 쇄도한 용후가 주놀의 등 뒤로 돌아 들어갔다. 그리곤 스모크 상태를 풀며 성검 덱커를 휘둘렀다.

"빛의 검!"

휘둘러지는 덱커의 검날에 순간 빛의 검이 휘감기며 검강을 이뤘다. 그리고 주놀의 허리로 파고 들어갔다.

그제야, 빛의 검이 허리를 반 가까이 자른 뒤에야 주놀이 비명을 터뜨리며 몸을 틀어 옆으로 빠져나갔다.

그러나 상처는 깊었다. 절단면을 뒤덮은 고차원의 신성력은 절단면의 재생을 막고 몸속으로 파고 들어가기까지 했다.

-……크헤에에엑!

주놀이 휘청이며 입으로 보랏빛이 도는 피를 한 움큼 쏟았다. 용후가 다시 쇄도해 들어갔다. 주놀이 뼈검을 휘둘렀다.

용후의 몸이 다시 연기로 변했다. 주놀의 뼈검이 허공을 갈랐다. 직후 성검 덱커가 휘둘러졌다.

주놀의 왼팔이 어깨 부위부터 말끔히 잘려 옆으로 날아갔다. 그사이 소드 마스터 일렌과 이단 심문관 발렌티도 도착을 했다.

일렌은 달아나려 하는 주놀의 길목을 막아서며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렀고, 발렌티는 권능을 써 신성력이 응축된 빛으로 이루어진 줄로 주놀의 몸을 포박하기 시작했다.

* * *

마족 주놀은 이단 심문관 발렌티의 고문을 견디지 못했다. 멀쩡한 상태였다면, 아무리 발렌티의 신성력이 용후와의 미궁 레이드를 통해 추기경과도 비슷할 정도까지 올랐다 해도 큰 고통을 주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용후가 빛의 검을 써 반죽음 상태로 만든 뒤에 고문 권능을 쓰고 있기에, 상급 마족이라 해도 몸부림을 치며 괴성을 질러대지 않을 수 없었다.

자살하지 못하도록 이도 전부 뽑았고, 마법을 쓰지 못하도록 마탑주 오렌펠을 시켜 퍼플 마석 수십 개를 사용한 안티 필드 마법진도 설치해 놓고 하는 고문, 결국 주놀은 입을 열었다. 입을 열기 시작하자, 그다음부턴 술술 불었다.

'7명이라…….'

3명 이상일 거란 생각은 했지만, 짐작한 것보다 더 많은 수다. 게다가 거느리고 있는 마물의 수는 수천에서 많게는 수만이라고. 마족의 수는 적게는 50이지만, 많게는 200도 넘는다 했다.

하지만 용후의 자신감이 꺾인 건 아니었다. 그럴 게, 게이트 앞에서 벌인 첫 전투로 잃은 병력 수는 제로다. 그렇게나 치열했음에도. 죽었던 자들이 불사의 대지 스킬로 전부 되살아났고, 효과 범위 밖에 있어 살아나지 못한 자들은 부활 스킬로 살려냈기 때문이었다.

물론 부활 스킬로 살려낼 수 있는 횟수는 유저도 3~4번이 한계, 그러나 불사의 대지엔 한계가 없다. 그리고…….

푸확!

-……키헥!

용후가 내찌른 검이 주놀의 이마를 관통해 후두부로 빠져나왔다. 그 즉시 주놀의 전신이 타오르며 재로 변해갔다. 빛의 검이 핵을 관통해서였다. 잠시 뒤, 재도 흔적도 남지 않고 사라지자 허공에 빛이 일렁이며 바닥으로 뭔가가 툭 떨어졌다. 용후가 그걸 주워들었다.

-열화판 현자의 돌의 파편을 얻었습니다

계속 나올 것이다. 지금 차고 있는 행운템보다 더 좋은 행운템이 드랍된다면 더 많이 얻을 수도 있다.

'분명 레전더리 등급의 행운템도 드랍이 된다.'

게다가, 경험치를 얻고 더 좋은 장비를 얻어 유저들도 NPC들도 전투를 할 때마다 강해진다.

또, 용후에겐 비장의 무기가 두 개 더 있었다. 하나는 마력포. 다른 하나는 마계 원정을 오기 전 마지막으로 스킬 자판기에서 산 일회성 스킬.

용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긴다.'

이길 수 있다.

"회색의 마왕 크로조드부터 잡도록 하죠."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크로조드의 마왕성이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 전 병력을 이끌고 가도 반나절 안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