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9
기적의 스킬 자판기 139화
"괴물…… 완전 괴물이야!"
"잡을 수 없어!"
"도망가!"
헨슬런 백작군의 얼굴이 경악을 넘어 공포에 젖어 있었다. 그들에게 용후는 악귀처럼 보였다.
셀터까지 몸에 두르고 빛의 검이 쿨타임에 걸렸을 땐 셀터의 오러 블레이드로 싸웠기에 검으로 막아도 방패로 막아도 한 번의 공격만으로 몸이 종이처럼 잘려나갔다.
기사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오러 블레이드를 쓰면 김용후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그뿐, 김용후의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했고, 두세 번의 공방이면 똑같이 허리가 잘리거나 목이 잘려 즉사를 당했다.
게다가 용후는 셀터의 마나 에너지를 전력으로 뽑아내며 싸우면서 마나 에너지가 바닥나면 그 즉시 퍼플 마석을 새로 끼워 넣어 쉴 새 없이 전장을 누볐다.
검술의 경지가 오를수록 셀터가 그 움직임을 완전히 따라가지 못하는 한계도 있기에 도틸런과의 전투에선 쓰지 않았지만, 다른 병사나 기사들을 상대로는 전력으로 검술을 구사할 필요가 없었다.
"저런 검술을 구사하는데 유저라는 게 믿어지지 않아."
"아군이라 망정이지…… 대체 총알하고 퍼플 마석이 어떻게 계속 나오는 거지?"
아군들마저도 김용후의 상식을 초월하는 무력에 공포심을 느꼈다. 강해도 너무 강했고, 어떤 상식에도 얽매여 있지 않았다.
그러나 김용후는 자신들의 편이었다. 악인도 악당도 아니었다. 오히려 정의의 사도라 할 수 있었다. 이번 영지전도 다르지 않았다.
이 영지전이 일어난 건 장벽 공사 때문이라 했다. 그걸 헨슬런 백작이 막기 위해 일어난 게 이 영지전.
"남의 영지에 장벽을 쌓는 것도 아니고 자기 영지에 장벽을 쌓는데 무슨 권리로 그걸 못 하게 하는 건데?"
"더구나, 소문에 의하면 김용후가 기적의 스킬을 통해 왕국에 재앙이 일어나는 예언을 봤고, 그 재앙을 막기 위해 장벽을 쌓는 거라던데."
게이트에 대한 내용까지 말하진 않았지만 용후의 지시를 받아 집사 제이번이 퍼뜨린 이야기였다. 남부의 대귀족과 전쟁을 벌이는 이유, 즉 자신의 명성을 깎지 않을 명분이 있어야 한다 판단해서였다.
적당한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건 나쁠 게 없지만, 두려움을 느끼고 큰 야욕을 갖고서 도를 넘고 있단 이미지를 만들어 좋을 게 하나 없기에.
"인과응보로군. 자기가 걸어온 전쟁이니, 목숨을 잃어도 억울하진 않겠지."
김용후가 적당히 헨슬런 백작을 물러나게 만들려는 걸로는 보이지 않자 나오는 말들이었다.
김용후는 그저 헨슬런 백작군을 도륙하고 있는 게 아니라 헨슬런 백작군의 중심부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쾅! 콰쾅! 화르르륵! 쾅!
갑자기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온 화염 덩어리들이 김용후의 주변에서 터지고 김용후의 몸에 명중하기까지 했다.
"으아악!"
"크악!"
"물러나!"
폭발과 화염에 휩쓸린 유저 몇이 한순간에 녹아내렸고, 그 광경을 본 다른 유저들이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러곤 아직도 화염에 휩싸여 있는 김용후를 바라봤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아무리 김용후라 해도 5서클 마법으로 보이는 저 불길 속에서 살아 있을 수 없단 생각과 김용후라면 저 불길 속도 멀쩡히 뚫고 나올 거란 생각을 함께했다.
"나온다!"
"멀쩡해!"
강철 골격에 휘감긴 양팔을 가슴 앞에 교차시킨 자세로 서 있던 김용후가 걸음을 떼 불길 속에서 걸어 나오기 시작했고, 잠시 뒤 근처에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녹아 있는 유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손에서 빛이 일렁이더니 빛이 시체로 옮겨갔다.
그러나 누가 봐도 틀림없는 시체였다. 숨이 붙어 있을 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그런데 힐이라니?
"힐이 아니야!"
한 유저가 소리쳤다. 그저 힐이었다면, 죽은 시체를 휘감은 빛은 진작에 꺼져버렸을 것이다.
그런데 빛은 아직도 시체를 휘감으며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또 다른 시체가 빛에 휘감겼다. 또 한 명. 그리고 또 한 명.
5서클 화염 마법에 휩쓸려 쓰러졌던 유저 5명의 시체가 전부 빛에 휩싸였고, 가장 먼저 빛에 휩싸였던 자의 몸이 마치 환골탈태를 하듯 불탄 피부를 벗으며 재생되기 시작했다.
녹은 갑옷까지 재생이 된 건 아니지만, 몸은 그으름 하나 없이 깨끗이 재생됐고, 급기야 몸을 움직이며 제 발로 일어나기까지 했다. 사방에서 탄성이 터졌다.
"사, 살아났다!"
"죽은 자가 살아났어!"
"김용후가 망자를 부활시켰다!"
부활 스킬이라니!
죽어도 죽지 않을 수 있단 생각에 아군은 더욱 사기가 올라 환호성을 터뜨렸고, 헨슬런 백작군은 더 큰 절망과 공포에 빠져들었다.
죽여 봤자 후유증조차 없이 다시 그대로 되살아난단 말이 아닌가!
현재 용후의 살아나라 스킬의 스킬 레벨은 6, 하루에 12명을 살려낼 수 있을 뿐이지만 아군과 적군 모두의 눈엔 무한히 살려낼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용후가 더욱 속도를 내, 그리고 더 수월하게 헨슬런 백작군의 중심부를 향해 나아갔다.
* * *
"죽은 자를 살려냈다니?!"
5서클 마법사가 마석과 마법진을 사용해 증폭시켜 쏜 마법으로도 김용후를 잡지 못했단 보고와 김용후가 죽은 자를 부활시켰단 보고를 들은 헨슬런 백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더 자세히 설명해!"
"번 플레어에 맞아 녹아내린 유저 5명을 3~4초 간격으로 살려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살아난 자들은 바로 전투에 투입해도 될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바로 전투에 합류한 자가 셋이나 됩니다."
헨슬런 백작이 어이가 없단 표정을 지었다. 거짓 보고가 아닌가 하는, 김용후에게 넘어간 첩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 정도로 너무도 황당한 보고였다.
게다가…….
되살려낸 자들은 기사도 아니고, 높은 레벨의 유저도 아닌 자들. 그런 자들을 살려냈다면, 부활시킬 수 있는 횟수가 무한대까진 안 될지 몰라도 많은 수를 살려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용후는?"
어디까지 와 있느냔 말이었다,
"계속 싸우고 있습니다. 이 속도를 계속 유지한다면 1시간 안엔 이곳까지 오게 될 것입니다."
수백이 아닌 수천의 병력이다. 그 병력을 혼자 뚫고 들어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일인군단 소리를 듣는 소드 마스터라 해도 그건 불가능한 일. 쉬지 않고 계속 오러를 쓸 순 없기 때문이다.
오러를 쓰지 못하게 되면, 그저 높은 경지의 검술만으론 다수의 적을 상대론 한계에 다다르게 될 수밖에 없다.
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체력이 떨어지면 당연히 전투력은 점점 떨어지게 되니.
그러나 김용후는 쉬지도, 움직임이 둔해지지도 않았고, 오러 블레이드도 계속 쓰고 있었다.
'도틸런이 잡혔을 때, 이 공성전은 이미 실패했다.'
라마드 국왕의 그림자 기사도 잡지 못한 김용후를 누가 잡는단 말인가. 게다가 죽은 자까지 살려내고 있다.
그렇게 되면 병력 수에서도 자신이 우위라 할 수 없다. 헨슬런 백작이 몸을 떨었다.
"후퇴! 후퇴한다."
빨리 자신의 성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과연 성으로 돌아간다 해서 안전할까? 김용후가 어떻게 나올까.
헨슬런 백작의 머릿속이 엉켜 들었다.
* * *
헨슬런 백작군이 일제히 북쪽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자 용후는 즉시 자동사냥의 컨트롤을 바꿨다.
'최대한 빨린 헨슬런 백작 앞으로.'
헨슬런 백작군의 병사와 기사 중엔 악명을 가진 자들이 많았다. 또, 악명을 갖고 있지 않은 자들을 잡아도, 죽이진 않고 전투 불능에만 빠트려도 명성이 올랐다.
또한, 자신에게 공포심이나 경외심을 느껴도 오르는 듯했다. 그 덕분에 적군뿐 아니라 아군들을 통해서도 명성이 올랐다. 그렇게 쌓은 명성 수치가 엄청났다.
그랬기에 그저 헨슬런 백작이 있는 곳을 향해 내달리면 더 빨리 갈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헨슬런 백작을 잡는 것! 용후가 속도를 냈다.
'두고두고 계속 날 방해할 자야.'
자신에게 적개심을 갖게 됐고, 그 적개심을 키워왔으며, 영지전으로까지 번진 상대. 절대 손을 잡을 수 없는 자다.
그러니 이 기회에 확실히 제거하기로 했다. 용후의 몸이 전속력을 내 앞으로 내달렸다.
김용후를 막으란 명령을 받은 병사와 기사들이 앞을 막아서며 공격했으나 용후의 몸은 그런 자들을 깡그리 무시하며 부상을 입으면서도 달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막아! 막으란 말이다!"
"인페르노!"
"라이트닝 월!"
쾅! 콰쾅!
파지지지직!
거대한 불기둥이 용후의 발밑에서 치솟고 뇌전 줄기들이 줄줄이 떨어지며 마치 장벽처럼 용후를 막아섰지만 그럼에도 용후를 멈추게 하진 못했다.
물론 용후는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셀터의 항마력을 뚫고, 마룡의 뼈갑옷을 뚫고, 용후의 몸이 가진 항마력까지 뚫고 난 뒤의 마법들의 공격력은 절반 이하로 떨어져 있었다.
그랬기에 용후의 재생력은 순식간에 마법 공격에 의한 상처들을 재생시켰다. 또, 신체 일부가 잘리거나, 내장이 쏟아지는 상처는 쓰다듬으면 다 고쳐 스킬을 써 더 빠르게 재생시켰다.
그랬기에 결국 20분도 지나지 않아 용후의 눈에 헨슬런 백작의 모습이 보였다.
그즈음 자동사냥의 유지 시간이 끝나가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자동사냥 상태가 아니라 해도 용후는 빨랐고 충분히 강했다.
투앙! 투앙! 투앙!
달려드는 기사들을 향해 리볼버(+7)를 쏴 갈겨 줄줄이 쓰러뜨리고 날아오는 마법들은 그저 양팔을 교차시켜 막아낸 용후가 다시 헨슬런 백작을 향해 달렸다.
"쓰다듬으면 다 고쳐."
쿨타임이 끝난 쓰다듬으면 다 고쳐로 몸 곳곳에 난 상처들을 한순간에 다 치료한 용후가 이어 또 다른 스킬을 썼다.
"스모크!"
용후의 몸이 연기로 변했다.
지척까지 다가와 휘두른 기사 둘의 검이 연기 사이를 가르고 지나갔다. 용후가 연기가 된 몸을 사방으로 퍼트려 기사들의 오러 블레이드를 정확히 피해낸 것이었다.
기사와 병사들이 허둥거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빠르게 날고 있는 연기를 눈으로 찾아내진 못했다.
"막아! 찾아내!"
"보, 보이지 않습니다!"
그때였다. 용후가 헨슬런 백작의 바로 뒤에서 나타났다. 등 뒤에 도착하자마자 스모크 상태를 푼 것이다.
아무것도 둘리지 않은 성검 덱커가 휘둘러졌다. 헨슬런 백작의 목이 잘려 머리가 허공을 날았다.
난 건 잠시, 바닥으로 툭 떨어진 머리가 핏물이 흐르는 바닥을 몇 바퀴 구른 뒤 멈췄고, 머리를 잃은 몸은 그 자리에 허물어졌다.
주변이 정지를 시킨 듯 일제히 멈췄다. 용후만 움직였다. 찰팍찰팍, 피가 흐르는 바닥을 밟으며 걸은 용후가 잘린 헨슬런 백작의 머리를 쥐곤 높이 들어 올렸다.
헨슬런 백작군이 비명과 경악성을 터트리며 우르르 물러서고, 기사와 마법사들 몇은 그 자리에 주저앉거나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용후는 굳이 쫓지 않았다. 영지전은 끝났기에. 용후의 눈앞에 0을 빠르게 세기 힘들 정도로 높은 명성 획득 알림창이 떠올랐다.
* * *
왕궁.
"영지전이 시작된 지 얼마나 됐다고?!"
도틸런이 김용후에게 잡히고, 헨슬런 백작까지 김용후의 검에 목이 잘려 죽었다니!
생각지도 못한 보고였다. 이렇게까지 한다고? 소름이 돋고 두려움이 밀려들었다.
도틸런이 김용후에게 잡힐 수도 있단 생각을 아예 안 한 건 아니기에 놀라긴 했어도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헨슬런 백작의 죽음은 그렇지 않았다.
아무리 전장에서 직접 지휘를 하고 있었다 해도, 백작의, 대귀족의 목을 전장에서 베는 경우는 그 전례가 없다.
생포한 뒤 몸값을 받고 풀어주는 게 상식. 발에 채일 정도로 많고, 돈이 있으면 작위를 살 수도 있는 남작 자작 작위 영주들의 영지전과는 다르다.
그런데 죽였다? 그리고 김용후는 그 잘린 머리를 보란 듯이 잡아 들어 올렸다고 한다.
"김용후 이놈……."
라마드 국왕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자신이 헨슬러 백작에게 도움을 줬단 사실을 아예 짐작조차 못 하고 있진 않았을 터다. 갑자기 없던 소드 마스터가 헨슬런 백작에게 생겨났으니.
그러나 도틸런은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그림자 기사, 아무리 뒤를 캐도 자신이 헨슬런 백작을 도왔단 증거를 찾을 순 없기에 도틸런을 헨슬런 백작에게 내어준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김용후는 국왕인 자신에게 대놓고 적의를 드러내거나 척을 지는 행동을 할 수 없으니. 그런데도 헨슬런 백작의 목을 쳤다.
자신과의 관계를, 왕가와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절대 이렇게 행동할 순 없다.
"왕조차도 두렵지 않다 이 말인가."
분노심이 들끓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공포심도 느꼈다.
도틸런은 왕국 최고의 검사는 아니다. 그러나 김용후는 도틸런을 그리 어렵지 않게 잡아냈다고 한다.
그리고, 헨슬런 백작의 주변에 얼마나 많은 자들이 호위를 하고 있었겠는가. 그뿐만 아니라, 영지전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 병력도 많이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걸 다 뚫고 헨슬런 백작의 목을 홀연 단신으로 벴다.
그 말은 누구 됐든, 국왕인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단 뜻이었다. 김용후에겐 그렇게 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이미 그 힘을 갖췄다.
게다가…….
'죽은 자를 부활시켰다?'
들어본 적이 없는 보고. 새로운 스킬이 생겨난 것이다. 기적의 스킬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김용후는 지금보다 더 강해질 것이다.
'그 스킬 파는 상자를 손에 넣어야 해.'
김용후를 이대로 두면 그의 검은 반드시 자신의 목으로도 향해질 것이다.
또, 그게 아니라 해도 라마드 국왕은 기적의 힘을 손에 넣고 싶었다. 무엇이든 해내는, 신의 힘이라 해도 될 그 힘을. 응당 왕인 자신이 가져야 할 힘이었다.
스킬은 유저들만이 쓸 수 있지만, 자신에게 종속된 유저에게 익히게 해 부린다면 자신의 힘이나 다름없다.
그때, 크게 울린 노크 소리에 라마드 국왕이 상념에서 빠져나왔다.
"들라."
알현실로 들어온 고위 행정관이 다급한 얼굴로 보고를 했다.
"폐하, 게이트의 마법진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일주일을 버티기 힘들 것이다. 예상보다 더 빨랐다. 라마드 국왕의 얼굴이 일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