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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129화 (129/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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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 129화

용후가 셀터를 장착시켜 게이트 안으로 보낸 마도 마법 인형의 이름은 에린. 수백 기의 마도 마법 인형 중 한 기일 뿐이었다.

그러나 셀터를 착용하고 오러 블레이드를 휘두르며 몰려드는 마물들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에린이 내뿜는 존재감은 강렬했다.

-키헤에에엑!

에린이 한 박자 빠르게 휘두른 오러 블레이드가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며 다리보다 더 길고 갈고리 같은 손가락이 7개나 달려 있는 팔을 휘두른 그레거의 심장을 정확히 관통했다.

에린이 만들어낸 오러 블레이드에 셀터의 오러 블레이드까지 더해지면서 길이와 두께가 바스타드소드보다 더 길어졌고, 그뿐만 아니라 공격력도 두 배 이상 늘어났기에 그레거는 그대로 절명하며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쿠웅!

이어 에린이 빙글 회전하며 절도가 있으면서도 변칙 공격이 중간중간 섞이는 공격을 펼쳐 나갔다.

셀터를 두르지 않았다면 레벨이 100레벨 초반대인 에린이기에 아무리 검술 실력이 뛰어나도 그레거들을 이렇게 도륙하진 못했을 것이다.

에린이 두르고 있는 셀터는, 오히려 용후가 착용했을 때보다 더 큰 폭으로 전투력을 올려주고 있었다.

그 덕분에 마법사 둘이 빠졌음에도 용후와 성기사들은 계속 그레거들이 게이트에서 나오자마자 처리해 나갈 수 있었다.

-레벨이 오릅니다

-대륙 전역에 명성이 2,300 오릅니다

이로써 12레벨업을 했고, 명성은 30만 이상을 올렸다.

이 기세면 길태현과의 공성전 때보다 더 광렙을 하고 명성도 더 많이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용후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그레거들의 수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였다.

게이트 너머, 사거리 쪽에서 검은 무리가 바글바글 모여드는 게 보였다.

전부 그레거들이었다. 200마리, 아니 이번엔 300마리도 넘을 듯했다.

'정말…… 지구가 이 마물들로 뒤덮여 멸망해 버린 건가?'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았다.

'모조리 죽었을 거야.'

이 마물들이 아니라 해도, 코로 들이쉬는 것만으로도 장기에 데미지가 쌓일 듯한 이 암흑마력이 지구에 퍼져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절대 살아가지 못할 것이다.

'저 마물들이 이 세계로 넘어온다면…….'

그 생각을 하자 소름이 돋았다.

"저건 또 뭐야?!"

"뭐가 저렇게 커?"

"용후 님!"

사제와 성기사들이 경악성을 터트리며 용후를 돌아봤다. 용후도 보고 있었다.

"중급 마물 쿠레커스……."

상태창에 떠 있는 이름이었다. 레벨은 300이 넘었다. 키는 그레거들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컸고, 몸집은 그레거 두 마리를 합친 것보다 더 크고 또 두껍기도 했다.

게다가 전신이 가죽이 아닌 껍질로 뒤덮여 있었다. 마치 게 껍데기를 전신에 두르고 있는 듯한 모습.

팔은 그레거들과 똑같이 7개의 칼날 같은 손가락으로 이루어져 있고, 오른손엔 그레거들과 달리 거대한 양날 도끼를 쥐고 있었다.

-쿠허어어어어엉!

쿠레커스가 쿵쿵 지축을 울리며 걸어오며 고개를 쳐들곤 포효를 터트렸다. 그러자 그레거들도 그 포효를 따라 괴성을 내지르고 더 흥분해 날뛰기 시작했다.

앞에 있는 그레거들을 밀쳐대는 정도가 아니라 이젠 아예 타고 넘으며 미친 듯 에린에게 몰려갔다. 게다가 쿠레커스도, 그레거들을 발로 차고 손으로 집어 던지고 도끼로 내리찍으며 길을 열어 에린에게 내달렸다.

"에린, 돌아와!"

300기만 넘지 않으면, 마석을 써 몇 기든 다시 만들 수 있는 마도 마법 인형이지만 파괴당하는 걸 보고 싶진 않았다.

그러나 에린은 그레거들을 뚫고 게이트 앞까지 왔지만 게이트로 들어오진 못했다.

'역시 한 번 넘어가면 돌아오지 못하는 건가.'

그럴지도 모른단 생각도 했지만, 에린과 에린이 차고 있는 셀터가 파괴될 거란 생각에 용후의 미간이 구겨졌다.

퍼플 마석을 쓰면 셀터도 다시 만들어낼 수 있고, 여분으로 이미 만들어 인벤토리에 넣어둔 것도 있지만 쉽게 구하기 힘든 퍼플 마석이기에 아깝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에린도 셀터도 충분히 값을 했다. 덕분에 마법사들이 마법진을 거의 다 완성시켰으니.

"이제 30분! 30분 안에 완성할 수 있습니다!"

"조금만 더 버텨주십시오!"

그때, 게이트 너머에서 굉음이 터졌다.

쿠레커스의 양날 도끼가 아스팔트 도로에 박히며 바닥을 주저앉히는 소리였다.

셀터의 외골격에 둘려 있는 에린의 왼팔이 허공을 핑글핑글 돌며 옆으로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인형이기에 팔이 잘리고도 고통을 느끼지도 판단력을 잃는 일도 없이 전투를 이어나갔지만, 5분도 버티지 못하고 이번엔 허리가 통째로 양단돼 나누어진 상체와 하체가 바닥으로 떨어져 굴렀다.

그리고 쿠레커스는 게이트 앞에 바글바글 모여 있는 그레거들을 향해 양날 도끼를 휘둘러 에린과 똑같이 허리를 양단해 쓸어버린 뒤 게이트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흐힉!"

"들어옵니다, 들어와요!"

사제와 성기사들이 질린 얼굴로 그런 소리를 내며 뒷걸음질을 쳤다. 이단 심문관도 물러서진 않았지만 몸을 부르르 떠는 게 보였다.

용후가 쿠레커스의 머리를 겨냥해 리볼버(+4)의 방아쇠를 당겼다.

투앙!

티잉!

총알이 박혔다.

껍질로 이루어진 외피를 뚫고 들어가진 못한 것이다!

투앙투앙!

용후가 리볼버(+4)를 더 쐈다. 그러나 두 발도 똑같이 외피에 박히기만 했다.

데미지가 거의 없는지 쿠레커스는 멈추지 않고 계속 게이트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용후가 인벤토리에서 셀터를 꺼냈다.

셀터 앞에 양팔을 벌리고 서자, 셀터의 외골격이 용후의 몸을 휘감았다.

장착은 순식간에 끝났지만, 그 사이 쿠레커스도 게이트 밖으로 완전히 몸을 꺼내는 데 성공했다.

-크허어어어어엉!

용후를 내려다보며 입을 쩍 벌려 들쭉날쭉 돋아난, 하지만 단검처럼 길고 날카로운 이빨들을 훤히 드러내며 포효를 터뜨린 쿠레커스가 용후를 향해 돌진했다.

용후가 신물급 성검 덱커에 빛의 검을 두르며 외쳤다.

"자동사냥!"

셀터를 몸에 두르며 빨라진 용후의 몸이 더욱 빨라졌다.

쩌엉!

검은 기운을 휘감고 있는 쿠레커스의 도끼와 덱커에 깃든 강력한 신성력에 의해 눈이 시릴 정도로 빛나는 용후의 빛의 검이 충돌하며 거대한 후폭풍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용후는 밀려나지 않았다. 용후가, 쿠레커스가 도끼를 회수하기 전에 쿠레커스의 안쪽으로 파고 들어갔다. 그리고 빛의 검을 휘둘렀다.

사제와 성기사들이 탄성을 냈다.

* * *

쩌엉!

'……허!'

무슨 방어력이!

정타였다. 빛의 검을 휘둘러 가슴에 명중시킨 정타! 그런데도 쿠레커스의 가슴 외피는 뚫리지 않았다.

아예 끄떡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빛의 검을 휘두를 때마다 빛의 검이 외피를 깨부수며 파고들긴 했다.

그러나 방어력만 높은 게 아니라 두껍기도 엄청 두꺼워, 빛의 검이 끝까지 뚫지 못하고 중간쯤에서 멈췄다.

게다가 빛의 검을 뽑아내면, 순식간에 부서진 외피를 복구해 버렸다.

'몬스터와는 차원이 달라.'

레벨만 더 높은 게 아니다. 지능과 전투 센스도 상당해 자동사냥 상태인데도 공격을 피하기가 쉽지 않았다. 계속 아슬아슬하게 쿠레커스의 도끼 공격을 피해냈다.

쩌엉!

-키헤엑!

푸쉬이이익!

빛의 검을 도끼로 막아 튕겨낸 쿠레커스가 돌진해 들어오며 휘두른 세 번의 도끼 공격은 전부 막아내고 흘려냈지만, 거의 동시에 뒤에서 달려든 그레거의 공격은 막지 못해 용후의 허리에 세 줄기 선이 그어지고, 그 선들이 벌어지며 피가 뿜어져 나왔다.

'염력!'

용후가 쿨타임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새로 염력을 쓰고 인벤토리에서 최상급 포션을 꺼내 코르크 마개를 따 등의 상처 부위에 쏟아부었다.

콸콸콸!

자동사냥 상태가 아니었다면 쓰다듬으면 다 고쳐 스킬을 썼겠지만, 빛의 검처럼 먼저 쓴 스킬은 유지가 되지만 자동사냥 상태 도중에 다른 스킬을 쓸 순 없었다.

그래도, 용후의 암흑마력 저항력 수치가 워낙 높아 상처는 꽤 빠르게 아물어갔다.

투앙! 투앙투앙! 투앙!

뒤로 물러난 용후의 몸이 게이트를 넘어오는 그레거들을 향해 리볼버(+4)를 연달아 다 쐈다.

쿠레커스와 달리 그레거들은 총알 한 발에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에 푹푹 고꾸라졌다. 그러면 성기사들이 달려들어 숨통을 마저 끊었다.

그러나, 그렇게 거리를 벌리기 무섭게, 쿠레커스가 용후에게 돌진해왔다.

'이대론 안 돼.'

초조한 걸 넘어 용후는 섬뜩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쿠레커스 같은 중급 마물이 과연 이 한 마리일까.

그리고 중급 마물이 있다면 상급 마물도 있을 것이다. 그런 괴물들이 저 게이트를 타고 몰려나오면 이 세계는 금방 지옥으로 변한다.

반드시 저 게이트를 막아야 돼!

'생각하자. 잡을 방법을. 스킬에만 맡겨두지 마!'

스스로에게 외친 용후가, 쿠레커스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쿠레커스의 몸 곳곳을 살폈다.

그렇게 잠시, 용후의 눈에 쿠레커스의 몸 측면에 있는 이음새 같은 부분이 보였다.

외피만 게딱지 같은 게 아니라 몸의 구조도 비슷했다. 그렇다면…….

'측면 이음새를 공략해!'

자동사냥 스킬이 용후의 컨트롤에 반응하며 그 즉시 움직임을 바꿨다. 공격을 일절 하지 않고 방어와 회피만 하며 쿠레커스의 측면으로 돌아 들어가, 기회를 보다가 정확히 이음새 부분에 빛의 검을 꽂아 넣었다.

이어 빛의 검을 그대로 밑으로 내리그었다.

-크허어어어어엉!

쿠레커스가 비명을 터트리며 용후의 몸을 향해 팔을 휘둘렀다. 용후의 몸이 재빨리 뒤로 물러나 팔 공격을 피해냈다.

직후 쿠레커스가 잘린 이음새에서 검은 핏줄기를 뿜어내며 휘청였다. 용후의 몸이 다시 달려들었다.

그리곤 다시 이음새에 빛의 검을 박아 넣곤, 지렛대처럼 외피를 벌리고는, 반대쪽 팔을 그 틈새로 집어넣어 외피를 게딱지 벌리듯 벌리기 시작했다.

쩌저저저적!

쿠레커스의 외피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셀터까지 두르고 있어 근력이 몇 배로 상승했기에 가능한 일! 벌어진 틈으로 엄청난 양의 핏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용후의 몸이 아예 상체 외피를 전부 뜯어낸 뒤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보였다. 가슴 정중앙 부분에 붉은빛을 내고 있는 무언가가.

'저게 핵이다!'

용후가 다시 달려 들거라 생각했는지, 쿠레커스가 포효를 터뜨리며 도끼를 허공에 마구 휘둘렀다.

그러나 용후의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리볼버(+4)를 들어 올렸다. 용후가 염력을 사용해 탄창을 열고 총알 3발만 재빨리 넣은 뒤 탄창을 닫았다.

용후의 몸이 그 즉시 방아쇠를 당겼다.

투아아앙!

총알 3발 전부 핵에 명중했다. 가슴이 동그랗게 뚫린 쿠레커스가 무릎을 꿇으며 뒤로 넘어갔다.

쿠우웅!

-레벨이 오릅니다

-레벨이 오릅니다

-레벨이 오릅니다

-대륙 전역에 명성이 13,000 오릅니다

그때 마법사들이 외쳤다.

"마법진이 완성됐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게이트 주위에 그려진 마법진이 빛을 뿜어냈다. 그리고 게이트에 빛을 내는, 마치 거미줄 같은 선들이 쭉쭉 촘촘하게 그어지기 시작했다.

* * *

"성공입니다……!"

"다행입니다!"

"하지만…… 한 달…… 길어야 두 달입니다. 그 이상은 버틸 수 없습니다."

"그럼 그때 다시 이 마법진을 설치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한 사제의 말에 마법사 둘이 똑같이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합니다. 마법진을 설치하는 내내 게이트가 품은 암흑마력의 기운이 커졌습니다. 또 게이트의 넓이도 커졌고요. 다음에 거미집진을 칠 땐 암흑마력의 양이 더욱 많아지고 게이트의 크기도 더 커질 텐데, 그땐 거미집진을 두르지 못할 겁니다. 둘린다 해도 제대로 힘이 담기지 못할 겁니다."

"그럼 더 상위의 마법진을 두른다면……."

그러나 이번에도 마법사들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마법진은 없단 뜻.

"허……."

"그럼 한두 달 뒤엔 다시 이 게이트가 열리게 되고, 다신 이 게이트를 막지 못한단 말입니까……!"

그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이 됐기에 게이트 주위에 서 있던 자들의 얼굴이 전부 창백해졌다.

그러곤 하나둘 용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혹시 김용후라면, 김용후의 기적의 스킬이라면 이 게이트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는 것이었다.

물론, 그런 스킬이 있었다면 직접 막지 마법사들에게 마법진을 설치하게 하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혹시 싶었다.

"용후 님, 정말 방법이 없겠습니까?"

"……."

용후는 대답하지 않았다.

깊은 생각에 잠겨 있어서였다.

'이 게이트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하나. 현자의 강화석으로 절대 안 열려 스킬을 강화시켜 스킬로 틀어막는 것뿐이다.'

하지만 현자의 강화석은 열화판이 아닌 진짜 현자의 돌의 파편이 있어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현자의 돌의 파편은 돈이 있다고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갖고 있는 자가 누군지 알아낸다 해도, 그리고 세계를 멸망의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필요하단 말을 해도 그자는 현자의 돌의 파편을 내놓지 않을 수도 있다.

어찌어찌 충분한 양의 현자의 돌의 파편을 구한다 해도, 그 전에 게이트가 다시 열리고 마물들이 세계에 퍼진다면, 지구에 있는 마물들이 일부만 넘어왔다 해도, 마법과 오러와 스킬이 있는 세계라 해도, 이 세계도 재앙과도 같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더욱 강해져야 돼.'

자신도, 그리고 영지도.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일단…….'

스킬 자판기를 더 산다.

길태현을 잡고 마물 수백 마리를 잡으며 많은 명성을 얻었다. 팔켄 마을로 돌아가면 스킬 자판기에서 스킬을 하나 더 살 수 있을 것이다.

용후가 입을 열었다.

"각자 교회로, 마탑으로 돌아가 방법을 찾아 주십시오. 저도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리고, 현자의 돌의 파편을 구해 제게 준다면, 제가 해결책을 찾아낼 확률이 훨씬 높아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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