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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125화 (125/153)

# 125

기적의 스킬 자판기 125화

"……!"

길태현의 눈이 마구 흔들렸다. 절정으로 치솟은 흑염 속에서 김용후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심지어 비틀대지도 않았고 급하게 튀어나오는 움직임도 없었다.

그때, 김용후가 밖으로 완전히 빠져나왔다. 길태현의 눈이 더 커졌다. 상처를 안 입은 건 아니다. 몸 곳곳에 본스피어도 박혀 있었다.

그러나 김용후는 너무나 멀쩡했고 녹아내린 피부와 살, 근육들이 마치 트롤처럼 재생되고 있고, 그렇게 살아 있는 생물처럼 움직이며 재생되는 근육 다발들이 본스피어까지 쑥쑥 뽑아냈다.

"하아……."

재생력 스탯도, 재생력 스킬도 있지만 아무리 그 스탯이 높고 맥스까지 스킬 레벨을 올린다 해도 잘해야 트롤 정도다.

그런데 김용후의 재생력은 트롤의 재생력조차도 아득히 넘어 있었다.

'그리고 저 뼈 갑옷은 또 뭔가.'

뼈 갑옷에 그을음조차 없었다.

'잠깐…….'

길태현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어어?!"

설마! 그럴 리가!

그러나 느껴지는 기운은 틀림없는 마룡의 기운이었다. 마룡을 직접 본 적은 없다.

그러나 벨베른이 갖고 있던 마룡의 눈을 본 적은 있기에 길태현은 마룡의 기운이 어떤 건지 알고 있었다.

지금 김용후의 뼈 갑옷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마룡의 눈에서 느꼈던 기운과 흡사했다. 그리고 훨씬 더 강렬했다.

'설마 마룡의 등뼈로!'

그 마룡의 등뼈라면 충분히 저 뼈 갑옷을 만들고도 뼈가 남게 될 것이다.

"드워프!"

어디서 어떻게 인연이 닿은 건지 김용후를 따르는 드워프가 있었다. 그것도 셋. 지금도, 뚫린 성문 안으로 들어가는 부르간 자작의 병사들을 가장 선두에 서서 잡아내고 있었다.

모든 드워프들은 인간 대장장이완 비교도 안 되는 야장술을 가진 명장들이다.

그런데 더구나 셋이 힘을 모은다면 마룡의 등뼈를 충분히 다뤄 레전드리 등급의 뼈 갑옷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었다.

"안 돼! 안 돼에에!"

그럼 지금까지 자신은 있지도 않은 마룡의 등뼈를 김용후로부터 빼앗겠다며 이 일을 벌인 것이다.

마룡의 등뼈를 뺏는 데 성공했다면 이후엔 어디 산맥 깊숙한 곳에 결계를 쳐놓고 틀어 막혀 악마 소환식에 집중하면 그만이지만, 마룡의 등뼈를 가진 다른 자를 찾아내려면 왕국, 아니, 대륙 전역을 돌아다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왕과 교황청의 표적이 된 상태에선 당연히 운신에 큰 제약을 받게 될 터. 스스로 자충수를 둔 셈이었다.

길태현이 몸을 돌렸다. 무슨 수를 써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물론 도망간다 해도 길태현은 죽은 목숨이었다.

사마환을 먹었기에 이미 산 자가 아닌 언데드 상태. 몸속의 암흑마력은 지금도 빠져나가고 있고, 암흑마력이 다 빠져나가면 언데드 형태조차 유지하지 못하고 가루로 변해 소멸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보다 암흑마력이 다 빠져 죽게 되는 게 아이템이 드랍될 확률이 훨씬 낮다.

'김용후가 행운 스탯의 가치를 모를 리 없어.'

분명 상당히 높은 행운 스탯을 갖고 있을 것이다.

지금 길태현이 인벤토리에 갖고 있는 아이템은 대부분 잃어버려선 안 될 물건들이었다.

"김용후 막아!"

길태현이 다시 폭탄 언데드 스킬을 쓰며 외쳤다. 주변에 있던 언데드들의 외형이 변하며 더욱 빨라진 속도로 용후를 쫓았다.

그러나 스무 마리의 폭탄 언데드들이 터지며 생긴 흑염 속에서도 멀쩡했는데 한두 마리 두세 마리가 터진 정도의 불꽃에 용후가 멈출 리 만무.

"양지!"

용후가 땅의 정령을 불러냈다. 그리고 명령을 내리자 길태현이 달리고 있는 전방의 바닥이 치솟았다.

길태현이 비명을 지르며 멈춰 섰다.

네크로맨서인 만큼 신체 능력이 그리 대단치는 않다고 해도 길태현 정도 레벨이면 서너 번을 치는 정도로 부술 수 있었지만, 워낙 높게 치솟은 돌벽의 위압감에 지레 깨부수기 힘들단 생각을 하며 위축이 돼버린 것이었다.

그사이 좌우, 그리고 뒤에서도 돌벽이 솟아나 길태현을 가뒀다.

그 직후, 뒤쪽의 돌벽이 좌우로 갈라지며 강철 골격을 칭칭 휘감고 있는 김용후가 튀어나왔다.

그러곤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촥!

"아악……!"

길태현의 목이 단숨에 잘려 머리는 옆으로 날아가 돌벽에 부딪혀 바닥에 떨어지고 몸은 그 자리에 허물어졌다.

그 템 내 거 스킬로 찍어둔 아이템이 용후의 인벤토리로 들어오고, 이어 높은 행운 스탯에 의해 드랍템이 3개나 생겨나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대륙 전역에 명성이 10,000 오릅니다

직후 공성전에 참가한 유저들의 눈앞에도 퀘스트 클리어 보상창이 줄줄이 떠올랐다.

"역시 김용후!"

"보상 진짜 대박이네!"

"이겼다!"

바로 몸을 돌린 용후가 부상자들을 치료하며 성으로 향했다. 큰 상처를 입어 암흑마력이 전신에 퍼진 자들은 완치까지 시키진 못했지만, 그래도 경험치는 착실히 들어왔다.

그때 용후의 입가에 씩 미소가 지어졌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알림창이 떴기 때문이었다.

-쓰다듬으면 다 고쳐 스킬이 MAX가 됩니다

* * *

마을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용후는 박정석의 마차를 타고 비리마 성으로 갔다.

드디어 암흑마력에 의한 상처까지도 고칠 수 있게 됐기 때문. 사제 나탈리, 그리고 이전 벨베른 토벌 퀘스트 때 부상을 입었던 자들에게 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된 것이다.

나탈리는 바르뎅 마을 교회 소속의 사제지만 비리마 성에 있는 사제들의 치료술이 더 뛰어나기에 비리마 성의 교회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교회에 도착한 용후는 일단 대주교를 만나 간단히 인사를 하고 바로 나탈리가 있는 치료실로 갔다.

"용후 님……."

침대에 누워 있다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용후를 본 나탈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상체를 들었다. 용후가 그런 나탈리를 손으로 말리며 침대 앞으로 다가갔다.

"누워 계세요."

안색이 좋지 않은 것만 봐도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몸이 많이 약해져 있단 걸 알 수 있었다.

안색만이 아니라 살도 많이 빠져 있었다.

그나마 자신이 특별히 더 치료에 신경을 써 달라 했기에 이 정도지 다른 환자들의 상태는 더 안 좋을 것이다.

"사제님을 치료해드리러 왔습니다."

"정말……이신가요? 정말 완치될 수 있는 건가요?"

나탈리가 몸을 가늘게 떨었다.

소세토 유적지 이후 긴 시간이 흐른 만큼 나탈리는 내심 포기를 했다.

김용후가 반드시 치료를 해주겠다 말했을 땐 그 말을 믿었지만, 점점 약해지는 몸은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었고 언제부턴가 죽음을 받아들이게 되었던 것.

그런데 이렇게 자신을 치료해주겠다 오다니. 나탈리는 지금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싶었다.

"꿈이 아닙니다.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나탈리가 고개를 저었다.

교황청의 사제들도 치료하지 못하는 암흑마력에 의한 상처, 그런 상처를 치료하는 치료법을 찾는 게 쉬울 리가.

자신을 잊지 않고 그 치료법을 계속 찾았고, 끝끝내 찾아냈단 사실에 나탈리는 용후가 마치 강림한 신처럼도 보일 정도였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나탈리가 성호를 긋고 용후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주륵 흘렸다.

'어쩌면 김용후는 정말 신이 보낸 사자일 지도, 아니, 신일지도 몰라.'

"그럼 치료하겠습니다."

"예……."

대답한 나탈리의 얼굴이 이젠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이 됐다. 그 누구도 고치지 못하는 이 상처를 대체 어떻게 고치는 걸까?

어떤 치료법을 쓰는 걸까. 역시 스킬일까. 그러나 스킬이라 해도 한두 번 쓰는 걸로 완치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나탈리는 내심 길어도 나쁘지 않겠단 생각도 했다. 그럼 김용후를 더 많이 만날 수 있게 될 테니.

그런 생각을 한 자신에게 놀란 나탈리가 얼굴을 붉혔다. 그때 용후가 손을 뻗어 나탈리의 어깨에 손을 살짝 올렸다.

"아……!"

나탈리의 얼굴이 더 새빨개졌다. 용후가 팔을 움직여 어깨를 쓰다듬자 아예 잘 익은 사과처럼 변했다.

그때, 김용후의 손에 빛이 맺혔다. 그리고 그 빛이 어깨를 쓰다듬을 때마다 점점 커지며 자신의 몸을 휘감았다.

보통은 다른 사람들의 눈엔 보이지 않지만 사제인 그녀의 눈엔 보였다. 너무도 따뜻한 기운이 영롱하게 빛을 냈다.

"아아……."

나탈리의 입이 벌어졌다.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몸속을 돌던 눅눅하고 얼음처럼 차갑던 암흑마력이 몸속에서 소멸해 가는걸. 그뿐만 아니라 무기력증도 증발하듯 사라졌다.

"치료가 끝났습니다."

"예?"

이게 끝?

"재발하는 일도 없을 겁니다."

아무리 스킬이라지만 3초 만에 누구도 고치지 못하던 상처를 고치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러나 김용후는 거짓말을 할 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몸이 말하고 있었다. 정말 몸속이 깨끗해졌다고.

"이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절 돕다 다친 상처입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바로 일상생활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살이 많이 빠지셨으니 식사를 많이 해주세요. 그거 외엔 주의하실 건 없습니다."

"예……."

그래도 기회가 있다면 꼭 은혜를 갚겠단 생각을 하며 나탈리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직후 용후의 눈앞에 2개의 알림창이 떠올랐다.

-대륙 전역에 명성이 700 오릅니다

-나탈리의 호감도가 1,000 오릅니다

"그럼 다른 분들도 치료해야 돼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바르뎅 마을에 들리게 되면 교회에 들러달란 말을 하려다 끝내 하지 못하고 나탈리는 조용히 용후를 배웅했다. 용후가 나가고 얼마 뒤, 가슴 한복판에서 뭔가가 꿈틀꿈틀 일렁이는 게 느껴졌다.

"신성력이…… 오르고 있어."

실시간으로 그게 느껴질 정도로 막대한 양!

다른 자들과 달리 악마에 의해 입은 상처, 그랬기에 나탈리의 몸속을 오염시킨 암흑마력은 훨씬 더 그 격이 높았다.

그런 암흑마력이 전부 사라진 반발로 막대한 양의 신성력이 밀려들며 차오른 것이었다.

한편, 용후는 암흑마력에 의한 상처를 입은 환자들을 계속 치료하며 또 큰 명성을 올려 나갔다.

소문도 빠르게 퍼져나갔다.

* * *

부르간 자작의 군대가 김용후에게 패배했단 보고를 받은 추기경 날폰이 다시 회의를 소집했다.

영지전이 어떻게 진행됐고 어떻게 끝났는지에 대한 보고가 끝나자 총대주교들이 너도나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김용후의 영지 내 작물들이 비정상적인 속도로 자라고 있습니다."

"암흑마력에 상처를 입은 자들까지 치료해 냈습니다."

"마도 마법 인형들을 부리고 있습니다. 그 수가 300기나 됩니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저 스킬의 힘이란 말로는 설명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총대주교가 김용후에 대한 날 선 발언들을 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김용후의 그 힘이, 그가 한 모든 일이 세상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껏 김용후가 그 힘을 안 좋은 방향으로 쓴 적은 없습니다."

"그게 바로 악마들이 쓰는 수법입니다. 그저 눈에 보이는 것에 현혹되어선 안 될 것입니다!"

"그가 악의 축이라면 벨베른이 소환한 악마를 소멸시키는 일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적어도 김용후가 악마와 관련이 있단 주장은 억지입니다."

김용후를 이단으로 만들려는 자와 이단이 아니니 적극 활용해야 한단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그때 추기경 날폰이 손을 들어 총대주교들의 설전을 중지시켰다.

"일단……."

그 말을 하곤 잠깐 더 생각하던 날폰이 말을 이었다.

"김용후에 대한 이단 심문을 할지 말지에 대한 결정은 부르간 자작이 부린 네크로맨서 유저를 잡은 다음으로 미루도록 합시다. 지금 가장 시급한 건 그 유저를 잡는 것이니."

죽으면 부활하는 유저들. 그 유저가 이미 부활을 여러 번 한 자라면 이번 영지전에서 죽으면서 하려던 걸 멈추게 됐을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부활 뒤 다시 일을 꾸미고 있을 것이다.

벨베른 이상으로 더 수준 높은 흑마법을 쓰고 부르간 자작과 그의 병력을 전부 장악해 수족처럼 부린 자.

방치한다면 분명 재앙을 일으킬 것이다. 교황청이 흑마법사들 이유 불문 잡으려 드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들은 살아 있는 악마들이니. 흑마법의 힘이 그들을 결국은 전부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김용후에게 그 네크로맨서 유저를 잡게 해 어떻게 잡아내는지를 자세히 본다면 그가 악의 축인지 아닌지 정체가 뭔지 좀 더 파악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 말에 총대주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악의 축이라 해도, 김용후가 그 누구보다 훌륭한 해결사인 건 분명한 사실.

교황청은 그 네크로맨서가 어디서 부활을 해 어디서 일을 꾸미고 있는지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김용후라면 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퀘스트를 준다면 반드시 그 네크로맨서 유저를 잡아 처단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한편 그 시각, 헨슬런 백작도 왕도의 국왕 정기 회의에 참가해 김용후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그가 얼마나 위험한 자인지에 대한 열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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