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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113화 (113/153)

# 113

기적의 스킬 자판기 113화

"양첸 님이면 성공했겠지?"

"당연하지. 양첸 님까지 실패하면 그건 말이 안 되지."

"맞아, 김용후가 마을에 있지도 않다는데."

도둑 길드 안엔 많은 도둑이 있었다. 그 도둑 중 꽤 많은 수가 스킬 파는 상자와 그걸 훔치러 간 대도들에 대한 이야길 나눴다.

전부 죽어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란 걸 모른 채. 그리고, 지금 길드 건물로 침입자가 들어왔단 것도 누구 한 명 눈치채지 못했다.

스모크는 몸을 연기처럼 만드는 스킬, 그러니 눈에 보이지 않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용후는 연기가 된 몸을 바닥에 바짝 끌어내린 상태로 이동하고 있었고, 게다가 로비 전체가 서른 명이 넘는 도둑들이 피워대는 담배 연기로 희뿌옇게 흐려져 있었다.

더욱이 인기척조차 없으니 들킬 일이 없었다.

용후는 여유 있게 1층 로비를 지나 계단을 올라갔다. 계단부턴 속도를 더 냈다.

하급 도둑들이 잔뜩 모여 있는 1층 어딘가에 금고를 숨겨뒀을 리는 없으니 2층 어딘가에 있겠지만 2층엔 방이 많았다.

다 살피려면 시간이 상당히 걸리게 될 터. 느긋하게 움직일 여유는 없었다. 용후가 빠르게 움직이며 방들을 살폈다.

'물론…… 아공간에 금고를 넣어뒀을 가능성도 있긴 하지만…….'

그러나 유저들의 인벤토리와 달리 아공간은 절대 열 수 없는, 절대적으로 안전한 공간까진 아니었다.

아무나 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마법사 중엔 아공간을 열어버리는 자들도 있었다.

그랬기에 진짜 중요한 물건은 아공간이 아니라 누구도 찾지 못할 비밀스러운 공간에 보관하는 경우가 많았다.

"역시 평민들 상대로 소매치기하는 건 돈이 안 돼."

"기술 있는 게 어디야. 난 한 달 만에 빈집털이 일 들어온 거야. 진짜 먹고 살기 힘드네."

"그래도 한 번 털면 돈 좀 되지 않아?"

"되기는. 길드에서 절반 이상 떼 가면 남는 것도 없어."

복도 중간쯤에 있는 한 방에서 나온 두 도둑이 계단 쪽으로 걸어오며 작은 목소리로 투덜투덜 그런 말을 했다.

바닥에 바짝 붙어 있던 용후가 연기를 좌우로 갈라 벽으로 붙였고, 두 도둑은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그 사이로 지나가 계단을 내려갔다.

용후가 다시 움직였다. 그리고 두 도둑이 나온 방의 문 틈새로 들어갔다. 대화를 들어보니 이 방이 길드장의 방인 듯했다. 중년 남자 한 명이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상태창이 다 보여.'

남자의 머리 위에 긴 상태창이 떠올랐다. 직후 용후가 씩 웃었다. 직업란에 도둑 길드 길드장이란 글자가 적혀 있었다.

용후가 방 안을 돌아다녔다. 틈새가 있으면 어디든 연기를 밀어 넣었다.

더 들어가 지지 않으면 다시 나오고 다른 틈새들을 찾아 그걸 계속 반복했다. 그때였다.

'있다!'

길드장이 앉아 있는 의자 뒤쪽 벽. 그 벽의 바닥 틈새로 연기가 계속 들어가졌다.

뒤쪽에 공간이 있단 뜻. 연기가 다 통과되자 저절로 사람 같은 형상으로 변했고, 틈새를 통과하며 까맣게 어두워졌던 용후의 시력이 돌아왔다.

'체크 메이트.'

5평 정도의 방, 그 방 안엔 고풍스러운 그림이 담긴 액자와 조각상, 검과 갑옷, 보석 박힌 액세서리들이 놓여 있고 방 중앙엔 금고도 놓여 있었다. 용후는 그 물건들을 인벤토리에 전부 넣었다.

스모크 상태에선 물건을 쥐거나 들 수 없다. 그러나 인벤토리를 연 상태에서 연기를 휘감아 인벤토리에 넣고자 하면 들어가졌다.

'1분도 안 남았어.'

용후가 서둘러 길드장실로 돌아가 복도로 나갔다. 그리고 열려 있는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연기가 밑으로 뚝 떨어졌다.

그러나 충격도 데미지도 없었다. 용후가 서둘러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 직후 스모크 스킬이 풀렸다.

"보물을 털려던 사람한테 털린 거니 그래도 억울하진 않겠지."

나중에 비밀 공간 속 보물들이 싹 떨려 있는 걸 본 길드장 헨프의 반응을 상상해보며 씩 웃은 용후가 광장으로 향했다.

시켄들 상단으로 가기 전에, 먼저 여관방을 구해 금고 안에 뭐가 들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 * *

-6,200골드를 얻었습니다

금고 안에서 나온 돈이었다. 생각 이상으로 많았다. 그러나 진짜배기는 비밀 공간 안에 함께 있던 물건들일 것이다.

그것들을 다 팔면 천 단위가 아니라 만 단위의 금화가 수중에 들어올 터다. 물론 정상적인 루트로 팔긴 힘들겠지만.

"이 문서들을 왕도 경비대에 넘기면 포상금도 엄청 받을 수 있어."

잡도둑들이야 귀족들은 신경도 쓰지 않지만, 도둑 길드는 다르다. 특히 유저 출신의 대도급 도둑들을 데리고 있는 도둑 길드는 귀족들뿐 아니라 왕도 잡으려 혈안이 돼 있었다.

귀족들도 터는 게 유저 출신의 대도들이고, 귀족들의 물건이 털리면 왕도 피해를 입기 때문. 왕에게 진상하기 위해 왕도로 옮기던 중 도난을 당한 물건이 몇 개 있었다. 마도 왕국 시대의 예술품이라던가.

'난 귀족이니 다른 식으로 포상이 내려질 수도 있어.'

그동안 큼직큼직한 공을 세워온 만큼 승작이라던가.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달빛 도둑 길드뿐 아니라 마약 거래와 노예 경매를 해온 상단까지 일망타진하고, 그 상단의 뒤를 봐주던 귀족까지 잡아낸다면.

방을 정리한 용후가 여관을 나갔다. 그리고 시켄들 상단으로 갔다. 상단 건물의 정문에 상인 둘이 서서 상단으로 들어오는 손님들을 응대하고 있었다.

자신의 얼굴을 알고 있으니 손님인 척 들어갈 순 없다. 또, 아무리 몸을 연기로 만든다 해도 환한 대낮이고 둘이 지키고 서 있으니 정문으로 들어가긴 힘들 것이다.

용후가 건물을 크게 빙 돌아 골목으로 들어간 뒤 뒷문이나 열린 창문이 있는지 살폈다. 1층 창문은 다 닫혀 있었지만 2층 창문 하나가 열려 있는 걸 발견했다.

"스모크."

용후가 몸을 연기로 만들었다. 그리고 위로 올라가 조금 열려 있는 창문 틈으로 연기를 밀어 넣었다. 연기가 다 들어가자 복도를 따라 빠르게 움직였다.

잠시 뒤,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자들이 특히 많이 드나드는 방이 있었다. 상단주실일 것이다.

그 방문 틈새로 들어가 상태창이 다 보여 스킬을 썼다. 방 중앙의 테이블에 모여 앉아 있는 NPC들의 머리 위에 일제히 긴 상태창이 떠올랐다.

용후가 씩 웃었다. 상태창 중 하나에 상단주란 단어가 적혀 있었다. 제대로 들어온 것이다.

이 방도 사람들이 피워대는 담배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용후가 그 담배 연기에 섞여 방 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비밀 공간을 찾았다.

돈이 많은 만큼 노리는 자들이 많은 상단주니 더욱 아공간에 전 재산을 몰빵해놓지는 않았을 터다.

물론 금고에 전 재산을 넣어두지도 않았겠지만. 그래도 대형 상단의 상단주인데 도둑 길드의 길드장보단 더 많은 액수가 들어 있겠지.

마약 거래나 노예 경매와 관련된 문서나 거래서가 있을 수도 있다. 운이 좋다면 부르간 자작과 관련된 문서도.

'있다!'

연기가 계속 안쪽으로 들어갔다. 다른 벽과 구분이 가지 않도록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져 틈새가 아주 좁았고, 그랬기에 연기를 다 밀어 넣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연기 상태로 빠져나가긴 힘들겠어.'

이미 5분 정도가 지났을 것이다. 2레벨이 되면서 유지 시간이 늘긴 했지만,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면 최소 3분 정돈 걸린다.

가만…….

'비밀 공간 속에 있는 금고를 인벤토리에 넣어 상단주실에서 나가면 그다음엔 들어온 걸 들켜도 딱히 상관없잖아.'

누구나 드나드는 상단이니.

'아님 그냥 여기 있다가 스모크 쿨타임이 끝나면 다시 써서 나가도 되고.'

일단 용후는 금고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아주 기대가 됐다. 잠시 생각하던 용후가 인벤토리에서 리볼버(+4)와 총알을 꺼냈다.

그리고 염력 스킬을 써 총알을 탄창에 채워 넣는 연습을 했다. 스모크의 쿨타임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잠시 뒤, 용후가 갑자기 입가에 씩 미소를 지었다. 재밌는 생각이 떠올라서였다.

"나 2골드만."

벽 너머에 있는 상단주 롤브를 타깃으로 삼았다. 즉시 알림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2골드를 얻었습니다

-크리티컬!

-9골드를 추가로 빼 옵니다

-13골드를 추가로 빼 옵니다

스모크 스킬의 쿨타임은 이제 10분이 남은 상태, 10분 정도만 해도 수천 골드의 금화를 빼 올 수 있다.

용후가 쿨타임이 끝나자 바로 2골드만 스킬을 또 썼다. 그걸 계속 반복했다. 상단주는 아공간에도 분명 금화를 꽤 갖고 있을 것이다. 8분 정도 2골드만 스킬을 썼을 때였다.

"이게 무슨 소리야?"

다른 스킬들은 마음속으로 스킬을 시전할 수도 있지만 나 2골드만 스킬은 타깃의 귀에 소리가 들려야 했다.

그랬기에 롤브는 맨 처음부터 나 2골드만이란 말을 들었겠지만, 잘못 들었거나 문밖에서 나는 소리라 생각해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10분 가까이 나 2골드만 소리가 들리고, 방 안의 손님들의 표정도 이상해지니 대화를 중단시킨 것.

"나 2골드만."

"뭐야!"

"나 2골드만."

"어디서 나는 소리야! 혹시 방금 그 소리 들으셨습니까?"

"예, 들었어요. 벽 쪽에서 나는 소리 같은데요."

"……예?"

잠시 대화가 끊겼다. 그럴 수밖에. 벽 뒤엔 자신의 비밀 공간이 있고, 그곳에 아주 중요한 금고가 들어 있으니.

"……저긴 벽입니다. 벽이 아니라 밖에서 나는 소리 같군요. 신경 쓰실 거 없습니다."

3분을 더 하다가 용후가 입을 닫았다. 그만 나가기로 했다.

'스모크.'

연기로 변한 용후가 상단주실을 나가 아까 그 창문을 통해 상단 건물을 나갔다. 그리고 골목길에서 연기 상태를 풀고 방을 잡아둔 여관으로 갔다.

잠시 뒤, 여관방 안.

"빛의 검."

도둑 길드의 금고를 자를 때처럼 빛의 검으로 금고를 골판지 상자를 자르듯 도려냈다.

그리고 금고를 뒤집자 묵직한 금화 주머니들과 금괴들이 쿵쿵 떨어지고 이어 여러 문서가 나왔다.

문서부터 살폈다. 용후의 입가에 씩 미소가 지어졌다. 원하던 문서들이 거의 다 있었다. 부르간 자작과 관련된 문서까지도.

* * *

큰 거래 손님들이 상단주실을 나가자마자 롤브는 문을 걸어 잠그고 비밀 공간의 벽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 직후 롤브의 눈이 찢어질 듯 커지고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뭐야! 어디 갔어!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절대 털릴 수가 없는 금고기 때문.

이 비밀 공간엔 자신 외엔 누구도 들어올 수 없다. 벽을 밀면 돌아가거나 레버를 당기는 식으로 벽을 여는 구조가 아니었다.

자신의 손바닥의 손금에만 반응해 벽을 돌아가게 만드는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마법진을 만든 마법사는 이 세상에 없다. 자신이 직접 없앴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비밀 방이 있단 걸 알고, 또 대체 어떻게 벽 너머로 들어간 것일까.

자신의 손을 갖다 대지 않는 한 절대 열리지 않는데!

"비서! 비서!"

책상으로 돌아간 롤브가 호출용 종을 손바닥으로 마구 쳐댔다. 옆방에 있던 비서가 놀란 얼굴로 헐레벌떡 문을 열고 상단주실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내가 없을 때 내 방에 들어온 사람 있어?"

"예? 없습니다."

비서는 자신이 평범한 장사로 돈을 벌어 상단주 자리까지 오른 게 아니란 걸 아는 자. 자신이 없을 땐 누구도 상단주실로 들이지 말란 명령을 어겼을 리 없다.

그러나, 상단이 문을 닫았을 때 상단주실로 침입해 들어온 자가 있었을 순 있다.

또, 롤브는 그럴 리 없단 생각을 하면서도 비서에게 자꾸 의심이 들었다. 그 비밀 방을 알 리는 없지만, 자신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게 비서니.

"……너지?"

"예? 뭐가 말입니까?"

눈이 돌아가 있는 롤브의 모습에 비서는 겁을 먹으며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비밀 공간에 있던 금고 훔친 거."

"비밀 공간이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비서가 자신을 잘 아는 만큼 롤브도 비서를 잘 알고 있었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래, 역시 이놈이 아니다. 그럼 대체 누구야? 짚이는 자가 없었다. 그때였다.

콰앙!

갑자기 창문과 창문 주변의 벽 일부가 부서지며 방 안으로 쇳덩어리가 날아 들어왔다.

그리고 그 쇳덩어리는 정확히 롤브가 있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어어! 금고……!"

갑자기 창문을 깨부수고 들어온 금고를 피하기도 다급한 상황. 그럼에도 롤브는 자신의 금고를 알아봤다.

특이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졌기에 못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롤브는 속으로 X 됐다 비명을 내질렀다.

콰앙!

"사, 상단주님!"

상단주 롤브로부터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강철 금고에 맞아 바닥에 쓰러져 피를 철철 흘리고 있어서였다.

팔다리도 이상한 방향으로 틀어져 있고 다리 한쪽은 금고에 깔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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