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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스킬 자판기-110화 (110/153)

# 110

기적의 스킬 자판기 110화

"……뭐야? 뭐야!"

릭이 경악하며 소리쳤다.

반면 용후는 완전히 무표정.

"나 2골드만."

"어어?! X발!"

너무 어이가 없어 릭은 자신이 처한 입장도 잊고 욕까지 뱉었다. 2골드만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10골드 이상의 돈이 또 한 번, 심지어 두 번 더 빠져나가기도 했다. 게다가 쿨타임이 말도 안 되게 빨랐다.

스킬 자판기에서 산 스킬들은 스킬템으로 익힌 스킬보다 스킬 레벨이 오르는 속도가 더 빨랐고 쿨타임도 더 빨랐다.

게다가 나 2골드만 스킬은 맥스를 찍은 것뿐 아니라 현자의 강화석으로 강화까지 한 상태.

"나 2골드만."

"그, 그만! 멈춰!"

"나 2골드만."

"제발! 제바아아알……!"

릭이 엉망이 된 얼굴로 소리치고 애원도 했다. 그러나 용후는 멈추지 않았다. 릭의 말에 일절 대꾸하지 않고 쿨타임이 끝나는 즉시 나 2골드만 스킬을 썼다.

그랬기에 릭의 인벤토리창의 소지금란에선 벌써 500골드가 넘는 돈이 빠져나가 있었다.

'사기적인 것도 정도가 있지!'

이건 그냥 인벤토리 속으로 손을 넣어 금화를 한 움큼 한 움큼씩 계속 빼내 가는 거나 다름없었다.

"말할게! 말할 테니까 ……아니, 멈춰! 멈춰 주십시오! 제발!"

결국 릭의 입에서 그 말이 나왔다. 릭의 인벤토리에 든 금화는 자그마치 3,200여 골드. 별의별 더러운 짓은 다 하고, 인간이길 포기하다시피 하며 악착같이 모은 돈이었다.

릭의 전 재산이었고, 그 전 재산이 릭의 전부라 해도 되었다. 목숨과도 바꿀 수 없었다.

기억을 전부 잃게 되더라도, 이 돈만큼은 잃어선 안 되었다.

그러나, 용후는 여전히 대꾸하지 않았다.

"나 2골드만."

리볼버(+4)의 총구를 릭의 얼굴에 겨눈 상태로 나 2골드만 스킬을 기계적으로 계속 썼다. 그때 릭이 털썩 바닥에 무릎까지 꿇었다.

"제발……! 다 말할 테니, 제발 멈춰요!"

"좋아, 말해봐. 거짓말이 조금이라도 섞이면 다음은 없어. 인벤토리에 든 전 재산도, 목숨도 뺏는다."

인벤토리에 든 아이템 목록을 싹 말했고 이렇게까지 했는데 감히 거짓말을 할 용기를 내진 못할 것이다.

"이 성의 지하에 있는 노예 경매장은…… 청룡 길드 건물에 있는 지하실을 통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더 자세히."

살았단 표정을 지으며 릭이 얼른 설명을 덧붙였다.

"건물 지하 1층에 잡다한 물건들을 모아두는 창고가 있습니다. 그 창고에 낡은 옷장이 놓여 있는데, 그 옷장 안쪽을 열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옵니다. 그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문이 하나 더 나오고, 그 문을 통과하면 노예 경매장입니다."

거기까지 말한 릭이 용후의 눈치를 보다 묻지도 않은 말까지 더 덧붙였다.

"시켄들 상단 건물 안엔 노예 경매장으로 가는 통로가 없습니다. 많은 사람이 오가고, 다른 상단의 경계도 받는 데도, 정보 길드의 길드원들이 신분을 숨기고 들어와 정보를 캐가려 하기도 하기에 만들어두지 않았습니다.

청룡 길드는 시켄들 상단이 뒤를 봐주는 길드입니다. 그래서 길드원들 외엔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는 청룡 길드의 길드 건물 안에 비밀 통로를 만든 겁니다."

"나 2골드만."

"……?!"

입에서 욕이 튀어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은 릭이 양 주먹을 꽉 말아 쥐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곤 필사적으로 분을 참아가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노예 경매장으로 가도 아무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매일 노예 경매가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매달 15~17일, 이 3일간만 노예 경매가 이루어집니다."

"그럼 그 전에 노예들은 어디에 두지?"

다시 안도의 숨을 내쉬며 릭이 얼른 말했다.

"그건 저도 모릅니다. 믿어 주십시오! 정말입니다!"

사실일 것이다. 지금 릭은 절대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나 2골드만."

"너……."

릭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나 2골드만."

용후가 다시 금화 털기를 시작했다. 노예 경매장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면 금화를 털지 않겠다 약속한 적은 없었다.

약속했다 해도 지킬 필요는 없었다. 악인을 상대론 자비가 없는 용후였다.

"나 2골드만."

"이런 개X발!"

결국 참지 못한 릭이 욕을 빽 지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러곤 전력 질주로 달렸다.

시켄들 상단으로 들어와 상인 일을 하기 전엔 몬스터 사냥을 했기에 릭의 레벨은 60레벨대로 낮지 않았다.

그랬기에 운이 좋으면 총에 맞지 않고 골목을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다 생각했다. 릭이 지그재그로 방향을 틀어댔다.

그러나 용후는 리볼버(+4)를 쓰지 않았다. 릭을 쫓아 달렸다. 지하 경매장에서 노예 경매가 진행되려면 아직 9일이나 시간이 남아 있다.

그러니 지금 릭이 죽어서 부활한 뒤 시켄들 상단으로 돌아가 자신에게 당한 일을 상단주에게 말하면 경매날 경비가 훨씬 더 삼엄해지거나, 어쩌면 노예 경매가 중단이 돼버릴 될 수도 있었다.

릭의 레벨은 꽤 높지만, 용후의 레벨은 75에 스탯 수치상으론 110레벨 이상.

따라잡는 건 순식간이었다. 주먹으로 뒤통수를 치자 릭은 그대로 앞으로 쓰러져 기절해 버렸다.

용후가 릭을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골목길을 나가 박정석의 마차가 있는 마차 대기소로 갔다.

늦은 밤, 거리엔 술에 취해 비틀대며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그랬기에 축 늘어져 있는 릭을 부축해 걷는 용후의 모습은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나 2골드만."

릭의 인벤토리에서 계속 금화를 빼며 걷길 잠시, 마차 대기소로 들어가 박정석의 마차 안에 릭을 밀어 넣은 용후는 박정석이 머무는 여관으로 갔다.

아주 늦은 저녁은 아니었기에 박정석은 아직 깨어 있었다.

"팔켄 마을로 돌아갑시다."

팔켄 마을로 돌아가 스킬 자판기에서 스킬을 사 다시 오기로 했다.

경매장을 습격해 엘프들을 구해내면, 엘프도 엘프지만 노예 경매를 했단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는 걸 막기 위해 시켄들 상단은 물론이고 부르간 자작도 눈이 돌아가 움직이게 될 테니, 스킬을 하나 더 얻으면 그 둘을 상대하는 게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빨리 준비해서 나가겠습니다."

예정에 없던 출발, 그러나 용후가 주는 월급이 얼만데. 박정석이 빠르게 움직였다.

10분도 지나지 않아 박정석이 헐레벌떡 마차로 뛰어왔다. 바로 마부석에 탔고, 이랴! 마차를 출발시켰다. 성문의 경비병에게 돈을 좀 찔러주자 성문은 간단히 열렸다.

들판으로 나온 박정석의 마차가 팔켄 마을을 향해 빠르게 달렸다.

* * *

"곤스라에, 릭젠스는 1급 도둑을 10명이나 데리고 왔는데도 전부 죽었다라…… 이거 재밌는데."

조금 전 팔켄 마을로 들어온 한 유저가 그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의 이름은 양첸.

릭젠스에게 1급 도둑 10명을 붙여 팔켄 마을로 보냈음에도 길드장 헨프는 계속 불길함을 느끼다, 길드 내 최고 실력자인 양첸이 의뢰를 끝내고 돌아오자마자 그까지 팔켄 마을로 보낸 것이었다.

릭젠스와 10명의 1급 도둑을 이미 팔켄 마을로 추가로 보냈음에도 자신까지 팔켄 마을로 보내려 하는 길드장의 행동에 양첸은 이해를 하지 못했고 오는 내내 투덜거렸다.

그러나 팔켄 마을로 들어와 탐색 마법을 쓰자마자 완전히 납득을 했다.

"그 상자가…… 잡화점 알바를 할 때부터 쓰던 집에 그대로 있다?"

그것부터가 이상했다. 이상한 걸 넘어 수상하다. 엄청 수상하다.

그리고, 릭젠스와 1급 도둑 10명이 팔켄 마을 안에 단 한 명도 없었다. 다른 방법을 찾거나, 물건을 훔치는데 쓸 뭔가를 구해오기 위해 잠시 팔켄 마을을 떠난 것일 리는 없다.

그랬다면 도둑을 한 명 정도라도 남겨뒀을 거다. 포기하고 팔켄 마을을 떠난 거라면 도중에 자신과 마주쳤을 테고.

죽은 거야.

전부 다.

"김용후는 없어……."

탐색 마법에 잡히지 않았고, 기척을 감추고 마을 어딘가에 숨어 있는 것일 수도 있단 생각에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김용후를 찾았지만 역시 없었다.

양첸이 김용후의 집으로 갔다. 문엔 손도 대지 않았다. 보이는 그대로 평범한 나무문이라면 대도 둘이 실패했을 리 없고, 평범한 문이라 해도 함정이 설치되어 있을 것이다.

양첸은 이 세계로 넘어오기 전에도 도둑이었다. 그것도 아주 유명한. 게다가 양첸은 템빨도 됐다.

처음엔 다른 유저들과 마찬가지로 몬스터 사냥을 해 생계를 이어가고 돈을 모았지만, 돈이 모이자 도둑 계열의 장비들을 사 모았고 그렇게 대도가 되고 한 도둑 길드의 서열 1위까지 오른 것이다.

집 주위를 돌아다니며 곳곳을 꼼꼼히 살피던 양첸이 창문을 발견하곤 까치발을 해 집 안을 들여다봤다.

'평번한 인형일 리가.'

집 안은 어두웠지만 양첸은 고양이 눈 스킬을 써 집 안을 구석구석 살폈고, 문 앞과 인형들이 모여 있는 곳의 바닥에 아이템이 떨어져 있는 걸 발견했다. 그곳 외에도 곳곳에 아이템이 보였다.

"저건……!"

눈에 익은 아이템이 있었다. 이름까진 모르지만, 1급 도둑 중 한 명이 저 부츠를 썼다.

쉐도우 어쩌고 하는 부츠로 마법진까지 새겨진 에픽 등급 장비기에 기억 속에 있었다.

틀림없다. 곤스라도 릭젠스도 10명의 1급 도둑들도 전부 이 창문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갔다가 저 인형들의 공격을 받아 죽은 거다.

하지만…….

"말이 안 되는데……."

도둑들이 전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1급 도둑의 부츠가 김용후의 집 안에 떨어져 있을 이유는 집 안에서 봉변을 당했을 경우밖에 없지만, 그래도 믿기지 않았다.

마법으로 인형을 움직이게 할 순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마법을 써도 사람처럼 움직이게 하거나 전투 병기처럼 만들 순 없다.

레벨이 60, 70이 넘는 유저들을 이기는 인형의 모습이 양첸은 전혀 상상되지 않았다.

'마도 마법 인형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하지만 마탑의 마법사들도, 드워프들도 구현하지 못한다는 마도 시대의 마도 기계학을 김용후가 무슨 수로.

뭐든 척척 고쳐내는 김용후에 대한 이야긴 양첸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고치는 것과 만드는 건 완전히 별개의 영역이다.

그러나 그때, 결국 양첸이 창문에서 얼굴을 떼고 뒤로 물러났다. 말은 안 되지만, 길드원들이 집 안에서 당한 건 분명한 사실이니.

그러나 양첸은 김용후의 집을 떠나지 않았다.

"인형들의 뒤에 빛을 내는 상자가 그 상자야."

확신이 들었다. 보통 물건이 아니라는. 이티팩트와도 다르다는. 길드장의 말대로라면, 저 상자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돼줄 것이다. 귀족들 이상의, 대상단의 상단주 이상의 부자가 될 수 있다.

양첸이 미간을 구기고 손으로 턱수염을 만지작거리며 고뇌에 빠져들었다.

"일단……."

김용후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자. 양첸은 생각을 완전히 전환했다. 마을 안에 저택이 지어지고 있었다.

당연히 김용후가 짓고 있는 저택일 터. 그러니 김용후는 이사를 가게 돼 있다.

스킬 파는 상자를 옮길 때 당연히 인벤토리에 넣어 옮기겠지만, 인벤토리에 넣기 직전, 그리고 저택으로 간 뒤 인벤토리에서 꺼낼 때 기회가 생길 수 있었다.

'그래, 급할 거 없어.'

저 스킬 파는 상자만 얻으면 인생이 바뀐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치밀하게 작전을 짜고 설계하자. 기회를 보자.

기회는 반드시 온다. 양첸이 김용후의 집을 떠났다. 그리고 광장에 있는 여관으로 가서 방을 잡았다. 퀘스트를 수행하러 온 유저 행세를 하며. 그로부터 얼마 뒤, 용후와 릭을 태운 박정석의 마차가 팔켄 마을로 들어섰다.

"상태창이 다 보여."

팔켄 마을에 몇 명이나 활동을 하고 있고, 어떤 유저들이 와 있을까. 마차에서 내린 용후는 큰 의미 없이 늘 하던 것처럼 상태창 스킬을 써 유저들의 머리 위에 뜬 상태창을 보고 상태창 내용도 읽어 내렸다.

* * *

"대도?"

스킬 자판기에서 새 스킬을 살 생각에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가던 중, 용후가 그런 단어가 적힌 상태창을 발견했다.

뻔했다. 목적은 스킬 자판기일 것이다. 그게 아니고서야 2차 전직을 하고, 레벨도 100이 넘는 도둑이 돈이 가장 안 되는 마을인 초보 마을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꽤 고렙의 유저들이 들리기도 하지만, 그래봐야 100레벨이 넘는 유저는 어쩌다 한 명 올까 말까, 지금은 가장 높은 레벨이 57밖에 되지 않았다.

"역시 정보 길드에 스킬 자판기 정보를 팔았군."

버거튼을 잡았을 때 버거튼은 상당한 돈을 갖고 있었다.

그랬기에 용후는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러나 신경 쓰지 않았다. 누가 스킬 자판기를 훔치러 오든 절대 훔칠 수 없으니.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조차 힘들 테고, 어찌어찌 들어간다 해도 마도 마법 인형들의 공격에 스킬 자판기에 손도 못 대보고 죽게 될 것이다.

스킬 자판기에 손을 댄다 해도 어차피 아공간엔 담을 수 없다. 엄청 비싸니 돈을 쉽게 넣지도 못한다.

물론 돈을 넣을 순 있다. 버튼도 누를 수 있다. 그러나 스킬이 든 캡슐은 나오지 않는다.

아마 넣은 금화도 보통의 자판기처럼 레버를 당긴다고 도로 나오지 않을 테고. 그래도 스킬 자판기를 훔치러 온 도둑을 용후가 그냥 둘 리가.

용후가 도둑, 양첸의 상태창이 있는 주점으로 들어갔다.

"어?!"

갑자기 나타난 용후를 본 양첸이 놀라 마시던 맥주를 살짝 테이블 위에 뿜어내다 간신히 입속에 남은 걸 목구멍 속으로 삼키곤, 태연한 척 연기하며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렸다. 자신의 머리 위에 상태창이 떠 있는 건 상상도 못 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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